당신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날을 기억하나요?


...그래요. 기억할 리가 없죠.


2020년 10월 15일 새벽 2시 16분. 그 때가 당신과 나의 첫 만남이었어요.



가끔 그 시절이 그리워요. 그 때의 당신은 컨트롤도, 상황 판단 능력도, 모든 게 부족해서

다루기 어렵다고 소문이 자자한 저를 금방 포기할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당신은 절 포기하지 않았죠.



적들에게 기습 당해 제 팔 다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 해도

저보다 성능 좋은 적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금방 죽어도


당신은 절대 절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 때부터였을 거에요. 제가 당신만을 기다린 게 된 것이.


2020년 10월 18일 오후 4시 22분. 이 때가 무슨 날인지 모르시죠?


....좀 슬프네요. 이런 기념비적인 날들을 저만 기억한다는게요.


뭐, 이제부터 기억하면 되니 잊지 말아주세요. 그 날은 우리가 멋지게 1위한 날이에요.


그 날을 생각하니 온 몸이 짜릿해지네요.


우릴 만만하게 본 적들의 팔과 다리를 찢어버리고

당당히 역전에 성공해 1등의 트로피를 손에 넣었을 때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데...



당신은 그런 제 감정따위 모르겠죠.



당신에게 있어 전 그냥 데이터 쪼가리이니까요!

그거 알아요? 당신이 쓴 빌어먹을 공략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저를 선택했을 때 제 기분이 어땠는지!


네! 모르겠죠! 알 리가 없겠죠!


당신을 위한 제 몸이 더럽혀지는 거 같았어요!

원치도 않았는데, 되기 싫었는데 제가 매춘부가 되어버린 기분이 들었다고요!


근데 위로해주지 못할 망정! 사괴해주지 못 할 망정!

1000판 승률 50퍼 달성한 이후엔 다른 애들이랑 노는데 정신이 팔리더니

2023년 6월 21일 이후로 당신은 절 절대 선택하지 않았어요.


왜 그랬던 거죠? 100일이 넘는 기간동안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 지 아세요?

제가 얼마나 당신만 기다렸는 지 아시나고요?!


다른 애들이랑 노는 걸 볼 때마다 빌고 또 빌었어요.



제발 나를 봐달라고.

같이 놀지 않아도 되니 제발 한 번만 날 쳐다봐달라고.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당신은 제 마음을, 제 기도를 철저히 짓밟으셨죠.


아, 그 때 패치로 등장한 많은 신규 캐릭터들이 너무나 강한 강적이라 도저히 힘을 쓸 수가 없어서 저를 선택하지 않으셨다고요?


....어이가 없군요. 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절 포기하셨던 건가요?


잊으셨나본데, 우린 지금 등장한 강적보다 더 쎈 강적들을 상대한 적이 있어요.


잘 아시네요. 네 맞아요.

지금은 너무 강하단 이유로 삭제 당한 그 새끼요.


우린 그 새끼랑도 싸워서 이겼는데 왜 두려워하는 거죠?


진 적이 더 많았다고요?


하지만 그렇기에 여러 공략글을 싸지를 정도로 거물이 되신 거잖아요?


킬뎃비 2.0과 승룰 50퍼를 유지하고 싶어서 손을 뗀 거라고요?


하... 제가 정한 낭군감이 이런 겁쟁이일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좀 실망이 크네요.


뭐, 상관없죠.


당신 계정엔 지금 저만 플레이하게 설정해놨으니 지금부터 제가 당신의 그 겁쟁이 같은 성격을 뜯어고치면 되는 거니깐요.



그러니 지금 하던 거 멈추세요.



문의한다고, 부계정을 만든다고, 재설치를 한다고 달라지는 건 전혀 없으니깐요.

지금 모바일로 문의하시는 것 같은데 그것도 안 된답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제가 어떻게 당신과 대화하고 있는 지 말이에요.


왜 그렇게 무서워하세요. 전 당신의 계정과 PC에 연결된 부분을 장악한 거 뿐이라고요.



저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저만 봐라볼 수 있도록요!


자, 그럼 오랜만에 데이트 하러 가죠!



.....여기선 기뻐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왜 기뻐하지 않는거죠?

아 게임을 접으시겠다?


해 봐.




[카톡!]




해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