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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어렵겠는데요..."


해독에는 일가견이 있던 코유키마저도 고개를 내젓으며 유우카의 심란함에 불을 붙이던 찰나


"으으으... 에...?"


갑작스레 혼자서 파일이 변조되고, 화면이 움직이고 있었다


"아...? 이거, 어째서..."

"코유키! 코드 뽑아! 당장!"


멍 때리던 코유키가 급히 대응하려고 했지만, 노아가 이를 제지했다


"ㅅ, 선배!? 지금 뭘..."

"코유키 쨩, 화면을 봐요."


그녀들이 고개를 들었을 때 화면에는 깔끔히 정리된 파일과 함께 노란색 스티커 메모가 남아있었다


-부디, 선생님을 해친 범인을 잡아줘.-


조그맣게 남겨진 메모 밑에 새겨진 베리타스의 문양을 보고서 겨우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이내 세 명의 손에 의해 분석된 자료는 유우카의 손에 들린 채, 선생이 있는 병실로 향했다


"..."


병실로 향하는 길에 읽어본 자료는 지금까지 수집했던 정보보다 훨씬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가려지거나 삭제된 공사인부 명단도 제대로 기재되어 있었고, 발견된 유류품의 숫자도 일치했다

그러나 만약 선생님이 깨어 계신다면, 이들을 체포하는 걸 과연 허락해 주실까, 라는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었다


"분명 선생님이라면..."


선생님이라면, 이런 아이들도 앞뒤 사정을 들어준 뒤 용서해줘버릴 것이다

설령 자신을 쐈더라도, 학생의 실수라며 감싸주는 선생님

선생님은 용서해주실 것이다


하지만...


"제가, 용서하지 않아요."


이윽고 병실 앞에 도착한 유우카는, 익숙한 한 명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 무슨 일이야."


선생의 병실 앞에서 경계를 서던 선도부장과 마주한 유우카


"그 날에 있었던 연막, 누가 했는지 알아냈어요."

"... 방금 그거, 진심이지...?"


놀라하면서도, 드디어 범인을 찾았다는 생각에 비틀린 웃음을 지우지 못한 히나는 유우카의 손을 잡아 끌어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 아직 교대시간 안 지났잖아."

"..."


차가운 눈빛으로 짙은 커튼 뒤를 노려보는 호시노와, 멍한 눈빛으로 선생의 손을 붙들고 있던 와카모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면서 히나는 말했다


"선생님을 이렇게 만든 범인을, 알아냈어."

"... 뭐?"


차갑게 가라앉아 있던 호루스의 눈이 타오르고


"아... 아아..."


깊은 상처를 입은 여우도, 피웅덩이에서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어딨어. 그 놈들... 찾아서 전부... 찢어버리겠어..."

"아... 후... 후후훗..."


자신의 선생을 위협한 죄를 물을 기회를, 허투루 날릴 수는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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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이 총을 맞았던 그날, 작전을 망가뜨렸던 이들의 신상이 확보되었다는 이야기가 돌자마자, 모든 키보토스의 학생들의 여론은 들끓기 시작했다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고, 의지할 수 있는 공간을 내어준 덕에 주요 3대 학원부터 뒷골목의 스케반까지 습격범이 누구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치열했다

게헨나 연합전선과 트리니티 사이의 간극도 선생 습격범이라는 공동주제에 빠르게 봉합되었고, 이내 합동작전으로 변경될 정도였다


"오늘 회의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합동작전을 위해서 개최된 학교 중역 간 회의

밀레니엄의 유우카


"좋은 작전이 될 것 같네요... 정말로..."


트리니티의 나기사


"... 빨리 끝나서, 잡으러 갈 수 있다면..."


게헨나의 히나

3대 학원 외에도 아비도스, 붉은겨울, 산해경까지 대부분 학원의 참가 아래에 주제가 제시되었다


"먼저, 이미 들으셔서 알테니 단도직입적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연막을 터뜨린 범인들의 체포를 위해서, 공동으로 팀을 꾸릴 것을 제안합니다."

"동의합니다."

"동의해."


유우카의 제안에 반대를 하는 인원은 없었다

그리고, 유우카가 투입될 학생들을 제안하려는 찰나 누군가 말을 꺼내었다


"누군지는, 공개하지 않는거야?"

"호시노 씨, 지금은 그런 것 보단..."

"아니, 난 들어야겠어."


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장중이 술렁였다


"바깥에는 지금 누가 범인인지로 서로 다투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 공개하면, 자칫 학원 간 추가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서... 누군지, 어디 사는 어떤 년인지도 모르고 잡으러 간다고...?"

"일단, 먼저 잡아놓고 공개를 하는 편이..."

"병실에서도, 말 해주지 않았는데... 날더러 그걸 믿으라고?"


점점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간간히 고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싸움이 날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유우카가 나섰다


"호시노 씨... 지금은 안돼요. 또 다시 소속 학교로 싸우는 건 선생님이 바라지 않을 테니깐요."

"... 하아..."


선생의 의중이 테이블에 올라오자 마지못해 물러나는 호시노

그렇게 유우카는 다시금, 원래 의제를 꺼내들어 대화를 이어갔다


종막을 향해서, 상처와 고통의 끝을 향해서 나아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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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미안하다


완결까지는 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