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kakuyomu.jp/works/16816927859192096822/episodes/16816927859192445433

1~3    I    4~7    I    8~11






### 12. 긁어 모이는 조각

"여어"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에요, 토와군"


평소의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오늘은 내가 늦게 도착해서 아야나와 슈가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세 명이 모였으니 언제나처럼 사이좋게 모여 등교길을 걷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느꼈던 감각의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알 수 있다. 가끔씩 아야나가 얽히면서 슈에게 느꼈던 감각, 그것은 아마 슈가 모르는 사이에 아야나를 빼앗은 것에 대한 우월감 같은 것일 것이다. 물론 진심으로 느낀 것은 아니겠지만, 토와가 무의식적으로 느꼈을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아야나는.....


"무슨 일이세요?"


시선을 느끼고 이쪽을 바라본다면 모를까, 이미 이쪽을 바라보고 있어서 시선이 마주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나를 보면서도 넘어지지 않고 걷고 있는 건 꽤나 능숙하지만, 무슨 일이 생긴 뒤에는 늦기 마련이니까.


"제대로 앞만 보고 가. 넘어져도 몰라?"

"후후. 괜찮아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고, 그렇게 되면 토와군이 안아줄 테니까요."


.... 뭐, 그 말이 맞긴 하지만.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아야나를 보고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어제 자기 전에 전화해서 얘기했었지. 아야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화를 걸었는데 순식간에 연결돼서 깜짝 놀랐어. 그러고 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끊으려는데 아야나가 아직 얘기하고 싶다고 하길래... 크흠, 그만하자. 이 몸은 아야나를 너무 좋아해서 멈출 수 없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아야나, 숙제는 다했어?"

"다했어요. 설마 슈군, 또 안 했어요?" 

"...... 보여주지 않을래?"

"...... 조금은 스스로 해야되잖아요?"

"알고 있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았다.

슈는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지만, 분명히 아야나의 기분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표정 등으로는 알기 어렵겠지만...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랑 얘기할 때와는 분명히 다르다. 예전에는 무기력한 눈빛이라고 느꼈는데, 그게 틀린 건 아닌 것 같다.


『저런 놈과 소꿉친구라니 싫어, 계속, 계속, 나는 저 녀석이 싫었어』


... 또 갑자기 울려 퍼진 말, 엄청난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목소리에 등골이 오싹해졌지만, 이 말 역시 잊지 않고 기억해두자.

세 사람이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학교에 다다르자 교문에서 학생회 주관의 인사 운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성실해 보이는 학생들의 중심에 서 있는 여성 - 학생회장인 혼조 이오리는 슈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안녕, 슈군. 오토나시 씨와... 유키시로 군이구나. 좋은 아침이야."


그 목소리에 각자 인사를 건네고 그냥 지나치려 했지만, 슈가 붙잡혔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귀찮다고 생각한 내가 걷기 시작하자, 아야나도 내 옆에 딱 붙어서 따라왔다.


"얘기가 길어질 것 같네."

"그렇네요. 둘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혼죠 씨, 술에 약하세요? "후후, 혼죠 씨의 약점을 알아버렸네요♪』


... 또 이러네, 그것도 왜 이렇게 모두 아야나같은 목소리지.

즐거운듯한 목소리와는 달리 어딘지 모르게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냉기를 지닌 분위기... 아야나를 뚫어져라 쳐다봐도 그녀의 모습은 평소와 다르지 않다. 시선이 마주치면 기쁜 듯이 환한 미소를 지어준다.


"자, 빨리 갈까요?"

"응"


신발장을 지나 계단을 오르려는 순간, 아야나를 부르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야나 씨!"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한 소녀가 발걸음을 재촉하며 달려오고 있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아야나의 지인이라는 것은 슈의 지인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그녀도 히로인 중 한 명이라는 것이다.


"마리, 무슨 일이야?"

"아야나 씨의 모습이 보여서 인사하러 왔어요!"


우치다 마리, 활기찬 성격의 보이시한 소녀이다. 어떤 경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 역시 이오리처럼 오사무를 짝사랑하는 소녀다.

...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게임의 주인공 보정은 대단하다.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여동생에게는 금지된 관계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의 사랑을 받고, 이오리와 마리에게는 순수한 호감을 받는다. 어머니와 여동생과의 관계가 성립되는 것은 게임 속에서만... 뭐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만약 슈가 이오리나 마리 중 어느 한쪽의 마음에 응할 수 있었다면 조금은 NTR 당하는 그런 결말이 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아야나의 마음이 슈에게 향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까.

아야나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던 마리는 나에게도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말하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유키시로 선배."

"...... 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 슈와 친하게 지낸다고 했지?"

"네. 슈 선배와는 자주 이야기해요. 이것도 아야나 씨 덕분이에요."

"그래?"


그렇게 묻자 아야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려주었다.


"친해진 것은 슈 씨와 마리 씨가 궁합이 좋았기 때문이겠지만, 만남의 계기는 제가 만든 것 같아요."


그건 몰랐네.

분명 슈의 독백에서 이오리와 만난 것은 아야나의 업무와 관련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알았지만, 마리에 관해서는 특별히 과거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다.


그렇다면 이오리와 마리가 슈를 만난 것은 아야나의 도움이 있었던 건가? 


슈의 성격이 조금 밝아진 것은 분명 이오리와 마리의 존재가 컸을 것이다. 지금까지 슈를 부정하던 사람들과는 달리, 그녀들은 진심으로 슈를 바라보고 그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 선배가 말했어요. 유키시로 선배는 히어로 같은 사람이라고. 잘 도와주웠다고요."

"그렇구나. 딱히 히어로가 되고 싶어서 그렇게 한 건 아닌데..."

"... 오오. 유키시로 선배, 혹시 성격까지 잘생긴 거에요?"

"나는 잘 모르겠어. 적어도 나도 슈처럼 고민하고 끙끙대는 사람은 아니야."

"아니, 대답하는 방식과 제스처가 잘생긴 사람의 그것인데..."


기뻐해라 토와, 후배가 너를 잘생겼다고 하잖아.... 크흠, 하지만 그거구나. 다정다감하고 솔직한 착한 아이야. 사람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추함이라고 할까... 그런 것을 조금도 느낄 수 없는 아이다. 이런 아이가 곁에 있으면 성격도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다.


"네. 토와군, 그리고 마리도 이제 교실에 가야지"

"아, 그렇군요! 그럼 아야나 씨, 유키시로 선배님 실례하겠습니다!"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는 마리가 달려갔다. 아, 선생님한테 복도 뛰지 말라고 혼나고 있네.


"활기찬 아이네."

"그래. 하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토와군을 영웅이라고 말한 건지 궁금하네요."

"그만해.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되니까."

"알겠어요. 그럼 갈까요."


이번에야말로 아야나와 함께 교실로 향했다.

아야나와 헤어져 자리에 앉아 적당히 교과서를 보며 시간을 때운다. 그러자 선생님이 오셔서 아침 조회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업이 시작되었다.

아직 첫 시간인데 벌써 책상에 엎드려 있는 사람도 있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친구들과 몰래 이야기하는 등... 좋든 나쁘든 늘 보는 광경이다. 그러던 중 나는 앞자리에 앉아 있는 아야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아침 생각난 아야나와의 행위, 그리고 그녀가 토와에게 했던 말.


『이제 저는 토와군의 것이군요.... 후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기쁜 마음이에요. 제가 토와군의 소유물이라면...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요?』


아야나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 늘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토와를 만났고, 그에게 반해 그를 위해 몸까지 바칠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을 가졌다. 당시 토와가 그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흘러간 것은 어쩌면 젊음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교감하는 순간 두 사람은 분명 행복했을 것이다. 서로가 간절히 원하던 사랑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 아야나에게는 이것이 결정타였을 것이다. 애매모호했던 자신을 토와의 것으로 인식하고, 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왜곡된 마음을 품게 되었다.


『싫어요... 토와군에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요.... 싫어요... 싫어요 주인님』


아무것도 아닌 말이라도, 내쫓는 듯한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에 그녀는 과도하게 두려워하며 토와에게 매달린다. 아마 그때 아야나가 나를 주인님이라고 불렀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관계가 토와와 아야나에게 행복이라고 할 수 있는 관계라면 좋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역시 왜곡된 관계로 보인다. 만약 아야나를 좋아한다면 좀 더 제대로 된 형태로 서로를 마주보고 마음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곳은 어때? 유키시로 토와.

 물어봤자 돌아오는 말 따위가 있을 리 없다.


"......?"


무의식적으로 문득 노트를 바라봤을 때, 나는 어떤 두 글자를 쓰고 있었다.


"......FD?"


갑자기 쓰여진 F와 D의 두 글자, 솔직히 나는 그 의미를 전혀 알 수 없었다.


"플로피 디스크인가?"


입 밖으로 내뱉었지만 도무지 이해가 안 돼서....? 아니 무슨 상관이겠냐. 이해가 안 되고 의문이 끊이지 않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이 글자를 기억해 두기로 한다. 왠지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안해요. 당신은 상관없이, 그냥 휘말렸을 뿐이야.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죠? 괜찮지 않나요? 왜냐면 지금 당신 기분 좋은듯이 웃고 있잖아요? 자, 조금만 더 그 몸을 사용하세요. 그러면 올 테니까. 당신이 좋아했던 그 남자애가...』


"으읏!?"


갑자기 심한 두통이 찾아왔다.

무심코 책상을 발로 차버릴 뻔 했지만, 어떻게든 참았다.


"야, 괜찮아?"


옆자리에 앉아있던 녀석이 이상함을 눈치채고 말을 걸었지만, 나는 곧 괜찮다고 대답했다. 잠시 후 두통은 가라앉았지만, 기분 나쁜 느낌은 여전했다.


메스꺼움까지는 아니더라도 허공에 붕 떠 있는 듯한 이상한 느낌, 나는 그 기분을 느끼면서도 한 가지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역시 나에게는 기억해야 할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고.






### 13. 마지막 조각

쉬는 시간이 되자 나는 바로 책상에 엎드렸다.

두통은 없지만 가슴에 남아있는 기분 나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직 하루의 절반도 끝나지 않았는데 이래서야 다음 시간이 걱정된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어떤 영상과 아야나의 목소리, 선명할 것 같으면서도 선명하지 않은 답답함이 뒤섞여 있는 현 상황에 짜증이 더해진다. 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다음 수업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얼굴을 들고 교과서를 꺼냈다.


『그녀를 나에게서 빼앗은 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


무심코 이마에 손을 댔다.

쉬는 시간이라 주위가 시끄러웠지만, 내 모습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도 있었다.


"야, 정말 괜찮아?"


좌석에 가까이 있는 아이사카.... 그리고


"토와군?왜 그래요....?"


아야나였다.

말을 걸기 전까지는 나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서 눈치채지 못했나 보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곳으로 고개를 들자 아이사카도 그렇고 아야나의 표정 변화가 더욱 두드러졌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어, 너!"

"보건실로 가요!"


둘이서 내 손을 잡으려 하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고 말하려다 말을 삼킨다. 확실히 이렇게 안 좋아 보이는 녀석이 있으면 오히려 수업에 집중할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반 아이들의 시선이 모였지만,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는 나는 그 말을 듣고 보건실로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사카군, 토와군은 제가 데려갈 테니 괜찮아요."

"아니, 하지만 남자의 도움이 있는 편이--"

"저 하나로 충분하니까요... 그렇죠?"

"예스맘!"


무언가에 겁을 먹은 듯 아이사카가 경례를 했다. 나한테는 아야나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었지만,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일까.


"아이사카군. 저는 조금 늦을지도 모르니 선생님께 말씀해 주실래요?"

"알겠습니다!"


... 정말 어떤 얼굴이었을까?

똑바로 서 있는 아이사카에게서 시선을 떼고, 나는 아야나에게 부축을 받으며 보건실로 향했다. 솔직히 여기까지 도와줄 정도로 움직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아야나는 기본적으로 내 말을 듣질 않는다.

실제로 그렇게 말하면 대답은 아마....


"아야나, 혼자도 괜찮은데?"

"안 돼요. 같이 가요."


예상대로의 대답, 그것도 즉각적인 대답이다.

절대 떨어지려 하지 않는 아야나에게 이끌려 보건실로 향했다. 선생님에게 증상을 말하고 감기인 줄 알고 열을 재보니 미열, 그렇다면 잠시 쉬고 가라는 말에 침대에 누웠다. 당연한 일이지만 책상에 엎드려 있는 것보다 편하다. 기분도 완화되고 서서히 졸음이 몰려온다.


"고마워, 아야나. 귀찮게 해줘서 미안해."

"아뇨. 민폐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토와군을 위해서라면 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자비심이 넘치는 말, 하지만 위태로움도 느껴지는 말에 나는 아야나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녀는 변함없이 다정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손을 뻗으면 아야나는 부드럽게 내 손을 잡아준다.... 사람은 몸이 안 좋을 때 정신적으로도 약해진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나는 아야나의 손을 잡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입을 움직였다.


"...... 아야나. 너는 행복해?"

"...... 네?"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야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토와군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해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는 듯한 미소였다.

아야나가 행복하다면 나도 기쁘다. 하지만... 그것은 토와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느끼는 행복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야나 자신이 가진 그녀만의 행복은 있는 것일까?


"...... 아야나 너의 행복은? 나를 빼고 생각해봐, 너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겠어?"

"그, 그건..."


안 돼. 벌써 눈꺼풀이 무겁다.

잠이 드는 그 순간까지 아야나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어떤 대답을 했는지 나는 그때 들을 수 없었다.






"...... 제 자신의 행복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토와군의 것... 토와군만의 것이에요. 토와군이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저의 행복이에요. 그래서... 괜찮지 않나요. 그게 제 삶의 의미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마음을 억누르고 복수를 하는 아야나를 보며 나는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는 것이 부럽다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힌 사람들에게 벌을 주는 모습이 멋지다거나, 아마 여러 가지 견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원래는 NTR 당하는 여주인공으로 그려진 그녀가 숨기고 있던 마음, 그것이 토와를 괴롭힌 사람들에 대한 증오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이렇게 말하긴 좀 그렇지만 나는 조금 흥분했다. 그것은 성적인 의미가 아니라 단순히 지금까지 없었던 형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야나가 걸어온 길, 그 복수의 길은 모두 토와를 위해서라는 의미 아래 이루어졌다. 토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이, 아야나는 그저 그것이 옳은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틀렸을지도 모르지만, 그 녀석들이 토와를 괴롭혔다는 사실이 아야나의 등을 떠밀었다.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니 더 이상 멈출 수 없었다.... 마지막까지 아야나는 복수를 멈추지 않았다.


『이것으로 끝났네요.... 후후, 자, 봐라』


비가 내리는 공원 한가운데서 아야나가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 공원은 아야나가 토와를 처음 만났던 곳, 그녀에게는 추억의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에 젖어서 그렇게 보였는지, 아니면 정말 그렇게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이 내게는 눈물로 보였다. 복수를 끝내고 허무감에 휩싸인 그녀의 무의식적인 눈물이 아닐까.

사람의 행복의 끝은 천차만별이지만... 과연 이대로 가면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아야나라면 분명 표정에는 드러내지 않을 것이고, 태도에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토와 곁에서 그를 끝까지 생각하며 살아갈 것이다.


"...... 나라면 뭘 할 수 있을까"


게임을 한 직후의 나는 계속 그런 생각을 했다.

토와는 끝까지 모르고, 아야나도 절대 깨닫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즉, 아야나만이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마음의 아픔을 미래에도 계속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수로 그 아픔이 사라질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지 모르지만....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나는 그 공원에 있던 아야나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 시간이 꽤 걸렸네, 아니 생각보다 짧았나?

이젠 괜찮아. 이제 잊을 수 있어.... 지금 다 기억났어!


"......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어두운 세상, 원래의 나는 보건실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던 중인가. 내 의지로 깨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그 순간, 이 공간에 나 아닌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기하네. 이렇게 내 얼굴을 보게 될 줄이야."

"......?"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 있던 것은 지난 며칠 동안 익숙해진 얼굴이었다.


"...... 토와?"


내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 그리고 방금 들었던 목소리는 분명 ...... 유키시로 토와의 것이었다.






### 14. 여기서부터 시작하기 위해서

눈앞에 서 있는 존재, 토와 앞에서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거울 앞에서 수없이 보았던 얼굴이지만, 이렇게 상대하면 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제대로 된 타인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 꿈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로서는 먼저 그에게 말해야 할 것이 있었다.


"미안해. 네 인생을..."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토와의 삶을 앗아간 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 나라는 의식이 들어갔기 때문에 토와의 의식이 사라진 것은 틀림없다. 그것에 대해서는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

토와가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넬지 내심 겁을 먹고 있던 나였지만, 토와가 내뱉은 말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그.. 사과는 필요 없어. 어떤 의미에서 네가 여기 있는 것은 내가 원했던 일이기도 하니까."

"......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여기 있는 것은 토와 자신이 원했던 것... 그렇게 그는 말했다. 무슨 말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에게 토와는 말을 이어갔다.


"모든 것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도 많았어. 그 중에서 내가 알게 된 건 아야나가 계속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는 거 였어. 내 앞에서는 평범하게 행동하다가도, 문득 음울한 표정을 짓는 거야.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도 말해주지 않았고, 그녀는 결국 끝까지 말해주지 않았어."


여러 가지로 단편적인 말이지만, 내 안에서 눈앞에 있는 토와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잘 살펴보면 지금의 내 모습보다 약간은 더 어른스러운 모습..... 이것은 이미 확실하다.


"...... 미래의 토와야?"


토와는 정답이란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리석게도 아야나의 마음의 어둠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녀에게 상처를 준 멍청한 나야."


주먹을 세게 쥐고 자신을 바보라고 토해내는 토와의 모습은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고개숙인 얼굴을 들어 올려 나를 바라보며 한 가지 소원을 말했다.


"나는 아마 마음속 어딘가에서 소원을 빌었던 것 같아. 아야나를 구해줄 존재, 그녀의 마음을 지켜줄 누군가를......."


즉, 그게 나였다는 뜻인가.

의도가 어떻든 간에, 어떤 의미에서 나와 토와의 소원이 일치한 순간이기도 한 것일까. 그 미래를 보고 어떻게든 하고 싶었던 나와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며 누구라도 좋으니 도와달라는 토와의 소원.

이야기를 들은 나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내가 토와가 된 사실이 있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지... 뭐, 게임 세계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서 이미 단언하곤 있지만 말이다.


"...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야나와 정면으로 대화하는 것뿐이니까."


"그래도 괜찮아. 나한테는 그것조차도 할 수 없었으니까."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좀 찝찝한 기분이 든다. 나는 토와에게 다가가서 탁 하고 머리를 쳤다.


"어이쿠!"

"짜증나는 표정 짓지 마! 뭔가 싫다고"


일방적으로 어떻게 해 달라고 하는 것도 피곤하니까. 게다가 지금은 아야나를 구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다른 문제라든가 상당히 귀찮은 일들이 남아 있다.


"슈 일도 있고, 가족 문제도 있고, 아야나 엄마랑 상대하는 것도 힘들어."

".... 그건.... 그래, 힘내라"

"남의 일이냐!"


... 이건 그거다. 결국 미래까지 아야나 엄마와의 관계는 꼬인 채로 남는 건가.


"... 내가 어떻게든 하고 싶었던 것은 아야나에 대한 거야. 만약 잘 정리되면 내 의식이 계속 남아있을지도 모르지만..."


내 소원은 어디까지나 미래를 좀 더 나은 형태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정해진 미래에 변화가 일어나서 소원이 이루어졌을 때, 나라는 존재가 변함없이 계속 남아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원래 있던 세상으로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좀 쓸쓸한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건 괜찮지 않을까. 너도 알고 있잖아? 영혼이 뒤섞여 있는 것을. 이 세상에 사는 너는 틀림없는 유키시로 토와야. 그 점은 이제 변하지 않을 것 같아. 그러니 네가 현 상황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 그렇구나. 하지만 결국 모든 뒷수습은 나에게 전부 떠넘기는 건가?"

"......."


그래, 그래, 이제야 알겠다.

치솟아 오르는 주먹을 어떻게든 억누른다. 하지만 결국 내가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그 부분이었다. 내 자신.... 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말해주니 조금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토와와의 묘한 만남, 이 시간도 끝이 다가오는지 어두웠던 공간에 빛이 들어온다.


"이별인가. 힘내라! 유키시로 토와"


힘내라... 자신과 같은 얼굴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면 할 수 밖에 없겠지.


"할 수 있는 만큼 해볼게!"


그런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이 공간에서 빠져나왔다.






".... 힘내, 그리고 제발 아야나를 구해줘."









무언가에 쫓기듯 눈을 떴다. 눈앞에 펼쳐진 보건실 특유의 하얗고, 은은하게 풍기는 약품 같은 냄새가 난다. 나는 상체를 일으켜 시계를 확인했다.


"...... 벌써 방과 후잖아."


아무래도 나는 꽤 오랜 시간 숙면을 취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누가 깨워줘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토록 안색이 안 좋아 보였으니 그대로 재운 것도 있겠지.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니 마침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어머, 일어났구나. ...... 그래, 얼굴색이 좋아졌네."

"아마 피곤이 쌓여있었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나보다 아야나 씨에게 감사해야지. 쉬는 시간마다 와 주었으니까"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보건실을 나온 나는 교실로 향했다. 가는 길에 같은 반 학생을 만나서 말을 걸었지만, 먼저 괜찮다고 말해주니 그쪽도 안심하는 듯했다.

가벼워진 몸은 만반의 상태, 빠른 걸음으로 교실로 향하니.... 단 한 사람, 남아있는 사람이 있었다.


"아, 토와군!"


남아 있던 사람은 아야나였다.

그녀는 쏜살같이 반가워하며 내게 달려왔다. 그 모습에 나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무래도 그 공간에서 토와가 전해준 말은 사실인 것 같다. 영혼이 섞인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토와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느낌이 있다.


"이제 괜찮아. 그리고 고마워 아야나. 쉬는 시간마다 찾아왔다면서?" 

"당연하죠. 하지만 ...... 정말 다행이에요. 이제 몸 상태도 좋아진 것 같네요."

"응, 딱 좋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기운을 북돋우자 아야나도 불안한 표정에서 벗어나 평소처럼 환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 그래. 이 미소다. 이 가면도 아닌 진짜 미소를 지키는거야)


앞으로 다가올 미래,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게임 스토리 그대로 될 것이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그렇게 될 거라는 확신이 내게 있었다. 이렇게 많은 것을 떠올리고, 토와와의 기억이 연결되었기 때문에 눈앞에 있는 이 아이를 지키고 싶다고 마음속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아야나. 방과 후, 같이 놀아줄 수 있어?"

"완전 괜찮아요. 지금부터요?"

"아니... 1시간 정도 후에 그 공원에서 어때?"

"알겠어요."


솔직히 말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아니 토와가 안고 있는 것들을 먼저 청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추억의 장소인 공원을 선택했다. 거기에는 분명 축구 골대도 놓여 있을 테니까.


"그럼 토와군, 이따 봐요."

"그래."


아야나와 헤어진 나는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한 나는 짐을 내려놓고 창고로 갔다. 엄마가 가끔 열어두기 때문인지 먼지는 그렇게 심하지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먼지를 날려보내면서 콜록콜록 기침을 하면서 원하는 물건을 찾아내었다.


"...... 야, 친구야. 너무 오래 내버려뒀네."


내가 꺼낸 것은 축구공, 토와가 아직 축구를 할 때 사용하던 공이다. 공을 들고 나는 핸드폰을 꺼내 어떤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마 전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일을 돕고 있을 테니 응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


몇 번의 통화음이 울리고 받자자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로 했다.


"미안해. 그때의 약속, 철회해도 될까?나는... 아야나가 좋아."


전화기 너머에서 숨을 헐떡이는 소리, 그리고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대답이 들려왔지만 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전원을 끄고 주머니에 넣고 아야나가 기다리는 공원으로 향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이봐, 토와, 영혼이 섞였다면 너도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 그럼 함께 노력하자. 그때부터 이어져 온 어정쩡한 관계를 끝내고, 진정한 의미에서 아야나와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신기하네. 긴장감 같은 건 전혀 없어.... 그럼 가볼까?"






### 15. 도달한 답

그 날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집에 있는 것도 심심해서 아는 아저씨네 오락실에 놀러 가려고 했다. 남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공을 차며 걷고 있는데, 문득 공원 안에서 한 소녀를 발견했다. 그 아이는 계속 엎드려서 울고 있었고, 나는 그런 아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혼자서 뭐하는 거야? 눈이 새빨게..』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든 너, 거기서부터 우리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때 일을 듣는다면, 어른스러운 아이라고 할까? 아, 괜찮아, 원하는 만큼 말해도.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말할 수 있어.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너를 좋아하고 있어.









내가 공원에 도착했을 때 아직 아야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토와가 된 후 이곳에 온 것은 처음이지만, 마치 내 일처럼 아야나와의 만남의 기억이 떠오른다. 여기서 그녀와의 만남으로 우리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아야나를 만나고, 슈를 만나고, 같이 놀고, 함께 지내며 .......

즐거운 추억만 있는 것이 아니라 힘든 일도 있었다.

사고를 당해 축구를 할 수 없게 되어 마음이 엉망이 되었을 때 슈가 아야나와의 사이를 응원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망설이다가 집을 방문한 아야나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팬 에디션에서도 그려졌지만, 분명 이 때 두 사람의 마음은 통하고 발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때 궁지에 몰린 토와의 모습이 아야나의 복수에 대한 마지막 한 걸음을 이끌어냈다.


"...... 그러니까 결판을 내야지."


지금까지 이어져 온 어정쩡한 관계, 그리고 아야나가 계속 짊어지고 있는 것들을 부정하기 위해 오늘 이곳에 그녀를 불렀다.

잠시 기다리자 목적의 인물인 아야나가 나타나 내 모습을 발견하곤 기쁜듯이 달려왔다.


"오래 기다렸나요?"


활짝 웃으며 내 곁에 서 있는 아야나에게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고마워, 아야나. 와 줘서."

"토와군이 부르면 어디든 갈게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마음이 따뜻해짐과 동시에 나는 생각했다 - 그래, 이 미소를 지켜야겠다고.

아야나의 눈을 바라보면 그녀도 똑바로 나를 바라본다. 그 눈빛에는 경계심 따위는 전혀 없고, 나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가 느껴졌다.

이제 말해주자, 그것이 오늘 내가 여기 있는 이유다.


"오늘은 아야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 우리의 앞날에 관한 중요한 거야."

"앞날 인가요? 음.... 혹시?"


순식간에 아야나의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확실히 이 말투라면... 그런 것일까. 고백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보다 먼저 청산해야 할 것이 있다. 그렇지? 토와?

내면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며 옅은 미소를 지었으나 곧 아야나에게로 집중을 되돌렸다.


"나는 계속 생각하고 있던 것이 있어. 혹시... 아야나가 본래 품지 않아도 되는 것, 그것을 계속 품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품지 않아도 되는 것..... 인가요?"


아야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그 대답을 말했다.


"내가 그때.... 병실에서 안고 있던 슬픔이나 증오를 말이야"

"앗!"


아야나의 표정 변화가 눈에 띄었다.

그래, 그럴 것 같다. 이것은 게임을 해본 나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아야나는 계속 토와가 알아채지 못한 증오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계속 품어왔던 결과, 토와가 모르는 곳에 한꺼번에 폭발하고 만다.


"그 모습이라면 틀리지 않았나?"

"..............."


아야나는 고개를 숙이고 내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그녀는 입을 열었다. 자신의 말에 격정을 담아.


"...... 안 가져도 되는 물건 같은 게 아니에요. 그건.... 그 사람들이 토와군에게 그런 심한 말을 한 거잖아요?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어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참을 수 있겠어요!"


절대 들을 수 없을 것 같던 아야나의 격정적인 말들. 그녀는 어깨로 숨을 몰아쉬며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눈빛은 고통스러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안아주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지만, 나는 어떻게든 멈춰섰다. 여기서 망설이면 안 된다. 그러면 나도 아야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테니까.


"... 미안해, 아야나"

"어............"

"지금까지 나는... 네가 그렇게 될 때까지 눈치채지 못했어. 네가 곁에 있는 행복에 빠져서 진짜 너를 보려고 하지 않았어"

"그, 그렇지 않아요! 토와 군은 계속 나를 봐주고 있었어요!"


아야나에게 그런 표정을 짓게 하는 시점에서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계속 어리광부리고 있었던 거다. 아야나가 곁에 있어 준다고 해서 혼자만 행복해져서 기분이 좋아진 것뿐이다. 아야나가 안고 있는 어둠을 모르고 들떠있던 인간, 그것이 지금의 나다.


"결국 나는 슈와 다를 바 없었어. 계속 너에게 어리광 부리고 있었어, 너의 상냥함에..."

"똑같은 게 아니야! 토와 군은 그 녀석과는 달라!


다르다고 고개를 흔드는 아야나의 모습을 보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 평소 내 곁에서 항상 미소를 지어주던 그녀는 여기 없다. 그저 내가 전하는 말을 계속 부정하는 소녀, 이 세상에서도 게임에서도 결코 볼 수 없었던 아야나의 모습.


"저, 토와군. 괜찮으니까... 그 사람들 일은 저에게 맡겨주세요. 절대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아마 아야나 자신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다. 그녀는 내 가슴에 이마를 대고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다. 절대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그 말을 들을 수 있는 나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아야나를 구하기 위해, 지금까지 그녀가 품고 있던 그 잘못된 결심을 부정해 주기 위해.


"아야나, 그런 짓을 할 필요는 없어."


내 말에 고개를 든 아야나의 눈은 왜 그런 말을 하냐고 말하는 듯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행복할 수 없으니까... 그것이야말로 아야나가 행복해질 수 없으니까.


"아야나. 나는 오늘.... 극복하려고 해, 그때 느꼈던 슬픔이나 미움이나, 여러 가지 것들을..."

"...... 네?"


눈을 동그랗게 뜨는 아야나에게서 떨어져, 나무 그늘에 숨겨둔 축구공을 손에 들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아야나가 눈을 크게 뜬다. 아마... 아니, 확실하다. 내가 이렇게 공을 만지는 것은 입원하고 나서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축구와 멀어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공을 들고 있는 내 모습에 아야나가 놀란 것이다.


"토..토와군?"


당황하는 아야나에게서 시선을 떼고, 나는 공을 땅에 놓고 발가락에 올려놓고 리프팅을 시작했다. 나 자신은 축구 경험은 별로 없지만, 역시 토와의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능숙하게 잘 해내고 있었다. 몸을 쓰는 어려운 동작은 하지 않고, 쉽게 발만으로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도록 컨트롤한다.


이렇게 리프팅을 하고 있자니 그때 아야나를 만났을 때의 장면이 떠오른다. 우울해하는 아야나를 위로해주고 싶어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때 보여준 아야나의 미소, 내가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그 미소를 나는 다시 보고 싶다.


"... 아.... 흑흑."


필사적으로 공을 다루고 있는 가운데, 곁눈질로 본 아야나는 울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보았다.


아야나가 웃어준 것을.


"아야나! 기억해? 이렇게 너를 웃게 만들려고 했던 거!"


그렇게 말하자 아야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주었다.


"물론이에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에요. 저와 토와군의 시간이 시작된.... 소중한 추억이니까요!"


그래, 거기서부터 우리의 시간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계속 지켜줄게...... 사랑하는 너와 함께 걸어갈 앞으로의 시간을!

나는 공을 내려놓고 축구 골대 앞에 섰다.


"아야나, 분명 그때 나는 슬펐고.... 원망도 했어. 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만 하냐고....."


토와가 느꼈던 분노와 슬픔은 내 마음이 되어 지금도 가슴 속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 괜찮아.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앞으로 나아갈 미래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아야나가 망가져가는 미래를 바꾸는 것만큼은 쉬운 일이라는 것을 이 세상에 알려주자.


"그래서 나는 이겨낼 거야. 그러니 아야나! 너도 과거에 얽매이지 말자고. 나는 이제 괜찮으니까. 네가 나 대신 짊어질 필요는 없어."


이 한 방으로 모든 것을 잊어버리자. 이제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끝이다.

발을 들어 올려 골대를 향해 힘껏 공을 찬다. 곧게 뻗은 공은 그대로 골대로 빨려 들어가며 '펑'하는 소리와 함께 골망을 흔들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느낌, 마치 오랫동안 따라다니던 무언가가 날아간 것 같은 청량감이다.


"...... 후우. 좋은 슛이네."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누군가 내 등에 안겨오는 충격을 느꼈다. 그대로 배에 팔이 감겼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놀랐지만, 당연히 누군지 알고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다.


"...... 더 이상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토와군의 모습.... 이렇게 기쁜 일이 없어요. 저는 정말...... 토와군이 축구하는 모습을 정말로 좋아했어요."


...... 나도 기억한다.

엄마와 나란히 메가폰을 들고 응원하던 아야나의 모습을.


"아야나"


손을 부드럽게 풀고 아야나를 향해 돌아서서, 힘껏 껴안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내 품에 있다는 사실, 그것이 이렇게 행복할 줄은 몰랐다.


"아까도 말했지만 난 이제 괜찮아. 이제 슬픈 일과는 작별을 고했으니까. 이제부터는 미래를 바라보며 걸어가려고"

"...... 미래를"

"아, 그래. 그래서...."


왜 이제 와서 이렇게 부끄러워지는 걸까.

아야나를 껴안으면서, 게다가 방금 전에 잊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말을 잔뜩 했잖아! 그럼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올려다보는 아야나의 눈을 바라보며 마음을 담아 말을 건넸다. 계속 전하고 싶었던 말, 어중간했던 관계를 끝내고 다시 한 번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 미래를 아야나도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어. 좋아해, 아야나!"

"...... 아"


그 때, 아야나와 관계를 가졌지만 결국은 휩쓸린 채로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좋아한다고 말하자 아야나는 얼굴을 숙여 아까처럼 내 가슴에 이마를 붙였다.


"토와 군은 신기한 사람이에요. 계속 제가 가지고 있던 것을 알아채고..... 다시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을 보여주고..... 그리고 제가 가장 원했던 말을 말해주었어요."


그리고 아야나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토와군, 저는 나쁜 여자에요. 그 사람들을 평생 후회하게 만들고 싶어서 소꿉친구의 마음을 알고 난 뒤에는 그 호의를 이용해서 복수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생각까지 했던 여자에요. 그리고 그런 생각조차도 토와군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가벼운 여자예요. 그런 저라도 토와 군은........"

"좋아한다. 어떤 너라도 내가 좋아하게 된 너야. 그래서 몇 번이고 말하지만 ...... 아야나, 너를 나는 좋아해."


이제 이 마음을 숨길 필요도 없고 숨길 필요도 없다.

아야나를 좋아한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


"...... 아, 정말 토와 군은.... 저도 전해도 될까요? 다시 한 번 이 마음을."


그렇게 아야나는 고개를 들었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은 멋진 미소를 지었다.


"저도 토와군을 좋아해요.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떠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좋아해요. 무거운 여자라고 생각해도 상관없어요, 그만큼 사랑해요."


처음 듣는 그 직설적인 말,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고, 그 부드러운 입술에 닿았다.

몇 초간 이어진 키스, 아쉬운 듯 얼굴을 떼어낸 우리는 서로에게 미소를 지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키스를 한다는 것은 어쩐지.... 행복하네"

"네. 정말..... 정말 행복해요."


일단 몸을 떼고 나와 아야나는 마주봤다.

순서가 조금 달라졌지만, 이것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야나, 나랑 사귀어 줄래? 언제까지나 계속."


그런 내 말에 아야나는........


"네. 언제까지나 계속, 저는 토와군 곁에 있을게요."


...... 아, 드디어, 드디어 진심이 통했구나.

안도하는 마음도 있고, 앞으로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불안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다. 이것도 역시 그녀가 ...... 아야나가 곁에 있어준다면 분명.


"...... 저기, 토와군?"

"어? 무슨 일이야?"

"그 ...... 다시 한 번 키스하고 싶어요. 안 돼요?"

"...... 귀여워"


극복하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봐 토와, 이게 내가 선택한 대답이야. 더 이상 그런 슬픈 말을 남길 필요는 없겠지? 물론 앞으로의 미래가 순탄치만은 않겠지만, 그래도 나를 포함한 아야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미래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아야나, 앞으로도 나를 지지해 주었으면 좋겠어. 나도 너를 응원할게."

"아...... 네!"


이 미소에 맹세하자.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켜주겠다고.

이것이 우리가 도달한 곳, 그리고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우리의 미래로 이어지는 진짜 이야기다.






### 16.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저녁 노을이 지는 길을 아야나와 함께 걷고 있었다.


"토와군"

"무슨 일이야?"

"아뇨, 그냥 불러봤어요."

"... 그렇구나"

"네."


...... 뭐랄까, 공원을 나온 후의 아야나가 너무 귀여워서 큰일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계속 팔짱을 끼고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지금처럼 이름을 부르면 웃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한참을 걸어가면서 아야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 아"


자연스럽게 눈이 마주쳐서 왠지 모르게 서로 부끄러워서 얼굴이 뜨거워진다. 나로서는 서로를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역시 부끄럽지만, 아야나는 계속 보고 싶은 듯이 눈이 마주쳐도 눈을 돌리지 않는다. 그녀는 기쁜 듯이 웃으며 그대로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붙어 있긴 하지만 앞을 봐야지....."

"싫어요. 오늘은 계속 토와군을 볼거에요♪"


이렇게 귀엽게 말해버리면 나로서도 강하게 말할 수 없다.... 아니 아니, 아야나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이러는게 기쁘다.

팔짱을 끼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며 말을 주고받고 있을 때, 우리 앞에 나타난 인물이 있었다. 나와 아야나는 멈춰 서서 그 인물을 바라본다.


"...... 아"

"..............."


어깨로 숨을 쉬고 있는 모습을 보아, 아무래도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인물은 아야나와 팔짱을 끼고 있는 나를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그 눈동자에는 놀라움과 슬픔, 그리고 나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나타난 인물 - 슈가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아야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토와군과 사귀게 되었어요"

"어......."


아야나의 말에 슈는 멍해졌다.

나도 뭔가 말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야나가 나를 제압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지금은 맡겨 달라고 말하며 다시 슈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때 나는 깨달았는데, 지금 슈를 바라보는 아야나의 눈빛은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소꿉친구로 인식하고 있는 눈빛이었다... 그래, '소꿉친구'로서 말이다.


"저는 토와군을 항상 좋아했어요. 초등학교부터 쭉, 그러니까 처음 만났을 때부터죠."


아야나가 말을 전할 때마다 슈의 눈에 슬픔의 빛이 나타난다. 믿기 싫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슈는 마치 내 존재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 눈동자에 아야나만을 비추며 입을 열었다.


"왜..... 왜 그래! 어렸을 때부터 나와 아야나는 계속 함께였어! 그건 토와보다 훨씬 더 오래 함께한 거 아니야! 항상 곁에 있어 주었고..... 중학교 후반부터는 도시락도 만들어 주었잖아.... 항상 웃으며 곁에 있어주었잖아...! ...앗!"


계속 곁에 있어준 소꿉친구였기 때문에 슈는 아야나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나와 아야나가 마음이 통했다..... 물론 그것도 있지만, 아야나의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아야나가 슈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아야나가 슈에게 도시락을 만들어 준 것은 내가 입원하고 나서.... 즉, 그녀가 공원에서 말한 것이 진실이라는 거다.

나는 슈가 아니기 때문에 그의 마음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계속 좋아했던 사람에게 다른 사람을 좋아했다고 말하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겠지. 한때 슈를 원망했던 나였지만, 지금의 오사무의 모습은 보고 있을 수 없었다.


"...... 맞아요. 계속 함께 있었어요."

"읏, 그럼......."


큰 소리로 슈의 말을 가로막은 아야나는 이렇게 말했다.


"저 따위가 아니라 더 좋은 사람을 찾아주세요. 당신의 호의를 이용해 거짓말을 일삼는 저보다...... 슈의 곁에는 더 좋은 사람이 있을 테니까요."


그 말에 실린 마음은 이별과 미안함..... 일까.

아야나가 짓고 있는 아름다운 미소, 하지만 슈의 입장에서는 전해지는 말과 함께 잔인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 거짓말이 뭐야 ...... 아야나 ...... 나는 계속 ......"


슈는 눈물을 흘리며 아야나에게 손을 내밀지만, 아야나는 응하지 않는다. 아야나의 모습에서 슈는 모든 것을 깨달았는지, 뻗었던 손을 내리고 다음에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분명한 적대감, 마치 배신자라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 네가......."


슈가 무언가를 말하려 할 때, 그 말을 가로막은 것도 아야나였다.


"슈군!"

"......!"


아야나는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제발,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는 그런 추한 짓은 하지 말아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 젠장."


분노에 휩싸이려는 찰나에 훈계하는 듯한 아야나의 말. 슈는 더 이상 나나 아야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등을 돌리고 달려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아야나는 작게 숨을 내쉬며 내 가슴에 뛰어들 듯이 다가왔다.


"...... 이것으로 저도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어요."

"그래. 나도 조만간 그 녀석과 이야기를 해야겠어."


나 자신도 슈와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아야나의 머리를 수고했다는 의미도 담아 쓰다듬어 준다. 그러자 그녀는 더 쓰다듬어 달라는 듯이 탐욕스럽게 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제스처가 어찌할 수 없이 귀여워서 나는 웃으면서도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아야나가 이런 제안을 했다.


"저 오늘은...... 집에 가고 싶지 않아요."


...... 이런 말을 들으면 가슴이 뛰지.

근데, 이거다. 오늘은 금요일이고 내일은 토요일...... 즉, 쉬는 날이라는 뜻이 되는 거다.


"엄마가 기뻐할 것 같네.... 아야나, 오늘 밤은 자고 갈래?"

"네!"


"갈아입을 옷은 ......"

"토와군이 준비해 준 옷장 안에 어느 정도 들어있으니까 괜찮아요"

"...... 아."


그러고 보니 그런 게 있었네.

요즘은 아야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억에서 잊고 있었다. 아야나가 우리 집에 머무는 것도, 더군다나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것도 처음이 아니다. 그런 것도 있어서 토와의 방에는 아야나가 갈아입을 옷이 준비되어 있었다.


"근데 아야나 어머니에게는......"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아야나는 스마트폰을 꺼내어 조금 조작한 후 전원을 끄고 가방에 넣었다. 아야나는 다시 내 팔을 잡았다.


"뭐라고 보냈어?"

"좋아하는 사람 집에 묵는다고 보냈어요. 나머지는...... 이건 제 문제네요."

"응?"

"후후, 이제 갈까요?"


마지막 말이 궁금했지만 아야나에게 이끌려 걸어가는 바람에 일단 생각을 멈췄다. 하지만 저거다.... 이건 아야나 어머니가 난감해 할 것 같다. 조만간 그 사람과도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신경 쓰이는 것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옆에 있는 사람만 생각하려고 한다.


"아야나, 오늘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지만 좋아해."

"저도요. 토와군."


그렇게 말한 그녀의 미소는 역시 아름다웠다.










"오늘은 좋아하는 사람의 집에 머물기 때문에 집에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일 집에 돌아가면 중요한 이야기를 할 테니 시간을 비워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