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랄리아



세계관은 현대 판타지 느낌임
현세보다 좀 미래적인 기술과 마법이 공존하는 세상?









그 누구도 답을 알지 못하는 세계의 미스테리,



허나 시간이란 관념은 그런 의문들을 장엄하고 또 한편으론 허무히 해결해 주었다.


버뮤다 삼각지대의 진실이나

모아이 석상과 피라미드의 건축 비밀 같이


과거엔 절대 풀리지 않을 거란 미스터리들이

눈 부신 과학의 발전과 그를 뒷 받침해주는 마법에 의해 모든 진실들이 낱낱히 파혜쳐져 버린게 지금의 세상이었다.


하지만....


세계의 미스터리도 하나 둘 풀려가는 추세에도


내게는 절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하나 있었는데.



"교수님? 여기 리포트 제출합니다."

그건 바로 내가 모시는 사람의 속내를 도저히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


내 말에도 그저 멍하니 허공만 봐라보다.


".... 읏차.."

이내 무뚝뚝한 표정만큼이나 나긋한 손짓으로 글씨가 빼곡히 적힌 종이를 들고 천천히 흝어보더니.


".... 수고."

 
잠시 후, 짧막한 한 마디만 내 뱉곤 다시금 동상이 된 것 마냥 가만히 허공을 응시한다.




"음... 그럼 전 만족하신걸로 알고, 이만 가보겠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허탈하게 끝난 심사에 혹시나 싶어서 질문을 선듯 던지는데.



"......"


그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오케이 사인을 보내니까 딱히 문제는 없을려나..?



"........"



그런 뒤숭숭한 마음에 잠시 교수님과 눈을 마주친다.




은비단 처럼 곱지만

마치 낮잠을 자다 일어난듯 정돈되지 않고 흐트러진 머릿결과



푸른 사파이어 처럼 맑고 퉁명한 눈동자.



겉모습만 본다면 내 동생벌 정도 될 것 같은 여린 신체 나이에,



그냥 이렇게 보면 내 사촌 동생이라 해도 믿을 생김세지만


사실은 아득한 세월을 거치며 만물의 지식과 이치를 깨달은 현자라는 것이 세삼 신기한 분이었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 잘가."

덜컥

나는 교수님의 대답을 듣고 그녀의 연구실을 나서는데.


방금 그분은 투랄리아 헤르곤 본 티아스


흔히 '종신교수 투랄리아' 라고 불리신다.


교수님은 희귀종인 정령족이자 현재 이 학교에 유일하다고 볼 수 있는 창립 멤버 중 한명이신데.

역사가 몇 세기나 되는 이 뜻 깊은 배움의 장에 어떻게 창립 멤버가 아직도 존재 할 수가 있냐는 생각이 들겠지만은


정령족의 특성을 본다면 단번에 이해 할 수 있었다.


사실상 불로에 가까운 수명과 남다른 지혜,


별의 종족이라는 이명이 괜히 있는게 아닐 정도로 정령족의 수명과 지식의 농도는 그 어떤 종이라도 미개한 수준으로 만들어버린다.







성격은.... 방금도 보았듯 말 없이 무뚝뚝한 사람,



워낙 말 수도 적으시고 감정이란 것이 있긴 한 걸까, 의심이 들 정도로 항상 무표정인 분 이셨다.



설령 무언갈 말씀하시더라도 꼭 필요한 단어 단위로만 끊어서 말하니 듣는 입장으로선 갈 수록 답답한 입장에



한 술 더 떠서, 대화 자체를 하지 않으시려는 행동 탓에 아름다운 외모인 반해 인지도는 있으셔도 인기는 없으셨다.




애초에 누구와 말하는걸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고


또 말하는 횟수도 적다보니 오랜 시간 학교에 몸 담아온 학생이나 다른 교수님들 조차도 그 분이 어떤 분이신지 모르셨다.



워낙 정체가 베일에 쌓였다보니 여러 낭설들도 존재하는데.

사실 본체는 따로 있는 꼭두각시이다.

아니다, 환영이다 같이 시답잖은 소문이 나돌기도 한다.





띠링 ㅡ



그런 생각을 하며 걷던와중 울리는 알림음에 휴대폰을 확인하는데.





                                 트레스 웨스커



ㄴ 여, 오랜만이야.

ㄴ 요즘 잘 지내?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이름으로 문자가 와있었다.



                                                                    ㄴ 누구세요?



ㄴ 벌써 까먹은 거야? ㅋㅋ

ㄴ 나야 나, 5년 전 같은 XXX학교 다니지 않았어?


학교 동창이었던 걸까.


그런데 왠지 모르게 쌔한 느낌이 몰씬 풍겨왔다.


                         ㄴ 음... 그런데 무슨 일로 연락하셨어요?



ㄴ 아~ 다름이 아니라, 돈이 좀 급해서.

ㄴ 혹시 돈 좀 꿔줄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의심과 동시에 곧 바로 밝혀지는 속셈에 한탄이 흘러나온다.



         ㄴ 저도 요즘 신세가 어려워서 어려울 것 같습니다.



ㄴ 음....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미안.



그런 답장과 함께 더 이상 오지않는 메세지,


그저 대충 떠올린 변명거리로 한번 튕겨준 것 뿐 인데도 생각보다 쉽게 포기해 준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






"......."


정적이 깔린 고요한 연구실

어느정도 적응된 입장으로선 이런 침묵도 이젠 하나의 매력 같았다.


"으음....."


현재 시간은 점심대


"음...."

지금 내 앞에는 아담한 손으로 샌드위치를 베어 무는 교수님이 계셨다.



작은 입으로 최대한 크게 베어물며 하염 없이 우물거리시는데.


"......"


마치 애벌레가 잎사귀를 갉아 먹는 것만 같았다.

솔직히 표현이 그래서 그렇지 나름 칭찬이었다.


작은 체형의 자신과는 걸맞지 않는 큼직한 음식을 어떻게든 야금야금 드시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 왜?"

어이쿠, 너무 뚫어지게 쳐다 봤던 걸까.


살짝씩 눈치를 보다가도 너무 신경쓰이셨는지 입 안에 담긴 음식물을 목에 넘기자마자 내게 고개를 갸우뚱 거리셨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애써 눈길을 피하며 급히 발뺌을 하고


".... 알았어."


다행히 더 이상 의심 하시지 않으셔서, 실례되는 생각을 감출 수 있었다.


"그나저나..."


"밥.. 먹었어?"


그런데 교수님께선 대뜸 내게 식사 여부를 여쭤보셨고


"아니요? 오늘은 딱히 배가 안고파서, 걸렀는데요?"



나는 솔직히 있는 그대로를 말해주었는데.


".....?!"


내가 잘 못 본 걸까?

"그... 그래..?"


순간이었지만 교수님의 눈썹이 약간이나마 떨렸던 것 같았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대상이 워낙 무뚝뚝한 사람이다 보니 이런 미세한 움직임도 마냥 신기하게 받아들여지고,


"그렇다면..."

한편으론 정말로 내가 잘못 본게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 히던 그 순간 ㅡ



"교수님?"


"....... 먹어."


교수님께서 대체 무슨 바람이 부신건지 자신 먹던 샌드위치를 반으로 갈라, 내게 한쪽을 건내주신다.



"아? 괜찮아요..! 그걸 바라고 굶었다고 말한게 아니었어요!"

그리곤 뒷 늦게 의도를 깨닫고 애써 건내오는 손을 밀어내려하지만....



"먹으라고."


"읍 ㅡ?"


억지로 내 입안으로 음식을 쑤셔넣는 바람에 반 강제로 점심 식사를 해결하게 되었다.


"... 어때?"


이후 어쩔 수 없이 샌드위치를 한입 먹자, 그 소감을 물으시는데.


".... 맛있습니다."



굳이 부가 설명 없이 짧고 간결한 답변을 내놓았다.



"흐음, 그래?"



그러자 여전히 표정의 변화는 없으셨지만은 나름대로 만족하신건지, 다시금 식사를 이어나가신다.






◇◇◇






"제자."






옆에서 잡다한 업무를 보좌하던 중, 교수님께서 뜬금 없이 알록달록한 종잇 조각을 건내시길레 무엇인가 봤더니.


"이건 아쿠아리움 입장권이잖아요?"


이 동네에서 요즘 인기가 많다는 아쿠아리움 입장권이었다.



"주말,"



"시간 돼?"




그러자 마치 삼촌에게 기대를 품는 여동생 마냥 가녀린 눈빛으로 나를 간절히 쳐다보는데...



이거.. 설마..?


"그.... 혹시 저랑 가고 싶으신 건가요?"



혹시나 싶은 마음에 불명확한 목소리로 물음표를 던지지만.



"응."


"......"

뭘 의심하랴 일말의 고민도 없는 확답에 속으론 이마를 짚게 된다.

"그런데 왜 하필 저랑..."

"그나저나 꼭 저와 가야하나요?"

교수님의 뜻을 확인한 나는 은근슬쩍 거북한 분위기를 흘리며 조금씩 발뺌할 준비를 한다.


물론 주말에 시간이 없는건 아니고 따지고 보면 오히려 널널한 편이지만...



"싫어...?"


"아니.. 그건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학교 내에선 아쿠아리움에 대한 선입견 같은 것이 존재한 탓에 가기가 망설여졌다.


"보통 그런건 연인들끼리 가는 거라고요?"

바로 남녀 둘 이서 아쿠아리움에 간다는 건 곳 곧 연애 관계를 뜻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그냥 갔다간 괜한 의심을 받을 수도 있어요."

그런 암묵적인 인식 탓에 평소엔 아니다 하는 한 쌍들도 일부로 아쿠아리움에 가서, 무언의 증명을 해버리는 커플들도 여럿 존재했다.


"하지만 교수님과 저는 스승과 제자잖아요?"


"그러니까 ㅡ"


그래서 괜히 승낙을 했다가 이상한 의심을 받는건 피하고 싶었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거절하려는 그 순간...


꽈악...



"교수님...?"


투랄리아 교수님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건지 설명을 듣고도.... 아니, 오히려 설명을 들었기에 내 팔을 강하게 붙잡으시며



"가자."


아까보다도 더욱 확고한 어투로 내게 같이 갈 것을 제안한다.


"아니 그러니까, 제말 못 들으.. ㅡ"


"가자."




"교수님? 다시 한번 제 말을 ㅡ"



"가자."



"하아... 그러니까 제가 다시 설ㅁ...."





"가자고"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찾으려하지만... 갈수록 강해지는 어투와 순간 무표정에서 흘러나오는 강한 살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버리고 만다.



".... 좋아."



마지못해 승낙을 해버리자, 불길해지던 검은 기운이 옅어지며 다시금 내가 봐오던 무감정한 태도로 돌아오신다.





"후우...."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은... 뒤질 뻔 했네...


공기에 압력이 실릴려던 찰나에 풀어진 분위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순간이었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화감에 진땀을 빼버리고 만다.




그리고



".....♪"


이내 교수님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시는데.


아까와는 다르게 생동감이 넘치는 눈시울과

아주 약간이지만 올라간 입꼬리,





겉보기엔 늘 평소 같은 무표정이었지만은 조금 지내다보니 이젠 어느정도 이런 미세한 변화를 눈치 챌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나와 함께 가는 것이 그리도 즐거운 것일까....




아직도 진짜 속내는 알 수 없었다.











◇◇◇






"으아... 피곤하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만끽하는 침대의 푸근함은 말로 표현 못할 편안함을 선사해 주었다.



"으음...."



넝실 거리는 파도 마냥 몰려오는 졸음에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오늘은 이대로 자버릴까, 본성과 이성이 씨름을 하려던 찰나에




띠링 ㅡ



반쯤 의식이 몽롱해진 순간에 찾아온 휴대폰 벨소리 


"아아... 누구야.."

그리 좋지 못한 타이밍에 입 안에 짜증을 머금곤 대상을 확인한다.



                                투랄리아 교수님




ㄴ 제자

ㄴ 이번 주말

ㄴ 아침 10시





"뭐야, 교수님이었잖아?"


허나 절대 분노가 향해선 안될 대상에 가까스로 불편불만을 삭히며 답변을 입력하려던 그 순간...




띠링 ㅡ


다시 한번 울리는 알림음에 이번에는 다른 대상에게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트레스 웨스커



ㄴ 야, 다시 연락해서 미안한데


ㄴ 역시 어떻게 좀 땡겨줄 수 없을까?





확인해 보니 아까 낮에 연락왔던 질 나빠 보이는 동창에게 다시 문자가 와있었다.



"아이 씨... 졸려 죽겠는데..."



안 그래도 불쾌한 순간에 또 다시 염치 없는 내용으로 연락이 오니, 엄한 분노까지도 그에게 향해버린다.






                                                           ㄴ 정말 끈질기네...

                         ㄴ 솔직하게 싫다고 말해야 알아 듣겠어?

                                            ㄴ 이제 연락하지마, 제발 좀.




그래서 다소 험한 말투로 선을 긋고 휴대폰 화면을 꺼버린다.





"아 몰라, 그냥 자야지..."

교수님에게 답장을 드려야 된다는걸 깜빡했지만 민폐를 상대라느라 진이 빠져버렸고


이대로 한 숨 자고 그냥 내일 해버리자는 무책임한 경우를 채택하며 눈을 감아버린다.








......





"하암...."


자연스레 눈이 떠지고, 나를 반기는 것은 다소 개운함이 남아있는 의식과 피부를 두드리는 아침 햇살이었다.





"하아...."


그래도 아직 잠이 덜깬 상태인지라 어영부영 이불을 거둬내고 휴대폰 시간을 확인하려는데...



"어..?!!"



방금 말했던 모든 졸음들이 단번에 날아가고 순식간에 의식이 각성한다.




"무.. 문자가 왜 이리..."


그건 바로 내가 자던 사이 남겨진 수 많은 부재중과 메세지,


"2... 200통..?"


전부 한 사람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꿀꺽 ㅡ



마른 침을 삼키며 그 대상을 확인하는데....



"교.. 교수님?!"

그 대상은 다름 아닌 투랄리아 교수님....


대체 무슨 일로 이리도 많이 그리고 다급하게 연락하신건지 궁금했지만...




                              투랄리아 교수님




ㄴ 제자

ㄴ 이번 주말

ㄴ 아침 10시


                                                           ㄴ 정말 끈질기네...

                         ㄴ 솔직하게 싫다고 말해야 알아 듣겠어?

                                            ㄴ 이제 연락하지마, 제발 좀.





"아...."

난 그 이유를 금방 알아버리고 말았다.



다름 아닌 어제... 메세지를 잘 못 보내버렸다.





"조됐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소름인건 그 이후, 교수님의 반응인데...



ㄴ 응?

ㄴ제자...

ㄴ 무슨 일?


○부재중


ㄴ 말해줘...

ㄴ 이유

ㄴ 알려줘....



○ 부재중




ㄴ 어째서...


ㄴ 왜...


ㄴ 장난..?

○ 부재중 

○ 부재중


ㄴ 설마... 진짜..?

ㄴ 아니지?


ㄴ 왜.. 어째서... 


ㄴ 이제와서....




○ 부재중



처음엔 평소 처럼 짧막한 단어 단위로만 문자가 오게 되었지만....






ㄴ 왜 나를 싫어하는 거야..?


ㄴ 단지 말투나 분위기 때문에..?


ㄴ 아니면 평소에 쌓인게 있었던 거야??



갈수록 특유의 말버릇을 상실해버리더니....



ㄴ 싫어.. 날 싫어하지 말아줘...


ㄴ 지금까지 많이 답답했지? 내가 미안해...


ㄴ 아쿠아리움도 강제로 가자고 하고, 내가 미쳤지... 정말 잘 못했어.


ㄴ 내가 이렇게 빌게, 응? 이제 그만 용서해주면 안돼?


ㄴ ....


ㄴ 나 지금 너무 슬퍼, 울고 있어 제자.


ㄴ 그러니까 제발... 더 이상 상처 입게 하지 말아줘...


ㄴ이젠 더 이상 짧게 대답하지도 않고 정성들여서 말하고 


ㄴ 감정표현 확실히 하고


ㄴ 또... 뭘 강제로 시키지도 않을 테니까.... 응..?



○ 부재중



ㄴ 싫어.. 


ㄴ 내가 원하는건 이런게 아니야...

ㄴ 이런 감정 몰라.. 어째서...

ㄴ 괴로워... 

ㄴ 제자... 난 그저... 너가 좋아서 그런건데...

ㄴ 단지 곁에 있고 싶어서 그런거였는데...

ㄴ 정말 미안해....



이젠 확실히 완성된 문장에 정말 교수님이 작성하신게 맞는걸까 의심이 들기도 했다.



"이거.. 지금 뭔가 잘 못되도 대단히 잘 못 됐어..."





허나 지금 그런 감상 따위 할 시간은 없었고

너무 늦어버린 것 같지만 지금이라도 변명을 하려던 그 순간,


쿵!


"윽?!"


메세지가 읽음 표시로 바뀌자마자 자취방의 문이 과격히 열려버린다.



"교.. 교수님?!"


그리고 강한 후광빛에 눈부심을 등지며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투랄리아 교수님...



"흑.. 흑...."


그리고 살아생전 처음으로 무표정이 아닌 얼굴을 보게 되었다.

자식을 여인 부모의 서글픔이 저런 느낌일까?


눈가엔 오열한 눈물 자국이 그대로 남겨져 있었고


지금도 훌쩍이는 얼굴과 흐느끼는 숨소리 ㅡ




'아니.. 잠깐... 지금 그것보다도...'


하지만 중요한건 따로 있었다.


"교.. 교수님? 어떻게 문을 여셨어요?"

"그.. 그리고 제 자취방 위치를 알려드린적 있었나요..?"

그녀는 어떻게 내 방을 알고 들어온 것 일까...



"제자..!"


"으윽?!"


허나 그런 의문에 답변을 얻을 틈도 없이, 교수님의 몸이 튀어오르더니 그대로 내 품 안으로 달려들으셨다.




"미안.. 내가 잘 못했어."

"내가 이렇게 빌게, 응?"

"용서해줘...!"


서럽게 울부짖으며 내게 애원하고 또 절망에 일그러진 눈빛으로 나를 애처롭게 쳐다보는데.



이질적인 분위기가 어찌나 심한지, 혹시 다른 영혼이 깃들어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 마저 들 정도였다.



"네? 그게 무슨...!"





"어제 문자 봤어."

"내가 그렇게 싫었어?"

"그렇다면 미안해...! 너가 원한다면 머리도 박고 절도 하고 싹싹 빌면서 뭐든 할테니까...! 응..?"


절박함에 쏟아져나오는 비장한 말투에 정신이 아찔 해 지면서도



"그거..  문자 잘못 보낸건데요?"

일단 급한대로 진실을 말하는데...


"에....?"


그 순간 처절했던 그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식혀지고 말았다.



"봐바요! 모르는 동창이 계속 돈을 빌려달라길레, 원래였다면 이 사람한테 저 메세지를 보낼려고 했어요!"


그래도 일단 내 의견을 뒷 받침 해주듯 동창과의 채팅 내역을 당돌히 보여주는데....



"......."


그러자 급격히 말을 잃어버리시는 교수님....

".... 그래..?"

또 어느센가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

하지만 지금까지 행동들이 부끄러웠는지 두 뺨은 앵두빛으로 붉게 물들여져 있었으며



"우우...."



입술 역시 입꼬리가 축 쳐져있었다.




"....."


그 뒤로 말 없이 일어나신 교수님은...




찰칵 ㅡ!



"엥..?"


그냥 가주시나 싶었는데 갑자기 자취방의 문을 잠가버리신다.



"나,"

"화났어."


"위로..."

"받을거야."


그리곤 말 수가 적은 익숙한 말버릇으로 돌아오시더니...



다시금 내 위로 올라타며

".. 교수님?!"

갑자기...... 바지를 벗길려 하신다.


"자.. 잠깐만요...!?"

"갑자기 옷은 왜...!"

너무 느닷 없고 또 극적인 전개에 그 물음을 구할려 했지만.



"......."


그녀는 다시 평소 묵묵한 태도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꿋꿋히 해내간다.



"제자."

"괘씸해."

"벌..."

그녀는 마치 내게 대가를 치루게 할 생각인듯 계속해서 자유를 억압하는데.



솔직히 문자를 잘못 보낸 내 잘못도 있으나.


그거랑 지금 내가 탈의를 당하고 있는 거랑은  도대체 무슨 상관인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으윽...! 잠시만요...?!!"


그래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동정의 위험에 사력을 다하며 방어선을 지켜내려고 했지만은...




".... 부질 없어."


그녀는 중력 마법으로 내 팔 다리를 묶어버린다.

"으아?!!"

마치 몆십키로 짜리 수갑이 채워진 감각....



"큭...!?"


그대로 대자로 묶여진 나는 더 이상 저항 할 수 없어, 맥 없이 옷이 뜯겨져 나갔고


알 몸이 되버린 신체에 수치심이 스멀스멀 올라오려는데.


"괜찮아."


그녀는 여전히 무표정하지만 그 내면에는 색욕과 독점욕 등, 

여러 추잡함이 혼합된 감정으로 나를 노려 보고 있었다.



"임신 할 때 까지만 할게."




그러곤 한 가지 공약을 내걸며 나를 안심시키려 하지만은...



"교.. 교수님? 정령족과 인족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날 확률은 1% 대인거... 아시죠...?"






"...... 후훗."

이내 고혹적인 미소와 함께 ㅡ

"알아..♡"


사실 그 공약이 희망이 아닌 일종의 사형 선고 였다는걸 깨닫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