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오 노아





13시 24분 38초, 샬레의 선생님이 업무 진행을 중지하고 질문하였다. 


"노아.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 


"네, 선생님. 언제든지요." 


"노아는 기억력이 좋지 않아?" 

당신에 관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기억해. 

"한 번 본 것은 잊지 않기는 해요." 


"그럼 혹시 순간순간에 느낀 감정같은 것들도 기억하는 거야?" 

글쎄. 적어도 하나만큼은 기억하고 있어. 

"후후...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내 추측이긴 하지만, 당시의 감정을 유발한 요소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다면 다시금 기억을 통해 그 감정을 거의 그대로 불러오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맞아요. 지금 이 순간도 당신에게 사랑에 빠지고 있어요. 

"합리적인 추론이네요. 그렇지만 아무리 기억력이 좋아도 실제와 완벽히 동일하게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답니다?" 

하지만 당신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싶어. 

"그런가...그래도 정말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많이 불편했을 것 같네. 부정적인 감정도 계속해서 떠오른다는 얘기잖아?" 

아니, 축복이야. 어느 때에나 당신이 선명하니까. 

"과연...그것도 일리가 있는 이야기네요. 참고가 되었습니다." 


13시 28분 23초, 당신 샬레의 선생님이 질의응답을 마치고 업무를 속행하였다. 





늦은 밤, 평소처럼 업무를 진행하던 도중 히나로부터 모모톡이 왔다. 


-선생님 -지금 만나러 가도 될까? 

-조금 힘들어서 


또 선도부의 업무로 스트레스가 쌓인 건가? 

에덴 조약 사건 이후로 히나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이렇게 상담을 요청하곤 한다. 

학생의 멘탈 케어도 내가 해야 할 일이니 수락의 메세지를 보내자, 바로 응답이 왔다. 


-바로 갈게 


짧은 대화를 마치고 다시 업무에 집중하고 있자 발걸음 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느껴졌다. 


"선생님..."


"왔어?"


일어나서 히나를 맞이하려 하니 무언갈 할 새도 없이 히나가 안겨왔다. 


"응..." 


히나와 원래부터 이런 관계인 것은 아니었다. 

게헨나의 선도부장이라는 위치는 결코 가볍지 않으니만큼 선생으로서 스트레스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다보니 이렇게 사적으로 만나는 일이 잦아졌고, 그 과정에서 점차 신체 접촉이 늘다가 이렇게 대놓고 안겨오는 지경이 됐다. 

그래도 어른스럽고 성숙한 학생인데다 별다른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는 것은 아니라 이쪽에선 별 말 없이 마주안아주곤 한다. 


"오늘은 좀 힘들었나보네." 


"응...그게..." 


서로의 허리에 상대의 팔이 감긴 채로 히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게헨나 특유의 끊이지 않는 사고라던가, 그 와중에 실질적인 학생회장인 마코토와 마찰을 빚는다던가... 

적당히 받아주며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도중, 다른 학생이 찾아왔다. 

큰일이다. 

지금 이 모습을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건 좋지 않은데. 


"히나 잠깐만..." 


히나에게 적당히 눈치를 주며 밀어내려고 했지만 오히려 히나는 더 엉켜붙어 이젠 내 품에 얼굴을 묻기까지 한다. 


"선생님, 잠깐 시간 괜찮을까...요...?" 


아 늦었다. 


"...선생님?" 


"아...그게..." 


학생과의 부적절한 관계. 

비록 안아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일은 없었다지만 분명 다른 누군가는 문제를 제기할법도 하다. 


"노아! 그게..." 


최소한의 해명을 하려던 순간, 노아의 시선이 조금 밑으로 가있다는 걸 깨달았다. 

히나도 시선을 느낀 것인지 조금은 팔을 풀되 안긴 그대로 얼굴을 돌려 노아를 마주보았다. 


"...세미나의 서기인가." 


"지금 이게 무슨 짓이죠?" 


노아가 날선 말투로 히나를 쏘아붙였다. 

히나는 그저 가만히 노아를 바라볼 뿐이었지만, 물러날 기색이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얘들아 잠시..." 


"얘기는 나중에. 게헨나의 선도부장. 선생님에게서 떨어지세요." 


"..." 


"떨어져." 


히나는 조용히 날 놓아주었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다.

특히 노아는 무표정이면서도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거무죽죽한 분위기를 풍긴다. 

학생들끼리 싸우기 전에 비난의 화살을 내게 돌리고자, 입을 열었다. 


"아니야 노아. 히나에겐 잘못 없어. 잠시 외로워서 내가 부른거야. 히나에게 그러지 마." 


히나에게 쭉 달라붙어있던 노아의 시선이 내게로 옮겨온다. 

마주친 눈동자는 동공이 커져있고, 깜빡임조차 없다. 


"히나. 미안해. 지금은 노아랑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돌아가줄래?" 


"흥...알았어." 


문을 나서던 히나는 이내 노아에게 다가가 무언갈 속삭이곤 떠났다. 

"봤지? 방해는 네가 하는거야." 

조마조마하게 쳐다봤지만 다행히 별 일은 없는 것 같다.


"선생님."


노아가 나를 부르는 말투엔 낯선 단호함이 느껴져, 왜인지 나라는 피고인에게 판결을 내리는 판사와도 같았다.


"외롭다고 하셨나요?"


"응 그래..."


"그럼 저는 어떠신가요?"

"ㅁ...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으로 생긴 당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노아가 또다시 뜻밖의 행동을 개시했다.


"노아 너..."


훅 풍겨오는 노아의 향기.
익숙하지만 이렇게 짙게 맡아본적은 없는 체향에 노아가 내게 안겨왔음을 깨달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서 다른 여자의 냄새가 난다는 건 정말, 정말이지 끔찍하네요. 어떤 시를 써도 이 감정을 담아내진 못할 것 같아요."


갑작스러운 사랑 고백.

나를 이성적으로 보는 학생도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노아가? 나를?


"그게 무슨..."


"선생님. 언젠가 제게 물어보셨죠. 감정을 기억할 수 있냐고? 네 맞아요. 저는 적어도 당신에 대해서라면 기억해요. 전부. 거짓말해서 미안해요. 그런데 이게 무슨 말인지 아시겠나요? 제가 당신에게 느낀 감정은 희석되지 않은 채로 영원히 남는다는 거에요. 마치 호박에 박제된 생물처럼요. 아니, 아니지. 그보다 더할지도 모르겠네요. 그야 당신을 볼 때마다 당신에게 매번 새로 반하게 되니까요. 제가 품은 사랑은 영원해요. 절대 잊히지가 않는다고요. 상황에 따라 변할지도 모르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저는! 오직 저만! 영원하다는 거에요. 그런데 왜 당신은 다른 곳에만 눈길을 주나요? 저는 안되는 건가요? 당신이 아무리 그년을 아니, 그녀를 사랑한다고 해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녀가 가지는 감정이 처음과 같을까요? 어이없는 일로 허무하게도 당신에 대한 사랑이 사라져버릴거라곤 생각하지 않나요? 당신이 사랑하는 누군가가 정말 당신만을 바라본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 어떻게요? 이렇게까지 말해도 당신이 바라보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아직도 모르겠나요? 저를 보세요. 저를. 당신을 위해 무엇이든 해드릴 수 있어요. 어제보다 점점 커지는 감정으로요. 아 그래도, 멀어져달라는 부탁은 하지 말아주세요? 곧바로 제 자신에게 총구를 겨눠 헤일로가 기능을 멈출 때까지 방아쇠를 당길 테니까요. 헤일로 파괴 폭탄이라는 것도 있다죠? 진심이에요. 사실 방금 게헨나의 선도부장이 선생님을 안고 있었을 때에도 미치는 줄 알았어요. 어쩌면 이미 미쳐버린 것 같아요. 모두 당신, 당신이 내게 알려준 감정이에요. 사랑해요. 다른 누구에게도 주고싶지 않아요. 무엇을 해도 좋아요. 저를 선택해 주세요."


"노아..."


격양된 어조로 말을 하고선 숨이 벅차오른 그녀를 보며 느꼈다.

노아는 미쳤다.

나 때문에.

내가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에, 제대로 눈치채주지 못한 탓에.


"고민하고 계시네요. 제가 좀 도와드릴 필요가 있겠어요."


"읍...!"


노아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처음 보는 노아의 모습에서 느끼는 공포.

이 광기와도 같은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과 거절하는 것 중 무엇이 학생을 위한 길일지.

감정과 번뇌가 엉망진창으로 머리속을 휘젓던 중, 입안으로 알 수 없는 액체가 흘러들어왔다.

삼킨다는 인지도 없이 부드럽게 목 안을 넘어가, 뱉을 생각조차도 할 수 없었다.


"큰 부작용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사야 특제 약이니까. 효능은...간단하게 말하자면 특정 부위의 혈류 조작이네요."


"설마..."


이내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신체가 반응하기 시작한다.


"후후...선생님. 준비가 빠르게도 끝났네요? 이 정도 속도면 선생님도 참고 계셨던 거죠?"


"난...선생..."


"아니죠. 지금은 남자와 여자잖아요? 저도 이렇게...찌걱 당신을 원하는걸요. 윤리니 도덕이니 학생들이니 같은 건 다 잊고, 즐겨봐요."







그 후로 노아는 거의 모든 순간에 나와 함께하게 되었다.

정신을 차려 노아를 떨쳐내려고도 해봤지만, 망설임 없이 제 배에 총구를 갖다대어 탄창이 빌 때까지 몇 발이고 총을 쏘아대는 것을 보고서는 그녀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다른 학생을 만날 약속을 잡는다고 해도 노아가 별 말을 하지는 않지만 어느 때에나 그 자리엔 노아가 함께하고, 학생이 내게 스킨십을 하려는 낌새라도 보인다 싶으면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와선 내 얼굴을 붙잡아 입을 맞추고 혀를 섞는 모습을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다.



순애엔딩
그렇게 노아가 다른 학생들의 접촉을 차단하자, 졸업 후엔 자연스럽게 결혼하는 흐름으로 가게 되었다. 
실은 뜻하지 않은 아이가 생긴 것이 가장 크지만...
히나를 필두로 학생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결국 무사히 결혼식을 마치고 지금은 부부로서 지내는 중이다.

"노아. 나 갔다올게."

조금 늦잠을 자버리고 말아 허둥지둥 나가던 날 노아가 붙잡는다.

"이젠 여보라 부를 때도 된 것 같은데 말이에요. 그보다 잊은 게 있지 않아요?"

"어떤 거?"

노아가 다가와선 가볍게 입을 맞춘다.

"다녀와요. 학생들한테 덮쳐지지 않게 조심하고."

"하하...여보도 이젠 홀몸이 아니니깐 조심해."

"풉! 알았어요 다녀와요 당신!"

부푼 배를 안고서 배웅해주는 노아의 모습에, 오늘도 힘을 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런저런 고난은 많았더라도, 어쨌건 지금은 나와 노아, 그리고 태어날 우리의 아이가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영원토록.





하렘엔딩(성애묘사 존재, 매운맛)
그러나, 노아가 막더라도 한 번 학생을 여성으로 보기 시작하자 멈출 순 없었다.
노아에겐 개인 시간을 존중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그렇게 노아가 지켜보지 않는 동안 다른 학생들을 불러 관계를 맺었다.

"히나."

백허그를 한 채로 분위기가 괜찮을 때에 손을 천천히 히나의 가슴 쪽으로 올려 보았다.

"선생님...♥"

거부는 커녕 오히려 애타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아 그대로 끝까지 갔다.



"으헤~선생 그렇게는 안봤는데 이런 몸에 욕정하는거야?"

의연한 척 하지만 면적이 적은 수영복을 입어 드러난 호시노의 배를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젖어들어가는 것이 훤히 보인다.

"그러면 안돼?"

"선생이라면, 괜찮아."



"하고 싶어? 이런 몸으론 아무 의미도 없을텐데..."

미사키는 정작 이렇게 말하면서 한 번 하고 나니 연락을 엄청나게 보내기 시작했다.



노아가 찾아오는 시간엔 노아를 덮치곤 한다.

"아♥...선생니임...♥"

노아가 질투를 하지 않도록.
버려졌다고 생각해 제 목숨을 끊으려 하지는 않도록.
언제나와 같이 그녀에게 내 욕망을 잔뜩 분출하고 나면, 묘한 말을 해오기도 한다.

"선생님, 다른 여...학생들과의 만남을 줄여주실 순 없을까요?"

"응? 난 선생이니까, 그건 어렵지 않을까? 노아라면 이해해 줄거지? 부탁할게."

"...네 선생님. 선생님이 원하신다면."

명석한 노아라면 진작에 눈치챘겠지.
내가 다른 학생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걸.

"그래도, 제게 돌아와주실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아는 나를 놓지 못한다.
여전히 사랑하기 때문에.

"응. 물론이야."

제 자신도 확신할 수 없는 말을 내뱉고선, 이내 노아와 같이 잠에 든다.
즐거운 생활은 계속될 것이다.
언제까지나.





원래 쓰려던거: 역NTR, 패배자위 주의

-선생님

-괜찮아?

-그 날부터 연락이 뜸해서...

-요즘에 이상한 소문 도는거도 다 거짓말이지?


히나로부터의 모모톡.

분명 노아도 보았을 터다.

그 때의 사건에 연관이 있는 학생인 만큼 불쾌한 반응이라도 하지 않을까 싶었건만.

되려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말을 꺼내왔다.


"좋은 기회네요."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두렵다.


"말씀드렸죠? 저만이 영원한 사랑을 보낼 수 있다고. 증명할게요."




"하아...읏...좋아요...선생님..."


노아가 나의 위에서 허리를 흔든다.

학생들을 위한 공간인 샬레가 체액에 더럽혀진다.


"서...선생...님..."


그 광경을 옆에서 보는 히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는 눈물만을 흘린다.

전부 내 탓이야.


"하으...히나...양...흐읏♥ 말씀드릴 게...읏...있어요."


노아는 잠시 흔들던 허리를 멈추곤 말을 이었다.

제 배에 조심스레 손을 올리곤...설마?


"이 안에 선생님의 아이가 있어요."


"아...아아..."


"후훗, 매일 제 안을 가득 채워주셨으니 당연한 일이라고요?"


"좋은 소식도 전해드렸으니, 다시 시작할까요?"


샬레엔 한동안 짐승의 울부짖음과도 같은 통곡과, 그에 대조되는 교성이 이어졌다.




우시오 노아는 이윽고 키보토스에서 자취를 감췄다.

밀레니엄 학원 측에는 우시오 노아의 자퇴 신청서가 왔고, 노아와 친분이 있던 몇몇 학생들이 개인적으로 조사에 나섰으나 이내 하나같이 복잡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돌아올 뿐이었다.


게헨나의 선도부장 소라사키 히나는, 졸업 이후로 행적이 묘연해졌다.

의문은 있었으나 게헨나 특유의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에 금새 묻혀 이제는 전 선도부장의 이름이 나오는 일은 없다.







은발 자안의 소녀가 은발 자안인 아기를 안는다.

차이점이라면, 소녀에겐 뿔이 있고 아기에겐 없다는 것이다.


"아 히나, 애 보고 있었어?"


"응, 선생님."


"...늘 고마워."


"아냐, 선생님과 나의 아이인걸..."


"..."


남자는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괴로운 듯 이야기를 꺼냈다.


"난 이제 노아를 보러 가보려고."


"응, 아이도 재웠으니까 같이 갈게."


"그래..."


남자는 무언가 마음에 들진 않는 기색이지만 수긍한 듯 조용히 길을 나선다.

그러자 소녀도 아기를 침대에 조심스레 눕히곤 남자를 따라 어디론가 향한다.


"왔어요 당신?♥"


"응. 히나는 오늘도 보고 싶다는데...괜찮을까?"


"아핫! 보는 것 쯤이야 허락해 드리죠!"


이내 남자와 여자는 나신이 되고, 그 둘과 떨어진 소녀는 제 손을 아래로 가져간다.

각자의 방식으로 찾은 행복은 계속될 것이다.

영원히.






기괴한 걸 써내려버리고 말았음.

호불호 갈릴 요소가 너무나도 큰데다 잠결에 제정신 아닌채로 써서 퀄리티도 좀 조악하다 싶음...리메이크라도 해야하나 싶고.

아무튼 행?복?하다면 된거라고 생각해...

솔직히 비추폭탄을 맞아도 할 말이 없는 내용인지라 올리기 무섭긴 함.

그래도 피드백은 환영해!





추가

내가 쓴 글 읽다가 뒤늦게 알았는데 일부분 두번 써지거나 접기기능 갖고놀다가 미처 못지운 부분 그대로 남아있는거 보고 수정함.

말해주지 그랬어!!!!! 나 부끄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