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의 얀순이가 보고싶다 1편

초나라에게 초연의 친정소식이 알려지자 얼마전의 대승리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다시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공자 규는 전하를 알현하십시요”

“오 나의 아들, 어서오라.”

초왕이 규를 환대했다.


“전하, 소식은 들었습니다. 다시 전쟁입니까?”

“그러하다. 어찌하면 좋겠느냐?”

“맡겨주십시요. 소신이 막겠나이다. 단 청이 있습니다.“

”말해보라.“

”전하 이러이러 해주시면....“

”알겠다. 그리하겠다.“

규는 왕과 독대 후 군을 정비하고 초연의 진격에 맞서 나아갔다.


한편 초연의 진영

“그래. 이번에도 공자인가.”

“그러하옵니다 전하”


초연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공자, 오랜만에 보는군요. 하지만 나에게 패배를 주었으니 그 빚은 갚아드리리다.’


규는 이번에도 성신과 함께하였다.

”대장군께서는 여기서 서쪽 10리쪽 산성에서 적을 맞으십시오“

”예 공자.“

저번의 전투에서 큰 위험에 처해 군을 망칠뻔 했으나 오히려 보고에서 규가 성신의 양동으로 성공했노라는 장계를 올리니 성신은 부끄러움을 느껴 그 뒤로 규의 말에 토를 달지 않게 되었다.


성신이 산쪽에 진을 치자 이번에는 전군에게 명했다.

”전군은 성 주변 3리까지 물로 진창을 만들어라. 서둘러라!“


초연이 도착하자 주변을 모두 정리한 규는 작은 성안에서 적을 맞이했다.


”공자가 머리를 썼군.“

초연이 씁쓸하게 웃었다.

”전하 고작 작은 성입니다 공격하시지요.“

초연이 고개를 저었다.


”잘보게. 우리군은 주력이 전차와 기병이오. 저들은 활을 잘쏘기로 유명하지. 규가 주변의 땅을 어찌해놓았는지 안보이는가?”

“확실히 진흙탕입니다.”

“이런지형에 기병은 돌격력을 상실하니 필패할거다.”


다른장수가 말했다.

“그럼 포위하시지요.”


“그것도 쉽지 않네.”

초연이 말했다.

“성 뒤편으로 강이 있고 강의 상류는 성신이 지키고 있으니 보급이 용이하고 만일 포위한다 해도 양면 협공의 위험이 크다.”

밀을 마친 초연은 탄식했다.

“공자, 그대가 나와 같은 편이면 얼마나 좋았을까!”


규도 초연의 진영과 군세에 감탄하고 있었다.

“저들의 기세가 불과 같고 군기가 잡혀있구나. 이곳에 도달한지 이틀만에 진영이 구축되다니. 거기에 일부러 작은성을 골라 끌어들이려했는데 유인에 걸려들지 않으니 쉽지 않겠구나.”


그렇게 몇주간 의미없는 대치가 이어지고 땅이 마르자 초연은 적을 도발해 보기로 했다.



염의 사신이 도착해 규에게 상자를 건냈다.

“그래서 이건?”

“염왕께서 그대에게 하사하신 물건이니 기쁘게 받으라.”

규가 상자를 열자 여인의 옷과 편지가 나왔다.


‘네놈이 사내라면 나와 싸울것이고 아니라면 그 옷을 입고 그대들 모두 거세하여 환관이 되는게 어떠한가?’


제장들은 격분하였다.

“이런 모욕을! 공자, 사신을 당장 참하시지요!”

규가 입을 가리고 생각하다 별안간 칼을 뽑고 화를 냈다.


“이 계집년이! 곱게 죽진 못하리라!”

사신을 쫒아낸 뒤 제장들과 회의를 시작했다.


“공자 어찌하시렵니까?”

“내 당장 저년을 찢어죽이고 싶으나 전하께선 전투를 윤허하지 않았으니 장계를 올려 청하겠다.”

그러고는 망루로 올라가 초연을 향해 말했다.


“형제와 어미를 죽이고 왕을 유폐시킨 악독한 반역자년이 이몸을 화나게 했겠다! 오냐, 내가 왕께 청해 네년과 결전을 벌이리라!”

화를 낸 규가 이번에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후우.... 크흠! 그대가 보낸 옷은 여기 있소이다. 그런데 말이오?”

규가 옷을 들고 말했다.


“남자에게 안겨본 적이 없는 숫처녀란게 과연 사실이구려. 남자 몸이 이렇게 작을리 없는데 말이오.”

초연의 제장들이 안색이 굳어졌다.


“그대는 쓸데없이 피에 미친 악귀가 되지말고 좋은 남자에게 시집가 여자의 기쁨을 아는게 먼저인거 같소만?”

규의 성희롱에 오히려 염나라 군사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흠... 크기는 그대가 입으면 딱인데 어떤가? 차라리 이 옷을 그대가 입고 나에게 오면 내가 그대에게 도원향을 보여주려는데 어떠한지?”

그리고는 외설적인 손짓으로 초연을 희롱하고 초나라 병사들도 호응하여 여왕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니 오히려 도발당한 쪽이 역전이 되고 말았다.


“놈이 나를 가지고 놀았구나.”

초연이 군영으로 돌아와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전하! 그래도 저들도 곧 싸움을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어명이오. 공자 규는 의미없는 병력소모를 하지말고 자리를 지켜라.”

“다시 전하께 말해주시오! 이런 모욕을 받고 싸우지 말라니요!“

”전하께선 뜻을 바꾸지 않는다 하셨습니다. 공자께선 그리 아십시요.“

“으으으으! 분하다!!! 초연 이년!”

분노한 채 연기하며 규는 속으로 웃고 있었다.



이 소식은 초연에게도 알려졌고 초연이 한숨을 쉬었다.

“하...미리 손을 써뒀군.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전하 이대로면 무의미한 손실만 늘어납니다..”


사절이 급히 뛰어들었다.

“급보! 오나라가 군대를 이끌고 우리 국경에서 무력시위 중입니다!”

초연이 씁쓸하게 웃었다.


“이걸 노렸구나 규공자... 우리가 최근 원정으로 주변국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알아. 전군은 퇴각준비를 하라.“

초연이 생각했다.


‘참으로...참으로 아깝구나... 규, 오늘 일은 잊지 않겠다.

꼭 그대를 내것으로 만들던...아니면 가지지 못하면 죽일 수밖에’


규 역시 후일을 근심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주변이 어수선하니 서로가 견제가 되지만, 곧 세력을 규합하여 내부 정리가 끝나면 이런 편법은 통하지 않겠지...”



초나라 내부에서는 규의 명성이 높아질 수록 그를 견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현 왕위계승권자인 왕세자 정은 그의 배 다른 동생을 질투할 수 밖에 없었다.

“서자놈이 이젠 기어오르는구나. 부군의 총애가 예전만 못하니 나의 자리가 위험할 수도....”


정 역시 군을 이끌어 약소국인 신나라를 정벌하는 공을 세웠으나 강대국인 염나라를 피해없이 막아낸 규 공자에 비할 것이 아니었으니 그가 전전긍긍하는 것도 당연했다.


정은 초왕에게 말했다.

“부왕! 지금이 염을 공격할 때입니다. 저에게 군을 맡기시면 저들에게 초나라의 힘을 보여주겠습니다!”

그러자 규가 반대했다.


“전하, 지금은 공격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 공자는 겁을 먹은 거요? 저들은 오와 전쟁을 일으켜 여기를 신경쓰지 못할텐데 어리석긴!”

규가 정에게 대답했다.


”염은 오나라와 전쟁을 하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장담하지?“

”오는 우리가 망하면 본인들이 고립되기에 시선만 끌어줄 뿐 결국 염을 막지 못함을 잘 압니다. 염 역시 그점을 알고있으니 지금은 힘을 비축해 오와 초, 두국가가 염을 견제해야할 때입니다.“


정이 비웃으며 말했다.

”서자놈이 요즘 공좀 세우더니 잘난척을 하는구나. 니말이 맞다면 지금 공격해서 염의 국력을 소모해야 하거늘!“

규가 다시 말했다.

”곧 겨울이 옵니다. 초와 염의 경계는 평야이니 땅이 굳으면 염의 기병과 전차가 날개를 달게되니 우리는 그들에게 이길 수 없습....“


”겁쟁이놈! 에잇 듣기 싫다! 부군께서는 지켜보시지요! 저놈대신 제가 염을 공격해 승전보를 가져다 드리지요!“

결국 군을 이끌고 염에게 선전포고를 하니 규는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소식이 들리자 초연은 한바탕 웃더니 곧 오나라를 견제할 병력 일부만 남긴 채 곧바로 출군명령을 내렸다.


“내가 규에게 전략으로 밀렸다고 철없는 초나라세자놈이 나를 업신여기는구나! 내 기쁘게 네놈의 도전을 받아들이마.”


그래도 지휘경험이 있던 정은 섣불리 공격을 하지 않았다.

방책을 세우고 진영을 구축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초연도 조금은 인정해 주었다. 그러나...


“규였다면 처음부터 평지에 진을 치지 않았을터. 아니 애초에 전쟁을 일으키지도 않았을 것이다. 초의 빈약한 기병대가 우리 병력의 돌격을 막을 수 있을지 보자.”


초영은 진영을 구축하지 않고 초나라 진영이 완성되기 전 그대로 전군을 돌격시키니 방진을 짤 시간이 없던 초나라 보병대가 염의 기병대를 막을 수 없었다.


“젠장!! 후퇴!”

보병위주의 초군이 기병위주의 염군을 막지 못하고 크게 패해 다시 국경근처의 작은 성에 의지 할 수밖에 없었다.


“크윽.... 일단 저놈들도 겨울이니 오래 머물지는 못하겠지. 분하지만 서자놈 처럼 이곳에서 농성할 수밖에.”


한편 초군이 패했다는 말을 듣고 급히 지도를 편 규는 정이 진을 친 모습을 보고는 경악하여 말했다.


“이런!!! 안된다! 어서 전령을 보내 그곳에서 빠져 나오라 전하게!!!”


마찬가지로 전술지도를 편 초연도 정을 비웃었다.

“나에게 같은 수법을 두번이나, 그것도 이렇게 허접하게 쓰면 안되지. 너무 한심하군. 재미없어.”


그리고는 기지개를 편 후 말했다.

“공자... 금방 다시 만나겠군요. 이번엔 어떻게 날 즐겁게 해 줄지 기대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