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꽁꽁 얼어 가만 놔두면 잘라내야될 상황까지 가야할 1월의 어느 겨울밤


"거의 끝났어...."
검은양복차림의 남성이 서류가방에 뭔가를 쑤셔놓고

급하게 나선다

휴대폰을 확인하더니
"이 시간이면 애들 전부 잘 시간이구나...미안해 애들아 하지만...아무리 그래도 선 넘은건 너희야..."


심호흡을 하고 외친다
"아니 세상에 혼인신고서에 왜 의사도 묻지않고 내 이름을 넣는게 어딨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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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지금으로부터 며칠전이었다.
다른세계에서 온 시로코도 이곳에 적응시키고 카야의 반란도 막아내고 어느정도 지난 시기였다.

내 입으로 이런말 하기 뭐하지만
이 시기 내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자고 일어나면 하루에 모모톡이 1000개를 넘어있고 키보토스에 오기 전에는 꿈도 못꿀 사랑을 체감하고 있었다.

몇몇 학생들은 나보고 아예 결혼하자고 달려들기 까지 했다.

하지만 나는 선생
학생과 선을 지켰어야 했다

그래서 모든학생들에게 방송으로

"학생 여러분...여러분은 소중한 존재 입니다. 여러분의 외모나 성격으로 보았을때 사회에 나가면 틀림없이 훌륭한 아내가 될것입니다. 그러나 여러분 여러분은 학생입니다. 최근 몇몇 학생들이 반쯤 농담로 결혼하자 하는데...이런건 진짜 좋아하는 사람에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물론 여러분이 싫은건 아닙니다. 다만 저보다 멋지고 잘생기고 유머있는 남성과 결혼했으면 합니다. 여러분이라면 강제로 혼인신고서에 도장을 찍어도 좋아할겁니다. 그러니 여러분...이제 이런 장난은 그만두시길 바랍니다..."

라고 방송을 마쳤다.
난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 방송이 나가고 나서
유유카,히나,시로코,노노미는 물론 사오리,아츠코,호시노,아야네를 비롯한 모든 학생들이 날이면 날마다 혼인신고서를 들이대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 신고서에는 이미 내 의사도 묻지않고 내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오는 학생마다 돌려서 어떻게든 거절하고 있는데  거절 당했다고 포기하지 않고 이틀이나 삼일뒤에 또 와서 도전한다

참 난감하다
이걸 총학생회로 가서  린과 아오이에게 이야기하니
"정말 대형사고를 치셨군요..선생님...정말이지 제가 없으면 어떡하시려고..."

라고 하며 사태를 수습해주겠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고맙다며 인사를 하려는순간

아오이가 무슨 서류 두장을 내 밀었다
"이게 뭐야..??"

"뭐긴..나와 린 선배와 혼인한다는 서약서지 설마 이걸 그냥 넘어가려했어..?"


"방금 대형사고라며..?수습해주겠다며..?"

"그래..수습해줄꺼야 여기만 서명해주면..."

이럴수가 함정이다.

"생각좀 해보고..."

"선생님..? 지금 그럴 여유가 없으실꺼 같습니다..? 아까부터 총학생회에 수백통의 메일이 오고 있습니다. 선생님을 돌려달라고요..."

이럴수가 이제 나는 소유물인가..?

머릿속이 하예졌다
이대로 갑자기 결혼생활을 해야된다고"

"으아아...내일 내일까지만 시간을줘 내일 이 시간에 결정할게 부탁이야..."

"내일이라...좋아 알겠어...그럼 메일에는 내일 선생님이 답을 주신다고 전해줄게..."

"고마워..."

"아...선생님 혹시라도 그럴리없겠지만..."
린이

안경을 벗고 주시하며 이야기한다
"내일 되기전에 도망치시다가 걸리면...특단의 조치가 내려질겁니다. 혹시라도 그런 생각이면 버리시길 권장합니다.."

특단의 조치라....섬뜩했다
그럴일은 없다면 안심하라며
애써 둘에게 고개를 숙이고

학생회를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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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현재

"미안 난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어...그러니까 나 말고 다른 남자 만나서 행복해라!"

서류가방을 어깨에 들쳐매고 모모톡 어플 삭제하며 뛰기 시작했다.

밤 공기가 폐로 들어와 낮에 달릴때보다 두배는 숨이 찼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휴대폰을 보니 동이 트려면 6시간 밖에 남지않았다 그사이 학생들이 없는 곳으로 가야한다.

한참을 달리다가 숨이차서
품에서 물병을 꺼내 마신다

"하아...하아..얼마나 남았지..?"

"아직 3km남았다 선생..;"

"고마워..."
잠시만...? 이 허스키한 목소리 익숙한데?
뒤를 돌아보니 사오리가
내 팔을 쥐고 서있었다.

"사오리..?"

"실망이야....난 선생을 믿었는데..
밤에 선생이 어딘가로 급하게 가기에 모모톡을 보내봐도 답이없기에 설마설마 했는데 야반도주를 하고있었던건가..?"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면 모모톡은 왜 삭제한건가?"

어느새 내 폰은 사오리에게 있었다

"사오리...잠시만 너희는 아직 결혼하기에 일러!"

"상관없다....선생은 내가 총을 쏴서 진짜 죽이려했음에도 용서를 해줬다 뿐만아니라 공주도 구해줬다. 난 선생을 위해 평생을 함께할 준비가 되었다. 물론 선생을 진심으로 좋아하는것도 맞다.. 그러니...돌아가자..."

"잠깐만...사오리!"

"선생이 뭐라하든 놔줄생각이 없다...얌전히 돌아가자..."

이대로 사오리 손에 이끌려가면
난 결혼생활을 해야한다
물론 사오리가 싫은게 아니다.
결혼은 소중한것이다. 서로 잘 맞는지 동거부터 해보고 해야한다

사오리의 인생이 걸린 문제다
넘어가면 안된다.
그러나 이런 내 마음을 모르는지 사오리는 나를 공주님 안기로 번쩍들어

뛰기 시작했다.
"사...사오리!"

"곧 스쿼드의 아지트에 도착한다. 도착하면..... 첫날밤을 보내는건가...?"

이미 사오리 머릿속에는 나랑 백년해로를 맺는것이 기정사실화 되었나보다.

아...안돼

"선생 위험해!"
갑자기 사오리가
 나를 품에안고 웅크리기 시작했다.

이후 총성이 여러발 들렸다

"다친데는 없나...?"

"고마워..."

"으헤~선생한테 도주하자고 부축인게 누군가 했더니...전에 봤던 테러범들이네..?"

고개를 들어보니  호시노가 그 자리에 총구를 사오리쪽에 겨누며 서있었다.

"호시노...?"

"선생이 왜 모모톡을 안보나 싶었는데...역시 옆에 누가 있었네..."

"너 여기는 어떻게...?"

"뭔가 이상했어 선생이 거절도 아닌 다음날에 답신을 주겠다니...시간을 끄는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근데..?아니나 다를까..."

호시노는 서류가방을 잡고 지퍼를 부욱 열고는 거기있던 돈 다발하나를 꺼냈다

"평소에 카드를 잘 쓰던 선생이 왜 현금을 이리 챙길까..? 뭐 흔적이나 증거를 남기면 안되는 일이라도 있나보네..?"

"호시노! 잠깐만 그건 그냥 은행에 바꾸려고!"

"은행은 이 시간에 문 안열어
아무리 외부인이라도 선생은 이걸 알텐데..?"

이후 가방을 뒤집어서 돈다발을 죄다 꺼내고는 나에게  조심스레 다가오더니

"와 혹시나 해서 미행 안했으면
다시는 못 찾을뻔했네..? 이 돈들을 들고 어디 가려했던거야..?"

호시노의 여유있던 미소는 점점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몰래 떠나려한거 맞지..? 아저씨하고 후배들은 말이야 내일 선생의 서명 하나만 기다리고 있었어...근데 선생은...이런식으로 통수를 치네...? 아저씨는 점점 화가 나려해..."

사오리는 다시 내손을 잡더니
"선생 도망쳐야된다.. 호시노라는 저 여자는 나도 상대하기 버겁다. "

"선생...?설마 지금 바람피우려 하는거야..? 아무래도 선생한테는 교육이 필요한거 같네..."

호시노와 사오리의 숨막히는 기싸움이 계속되자 보는 내가 괴로웠다

"선생은 내것이다! 난 이미 선생과 같이 씻어보기도 했다.."

"뭐!?"

잠깐만 사오리 그런적 없잖아!
전에 사오리에게 샬레의 샤워실을 빌려준적이 있다. 물론 그때 그녀에게 바디워시를 건네주다가 실수로 짜버리는 바람에 밖에서 손을 씻으려하자

그녀는 선생이라면 믿을수 있다며
여기서 손을 씻어도 된다고
해서 씻었는데

이게 그 씻었다가 아니잖아!

덕분에 호시노한테 잡히면 목숨을 부지에서 미지수가 되었다

"으헤...내가 같이 들어가자고 할때는 항상 거절하더니..."

"선생...? 좀있다 나좀 보자..."
방금전 호시노의 말은 지금 이 밤공기보다 싸늘했다.



싫어 이대로 강제 결혼생활은 싫어...
누가 나좀 도와줘




버스타고 가는길에
폰으로 끄적여봄
그래서 다소 간격이나 그런게 좀 안 맞을수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