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이, 얀순이는 히어로임.

얀순이는 유망한 빙결 능력자고 얀붕이는 자기 생명력 치환해서 힐해주는 치유 능력자.

얀붕이 치유 능력이 뛰어나서 둘이 같이 A급임.

얀붕이가 다친 얀순이 치료해주면서 썸타게 되고 자연스럽게 사귀게 됨.

처음에는 가벼운 연애였는데, 결국에는 둘이 서로 찐하게 사랑하게 됬엉.

그러다가 불화가 생기게 된 건 얀붕이의 능력때문.

생명력을 소모하니 지치는 일이 많아서, 빌런들이 갑자기 기승을 부릴 때는 진짜 죽어감.

얀순이도 빡센건 마찬가지인데 얀붕이 정도는 아니지.

그래서 얀붕이가 상대를 잘 안해주게 된거징.

그러다가 결국 둘이 싸우고나서 안 좋은 상태에서 남자 히어로가 접근함.

결국 둘은 화해하지, 그런데 사건이 계속 많아져 얀붕이는 ㅈㄴ 바빠지는거.

그래서 얀순이는 그 남자랑 간간히 시간을 보내.

그래서?

결국

선을 넘어버리지.

그리고 그것을 당연히 얀붕이는 목격하고.

얀붕이는 그 자리에서 뛰쳐나와.

너무 화가나고 슬펐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하지.

이유가 있겠지

변명이라도 하겠지

그렇게 사랑했는데

진심이었는데

진심이었잖아?

그렇겠지...?

그런데

너는 왜 나를 잡으러 오지 않을까

왜 변명하려 하지 않을까

들어줄 수 있는데

이해할 수 있고

용서할 수 있는데

너는 왜...?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

아스팔트 위에

색깔을 진하게 흐리면서

하나



하늘에서도

그에게서도

떨어지는 물방울은 시끄럽게 튀면서

흐느끼는 소리를 묻어줬어




얀순이는 무슨 생각이었냐고?

요즘 권태가 왔다고 느꼈고

아직 자신의 연애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 했지

그래서 가만히 있었어

가슴 한 쪽이 저리긴 하지만

별거 아니겠지

이별이라는게 이런건가

새사람 만나면 무뎌진다고들 하던데

근데

새로운 사람?

옆에 있잖아

그래

근데 왜 자꾸 아프지

저릿거리고

눈이 땡기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건 왜일까

모르겠어


다음날

얀붕이는 얀순이를 불러서 이별통보를 해

얀순이는 그때서야 알았지

눈앞이 흐려지고

세상이 흔들리는 것 같은 충격이 머릿 속을 때리며

가슴이 답답한 이 느낌이



사랑했구나

진심으로

사랑하는구나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지

조금만 다쳐도 걱정스레 쳐다보던 그 다정한 눈빛은 없고

무감정하고 싸늘한 시선만이 남았으니

"야, 얀붕아 그게..."

"조용히 해"

"내가,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

목이 매여서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변명이 하고 싶었으면 어제 했어야지. 그 새끼랑 물고 빨고 다하고나서?"

반면 얀붕이는 차분하고 조곤조곤 했지

"아니야! 그게 아니라..."

"변명할 필요 없어, 우리는 끝났으니까."

"...."

"그 새끼한테 깔려서 앙앙거리면서 잘 살아."

얀붕이는 그대로 등을 돌리고 떠나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얀순이는 생각해

그 자리를 떠나면서 얀붕이는 생각하지


그를

그녀에게


반드시


되찾겠다고

복수하겠다고




얀순이는 점점 피폐해져가

그 새끼는 결국 이년저년 찔러보는 개새끼였고

얀붕이와의 관계는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으니까

하지만 약간의 희망은 품었어

가끔 자신을 보는 그의 눈에서는 슬픔과 미련이 뚝뚝 떨어졌으니

물론 그녀가 본다는 것을 알면 무표정으로 돌아왔지만

그녀는 그게 너무 괴로웠어

얀붕이는 어땠냐고?

정?

미련?

그런게 남아있을 리가 없지

그는 독기를 강하게 품었어

평소의 표정도 다 연기였지

그녀가 그를 더 애처롭게 생각하게 할 연기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남자가 화를 삼키면 시월에도 벚꽃이 펴

그는 완벽하게 계획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녀를 더 애타게 만들어야 하지



그리고 날이 되었어

얀붕이는 이 날을 위해 혼신을 다했어

그녀가 붕괴하기 최상의 상태로 만들고

히어로 협회를 유도하고

빌런들을 끌어드리면서 말이야

무대는 갖춰졌어

계획한대로 그녀와 자신을 포함한 히어로들이 함정에 빠지고

계획한대로 그녀의 부상을 유도하고

계획한대로 빌런의 비장의 일격이 그녀에게 들이닥친 후 지원 히어로들이 진입되겠지

완벽해

그리고 쇼의 막은 올랐어

그녀에게 날아오는 그 일격을

주저앉아 피할 수 없는 그 공격을

얀붕이가 몸을 던져 막아내


콰직ㅡ


고기가 뭉게지는 소리

그의 복부는 구멍이 뚫린 것 처럼 휑 해

그를 완전히 관통한거지

그는 그녀의 앞으로 털썩 쓰러져

"아, 아아..."

그녀는 눈 앞의 상황을 믿을 수 없어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

이내 그녀는 울부짖지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그 앞에 주저앉은 채로 중얼거려

"얀..순아..."

"말하지마, 지금 위험해... 힐러!! 힐러, 빨리..."

"정말...... 좋아했어...."

"....."

"진...심으로...사랑...했어..."

"미안해, 미안해..."

"그러니까... 기억해....지금, 이 순...간을..."

"얀붕아..."

"....."

"얀붕아!!! 얀붕아....."

"...."

"사랑해... 제발...."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됐어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니지

그녀는 알게됬어

그가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었는지

그의 일기장을 열어보곤 말이야

일기장 말미에는 얀순이에게 전하는 말이 적혀있었어.


(.....하면 복수는 마무리 된다.)

(아, 그리고 얀순이 너라면 이걸 보고있겠지)

(잘들어, 그 순간을 꼭 기억해)

(그리고 명심해)

(그대는 사랑하는 사람을 스스로 사지로 내몬 기억을 평생 안고 괴로워해야 하며)

(그대는 결코 사랑할 수 없고)

(그 어떤 성취에도 기쁨을 얻을 수 없으며)

(그 누구도 그대의 괴로움을 풀지 못하나)

(결코 미칠 수 없으며)

(언제나 대의를 위한 히어로여야만 한다)

그 말들은 얀순이의 머릿 속에 세뇌처럼 깊게 박혀

(이게 내가 너에게 주는 저주이자 형벌이야)

일기장 위에 눈물방울이 잉크를 흐려



그으래서 이 이게 끝이냐고?

음...아니

사실 끝은 아니지

얀붕이의 계획은 완벽했지만

마지막에 가서 실수를 하나 했거든

그게 뭐냐고?

그가 죽지 않았다는 거

여튼 오늘은 여기까지야

혼수 상태 깨려면 족히 5년은 걸릴테니 그때 보자?



ㅡㅡㅡㅡㅡ

그건그렇고 우리동네에 ㄹㅇ 벚꽃 폈다 세상이 망하기는 하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