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새해 말이야. 무슨 소원 빌거냐고.


얀데레 여친이 생기게 해달라고?


넌 그렇게 납치 감금 당하고 싶냐? 군대도 안 갔으면 말을 안 해.

군대도 갔다온 애가 그걸 원한다는 게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하긴 네 말도 맞다. 군대는 남자 뿐이니까 좀 그렇긴 하네.

근데 난 잘 모르겠어. 사랑한다면 존중을 해줘야 하는데 네가 쓴 소설이나 네가 보여준 만화를 보면 존중이라는 건 1도 없잖아.


자길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사랑해줄 때까지 납치, 감금 심지어 고문하고

설령 서로 좋아해서 연인 사이가 되었다해도 Gps 위치 추적 장치 부착하거나 방 안에 몰래카메라 설치해서 바람 피는 지 막 감시하던데 이거 맞는 지 모르겠어.

실제로 이러면 정 엄청 떨어질 거 같단 말이지.


날 신뢰하지 않는 걸로 느껴지잖아.


....네 말대로 그 얀데레 입장에선 네가 No.1이니까 그런거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말이야. 사람 간의 기본적인 예의라는 게...!


....확실히 얀데레가 연인이라면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 같긴 해.

설령 먼저 배신을 해도 다 이해해 줄 거 같아.

물론 그 대가는 엄청 쓰게 받아야겠지만!


....자긴 그럴 일 없으니까 벌을 받을 일이 없다고?

야, 너 어제 나한테 보여준 만화 생각나냐?

그 주인공이 여자 종업원한테 말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얀데레한테 벌 받았잖아.

너 감당할 수 있겠어?


....봐봐, 너도 힘들잖아. 단지 자기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얀데레랑 연애하고 싶다는 건 너무 리스크가 큰 거 아니야?


....야야, 자신감을 가져. 얀데레 아니어도 너 좋아하는 사람 있겠지.

그렇게 따지면 지금 이 순간에 연애하는 사람들은 다 얀데레랑 연애 중이겠냐.

그러니 너도 평범한 사람이랑 연애하는 걸 꿈꿔.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배신하지 않는 게 정상이니까.

맨날 납치하고, 강제로 애 아빠로 만들어버리는 소설은 이제 그만 쓰고 말이야.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그래도 얀데레를 고집하는 네가 참 대단하다. 대단해.

그렇게 너 없으면 못 산다고, 한 치라도 떨어지기 싫다고 계속 붙잡는 여자가 그렇게 좋아?

네가 안 겪어봐서 그래. 엄청 피곤할 걸? 처음엔 좋겠지.

하지만 그게 몇 개월이 지나면 넌 혼자 따로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여자친구가 왜 자기랑 안 놀아주냐고, 왜 자꾸 집에 가려고 하냐고 변했다고 징징거릴텐데 넌 그럼 어떻게 행동할거야?


....적어도 그거 가지고 헤어지자고 말하지는 않을 거라고?

그럼 넌 언제 헤어지자고 말할건데? 바람필 때?


.....자기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을 때라 그건 나랑 똑같이 생각하네.

그럼 넌 외형적인 이상형이 누군데. 역시나 예쁘장한 아이돌? 아니면 유명 여배우?


.....헤에. 그렇단 말이지? 그러고보니 내 소원을 말하지 않았네.


내 소원이 궁금하면 이 방을 나가서 거실로 가 봐.

거기에 내 소원이 있어.


.....방 문이 안 열린다고? 응, 안 열리는 게 당연하지. 밖에 잠굴 수 있는 구조니까.




그래.


너, 감금당한거야.



너 이런 거 좋아하잖아? 사실 나도 좋아해.

네가 얀데레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뻤는 지 알아?

나 역시 네가 말한 얀데레처럼 사랑하는 사람, 너랑 한 치라도 떨어지고 싶지 않고 감금해서 평생 나만 보게 만들고 싶었는데 네가 그걸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 순간 느꼈어.


우린 천생연분이라는 걸.


....언제부터 널 좋아하게 됐냐니. 사랑에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굳이 얘기하자면

학원에서 극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 할 때 네가 도와줬으니까,

 그리고 시험 자료까지 주면서 소외된 날 도와줬으니까 그 때부터 좋아하게 됐다고 생각해.

넌 날 얀데레 소설까지 보여줄 정도로의 친한 친구라 생각했겠지만.

그래서 네 소설 주인공처럼 감금 당한 소감이 어때?

원래 수면제까지 타서 사지를 묶어버릴까 고민했었는데 수면제 구하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더라고.

아, 물론 강제성은 없어. 네가 싫다고 하면 바로 문 열어줄거야.


.....나쁘지 않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역시 내가 못 생겨서 그런 말 하는 거지?!

아까는 나 닮은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해놓고서는!

자! 여기 열쇠 있으니까 이걸로 나가!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럼 무슨 의미인데!


....당연히 너로 괜찮으니까 내가 먼저 고백한 거 아니야! 이 멍청아!

그리고 예쁘다는 말을 왜 이제 해주는 거야!

처음부터 해주란 말이야!


....미안하면 오늘부터 얀데레 소설, 만화 전부 금지야!

왜냐니, 그 캐릭터랑 나랑 비교할 거 잖아.

아니면 뭐, 나도 딴 여자 쳐다봤다고 갈궈주길 원하는 거야?


....그래. 잘 생각했어.

그럼 오늘부터 사귀는 거니까 일단 가볍게 폰 검사부터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