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제가 끝난지 한달이 지났다.


나──카루이자와 케이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근데,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


남자친구인 아야노코지 키요타카가 빈껍데기처럼 무기력해졌다. 뭐, 사람에 따라서 원래 무기력해 보인다고는 하던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다.


쉽게 말해서, 기운이 떨어졌다는 거다.


문화제가 끝난 후, 나는 나나세 씨로부터 직접 선전포고를 받았다. 정정당당하게 키요타카 선배를 빼앗겠습니다 라고 선언한 것이다.


당연히, 나와 나나세 씨는 크게 싸웠다. 호리키타 씨가 중재해 줘서 큰일은 없었지만, 여러가지로 힘들었었다.


그리고, 키요타카가 아마사와 씨와 키스한 사진이 전교에 퍼진 일도 있어, 키요타카는 학교에서 떠 있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유일하게, 아야노코지 그룹과는 화해한 것 같지만, 다른 학생은 키요타카에게 접근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제일 힘들었던 일은, D반의 이치노세 씨와 A반의 사카야나기 씨다. 키요타카를 목적으로, 이 반에 쳐들어온 적도 있었지만, 이미 빈 껍데기가 되어버린 키요타카를 보고, 완전히 실연 당했다고 쇼크를 받은 것 같았다.


이치노세 씨도 사카야나기 씨도, 키요타카가 진심으로 아마사와 씨를 좋아했다고 착각해, 완전히 우울해진 모습이었다.


결국은, 문화제 이전의 반과 거의 같다는 느낌이다.


바뀐 점은, C반과 B반 학생의 사이가 약간 개선된 것과, 반에서 호리키타 씨의 주가가 오르고, 키요타카의 주가가 떨어진 것 정도.


나머지는 시험이 없는 대신, 보람 없는 하루하루가 헛되이 지나갔다.


그리고────


"이것으로, 학년집회를 마치겠습니다. 이사장, 사카야나기였습니다"


사카야나기 씨의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복귀한 것 같다.

키요타카를 노렸던 츠키시로 이사장 대행이 1년 내내 키요타카를 노리던 일이 교사들 사이에 널리 퍼졌고, 문화제 때 외부 인사에게 비리를 폭로당했다고 키요타카가 설명했다.


츠키시로 이사장 대행의 비리를 폭로한 것이 키요타카의 아버지였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카루이자와 씨! 이 뒤에, 케야키 몰에 들르지 않을래?"


"아, 미안. 나 지금부터 선약이 있어. 오늘은 패스"


"아, 오케이. 내일 보자"


"응, 바이바이"


잘 열리지 않았던 학년집회도 끝나서, 이제 귀가하는 학생이나 놀러가는 학생이 매우 많았다.


나는 놀러가자고 한 친구와 헤어졌다.


그대로, 키요타카가 혼자서 어딘가에 가는 것을 보고, 그 녀석의 뒷모습을 쫓고 있었다.


"키요타카"


"....케이?"


"너, 한 달 가까이 반에서 떠있는데 괜찮은거야? 제대로 친구 있어?"


"....네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일부러 밖에서 말을 걸어오다니,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


나와 키요타카는 학교에서 말을 하지 않게 되어있었다. 문화제 때는 실행위월으로서, 반 친구들 앞에서도 많이 잡담을 나누었지만, 지금의 키요타카에게는 어딘가 기댈 곳이 없어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와 키요타카는 헤어진게 아니다. 집 데이트도 제대로 하고 있고, 나름대로 애인 같은 일도 모두에게 숨어서 하고 있다.


키요타카는 나나세 씨의 열렬한 어프로치를 무기력하면서도 나를 위해 흘리고 있는 듯, 나나세 씨는 그것을 보고 쓸쓸한 듯 키요타카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가자"


"어, 어이....간다니 어디로?"


"노래방. 지금 너를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 받으니까 어울려줘. 방 안이면 아무도 못 들어오니까, 괜찮지?"


"....그래, 좋을대로 해"


키요타카는 계속 이런 상태라, 점점 화가 난다. 모처럼, 친구가 없는 이 녀석을 걱정해 여자친구인 내가 놀러다녀주고 있는데, 전혀 즐거운 것 같지 않다.


정말 키요타카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자신이 없어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아마사와 씨가 퇴학했다.


솔직히 말할게.

나는, 그 순간 환희에 몸을 떨었다.


그 애가 싫었고, 내 키요타카에게, 자기 것인 양 접근하는게 싫었으니까.


쇼크를 받은 키요타카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제 키요타카와의 사이를 방해받을 일은 없다고 생각해 기뻐져 버렸다.


뭐, 나나세 씨라고 하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고, 이치노세 씨나 사카야나기 씨의 문제도 있지만....


"쉴틈 없는 나날들로 웃지 못하는 너에게~내가 할 수 있는 한의 가장 눈부신 내일을~"


"...."


키요타카는 무표정한 눈으로 노래방 화면을 보고 있다. 계속 멍하니 있는 것 같아서, 완전히 패기가 빠져버렸다.


조바심이 더해진다.


키요타카에게는 나만 있으면 되는데, 이 녀석에 머리속에는 왜인지 퇴학당한 그 아이가 남아있다.


짜증나. 짜증나.

키요타카에게는 내가 계속 곁에 있어주는데, 지금 이 녀석은 아마사와 씨가 없어진 것이 그렇게 슬픈걸까.


마치, 나보다 아마사와 씨가 더 소중했다고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짜증나.


"....뭐야"


"....케이?"


노래를 멈췄다.

노래방의 음악만 나오고 있다.


키요타카는 갑자기 노래를 중단한 나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아마사와 씨가 퇴학당한 게 그렇게 충격적이야!? 너한테는, 쭉 내가 함께 있잖아!!"


"────────"


그리고, 갑자기 소리치기 시작한 내게 키요타카는 놀란 것 같았다.


"이미 끝난 일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그 애가 없어진 정도로 왜 그렇게 풀이 죽어 있어!? 너한테는 계속 내가 있는데! 내가 키요타카의 여자친구인데....! 왜, 왜!!"


"...."


마치, 지금 내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난다.


마이크를 잡은 채 말해서인지, 그 말이 방안에서 시끄럽게 울린다.


"미안해"


흐느껴 우는 내 등을, 미안한 듯 키요타카가 끌어안았다.


"....미안해"


"....읏"


키요타카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소리 없이 울었다. 전부 이 녀석이 나쁘다. 내가 있는데 아마사와 씨 생각만하는 이 남자가 다 나쁜거다.


나는 키요타카를 즐겁게 해주고 싶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키요타카는 문화제 전에 비해, 굉장히 사람다운 표정을 짓게 되었다. 그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로봇같은 키요타카에게 감정이 싹튼 것 같아서 기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사람답게 만든 것이 내가 아니라, 아마사와 씨 같다고 주위에서 생각하는 것이 싫었다.


키요타카의 진짜 여자친구는 나이고, 아마사와 씨는 외야에서 억지로 키요타카에게 키스한 나쁜 여자라고 주위에 퍼뜨려 주고 싶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하면 키요타카가 슬퍼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


"미안해. 맞아. 케이가 힘을 북돋아 줬는데 건성이었던 내가 잘못한거야"


"....아마사와 씨를 좋아하는거야?"


"....그렇지 않아. 나의 여자친구는 케이 뿐이야. 하지만 아마사와가 퇴학당한 건 조금 쓸쓸하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짜증나는 일은 많았지만, 그래도 사이 좋았던 후배였으니까"


"....시끄러 바보. 내 앞에서 그 애에 대해 말하지 마"


"....미안해"


맞아.

아무리 키요타카가 그녀가 없어져 쓸쓸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결국에는 변하지 않는다.

나는 키요타카에게 정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고, 키요타카도 그런 나를 더 이상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마사와 씨가 아무리 키요타카를 좋아한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 이 녀석은 내꺼야. 아무한테도 절대 안 줄거야.


그렇게 굳게 맹세하고, 나는 키요타카의 등을 다시 한 번 강하게 껴안았다.


토할 것 같다.

독점욕이 너무 강해.


이래서야 아마사와 씨나 나나세 씨와 같다.


하지만, 독점욕이 그녀들 이상으로 강하지 않으면, 키요타카의 옆에 있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 같아서 싫어.


나는 아마사와 씨가 싫어.

이건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

나와 키요타카가 사귀고 있는 것을, 꽤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키요타카의 입술을 억지로 빼앗은 도둑 고양이.


그런 도둑 고양이와 똑같은 여자가 되려 하는 내가 너무 싫었다.


"네가 곁에 있어준다면, 난 아무것도 필요없어"


"케이"


"....키요타카가....다른 여자를 떠올렸다 해도, 그래도 계속 키요타카 옆에 있고 싶어"


"...."


"그러니까 부탁할게....키요타카. 나를───"


이미 두 번이나 했던 말이다.


키요타카에게 전부 거절당했지만, 이제 슬슬 하지않으면, 정말로 키요타카가 멀리 가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안아 줘. 이제 인내의 한계야"




매달리는 소녀를 보고, 나는 억지로 케이의 입술을 빼앗았다.

감시 카메라에 찍히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슬아슬하게 남은 이성을 총동원해 노래방에서 집으로 돌아와 케이를 내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지금 여름 때와 마찬가지로 방에 도착한 순간, 케이가 나를 침대에 밀었다.


그녀의 눈은 필사적으로 보였다.

나를 보내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나에게 달라붙었다. 이렇게까지 참게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미안한 기분이 든다.


....미안해?

나는 나의 감정을 의문스럽게 생각한다.


옛날의 나라면, 죄책감 따위 아무것도 없었겠지. 분명 케이로부터의 성관계도 가볍게 받아들여 그녀의 기분을 기쁘게 하고 있었을 것이다.


"키요타카"


홀리는 듯한 케이의 말이었다.


그 말에.


그 인토네이션(イントネーション)에


내 안에서 뭔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은거지?"


"키요타카야말로"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1달을 건디듯이, 눈앞에 있는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해주는 소녀의 기분을 이용하듯이, 나 자신의 케이에게 매달렸다.





분명히, 나는 이 때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판단을 했겠지.





케이와 처음으로 어울렸다.


이치카나 나나세 때처럼, 상냥하지 않았다.


케이가 원했기에, 무리하게 케이를 범했다.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그녀를 무시하고, 정신없이 허리를 움직였다.


마치 현실로부터 도망치듯

마치 쌓인 울분을 케이에게 발산하듯.


누군가 나를 때려주면 안될까.

누군가 나를 벌해주면 안될까.


분명 이치카는 내가 이런 기분을 갖게 하기 위해 혼자 나간 것이 아니다.

내가 케이와 함께 행복해졌으면 해서, 말 없이 화이트룸으로 돌아갔다.


비명을 지르는 케이의 목소리는 서서히 교성으로 변해갔다. 변태같은 목소리를 내는 그녀에게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나는 케이에게 빠져들어 갔다.


이제 될대로 되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치카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치카만큼 나를 사랑해 주고 있는 케이를 사랑하려고 어떻게든 그녀를 안아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케이는 이치카와는 다르다.

고통에 약한 보통의 여자아이다.


하지만, 케이는 나에게 버려지지 않기 위해 코통을 필사적으로 견디고, 기분 좋은 듯한 소리를 높여간다.


그런 그녀의 상냥함을 이용해, 그녀를 아프게 억지로 범했다.


계속 성욕이 쌓여 있기도 해, 가차없이 했다.


케이에게는 코통이자 지옥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직접 안기러 온 이상 나도 용서할 수 ㅇ벗었다.


차라리, 이걸로 케이가 나를 싫어해줬으면 얼마나 고마웠을까.










몇 시간이 지나서야 행위가 끝났다.

피투성이가 된 그녀의 질을 보았다.


나오는 하얀 액체와 함께 바라보니 엄청나게 그로테스크해 보였다.


케이의 눈물은 이미 말라붙어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젠 비명도 지르지 않고, 얕은 숨을 반복하고 있다. 한 번은 죽지 않았을까 하고 불안했지만, 케이는 울면서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내가 싫어졌어?"


"그럴리가. 사랑해, 키요타카"


"...."


케이의 부드러운 손이 나의 앞머리를 어루만졌다.


쌓인 성욕에 맡겨 억지로 저리르는 흉내를 냈지만, 믿을 수 없는 한마디였다.


분명히 아픔은 있지만, 동시에 행복도 느꼈는지 케이의 표정을 고통스러운 표정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도 같이 있어줄 거지?"


"....그래"


맞아.


이치카가 바랐던 행복은 이런 형태일 것이다. 케이가 나를 원하고, 나도 케이를 원한다.


약간은, 내가 케이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도 예상범위 내일 것이다.


내가 빈껍데기처럼 되어도, 언제나 밝게 격려해 주었다. 항상 잘해주었다.


이치카가 사라져, 간신히 잃어버린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된 어리석은 나를, 망가진 것 같은 나를, 계속해서 지탱해주는 케이.


내 곁에 있어주는 케이의 마음에 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나는 분명 그런 강박관념에 휩싸여 있는 거겠지.




키요타카의 성욕을 깔보고 있었다.


처음이 그렇게 아픈 건 줄 몰랐다.

거기다, 키요타카는 그런 나를 무시하고, 허리를 계속 움직여서, 몇 번인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어. 진짜로.


다음 날은 당연하게도 학교를 쉬었다.

더 이상 허리가 움직이지 않아서 일어나지도 못했으니까.


그 다음 날도 통증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학교에 갔다.

안짱다리(ガニ股 두 발끝이 안쪽으로 휜 다리)가 되어 버려서, 우연히 만난 류엔에게 시비를 받아 화가 났던 걸 기억하고 있다.


"여어, 카루이자와"


"뭐야, 말 걸지 마"


"크크, 안짱걸음으로 유쾌한 걸음걸이를 하고 있는 재미있는 여자한테는 말을 걸 수 밖에 없잖아"


"흥. 이제 너한테 시비걸려도 동요하지 않아"


"아?"


"나, 진정한 의미로 키요타카와 연결되었으니까. 류엔이 생각하는 것 같은 사태는 되지 않아"


"....그러냐"


류엔은 굉장히 진지하게 내 이야기를 들었다.

그 녀석치고는 의외로 성실하게 들어줘서 놀랐다.


뭐, 그렇다고 이 녀석에게 당한 일을 용서한다는 건 다른 문제지만.


"나는 나대로 행복하니까, 너도 빨리 여자친구 정도는 만들어. 뭐, 여자를 아무렇지 않게 때리는 녀석이 그런 걸 만들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크크, 너 진짜 겁이 많이 없어졌구나. 좋잖아, 그 도발에 어울려주지 갸루녀"


"나는 이 후에, 키요타카의 방에 가지 않으면 안되니까, 너를 상대할 시간 없어. 잘가, 류엔"


"시시하네. 지금 물이라도 부어줄까. 특별시험이 시작되면, 또 언젠가 옥상처럼 지옥을 보여주지"


류엔은 즐거운 듯이 욕을 내뱉고 내 앞에서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보고 생각한다.

역시, 나는 류엔을 좋아할 수 없다.

그 녀석이 죽는 것이 편안한 죽음이 아니기를 신에게 빌어줄 정도로, 나는 류엔 카케루가 엄청 싫은 것 같다.



♢♢♢♢♢♢♢♢♢♢♢♢♢♢♢♢♢♢♢♢



카루이자와 케이와 대화해보고 생각했다.


그 빌어먹을 놈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좋은 여자라고.


아야노코지가 아마사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다니, 그런 건 보면 대충 알 수 있다.


분명히 말해서, 이 1달동안 나는 아야노코지에게 완전히 실망하고 있었다.


그 문화제 때와 같은 진심을 다시 볼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녀석이 한심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자가 사라진 정도로 기운이 없어지다니, 아야노코지도 결국은 『남자』였다는 건가.


크크, 나는 대체 녀석에게 뭘 요구하는 거냐?


아마사와 이치카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퇴학한 후의 학생들의 모습은 학교 측도 모르는지 넌지시 물어봐도 모른다는 답만 나왔다.


츠바키와 호센네는 한 달이 넘도록 정학인 상태다. 가끔, 마트나 편의점에서 쇼핑을 하다가 보였지만, 특별히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는다.


츠키시로가 없어지고 나서, 우선은 고도 육성 고등학교는 나아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뭐, 괜찮아졌다고 해도, 쓰레기가 먼지로 변한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쓰레기 냄새가 나지 않는 건 좋다.


아마사와가 사라지고, 홀로 남겨진 아야노코지는 그제서야 자신에게 애정을 보내준 여자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깔끔한 마무리다.


아마사와도 아야노코지의 행복을 바라고 있고, 아야노코지는 그것을 받아 들여 카루이자와를 안았다.


그래, 아야노코지의 이야기가, 만약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보이고 있다면, 틀림없이 전원이 납득하겠지.


끝맛도 나쁘지 않다.

아야노코지에게 말려들어, 아마사와나 츠키시로와 관련해 움직인 나로서도, 박수 짝짝 만만세다.


크크, 이 녀석도 저 녀석도 모두 이해력이 좋을 녀석이다.


이게 『해피엔딩』이라는 건가.





....근데, 나는 왜 이렇게도 납득이 가지 않는거지?





남의 사랑이다.


시시하다.

나한테는 아무 상관 없잖아.


하지만, 말려든 측으로서는, 녀석의 말로와 앞으로의 시험에서 진심을 내는 것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히요리는 차고, 아마사와를 잃고, 카루이자와를 선택했다.


나는 녀석을 구제할 수 없어





『아야노코지 군을 도와주세요』





네놈이 여기서 나오지 말라고.


어차피 같은 독서친구인 아야노코지에게 정이 갔을 뿐인데, 왜 나에게 부탁하고 싶어하는거냐.


아야노코지는 적인 상태로 좋다.

그 녀석에게 힘을 빌려주는 것 따위, 그 문화제로 마지막이다.


그 녀석은 반드시 이 내가 부숴버리겠다고 결심했으니까.




오늘도 케이를 안았다.

그로부터 일주일 가까이 지나려고 하고 있었다.


옆에서 잠을 자는 케이를 깨우지 않도록, 나는 슬그머니 침대를 빠져 나왔다.


숨이 막힐 듯한 고약한 냄새를 조금이라도 없어지게 하기 위해 베란다를 열자, 추운 겨울바람이 방안에 들어왔기 때문에 바로 닫았다.


벌서 12월이 된다.


이치카의 퇴학이 결정된 것은 10월 25일.


벌서 한 달이 넘었는지 정말 눈깜짝할 사이였다.


올해는 체육제가 없었다.

아마도, 문화제에서 꽤 학년의 포인트 차이가 나 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2월에는 작년의 페이퍼 셔플과 같은 필시 시험계의 특별 시험이 행해질 것이다. 뭐, 호리키타는 충분히 성장하고 있으니까, 그 녀석에게 모든 걸 맡기자.


츠바키네는 아직 정학인 상태니까, 적어도 다음 시험에서 나를 노리고 올 일은 없겠지.

사카야나기 이사장도 돌아왔고, 비리로 나를 몰아넣는 것은 이제 불가능할 것이다.


유일한 문제는, 나에게 계속해서 매달리는 나나세이지만, 그녀 나름대로 신경을 써주고 있는지, 무리하게 나의 상심을 이용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이치노세와 사카야나기를 울리고 말았다.

이들은 이미 완전히 기운을 잃어, 다음 시험에서는 실질적으로 호리키타와 류엔의 싸움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나는 나 때문에 반에서 떠버리고 있다.


뭐, 그룹원들과는 화해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문화제 전의 생활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지만.


케이와는....별로 없지만, 교제관계로 그녀를 안은 후의 일주일 동안은 그런대로 잘 되고 있다.


내가 이치카를 떠올리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분명, 연애는 이런 거겠지.


아무리, 상대를 생각했더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흐려지기 마련이다.


슬픈 이야기지만, 기억할 수 있는 것의 허용량은 한정되어 있고, 내가 아무리 화이트룸에서 단려됐다 해도 뇌의 구조까지 개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분명 이치카와의 추억도 사라져갈거라고 생각했다. 기대했다.


이 가슴 깊이 박혀있는 고통이 사라져 준다고.


문화제에서 지나간 복도.

스테이지가 있던 안뜰.

같이 먹은 오므라이스.


그렇게 생각한 순간에, 나의 뇌는 비정상적으로 발달해 아마사와 이치카와의 추억을 계속해서 떠올려 버린다.


그것이 한꺼번에 전개되자 참을 수 없었다.


울 것 같은 날도 몇 번이나 있었을 정도다.


내 방 책상 서랍에 단단하게 잠겨 있는 『그 편지』를 다시 읽는다.


몇 번이고 흝어보고, 한 글자 한 글자 기억하고 있다. 이 편지만이 유일하게 이치카와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물건이었으니까.


그리고, 언제나 마지막 문장인 『정말 사랑하는 선배에게』가 눈에 들어온다. 그 부분의 "선배에게" 부분이 번져 보인다.


내가 적신게 아니다.

처음부터 젖어 있었던 것이다.


틀림없이 이치카의 눈물이었다.


이걸 쓰며, 이치카는 그 예쁜 얼굴로 울고 있었다.


진짜 뭐야, 그게


그런 노골적으로 선명한 어필을 받고서 쉽게 잊혀질 리가 없다.


옆에서 케이가 깨어난 것을 알았다.

그녀가 보지 못하게 소리 없이 그 편지를 숨겼다.


"안녕, 키요타카"


"그래. 안녕 케이"


분명 케이에게는 나같은 사람보다 어울리는 사람이 많이 있을거야.


나보다 멋진 남자.

나보다 배려할 줄 아는 남자.

나보다 부드러운 남자.

나보다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남자.


그리고 나 같은 것보다 훨씬 더 케이를 사랑해주는 남자.


그런 남자와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반확신하고 있었다.


그래도 케이는 나를 선택해, 나의 곁에 있어주는 것을 선택해 주었다.


이것이 반드시, 이치카가 말하는『행복』일 것이다. 웃기네, 전부 새하얀 내가 남들만큼 행복할 수 있다니.


일어나는 케이를 보고 다시 생각한다.


그래, 우리들 잘 『연인처럼』해나갈 수 있대.


단지, 나는 가끔 생각난다.

이치카에게 대접받은, 가게 못지않은 맛인 오므라이스를.


갑자기 케이의 손맛에 지쳐버렸을 때 미련스럽게 생각난다. 케이는 의아한 표정을 했지만, 나는 당황해 케이를 속였다.


이치카의 편지는 이렇게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케이에게 들키지 않도록, 숨길 장소를 많이 생각한 끝에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도록 몸에 놓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


반에서 떠 있게된 일로 그룹 이외의 학생과 어울리지 않게 되었다. 당연히, 이치노세나 사카야나기네와도 연결되어 다른 반 학생과의 사이도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게 되었다. 어울리지 않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아졌다.


케이도, 항상 내 방에 자러 오는 건 아니니까.


혼자의 밤일 때, 나는 그 편지를 멍하니 읽는다.


혼자가 된 나를 위로하는게 아니다. 단지, 별로 흥미가 없는 소설이나 만화를 읽는 것보다 훨씬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계속 만져서, 종이의 내구도가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종이를 찢어버리지 않기 위해, 살짝 여는 그 시간이 좋았다.




────────────────

렛서팬더는 케이파가 아닙니다


번자타임와서 조금 양이 줄어든 느낌 있을 거임

양해 부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