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귀국하기 하루 전, 자기의 호텔방에 쳐들어온 남자들에 의해 납치가 되어버린 얀붕이.


얀붕이는 끌려가면서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떠올렸지만 도통 이해를 할 수 없었어.


2주 동안 일본 여행을 하면서 본인이 누군가에게 폐를 끼친적도, 누구의 기분을 상하게 한 적도 없었어.


오히려 선행을 했다면 선행을 했었지.


위기에 빠진 아름다운 여학생을 구해줬었으니까 말이야.


그 소녀가 본인에게 고맙다며 식사를 대접해줬었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친해져서 전화번호와 라인을 공유하게 될때까진 행복했어.


그 소녀는 본인이 살면서 본 여자 중에 제일 예뻤거든.


그래서 귀국하고 나면, 끝내주는 휴가를 보내다 왔다고 직장 동료들과 친구들에게 자랑할 생각이었는데...


아... 한국 도착하고 이틀 뒤에 있을 소개팅 상대에겐 어떻게 말하지...


아니, 말은 할 수 있으려나..


이젠 본인이 죽을지, 살지도 모르는 처지에 빠진 얀붕이는 봉고차 안에서 벌벌 떨 수 밖에 없었어.


차가 멈추고, 무서운 덩치 형님들이 끌고 가는대로 끌려간 얀붕이는 눈 앞이 안대로 가려져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었어.


이 새끼들이 본인의 장기를 뜯어갈지, 인체 실험을 할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실금 하기 직전까지 갔었지.


그런데 이 덩치 형님들이 왜인지 본인을 푹신한 어딘가에 앉혀놓더니, 아무짓도 안하는거야.


얼마나 지났을까.


얀붕이를 향해 걸어온 목소리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예쁜 목소리였어.


"얀붕상, 부디 저희의 무례를 용서해 주세요. 하지만, 당신을 도저히 한국으로 돌려 보낼수 없었답니다?"


이 목소리는.... 분명, 본인이 구해줘서 같이 밥도 먹고 라인도 공유한 그 소녀의 목소리였어.


"하루카...?"


얀붕이 소녀의 이름을 부르자, 소녀는 기쁜 미소를 지으며 얀붕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어.


"네, 맞아요. 얀붕상의 하루카랍니다?"


"...아니, 왜 이런 짓을...?"


얀붕은 도저히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어.


그때 하루카가 하얗고 고운 손으로 얀붕이의 안대를 벗겨주었어.


그러자, 전에 봤던 하루카처럼 여전히 아름답고 매력적이었지만 그때의 단아하고 깔끔한 교복의 의상이 아니었어.


지금의 모습은.... 마치 야쿠자 같았지.


"저, 하루카는 얀붕상을 보고 느꼈어요. 얀붕상이 제 운명의 상대라는 것을요. 저를 구해주시고 저를 배려해주시는 모습에 전 얀붕상에게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어요. 처음 느끼는 감정이라, 처음엔 헷갈렸어요. 또래 남자애들을 봐도 느껴지지 않던 감정이었는데... 얀붕상이 메말랐던 제 가슴에 불을 지펴주셨지요."


"하루카... 근데 도대체 이 상황은..."


"저도 처음부터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저도 제 부하들을 시켜서 이런 과격한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구요. 다음엔 제가 한국에 가서 또 평범한 여고생인것처럼 연기해서 얀붕상이랑 관계를 천천히 발전시켜가고 싶었는데... 얀붕상이 다른 여자랑 연락하는 걸 봐버렸어요.."


하루카의 목소리가 싸늘해지고 눈에 서서히 빛이 없어져가는걸 본 얀붕이는 자기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어.


군대도 특전사를 나왔고, 매일같이 운동해오던 얀붕이조차 덜덜 떨게 만들정도로, 지금 본인 눈 앞에 있는 하루카의 기백은 대단했어.


"얀붕상이 그 여자랑 맞선을 본다는 걸 알아버렸어요. 얀붕상이 말하는 것을 몰래 엿들었는데, 분명 결혼을 전제로 한 맞선이겠지요. 그건 안돼요. 연애를 목적으로 한 맞선도 화나 미쳐버릴 것 같은데, 결혼이라니요? 저희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운명이라는건 분명 존재해요. 그리고 얀붕상과 저는 운명이랍니다? 반드시 이어져야 하는 운명 말이죠."


이젠 두 손을 모으면서 뺨을 빨갛게 물들이며 일렁이는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하루카가 정말 무서워질 정도였어.


"하루카.. 나는 곧 30대고... 너는 아직 10대잖아.. 그래서 우린 만나기 힘들것.."


"그럼, 제가 성인이 될때까지 저희 집에 있어주시면 되겠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집엔 얀붕상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다 있답니다? 게임기, 온천, 맛있는 음식, 정원까지... 제가 지금 18살이니까... 2년만 저희 집에 계시면 되겠네요!"


"지,직장은...? 내,내 가족들이랑 친구들은...?"


"저희가 알아서 잘 말씀드릴게요. 직장은 걱정하실 필요 없으세요. 저희 조직은 열도 내 최대 조직이고, 일본 정재계도 손쉽게 주무를 수 있으시니까요.. 제가 최근 후계자 교육도 받기 시작해서 얀붕상은 저만 믿어주신다면 평생 배부르게 사실 수 있어요. 얀붕상은 그저.... 제 옆에서 저만을 사랑해주시면 되는거에요.. 저도 얀붕상만을 바라볼테니까요..?"


"내... 내가 싫다고 하면..?"




"하?"



그 순간, 전의 화사하고 따뜻하며 상냥했던 목소리와 정반대인 매우 차갑게 가라앉는 하루카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하루카의 눈빛은 잔뜩 흐려져 있는 상태로, 그러나 초점은 얀붕이만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었지.


얀붕이는 그런 하루카를 보고 지려버리고 말았어.



"싫다고 하실 일이 없잖아요? 제가 얀붕상을 이렇게 사랑하는데, 얀붕상이 저를 사랑하지 않을리가 없어요. 제가 앞으로 어떤 불여우년들과의 접촉도 막을거니까 오직 저만을 바라보실거고, 제가 얀붕상이 원하는건 뭐든지 다 해드릴거에요. 어떤거든요. 얀붕상은 그저 다른 년들 생각말고, 오직 저만을 바라봐주시면 되는거에요.. 그런데, 만일... 그걸 지켜주시지 않거나 제 집에서 도망가려고 하신다면..."


꿀꺽, 하고 얀붕이는 침을 삼켰어.


"도망가려고 한다면...?"





"팔다리를 잘라서 저만의 인형으로 만들거에요. 아, 걱정 마세요.. 후훗. 그런 얀붕상도 정말 귀여우실것 같거든요 ❤

평생 얀붕상만을 사랑해드릴테니까... 궁금하시면 한번 시도해보셔도 좋아요?"


날이 잘 선 일본도를 들며 본인을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 미소를 짓는 하루카를 본 얀붕이는 결심했어.


절대, 도망쳐서는 안되겠다고 말이야.






이런거 써줘


이런거 말고도 자기 무서워하는 얀붕이한테 눈물 흘리면서 자기 버리지 말라고 비는 의존증 야쿠자 얀순이도 좋을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