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후배군이잖아?
이런 늦은 밤에 학교는 왜 온 거야?
벌칙으로 학교에 혼자 오셨다?
낮에 우울했던 게 그런 이유였어?
무서운 거 싫어하면서 굳이 그런 도발에 넘어가네.
뭐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건 잘 알지만.
왜 난 학교에 있냐고?
놓고간 물건이 있어서.
뭐가 그렇게 이상한데? 애초에 밤에 학교 올 일이 이거 말고 더 있어?
뭣보다 후배마냥 바보같은 이유로 학교에 올 일은 없고 말이야.
그렇게 화내지마.
놀린 거 뿐이잖아?
그나저나 어느 7대괴담 장소로 가는 거야?
왜 알고 있냐니...
그거야 학교에서 담력 체험이라고 한다면 그거 말고 더 있나?
그래서 어느 걸 보러가는 데?
어? 구교사의 거울에 서 있으면 귀신에게 끌려 들어가는 거?
그만 둬, 그런 게 가장 위험한 거야;
그리고 학교에 친구들도 안왔잖아.
그냥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면 되잖아?
그럼 믿겠지.
'일단 와봤으니까 갈 때까진 간다'고?
진짜 후배군은 바보구나?
알겠어, 나도 같이 갈게.
후배가 혼자 갔다가 무슨 일 있으면 나도 싫거든.
할 거면 빨리 끝내버리자.
이게 그 거울인가 보네...
분위기있네...
엄청 더럽고 녹설어 있고...
이래저래 느껴지는 것도 있고.
그래서 이 거울에서 뭘 하면 되는데?
10초간 보면 된다고?
뭐야 쉽잖아?
아무 일도 없어?
뭐야? 결국 위험해봤자 괴담이란 건가.
아 무서죽는 줄 알았네~
담력테스트도 끝났겠다. 이대로 돌아가는 거지?
그런가... 근데 이 시간 전차 없잖아?
생각해보니까 후배군 전차 통학이였잖아?
...지금와서 깨달았다고?
바보도 정도가 있어... 시간차 정도는 알아둬...
그럼 우리집 올래?
여기서 걸어서 바로이고.
못돌아가잖아?
오케이. 그럼 가자고.
어? '거긴 출구가 아니야?'
그거야 뭐, 내 집은 거울 속이니까.
지금와서 도망쳐봤자 소용 없어. 겨우 후배군을 손에 얻었으니까.
쉽게 도망쳐주게 할 생각은 없어.
애초에 유령의 앞에서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했어?
꽤 고생했거든. 후배군의 친구들에게 후배군이 불리한 게임을 시키도록 하고, 담력 테스트를 하게 유도했으니까.
이렇게 완벽하게 끝날 줄은 몰랐어.
왜 나냐고?
좋아해서니까.
후배군, 늘 웃으면서 착한 모습으로 어느 반인지도 모르는 나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어줬잖아?
그런 좋은 사람하고 사귀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
응? 애초에 대낮부터 학교에 있는 선배가 유령일 리가 없다고?
참 구식적인 발상이네.
낮에 사람 사이에 섞여 사는 유령들도 꽤 많다고?
네 친구도 그 중 하나이고.
하지만 나는 다른 귀신들하고 다르게 지박령이라서 이 학교와 거울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어.
그 덕분에 유령으로서의 힘은 강해졌지만.
그래서 이 힘으로 후배군을 거울 안에 넣었고, 후배군이 나만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한 거니까.
아아~ 힘 빠진 모습도 귀여워라.
그렇게 무서워?
괜찮아.
거울 안 쪽은 수명도 없고, 체력도 닳지 않으니까.
먹을 것도, 물도 필요 없어.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 세계니까.
둘 만의 세계에서 영원히 사랑을 나누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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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여 춤춰라. 이 별의 저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