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만우절


많은 이들이 가벼운 거짓말로 서로 즐겁게 하는 그런 날일 텐데…


“와~가위바위보도 져놓고서는 뜸만 들이네?”


“그러니까, 진짜 재미없다아~ 감다죽, 감다죽.”


원래 이런 건 제의한 놈이 져야 하는 거 아니냐고!


“시끄러워, 언제까지 하란 말은 없었잖아.”


이런 내 말에 픽 웃던 내 친구들은 웅성대며 놀리기 시작했다.


“오~ 만우절이 아니라 다음날에 진짜 고백하게?”


“헉! 설마 말로만 듣던, 고백으로 혼내주겠다?”


“얀진이가 얼마나 미웠던 거냐?”


마지막 말을 하며 날 쳐다보는 한 사람의 눈빛도 심상치 않았지만, 뒤에 있는 두 놈의 눈빛이 더 맛이 가 있었다.


마치 여기서 파토를 내버리면 어떻게든 패버리겠다는 신호.


미안, 나중에 사과하든지 할게.


책상에 엎드려있는 얀진이에게 다가가자, 원수 같은 친구들은 여전히 웅성거렸다.


“히익, 쟤 진심이다, 진심이야.”


“결국 여미새 얀붕이는 고백이란 용기를…”


“근데 자는 애를 지금 거짓 고백으로 깨우려 하네, 처 맞지 않으려나?”


다른 말은 무시했지만, 마지막 말을 듣고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운동부라 수업시간에도 항상 잠을 청하는 얀진이를 깨웠는데, 그 목적이 만우절 고백?


…음,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야.


그렇게 돌아가려는 순간.


“왜? 나한테 할 말 있어?”


빛때문에 쓰고 있었는지 안대를 걸치고 나를 쳐다보는 눈빛은…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 같은 눈빛이었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 이유도 말할래?”


그제서야 정신이 든 나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말했다.


“나랑 사귀어줄래?”


시간이 멈춘듯했다.


아무런 말이 없이 날 쳐다보는 얀진이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았는지 굳어있었다.


그리고 같은 반에 내 목소리를 들은 애들까지도 굳어있었다.


뒷감당이 어떨지 상상조차도 안가 한숨을 쉬려는 순간.


짝짝짝짝짝


박수소리와 함께 친구의 탈을 쓴 죽이고 싶은 새끼들이 외쳤다.


“짜잔! 만우절 거짓말!”


“농담 하나를 위해 목숨을 건 여미새 얀붕이에게 모두 큰 박수를 주세요!”


그제서야 멈춰있던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반 애들도 웃으며 손뼉을 쳤다.


“하, 하.”


풍선에 바람 빠지는 소리같이 웃음을 짓는 얀진이를 보며, 살기를 느꼈다.


그리고 주마등이 보였다.


애기일 때의 모습, 유치원의 모습, 초등학교 입학과 졸업, 중학교의 입학과 졸업, 고등학교 입학까지…


그래도 연애 한번은 하고 싶었는데…


속마음이라도 확실하게 물어볼걸…


아니면 중학교 때 구해줬던 여자애한테 번호라도 받아놓을걸…


후회와 약간의 후련함으로 생을 포기하려는 순간.


누군가 나의 뒷덜미를 붙잡고 끌고 나갔다.


누군가 했더니, 유일하게 놀리지는 않던 내 친구 얀순이었다.


평소 표정을 짓지 않던 친구도 놀랐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걔한테서 살기를 느꼈어.”


아, 너도 그렇구나.


하하하, 난… 어떻게 될까?


“뒤 끝없는 애라는 얘기가 있으니까, 걔네들을 제물로 바치면 화는 풀릴 거야.”


항상 이랬다.


미친놈들이 사고를 치면, 나와 얀순이는 사고를 수습하는 그런 친구 사이.


진지하게 손절을 쳐야 하는 것인지 고민을 하던 순간, 비명이 들렸다.


“끄아아악!”

“끄아아악!”


이야, 비명 참 듣기 좋다…


……………………………………………………………


얀순이의 말대로 얀진이에게는 뒤끝이 없었다.


대신 정녕 친구들의 얼굴이 맞는가 싶은 둘이 있었다.


“니들도 이젠 깨닫는 바가 있냐?”


고개를 끄덕이는 둘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다.


얀순이와 내가 튀자, 표정을 바꾸며 장난이 재밌다고 했던 얀진이는 그 둘을 완벽히 저렇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사과(?)를 한 그 둘로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무사히 학교가 끝나고, 교문을 나서는 순간 얀진이가 보였다.


마이클 잭슨 형님의 천마월보를 추며 조심스럽게 튀려는 순간.


얀진이는 나를 발견하고서는 손을 나에게 흔들며 말했다.


“이리로 와.”


예, 죽기 싫으면 들어야죠.


채념한 얼굴로 얌전히 졸졸 쫓아가는데… 왜 골목길로 들어가니?


내가 멈칫하는 걸 봤는지, 얀진이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오기 싫어?”


아니요, 죽기 싫으면 들어야죠.


쿵!


따라들어간 순간, 얀진이는 내 머리의 옆을 손바닥으로 찍어버리며 추궁했다.


“나한테 고백한 게 장난이라고?”


얀순아, 뒤 끝없다며?


나도 모르게 쫄아서 고개를 숙어버렸다.


여기까지 부른 부분에 살짝은 짐작은 갔지만, 왜 학교에서는 건드리지 않은 거지?


두려움에 두뇌 회전에 모든 것을 투자해 내린 결론은…


‘다시 생각해보니, 공개적으로 놀림 당한 게 화가 난 거구나!’ 였다.


“미안해! 내가 너한테 큰 잘못을 했어! 물론, 모든 일은 벌어졌고 사과한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지만, 정말 미안해!”


그렇다면 화를 푸는 방법은 바로 진심 어린 사과!


얀순이도 삐질때가 많았고, 그때마다 이런 사과를 하면 풀릴 때가 많았다.


그리고 이런 사과에 화내봤자, 속이 좁은걸 증명할 테니…


사과를 끝내고 고개를 들며, 얀진이를 봤을 때 그 순간은 잠깐이지만 생각이 멈췄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다는 표정과 누구보다도 미운 사람을 보는듯한 표정이 섞여 있었다.


한마디로 얀진이의 얼굴은 비 오는 날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얼굴이었다.


“…그래, 사과받아줄게, 안녕.”


얀진이는 바로 고개를 돌리고 떠났다.


털썩


순간적인 공포감이 없어져서 그런 걸까,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근데… 왜 그런 표정을 지은 거지?


……………………………………………………………


머릿속에 어제의 생각을 앉고 등교를 하다, 얀진이를 만났다.


나를 바라보더니 얼굴이 붉어지더니, 고개를 돌리며 뛰어갔다.


그 모습에 나는 한마디밖에 나올 수 없었다.


“아, ㅈ 됐다.”


꽈악.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니 얀순이가 내 귀를 붙잡고 있었다.


“뭐? 욕한 거야?”


“아, 안녕…”


“인사보다는 내가 뭐라 했지?”


난 얀순이가 무서운 게 아니다, 얀순이의 꼬집기가 무서운 것뿐이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얀순이에게 혼이 나며 끌려간 곳은 학교 매점 앞의 벤치였다.


“뭐야, 오늘은 왜 그렇게 힘들어해?”


차가운 음료수 캔의 온도에 화들짝 놀랐다.


“아!”


발버둥치는 내가 재밌는지 얀순이는 작게 웃었다.


“평소에는 강아지처럼 활기가 넘치더니, 오늘은 왜 축 쳐져 있어?”


얀순이는 어릴 때부터 그랬다, 자기의 감정은 드러내지 않지만 남의 감정은 잘 읽는 여자(사람)친구.


그리고…어쩌면 나에게 호감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도.


확신은 없다, 하지만 같이 지낸 세월이 유치원부터 지금까지인데.


미묘한 무언가를 읽지 못할 정도로 눈치는 없다.


하지만 이 문제를 누구에게도 상담할 수 없다.


친구들?

그 새끼들은 일을 더 크게 만들면 만들지 도와줄 새끼들이 아니다.


부모님?

부모님은 지금 외국에서 일하고 계신다, 물론 전화나 카톡이 있지만, 꽤 바쁘셔서 상담은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삼촌에게 상담한 적도 있었다.


‘삼촌, 결국은 내가 직접 물어봐야 한다는 거잖아.’


‘아이고, 이 녀석아, 그걸 이제야 알아들은거야?’


‘근데, 나는…’


‘아, 됐다, 됐어, 결국은 두려운 거잖아, 맞지?’


‘…응.’


‘말하기 두려운 이유는 멀어질까 봐 두려운 거고, 그렇다고 또 가만히 있다가도 여자애가 너랑 사이가 멀어질까 봐 두렵고, 그럼 결론은 하나네?’


‘…맞지, 선택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둔한 나도 알아차릴 신호가 있다면 그때 물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나에게 호감이 간 사람이 나타났는데….


그걸 어떻게 말하냐고!!!


짜증이 나 머리를 박박 긁자, 얀순이는 음료수 캔을 가리키며 말했다.


“시원한 거 마시면서, 에너지 좀 채워.”


내가 좋아하는 코x콜x….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음료를 아는 것도 일종의 신호라고 봐야 할까?


어쩌면 지금 사과를 하면서 마음을 확인하는 건 어떨까?


나는 지금이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말을 꺼냈다.


“미안해.”


얀순이가 나를 바라보던 눈빛이 조금 진지해 보이던 건 착각일까?


“갑자기 뭐가 미안한데?”


살짝의 심호흡을 하며 말을 하던 순간이었다.


“그 새끼들한테 휘둘려서 만우…”


“야! 너희 교실로 안가? 수업 시작했다!”


선생님의 고함에 피눈물을 머금고서는 말을 멈추고 교실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얀순이는 내 팔을 떨리는 손으로 잡았다.


“듣고 싶어.”


이런 상황까지 눈치 못 챌 등신은 아니기에 나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새끼들한테 휘둘려서 얀순이 네가 날 좋아하는데 얀진이한테 고백한 거, 미안하다고.”


아무런 말이 없었다.


고개도 숙이고 있어서 표정도 알 수 없었다.


내가 실수한 걸까?


내가 급발진한 걸까?


어마어마한 ㅂㅅ짓을 한 걸까?


자책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순간, 얀순이의 입술이 열렸다.


“학교 끝나고 이 자리로 와.”


그 말을 듣자마자 안도의 감정이 피어올랐고, 조금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안 오면?”


그러자 나를 죽어라 노려보던 그 순간 알았다.


얼굴을 숙이고, 말이 없던 것은…


새빨게진 얼굴과 마구 떨리는 손이 대신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뇌를 거치지 않고 내뱉어버렸다.


“귀여워.”


마치 화산이 터진 듯 얼굴에서는 이제 김이 날 것 같은 풍경이었다.


“…”


아무런 말도 못하면서 나를 죽어라 노려보는 부분이 너무 귀여웠다.


갭모에라고 하던가? 아무튼, 이런 경험은 없었는지,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 솔직해서 귀여웠다.


“아무튼 학교 끝나고 내려와.”


속삭이듯 말하자마자 교실로 튀어가는 모습도 귀여워서 피식 웃었다.


그럼 나도 돌아가야겠지?


“여기 있었네?”


뒤로 돌자마자 얀진이가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조각상의 미소처럼 생기가 없는 미소를 닮아, 소름 돋았다.


“선생님께서 많이 찾아서, 나와봤더니 바로 찾아서 다행이야.”


이 순간에 바로 전에 상황을 봤느냐고 할만큼의 멍청이는 아니라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미안, 많이 귀찮았지? 지금 교실로 들어가자.”


그러자 얀진이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재밌는 장면을 봐서 즐거웠어.”


봤네, ㅆㅂ.


웃는 모습이 완전히 썩었는데, 나 죽는 건가 싶었지만…


예상외로 교실로 돌아가서 4교시 수업이 모두 끝날 때까지 한마디도 없었다.


그렇게 점심시간 후에는 훈련으로 교실에서 보이지 않았다.


“휴우~.”


안도의 한숨과 함께 7교시의 종과 함께 튀어 나가려 했지만, 담임선생님이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조회시간을 빼먹었음, 청소라도 해야지?”


할말은 없었다.


“…네.”


청소까지 끝난 후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퍽!


목의 아찔한 통증과 함께 하마 타면 바닥과 진한 날일 텐데 할 뻔 했다.


“ㅆㅂ, 누구야!”


고개를 돌렸을 때는 고개를 갸웃거리던 얀진이가 있었다.


“영화에서는 이러면 다 기절 당하던데…”


얀진이를 보자마자, 튀려고 하였지만 이미 예상했는지, 어떻게든 패버리겠다는 걸려버렸다.


“이건 확실히 기절하겠지?”


목이 저린 것을 넘어 숨도 안 쉬어지는 통증과 함께 의식도 맛이 가기 시작했다.


얀순이…보러…가야…


……………………………………………………………


음, 어딜까?


앞은 보이지 않는다.


몸도 움직이지 않는다.


앉아있는 자세에 꿈틀꿈틀 거릴 수만 있으니, 의자에 묶인 것 같은데…


말로만 듣던 얀데레에게 납치당한 건가.


근데 얀진이가 나를 좋아할 이유가 있나?


설마!


저벅저벅


발걸음 소리에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자그맣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안보여서 답답했지?”


그러면서 안대를 풀어준 것은 역시 얀진이었다.


“생각보다 침착하네?”


그 말에 잠깐 생각하다 솔직하게 답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매우 무섭고, 좇같아.”


그러자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던 얀진이는 말했다.


“걱정하지 마, 죽이지도 않을 것이고 아픔을 주는 행위도 안 할 거야, 단지 도망칠까 봐 묶어놓은 거야.”


짐작만 했지만, 그래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후~날 왜 좋아하는 거야?”


그러자 놀랐다는 듯이 얀진이는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뭐야! 뭐야! 어떻게 알았어?”


‘얀데레라서 이렇게 납치하고 사과하든지 못 만나게 하겠지’ 라는 말을 했다가는 조각조각 날 것 같아서 돌려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조회시간 사건 말고는 생각이 안 나서.”


내말에 고개를 마구 끄덕이며 얀진이는 말했다.


“그런 쪽으로는 눈치가 없는 줄 알았는데, 혹시 왜 좋아하는지도 알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이것밖에 없는 것 같아, 내 생각을 말했다.


“하나밖에 없지,내 외모.”


기대한 내가 바보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 얀진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눈치가 없는 걸 넘어서 바보였구나.”


그래도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면 많이 가슴 아프답니다.


“그런데 그런 농담도 할 만큼 안정이 됐나 보네?”


얀진이의 말에 조금, 아니 꽤 많은 불안감을 느끼며 대답했다.


“어…죽이지는 않는다니까? 그리고 농담은 아니었는데.”


내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얀진이는 설명했다.


“위치추적이나 그런 건 불가능하게 휴대폰 같은 전자기기들은 전부 다른 곳에 놨어, 그리고 여긴 나만 아는 장소야.”


한마디로 시간 끌기는 안 통한다는 거네.


아쉬움에 얀진이를 쳐다봤다.


이런 순간에 도움이 되는 건 납치범의 호감을 높이는 부분이라고 생각되었으니까.


내 시선을 눈치를 챘는지, 얀진이는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


“너무 쳐다보지 마.”


흐음, 기억이 날듯 말듯 한데…


“힌트.”


“응?”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잡기 위해 혼이 담긴 원수 같은 시전해봤다.


“분명히 본 기억은 있는데,그 기억이 날랑말랑해서.”


내 혼이 담긴 거짓말이 어느 정도 먹힌 것인지, 얀진이는 고민하는 듯 보였다.


“분명 기억상…오래되지는 않았는데.”


한번 찔러본 말에 얀진이는 씩 웃으며 휴대폰을 만졌다.


갑자기 불안하던 순간, 차의 경적 소리가 들렸다.


빠앙!


“….”


“기억났나 보네?”


얀진이의 말에 기억이 났다.


그리고 다른 기억도.


‘조카야.’


‘왜? 삼촌.’


‘그 여자애, 왜 좋아하는 거냐?’


‘아악! 내 친구 얘기라고!’


‘그래, 그래, 그 친구가 그 여자애를 왜 좋아하느냐고.’


‘하아, 그 친구가 교통사고 났을 때, 그 여자애가 잠도 안 자고 옆에서 병간호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다행이네.’


‘뭐가?’


‘너가 마음의 짐을 좋아하는 감정으로 착각할까 걱정했다, 그게 아니라 순수하게 좋아하는 거구나.’


‘…응, 예쁘고 좋은 애야.’


‘그러니까, 전부 다 너 얘기라는 거네?’


‘아 으아 아아! 삼촌!’


내가 왜 얀진이가 아니라 얀순이를 택했는지도, 주마등이 스쳐 갈 때도 얀순이가 먼저였는지도 전부 깨달았다.


“응, 기억났어, 내가 구해준 애구나?”


얀진이의 환한 미소에 결심이 섰다, 어떻게서든 탈출해서 얀순이에게 돌아가 사과와 고백을…


쾅!


“?”


“?”


얀진이와 나와 둘 다 놀라서 시선을 맞추다 두리번거리는 순간 한 번 더 굉음이 울렸다.


쾅!


꽤 큰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소리에 다급하게 물어봤다.


“너가 불렀어?”


그러자 고개를 저으며 얀진이도 답했다.


“보아 하니까 네가 부른 것도 아니라면?”


쾅!


우리 둘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고…


쾅!

쾅!

쾅!


저벅저벅



미친듯한 굉음이 끝난 뒤에는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뿐이었다.


“하, 욕을 내가 참 싫어하는데, 하게 만드네? 이 ㅆㅂ 년 아.”


해머를 휘두르며 온 것은 분노에 가득 찬 얀순이었다.


“오늘 넌 뒤졌다, 이 쌍년아.”


‘어떻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다 우선은.


“학교폭력 멈춰!”


……………………………………………………………


그렇게 얀순이와 얀진이는 둘 다 경찰서로 갔다.


물론 얀순이는 수갑은 차지 않았지만 간 이유는 사람을 죽이겠다는 말과, 그럴 수 있는 무기의 소지로 인함이었다.


물론 경찰들은 충분히 정당방위일 거라고 날 안심시켰지만, 그래도 걱정되긴 했다.


나의 손목과 발목 상태, 얀진이의 자백 등으로 사건은 어느 정도 일단락되었고, 얀진이는 구치소로 가게 되었다.


그렇게 병원에서 치료를 다 받고, 얀순이를 만날 수 있었다.


“하아, 그래도 일이 이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한 얀순이를 보며 궁금했던 점을 물어봤다.


“어떻게 알고 왔던 거야?”


이를 부서지도록 가는 것을 간신히 말리며, 위치추적방법을 들었다.


“그년이 고백이 만우절장난이라는 걸 듣자마자 데리고 갔지, 근데 그 순간에 나를 죽어라 노려보는게 싸해서 쌍년 가방에 추적기 하나 넣어놨어.”


할 말이 참 많았지만, 그 덕에 살았다는 참 감정 풍부한 표정을 지으니 좀 기분이 나빴나 보다.


“왜 그런 표정이야?”


그래, 생명의 은인이고, 사랑하는 사람인데,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고백했다.


“좋아해.”


“…”


달아오르다 못해 화산이 될 것 같은 얼굴을 보며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나랑 사귀자.”


“…결혼식장은 어디가 좋을까?”


잘못들은거겠지?


“응?”


“부모님께 인사가 먼저겠지! 오늘 인사드리러 가자!”


아, 이 모습이 귀여운 게 나도 정상은 아니란 거겠지?



-END-





대회 공지 사실을 어제 알아서 급하게 만드느라 퀄리티가 많이 떨어지네요...


그래도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