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데레를 무지성으로 이야기 시작부터 투입하는 것보다는 빌드업을 쌓는 게 독자들에게 호소하는 데 있어서 더 잘 될 수밖에 없음

해당 캐릭터가 조금 더 성격이 생동감 있어지고 설득력이 있어지면 독자들이 감정 이입을 하기 쉬워지기 때문이야


근데 사실 얀데레는 일상에서도 매우 희귀한 케이스인 만큼 빌드업을 잘 쓰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임

이번엔 그 빌드업을 쌓는 과정과 그를 위한 몇 가지 사전에 알아두면 좋은 점들을 알아보겠음!


근데 그냥 모호하게 써두면 당연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 난이도 별로 차근차근 가보자고.

필자는 이해를 더 쉽게 하기 위해서 성격이라는 특성을 하나의 '판'으로 비유하겠음.



1. 캐릭터성이 없거나 지나치게 평범하다면, 일부러 나사를 하나 만들어라.


우리가 흔히들 결핍이라고 부르는 이 요소는 캐릭터의 서사를 움직이고 조종하는 데 있어서 가장 획기적인 역할을 함.

얀데레라는 캐릭터성이 어떻게 생기는 걸까? 처음엔 분명 판에 조그맣게 났던 구멍이 모르는 사이에 점점 커지면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캐릭터가 망가지고 사랑만을 애타게 목놓아 부르면 우리는 그 캐릭터를 얀데레라고 부르기로 했음


여기서 결핍이 필수불가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얀데레의 뜻에서부터 쉽게 알 수 있음. 이름부터가 병든 사랑을 하다라는 뜻인데

당연히 캐릭터가 좀 맛이 가야 빌드업이 쓰기 쉬워지는 건 당연함. 여기서 결핍이란 건 위에서 말했듯 마음의 공백을 뜻하는데 주로 외부의 사건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지 (그냥 상처라고 하면 편할 듯? 가문에서 무재능인 이유로 추방당한 얀순이 이런 거)


비유를 하자면 어느 날, 가족을 잃어서 애정을 못 받고 자란 여주가 사고에서 구해준 남주의 극진한 보살핌과 애정을 받고 부모로서의 사랑에서 점차 한 명의 남자로서, 그리고 나아가 언젠가 이전의 가족들처럼 자신을 두고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겹쳐 얀데레로서의 특성이 발현되는 거라고 할 수 있음.


다른 예를 들어보면 교도소에서 간수로 일하는 얀붕이가 절도로 죄를 지어 감옥에 새로 들어온 얀순이를 도맡게 됨. 처음에는 탈옥만을 도모하려고 얀붕이를 꾀어내서 온갖 대화를 다 나눠보지만 정작 취미가 너무 잘 맞는 거임. 얀순이는 벌써 처음 목적도 잊고 대화하는 시간만을 기다리면서 독방에서 얀붕이를 기다리지만 얀붕이는 범죄자랑 가까이 지내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고 얀순이를 멀리함.


위의 예시들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 방법이 '오해'인 게 보이지? 소통의 부재, 이뤄질 수 없는 신분 간의 사랑, 입장 차이 등등 여러 심화 요소가 있긴 하지만 여기서는 전자와 중자가 사용됨. 대체로 회상을 통한 과거에서 얀순이가 받은 상처를 부각해주면 후에 사건을 묘사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



2. 불확실함과 가면 사이의 어딘가 - 의존형, 고립유도형


여기서부터 초큼 어려워짐. 하지만 잘만 쓴다면 위보다도 여운이 더 길게 가기도 한다. 이 둘에서 말하는 불확실함이란 막연히 상대가 날 사랑하지 않을까 봐 불안하다, 이런 거보다는 속이 보일락 말락한 반투명한 유리판처럼 먼지가 조금씩만 껴 있는 집착을 말함. 근데 고립유도형과 의존형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살짝 결이 다름.


의존형은 먼저 상대가 의존하게 하면서도 속으로 음습한 의도를 내포하는 그 기깔난 맛이 살아나야 얀데레로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함. 따라서 겉과 속이 다른 캐릭터가 필수적이란 거지 의존형은 가스라이팅, 즉 소위 말하는 세뇌로 판단력을 흐려서 의존하게 만들지만 고립유도형은 환경을 직접 망가뜨리거나 저절로 그렇게 되도록 유도해서 술수를 쓰는 거임.


예를 들어볼까? 얀붕이가 1주년 기념 선물로 뭘 고를지 고민하다가 모르고 약속 시간을 2분 늦게 도착함. 보통의 가스라이터들은 여기서 지랄을 시작해 1분 차이도 얼마나 많은 걸 할 수 있는지 아느냐, 난 그 몇 배를 여기서 기다렸다 등등... 보상 심리가 작용하는 셈이지 의존형은 그 보상 심리가 얀붕이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의존형에서 강조되는 또 다른 특성은 바로 '지능적'이라는 거야. 고도의 지능이 없다면 이만한 그물망을 설계할 수 없으니까. 얀붕이라는 한 마리의 대어를 낚을 그물망을. 교묘하게 통상적인 예시에 말하는 의도를 섞어서 논점을 흐리는 식으로.. "결혼할 여자는 많지만 평생 살아갈 여자는 한 명뿐이니, 날 고를 수밖에 없다. 같이 보내온 시간이 그걸 증명한다." "오빠가 아무리 매너좋은 사람이라도 다른 여자들한테 똑같이 군다면 결국 모두를 여친처럼 대한다는 소리 아니냐? 연인다운 행동은 뭐든 호감에서 싹트기 마련이다."


대충 이렇게 설정을 적절하게 끼워맞추면 됨. 얀붕이는 현실적인 문제로 뒤로 결혼을 미루려 하지만, 얀순이는 결혼이라는 건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신뢰는 꽤 긴 시간의 인연이 모여 만들어지는 거라는 논리를 끼워팔아서 얀붕이를 세뇌한 거임.



고립 유도형은 대상에게 위해를 가하는 게 아니라 주변 환경을 이용해 얀붕이를 속박하는 유형임. 구속형 얀데레라고도 볼 수 있을 거 같다. 주변 인물을 화려한 언변으로 포섭해서 가스라이팅하는 부류와 아예 유리한 위치에서 처음부터 협박하는 부류, 두 가지로 나뉨. 전자는 주로 얀붕이와 가까운 사람, 깊은 관계에 놓인 혈육이나 절친 등을 이용하지만 후자는 거의 방임처럼 얀붕이를 자유롭게 놔둠.


"어차피 돌아올 걸 알고 있으니까." 깊은 애정은 깊은 증오로 돌아선다는 말이 있잖음? 이런 부분들은 인문학을 알고 있다면 빌드업을 쌓는 데 도움이 되니 참고. 물론 얀순이를 처음부터 세게 설정해서 일진녀로 잡고 들어간다던지 하면 말 그대로 고립유도형이 되니 이건 더 쉽지. 어릴 적부터 서로 알고 지낸 얀붕이의 부모님이 얀순이에게 얀붕이를 자취시작할 겸 보내 결혼을 독촉한다든지. 여기서는 "설득"이 주가 됨. "얀붕이가 최근에 자취 문제로 고민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괜찮다면 제 집이랑 가까운 곳 어떠세요?"


이미 얀순이는 얀붕이가 모를 때 그 부모님과 벌써 몇 번이나 교류가 오가서 신뢰가 쌓일 대로 쌓인 상태. 즉 얀순이는 여기서 설득을 위해 일부러 강한 표현들만 골라서 경각심을 은연 중에 주거나 하는 식이겠지? 이건 많이 보고 써보면서 체화하는 수밖에 없는 거 같음 솔직히.. 원래 신분이나 입장처럼 가지고 있던 관계가 아니라 서사 중심으로 가게 되면 난도가 급격하게 높아지는 게 이런 이유... (너 가라, 난 이미 답정너라 안 가도 안다. 즉 페이스와 여유를 잃지 않는 게 기본.)



3. 설정을 짤 때 최대한 구체적으로 짜라.


빌드업을 잘 쌓고 싶다면 걍 처음부터 얀붕이의 직업이나 그런 걸 깔아놓고 가셈. 뭔 일을 해서 거기서 얀순이와 직장 동료로 만나게 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를 상세하게 적어줄 수 있잖슴? 설정은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좋으니까 무슨 가정 환경에서 자라서 어떤 성격을 가지게 됐다까지 적어주면 좋음.


더불어 긴박감을 유지하는 방법이 궁금할 텐데 이건 별 거 없다. 숨이 조여올 듯한 압박감, 이런 표현 많이들 쓰잖아? 복선을 깐다는 거임 얀순이가 얀붕이에게 일부러 뭔가를 숨기고 있거나, 혹은 거짓말을 하거나 등등.. 혹은 묘사에서 단순히 음습한 장소를 소재로 쓰라는 게 아니라 평소 일어나지 않던 일들이 갑자기 일어나서 의아함을 품지만 정작 실체는 알아낼 수 없는 것들 이런 걸 쓴다면 얀순이에게 포커스를 맞추는 데 더 도움이 될 거야. (ex. 가방 가죽이 찢어져 있음)


작품 시점은 1인칭 주인공 시점, 전지적 3인칭 시점, 3인칭 주인공 시점(초점 화자 라고도 함) 이 세 개로 보통 나뉨. (* 1인칭 관찰자는 쓰기 존나 어려워서 뺌. 느닷없이 얀붕이가 아니라 얀돌이 얘기 나오면 잘 와닿지도 않잖아?)


1인칭에서 처음부터 '나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무관심한 어머니의 방치 속에서 자라 왔다.' 이렇게 구구절절 설정 늘어놓기 싫다면 그냥 문장 몇 개로 묘사처럼 과거를 집어넣어도 괜찮아. 오히려 그게 소설에 따라선 더 편할 수도 있음


보통은 메가데레 외의 캐릭터를 짤 때, 츤데레/쿨데레 - 메가데레 - 얀데레 루트를 생각하지만 불안감이나 얀진이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하면 츤데레 쿨데레 캐릭터도 충분히 얀데레가 될 수 있다. 이럴 땐 과격한 감정 변화가 필수적이라 사건 규모를 키우는 게 좋음. 혹은 아예 누군가가 죽어서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겨주거나 등등..



4. 독점이라기엔 부족하고 질투라기엔 애매한 그런 사랑 - 숭배형


얀서운 이야기. 숭배형 얀데레는 얀데레 중에서도 극도로 쓰기 어려운 유형임. 이유가 있는데 바로 좋아하면서도 자신과 그이가 맺어진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폐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 한 마디로 말하자면 격이 안 맞아서 과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성격과 이상 자체에 반한 거라고 해야 하나? 얀데레인 이유는 거기서조차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의 이상 하나만을 위해 움직이기 때문임. 그래서 이 유형 얀데레는 안 이어지고 끝날 수도, 이어지고 끝날 수도 있다는 게 특징.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긴 한데 이 유형만 특히 부각됨)


사실 이 유형은 설정을 그렇게 자세하게 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함. 광인의 생각은 오히려 처음부터 이해할 수 없도록 놔두는 편이 더 자연스럽거든. 설정에 대한 묘사를 최대한 줄이되, 얀순이가 가진 집착과 광기가 제대로 드러나야 하는 거지. "나 따윈 네게 보답해줄 수 없어. 그러니 넌 더 신성한 존재가 되어야만 해." 근데 이런 식이면 오히려 얀순이보다 얀붕이에 대한 설정이 더 짜임새 있어야겠지? 얀붕이가 왜 그런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독자들한테 알려줘야 하니까.


예시를 들어보자면 얀붕이는 세상을 구하러 다니는 히어로, 얀순이가 같은 소속 히어로라고 치면 얀순이는 무를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의 차이와 고작 한 명만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선망 속에서 얀붕이에게 호감이 생김. 같은 히어로라 입장 차도 없었지만 세계라는 거대한 요소가 얀붕이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해 오히려 얀붕이 고국에서만큼은 자신이 히어로가 되어주고 묵묵히 활약하는 그런 얀순이임. 근데 이 과정이 살짝 달라. 통상적인 악은 그냥 제거만 하면 될 뿐 시민들의 희생은 개의치 않음.


왜냐고? 눈에 얀붕이 이외의 존재는 다 무가치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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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글 쓰는 데 2시간이나 걸림 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