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





최근 내게는 고민 거리가 하나 있었다.



바로... 나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스토커녀가 있다는 것.




언제부터인지는 모른다.






허나 확실한건... 꽤나 오래 전 부터 나를 광적으로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항상 나를 미행하고,



자기가 나의 여자친구라 자처하며



원치도 않는 선물을 계속 건내온다.





물론... 나는 항상 그녀를 밀쳐내는데.



처음에는 말로 해결하려고도 했다.




차근차근 상황을 설명하며 사람을 잘 못 본 것 같다고 하거나,


그럼에도 건내오는 선물들을 정중하게 거절하는 등.



나름대로 상대방을 배려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계속해서 내게 치근덕대기 시작했으니....




수시로 나를 미행하며 접선을 유도하고



알려주지도 않는 집 주소로.... 알려주지도 않는 좋아하는 물건을 보내거나,



분명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지 않았을 텐데도, 수시로 연락을 보내오는 등...




분명 정상적인 사랑이라곤 생각되지 않는 광적인 모습들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집착적인 모습에 갈 수록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했고..



아니, 정확히는 미세한 두려움이나 소름에서 비롯되는 반발심이라 해야겠지.





그래서 결국엔 그녀를 막대하기 시작했다.




모습을 보일 때 마다 거칠게 밀어내고,



욕설을 퍼부으며 거부의사를 밝히며



비명을 지르듯 호통을 치는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





허나 그럼에도.. 스토커녀의 집착은 나날이 계속되어갔고,


시간이 지체 될 수록 그녀의 행동은 더욱 더 치밀해지고 교묘해졌다.





결국 참다 못해서, 경찰에 신고도 해본적도 있었지만... 돌아오는건 참담한 소식.




어째서인지 스토커로 의심되는 사람은 없다며 항상 찝찝한 결과로 수사가 마무리 된다.





대체 어떻게 해야 될까.



경찰의 힘을 빌려도 성과가 없는 수사에



갈 수록 끝을 모르고 심해지는 스토커의 집착....



그저 하루하루 그녀에게 시달리듯 일생을 보내게 될 때 였다.























"하아.. 하아....."


내 앞에 멈춰선 그녀,



 "유우타~"




숨을 헐떡이면서도 내 이름을 애타게 부른다.




"후우... 진짜~ 매번 그렇개 혼자 가버리면 어떡해?"



기나 긴 마라톤을 한 것 마냥 죽을듯이 숨을 고르면서도... 할 말은 끝까지 하는게 어떻게 보면 대단했다.





"참~ 어렸을 때 부터도 그렇고 빨리 걷는 습관은 어디 안간다니까." 


나와 지내보지도 않았으면서, 잘 안다는듯 꺼드럭 되는 스토커.


허나 그걸 또 어떻게 알고 정확히 짚었는지, 괜한 의구심이 불쾌감을 증폭시킨다.



"참~ 연인 답게 같이 가 ㅡ"



스토커는 자연스럽게 내 손을 붙잡으려고 하는데.



툭 !



나는 그 손을 강하게 뿌리치며 그녀를 죽일듯이 노려본다.



"에...?"



그러자 마치 자신이 이런 대우를 받을거라곤 예상 못했다는듯, 얼빠진 소리를 내뱉더니.


"유우타군...?"


마치 영혼을 잃은 것 마냥 초점 없는 눈으로 나를 애처롭게 봐라본다.




"제발... 적당히해!"



그리고 난, 늘 그렇듯 그녀에게 화를 내며 호통을 치는데.



"몇 번을 말해야 알아 듣겠어? 난 니 여자 친구도 뭣도 아니라고!"


최대한 그녀가 불쾌하도록.


"알아들었으면 떨어져!"


그래서 내게 떨어져나가길 빌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다가오는 그녀를 문전박대했다.




"....."


그러자 스토커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도...



"에이.... 왜 그래..~? 난 유우타의 연인이라고...?"




평소처럼, 또 얼굴에 철판을 깔며 뻔뻔하게 나서온다.




"칫..."



이젠 질색하다 못해 상종도 하기 싫은 태도에, 나는 매정하게 고개를 돌렸고



경멸 섞인 눈시울과 함께 혀를 차며 발걸음을 돌릴려는 그 순간 ㅡ



"잠깐...!"




그녀는 다급한 분위기로 내 옷깃을 간신히 붙잡으며 발길을 가로 막는다.



"아, 왜 또!!"




치미는 화를 못이기고 결국 극대노를 하며 그녀에게 소리치는데.




"자, 여기."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쿠폰 두장을 건내왔다.



"응...?"




확인해 보니... 다름 아닌 아쿠아리움 입장권.




"헤헷, 우리 곧 1000일 기념일이잖아~ 그러니까.. ㅡ"



찌직..


하지만 난.. 그런 시답잖은 종잇 조가리를 그녀 앞에서 찢어버린다.



"아아? 잠깐!"


그러자 마치 자기 살이 뜯어지는 것 마냥 괴로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는데.




"필요 없어."


찍 ㅡ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건내는 어이 없는 선물 덤덤히 갈라버린다.




"아아....."




그러자 드디어 마음이 꺾였는지, 절망적인 표정과 함께 실성한 입모양을 지으는 스토커.




"흥..."



난 그런 그녀을 매몰차게 내치며 다시금 걸음을 재촉했다.







◇◇◇





솔직히 말하면... 내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야 아무리 집착녀라도, 그 정도의 정성이라면 한번쯤은 관심을 가져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나를 신경 써 주었으니까.





하지만 괜찮은 것이,



"유우타군~"


다음날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듯 평소대로 돌아온다.


내가 아무리 막대하고 내쳐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 처럼 내게 치근덕대고 들러붙기 일쑤 였다.




"하아, 오늘도냐?"



그래서 매번 질색하며 그녀를 몰아내고



"에이 왜 그래? 여자 친구 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스킨십도~"


"떨어져!"


"으읏..!"




들러붙으려 하면 거칠게 밀쳐내기도 하며





탁!


"이딴 선물 같은거 필요 없다고 몇 번을 말해!"



"하지만 이건..."




"집어치워!"




건내오는 선물은 받는 족족 그 자리에서 망가트린다.




그야, 아무리 거절하고 미워해도 어차피 내게 집착성을 드러낼 거니까.



그리고 그런 예상은 하루도 안 맞아 떨어진적이 없었다.





이젠 마치 하루 일과가 되버린 그녀와이 불편한 만남.



"유우타군, 잠깜 시간 좀..."


여자는 맨날 나를 미행하고 스토킹하며



"그만해!"



난 지친 목소리로 뿌리치는 패턴.






그런 물레방아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와중이었던.






"유우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일상.



물론 오늘도 나를 따라다니는 여자만 뺀다면 말이다.






하지만...



"위험해..!!"



오늘은 달랐다.





위잉 ㅡㅡ!



순간 아찔했던 경험을 하게 되오, 다리가 저려올 지경이었다.





"허.. 허...!"


인적이 드문 짧은 횡당보도,



그녀를 피해 도망치고 있던 순간,



"유우타, 괜찮아?!"




미처 신호를 보지 못하고 정신 없이 내달리다, 큰 봉변을 당할 뻔 했다.




"ㅇ.. 어..."





자신이 보고 있는 신호만 믿고 전진하던 차와 부딪칠 뻔 했다.





"어.. 어떻게든..."



허나 위기의 순간, 그녀가 내게 몸을 날려주었다.



자신이 다칠 수도 있었지만, 나를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내게 달려와 주었다.




"하아, 다행이야! 유우타가 다치지 않아서."





어떻게 보면.. 그녀가 원인이었지만, 그런 분위기 깨는 말은 일단 집어 치우고.....




".... ㄱ.. 고마워..."


일단 그녀 덕분에 생명을 건졌으니, 감사 인사를 전하게 된다.


"...."



왠지 모르게 날아들어오는 이질감...



분명 싫어하고 경멸했던 사람이었는데.



그런 이에게 도움을 받았다는게 참 기분이 오묘했다.




"그래?"


"그럼... 여기.."



내 감사를 받은 스토커녀는 금세 기분이 좋아졌는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평소 처럼 내게 선물을 건내왔는데.




"짠~ 너가 좋아하는 향수!"


그건 바로 내가 좋아하지만 비싸서 못쓰는 고급진 향수였다.



"으.. 으응... 고마워."





예전부터 세삼 궁금했지만.. 정말 내가 어떤걸 선호하는지 다 알고있는게 신기 할 따름이었다.




"자, 맡아봐. 분명 너가 좋아하던게 맞을 거야!"




처음으로 그녀가 건내준 선물을 받아든다.



"응..."



그리고 이걸 준비해준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바로 앞에서 사용해보는데.







"...."


콧 끝을 찌르는 익숙한 향.




"으응..?"



그런데 ㅡ



"어?"



향수의 냄새를 맡다보니.. 뭔가 바다 아래에 가라 앉아 있던 어떠한 기억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



마치 잊어버리면 안되었던 기억들이 파도 처럼 밀려들어왔고,



"... 아악..!"



너무나 방대한 기억들이 폭풍 처럼 휘몰아쳐버리니,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했다.



"유우타, 괜찮아?!"





내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자, 다급히 걱정스러운 말을 건내오는 '히나'




"어..?"


그런데 잠깐...




"응..? 왜 그래...?"



나 방금 ㅡ



"히나..?"



단 한번도 듣지 못했던 그녀의 이름을 떠올렸어..?





털그럭 ㅡ!



하지만 그런 혼란도 잠시 ㅡ




"엇.. 어..."



내가 이름을 부르자,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는데.



"어... 어.....?"




마치... 간절히 바라면서도.. 정말 올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얼굴로 나를 봐라바주는 그녀,


동시에 품에 안고 있던 자신의 짐을 모두 놓쳐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리고 ㅡ




"유우타....?"



처음으로 그립다고 느껴지는... 아니, 어쩌면 '오랜만'에 듣는 소꿉 친구의 당황한 목소리에 현실이 점점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





때는... 14년 전.






"그만해."




여리지만 대장부 같은 사내 아이가 악동 무리를 가로 막는다.






"으윽, 너 뭐야!"



한 여자 아이를 집요하게 괴롭히던 악동들은 짜증 섞인 말로 소년을 쳐다 보면서도



"......"



마치 그를 아는듯, 막 나서지는 못하는 눈초리 들어이었다.



"마지막으로 말 할게, 그만하라고."



그리고 더욱 더 위엄있는 목소리로 그들을 쏘아보는 소년.



"으윽..."



결국 악동들은 소년의 기세에 꼬리를 내렸는지, 기세등등했던 아까와는 다르게 신음을 내었고.



"칫.. 가자."



결국엔 자신들이 정한 표적을 포기하고, 공터를 떠났다.




".... 괜찮아?"



질 나쁜 무리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흘러나오는 다정한 목소리.



"흑흑....."




허나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심한 상처를 입은 소녀를 쉽게 달래줄 순 없었다.




"이제 괜찮아, 모두 갔으니까."



그렇기에... 소년은 머리에 손을 얹으며 천천히 머릿결을 쓸어넘겨 주는데.


"하지만..."




그제서야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한다.



"쟤네들... 이 동네에서 완전 나쁜 아이들인걸..?"


"내일도... 모래도.. 날 괴롭힐게 뻔 하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막상 내뱉는건 한심한 소리를 내뱉는다.



"하아."



여자 아이의 말을 들은 소년은 한순을 내쉬는가 싶더니 ㅡ



"이제부터 걱정하지마!"



이내 결의를 다진듯 확신에 찬 눈빛과 함께, 소녀를 일으킨다.



"읏..?"



거치면서도 동시에 다정한 대우에 소녀는 한 쪽 눈을 감다가도 그를 똑바로 응시하는데.




"이제부터, 내가 지킬거니까."


"쟤네들이 아무리 괴롭게 하더라도, 설령 내가 휘말린다 해도, 나만큼은 포기 안할테니 이제 그만 울어."





그는 그녀를 지키겠다고 선언하며 몸에 뭍은 먼지를 털어준다.



"뭐..? 히끗...!"



"응? 왜 그래? 얼굴이 새빨게."



그리고 이것이...



"아... 아무것도 아냐...!"




".... 고마워."



"이정도로 뭘."





"ㄴ.. 난... 히나야..."


"난, 유우타. 잘 부탁해."



둘의 첫 만남이었다.















"야~ 유우타~"




유우타를 만난 히나는 시간이 지날 수록 과거의 아픔을 털어낼 수 있었다.



"응, 왜 그래?"




그야 그녀에겐 항상 유우타가 곁에 있었으니까.




자신이 괴로울 때면 항상 백 마탄 왕자 처럼 나타나, 히나를 지켜준다.




괴롭힘을 당할 때면 자신이 직접 나서서, 악을 처단하고.



외톨이라 하더라도 유일한 친구가 되어, 외로움이라는 쓰디 쓴 상처를 돌봐준다.






"에잇! 그냥 안기고 싶어서!"




"풋, 그게 뭐야."




그럼에 따라, 자연스레 둘만의 사이는 가까워져만 갔고




"왜~ 연인을 안겠다는게 이상한건 아니잖아?"


"물론 그렇긴하지."




둘다 성장을 하며 이성에게 관심이 생길 나이가 될 때 쯤 부터 연애를 시작했다.



소꿉친구로 시작해서, 연인으로 발전한 애뜻한 상황.



둘은 너무나 가까운 사이였다.




"자, 이건 내 300일 선물!"


"이거.. 비싼 거 아니야?"



"흥흥~ 남자 친구에게 이런 것 쯤이야."


서로를 기념하기 위해, 좋아하는 고급 향수를 교환하거나.




"우와~ 거북이 예쁘다!"


"그러게? 뭔가 신기하다."



함께 수족관을 가며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등.



연인이라면 함께 나눌만한 추억들을 하나 둘 쌓아갔다.



"유우타~ 빨리 가자! 이러다 돌고래 쇼 늦겠어~!"



하지만...



"잠깐, 천천히가...!"



그런 달콤한 시간은 결코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하지만 이제 곧 인걸?"


시간은 4년 전...



"지금 뛰어도 장담 못해!"



여름이었다.




"야, 히나..! 그래도....."




둘은 1000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아쿠아리움으로 향하고 있을 때 였다.




"안돼~ 빨리와!"




마음 급하게 뛰어나가는 히나와



"그래도 조금만..."



그걸 재지하면서도 발 맞춰 따라가는 유우타.





"그래도 신호는 지켜."



유우타는 이성적으로 히나를 말릴려고도했지만




"앗, 봐바! 저기 보이잖아, 이제 전속력으로 가면 ㄷ겠다!"


이미 잔뜩 흥이 오른 히나는 멈출 줄 몰랐다.





"드디어 도착... ㅡ"





그러던 순간 ㅡ




"부우우우웅...!!"



'사건'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ㅇ... 어엇..?!"




급한 마음에 신호도 보지 않고 횡단 보도를 건너려는 히나 앞에




부우우우웅!



빠른 속도로 히나를 향해 내달리는 트럭이 닥쳐왔다.




"히나 ㅡㅡㅡ!!!"




일촉즉발인 상황에 유우타는 절규하듯 그녀의 이름을 외쳤지만...




"으읏...!!"


이미 긴장감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는지, 그대로 굳어버린 히나.





쿵 ㅡㅡ!!



결국.... 트럭은 반전 없이, 사람을 치고 말았는데....




"으..... 응..? 어째서 아픈 느낌이.."




어째서인지 그 대상은 히나가 아니였다.





"응..? 어... 어...?!?!"



가까스로 눈을 뜬 히나는.... 곧 바로 참단한 현실을 목격하고 말았는데...




"유우타!!!"




참으로... 발로 설명 할 수 없는 끔찍한 모습의 유우타가... 그녀를 반겨주었다.









◇◇◇





"기억상실 입니다."




다행히 그의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아마.. 기억이 돌아오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네...?"



그녀는 잔인한 소식을 듣고 말았는데..



"그게 무슨 말인가요... 선생님..?"


바로... 그와 나눴던 모든 기억들을 잃어버렸다는 것.




"사고의 휴우증으로 뇌의 일부 기능이 심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로 인해서 아마 자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억이 사라졌을 겁니다."



지금껏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그와 사랑했것만.. 그 모든 것들이 전부 한 줌의 먼지 처럼 사라졌다는 소식이었다.




"방법이... 정말 없는건가요..?"



"..... 없는건 아닙니다."



그래도... 희망은 남아있었는데.


"정말인가요?!"



"자신이 잊었던 기억들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면... 언젠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그건... 너무나 가시밭 길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아주 희박... 또한 이질감을 이기지 못하고 반발이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선생님..!"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제가 반드시... 꼭..!"


그 과정이 너무나 험난해서,



차라리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다른 인연을 찾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었지만






"유우타의 기억을 되돌리고 말겠어요..."



히나는 오직 자신만을 지켜주고 사랑해주던 그와의 고행을 택했다.



"비록 그에게 미움을 받더라도,"


"평생... 기억이 되돌아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ㅡ"




그야.. 자신이 어렸을 적 받은 은혜에 티끌만큼이라도 보상하고 싶었으니까.



그에게 받은 만큼...


"왜냐면... 유우타는 저의.."


이젠 자신이 그걸 되돌려 줄 차례라 여기며 ㅡ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그와의 추억을 되살리기로 결심했다.








◇◇◇












솔직히.. 처음 그를 선택했을 땐 주변의 반발이 심했다.




"하아? 굳이?"



그야 자신이 미움을 받으면서까지 그를 굳이 챙기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했으니까.




"그럴바엔 그냥 다른 남자 만나고 말지."




차라리 그를 버리라며.. 



"어차피 너한테 화내는걸 굳이 붙잡아서 뭐하게?"


다른 사람을 찾으라며



빨리 그를 놓아주길 권했다.




하지만 저들은 몰라.



내가 그에게 어떤 은혜를 받았는지.





'내가 지켜줄게.'



지옥 같았던 유년 시절, 암울했던 구덩이에서 나를 끌어올려고 주었다.



'다신 히나를 괴롭히지 마.'


'큭.. 분..하다...'


나를 괴홉히던 아이들을 흘씬 두들겨 패주고



'걱정하지마, 내가 옆에 있을테니까.'



외톨이인 나와 어울려주는 유일한 이 였다.




이것만으로도 유우타를 선택한 명분은 충분한데.





그를 포기하라고?



절대 못해.




기다려줘, 유우타...



내가 반드시 떠올리게 할 테니까.



비록 너가 나를 기억하지 못해, 나를 멀리할 지라도



유일하게 나를 긍정하주던 사람이 미워하더라도



설령 그로인해... 새로운 상처를 얻게 된다 하더라도.



난 절대 포기하지 않을테니까.



스토커라 낙인 찍히고,



너에게 어떤 거센 비난을 받으며



가끔씩.. 경찰에 연락이 온다 하더라도




너가 나를 끝까지 지켜주었던 것 처럼



이번엔 내가 너의 기억을 지킬 테니까.






기다려줘 ㅡ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보여줄게.










◇◇◇





".... 이런 미친.."



이제야 기억이 났다.




"히나.. 지금 이거... 큭.."



할 말은 많지만 막상 내뱉어지진 않는다.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말 부터 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는다.




"... 유우타..!"



하지만 분명한건..




"히.. 히나.."



잊으면 안되었을 사람을.. 오랫동안 머릿 속에 지우고 살았다는 것.





"내가 지금까지 무슨 짓을..."



죄악감이 몰려온다.



"..."


말로 현현 할 수 없는 아픔이 가슴을 찔러댄다.




그런데...



"유우타.. 유우타다...!"



그녀는... 어째서인지 웃고 있었다.



동시에 눈물을 떨구고 있었다.




"하핫.. 돌아왔어...!"


"진짜로 돌어오다니..."


"이걸 바랬지만... 그래도.. 정말 돌아오니, 뭔가 신기하네...!"



감동이 뒤섞인 기쁨의 목소리.




히나는 옷깃으로 자신의 눈물을 훔치면서도



"하핫.. 다행이야..."



눈을 지긋이 감으며 내 가슴팍에 이마를 기댄다.



"유우타가 돌아와줘서.."




"히나.."



난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으며 그녀를 감싸 안는다.


"..."



그리고 오랜만에 재회하는 그녀에게 첫 마디를 건네는데..



"미안..."


놀랍게도.. 내가 할 말은 그게 전부였다.



"윽.."


지금까지 그녀를 못되게 대했는데...


왜 이것 밖에 나오지 않는 걸까.



분명 오랫동안 연인이었고... 내 소중한 사람이었 것만,



그저 잊어버렸다는 핑계로 하나 밖에 없는 사람을 몰아세웠다.



근데... 그런데....



그녀에게 하는 말이 고작 그거라니..


"큭.."


하지만 여러 생각이 드는 반면, 복잡한 심경탓에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ㅡ



"괜찮아~"


히나는 이런 나를 다정하게 안아준다.





"뭐..? 왜..."



나는.. 그런 그녀의 반응에 의문 밖에 흘러나오지 않는다.





"왜라니?"



"그야, 나에게 미움을 받고.. 매번 거절 당하고..."




그야.. 그녀에겐 분명 더 많은 선택지가 있었을 거다.




차라리 나를 버리는 선택도 가능했을 텐데...



"... 그런데 어째서...."




"아~ 푸훗 ㅡ"



하지만 그런 진중한 질문과는 다르게, 막상 그녀는 이런 예상했다는듯 웃음을 터트리더니.




"그야.. 당연하잖아?"



내 뺨을 다정히 쓰다듬으며



"내가 정한 사람은.. 유우타 밖에 없다고?"


 상냥한 미소로 본인의 답을 말해 준다.






"......"



그녀의 대답을 듣게 되자, 순간 머리가 멍 해진다.


"아윽.."


그리고 이어지는 눈물.


"왜 울고 있어~? 오늘 우리 기념일이잖아."



감동과 미안함, 고마움 등이 뒤 섞인 수 많은 감정들이 차가운 눈물을 쏟아낸다.








"미안.. 미안해...!"



솔직히 말하면... 그 후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기억해주지 못해서..!!"



허나 확실한건..




"흐아아아아아.....!"



한심하게 울기만하는 나와,




"헤헤, 이제 다시 예전 처럼 지내자?"


"너 잘못이 아니니까.. 자책하지 말고!"



나를 달래주며 행복을 속삭이는 히나의 모습만이 한참이나 남아있었다.







◇◇◇




behind





"유우타, 그거 알아?"






그 날 이후, 당연하겠지만 다시 히나와 이어졌다.



"응? 뭐가."



꽤 오랜 시간이나 그녀를 기억하지 못해서인지 옛날과 조금 변한 모습이 있었는데.



"우리.. 다음주면 5년 째 연애 중 인거!"




히나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변했다는 것.



어쩌면 지금것 받지 못했던 애정이 쌓여, 반동이 온 것이거나, 아직 휴우증이 남이있어 기억의 혼동이 온 것일 수도 있었다.




"5년이라... 생각보다도 오래 되었네."




그나저나 5년이라..




이제와서지만.. 참 오랜 기간 동안 연인으로만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네, 그럼 무언가 선물이라도.."



그래서 지난일의 미안함을 담아서라도 그녀에세 무언가 큰 보답이라도 할까 했지만.



"음음~ 선물 말고, 내가 원하는건 따로 있어!"




어째서인지 수상한 웃음기로 고개를 가로젖는 히나.



"그냥 부탁 하나만 들어줘!"




"부탁..?"




"응..! 그냥 다음주에 우리 집에 와주라, 내가 '어렵게 구한 차'가 있는데 그걸 마시면서 하루 종일 옆에 있어주라!"


나름 5주년인데도 원하는게 고작 그게 전부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쉬운 부탁을 건내왔다.



"정말..? 그거면 돼?"



그래서 혹시나 싶어서 그녀에게 한번 더 요구 상황을 물었지만..



"응! 정말 그게 끝이야."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바라는게 없다고 답 했다.



".... 그럼 뭐, 알았어."



조금 걸리는 구석이 있지만... 히나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할게."



그래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하는데.



"정말? 히힛..!"


어째서인지 그런 승낙만으로도 하늘을 날 듯이 기뻐한다.



"흠.."



뭐.. 그냥 오랜만에 그녀의 집에 찾아가서 차 한잔 하는게 전부니까.



상관 없겠지?









허나... 그 때의 내가 어리석었다는걸 깨닫는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end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쓸데 까지는 좋았는데 갈 수록 뭔그 내가 바랬던 거와는 살짝 달라졌음


곧 폰 내야되서 급하게 쓴 것도 있어서 뭔가 뭔가임



그래도 순애물을 쓰고 싶었던 염원은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