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천재였다.


직관, 판단력, 기억력, 응용력, 창의력 등등 머리를 쓰는 것이라면 어느 하나 뒤쳐지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저주받았다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의 재능은 화를 불렀다.


가족들은 그녀를 싫어하진 않았지만, 서로 이해할 수 없었다.


친구들은 그 능력을 두려워하거나, 질투하였다.


그녀에게 흥미를 보이는 몇몇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 호의는 여자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우정, 가족애가 부족했다.


그걸 채워줄 사람은 없었고, 여자 스스로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인생에서 불행한 일만 계속되지 않는 법.


남자를 만나고, 그녀의 인생은 달라졌다.


남자는 순수했다.


여자가 천재적인 능력을 보여도, 그저 '대단하다' 고만 하고, 남들과 똑같이 대해 주었다.


'바보같은 사람' 이라고 생각해도, 그녀는 남자를 생각할 때마다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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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시간이 흐르고, 둘은 대학생이 되었다.


남자는 일반인 중에서는 머리가 좋은 편이고, 노력도 많이 해서 명문대에 붙었다.


여자도 남자의 대학에 따라갔다.


그녀라면 조금 더 좋은 대학, 조금 더 좋은 학과에 지원할 수 있었지만, 이제 그녀는 남자가 없는 삶 따위는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가족들도 의문은 가졌지만 반대하진 않았다.


그정도 대학이면 나름 명문대고, 여자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애초에 그들은 여자가 일을 구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은 없었다.


어쨌든, 둘은 대학에 가서도 붙어 다녔고, 그 시간은 여자에게 별 감정이 없던 남자가, 감정이 생기기에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둘은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었고, 동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좋게 흘러갈 수만은 없다.


순수했던 남자는 사회에 나가 현실에 찌들어 버렸고, 이내 여자에게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여자의 행동이 전부 비정상적이었음을 깨닫는다.


게다가 여자의 사랑은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


어렸을 때부터, 사랑이 부족했던 탓일까.


남자는 고민을 거듭하다 여자에게 이별을 알렸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범재는 천재를 이해하지 못하고, 천재 또한 범재를 이해하지 못한다.


애초에 시선 자체가 다르다.


따라서 여자는 남자를 이해하지 못했다.


왜 자신이 헤어짐을 당해야만 했는지.


자신의 어디가 부족했는지.


돈은 충분했다.


장학금을 받으며 저축했고, 취미삼아 발명한 물건은 대박이 났다.


외모 또한 부족함이 없었다.


길거리에서 남자들이 한번씩 뒤돌아 쳐다보며, 관리 또한 꾸준히 하고 있었다.


사랑은 넘치도록 주었다.


여자는 그 뛰어난 머리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이 왜 차였는지 모른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오류가 나면 먹통이 되듯, 처음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생겨버린 그녀는 너무 당황해 남자를 붙잡지도 못했다.


여자는 그렇게 평생을 외로워하며,


평생을 이해하지 못한 채,


평생을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고,


폐인이 되고 망가져가며,





살진 않았다.


여자는 최대한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었다.


자신이 평범한 것에서 거리가 먼 것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무언가 다를 것이라 생각한 그녀는, 그녀의 여동생에게 전화했다.


여저에게 남자는 하나밖에 없는 친구이기도 했기에, 주위에 연락할 사람은 그녀의 여동생밖에 없었겠지.


별로 친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었기에, 그녀의 여동생은 금방 여자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나야."

"언니가 전화하다니, 별일이네. 무슨 일 있어?"

"그게, 그게—"


여자의 얼굴에, 물방울이 조금씩 흐른다.


"괘, 괜찮아?!"


여자가 우는 것을 처음 본 그녀의 동생은, 놀라며 그녀를 위로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여자가 진정되자 그녀의 여동생은 무슨 일인지 물었다.


"무슨 일이야?"

"그게, 남자친구한테 차였어."

"언니, 남자친구도 있었어?"

"..."


놀랄 만도 하다.


어릴 적 표정 변화가 없던 언니가, 그 누구보다도 굳세 보이던 언니가 울면서 실연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나 좀 도와줘."


.

.

.


여자는 그녀의 여동생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여동생은 그녀를 위로했다.


그리고, 여자의 의도를 파악하고는 여자에게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자신이 남자를 꼬셨던 방법을.


여자처럼 위기를 겪었을 때, 재결합한 방법을.


.

.

.


"하아..."


남자는 자책한다.


정말로 이게, 옳은 일이었을까.


여자가 비정상적이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자신이 너무했던 게 아닐까.


조금 더, 좋은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남자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기에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


"하아... 모르겠다..."


남자는 눈 앞의 술잔과 남은 안주를 비운 뒤, 집으로 돌아간다.


"덜컥!"


문을 열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안녕?"

"여, 여긴 어떻게..."


남자는 당황했다.


자신의 집 주소는 알려준 적이 없었고, 여자가 한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었기에 전부 잊은 줄 알았다.


어쨌든, 평상시의 남자였다면 그녀를 설득하거나, 이야기부터 들어봤을 것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자극적인 복장, 술의 힘, 남자의 미련.


이 세 가지가 모여 기적을 만들어냈다.


"햐, 햐앗! 많이 참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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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어떻게 되었냐고?


당연히 결혼했지.


여자의 사랑은 더 무거워졌지만, 남자는 죄책감 때문인지 그것을 거부하지 않았어.


그리고 여자의 여동생도 정상인이 아니었다는 건, 또 하나의 이야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