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처럼 평범하게, 오후에 키요타카의 방에 들렀을 때였다.


키요타카의 방에서 크게 싸웠다.


크게 싸웠다고 해도, 내가 일방적으로 키요타카에게 욕석을 퍼부었을 뿐.


나는 울면서 뛰쳐나갔다.

거기까지는 똑같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드라마처럼,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사소한 착오나 오해로 싸운 것이 아니라는 점.


할 얘기가 있는 케이와, 전에 없이 진지한 얼굴을 한 키요타카가 나에게 이야기하는 간단한 일이었다.




이별 이야기게 이야기하는 간단한 일이었다.




이별 이야기(別れ話)




말로 하면 딱 세 글자.

히라가나로 읽어도 겨우 여섯 글자.

이렇게 어이없으면서도, 엄청난 위력을 지닌 세 글자이기도 하다.


"내가 싫어진거야?"


"그렇지 않아"


"싫은게 있으면 고칠테니까"


"그러니까, 그게 아니야"


키요타카의 상냥한 목소리는, 내게 더욱 상처를 입힌다.


울지 않도록, 소리치지 않도록, 목소리가 떨려버리지 않도록, 가능한 한 한심하지 않게, 나는 헤어지자는 말을 들어도 냉정하게 반응할 수 있게 행동했다.


키요타카에게 더 이상 못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키요타카에게, 끝까지 나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생충이라고 생각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읏...."


스스로도 성가시다.

기분 나쁘다고 얼굴을 찡그린다


연애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마다 꼴불견이다. 미련한 여자는 남일처럼 이별을 말하는 남자에게 매달리는 여자를 바보 취급했다.


그런 모습만은 키요타카에게 절대 보이지 않는다.


이별 얘기가 나온 시점에서 끝이니까.


키요타카 이외의 남자는 히라타 군밖에 사귄 적 없는데, 연애경험이 풍부한 것처럼 말하곤 했다.


끊어져 버릴 것 같은 키요타카와의 연결을 끌어당기듯 나는 필사적으로 키요타카의 어깨를 흔들고 있었다.


나를 버리지 말라고.

나를 이제와서 혼자둘 생각이냐고.


내게 이런 상황이 와보니, 헤어지자는 이야기가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었는지 몰랐다.


나는 절대로 그런 입장이 되지 않는다고.

되고 싶지 않다고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헤어지자는 말을 들은 내 뇌가 그 사실을 부정한다.


"학교를 그만두고, 이치카가 있는 화이트룸이라는 곳으로 갈거야. 그대로 저쪽에서 계속 지낼 작정이고. 이제 이 학교로 돌아올 수 없어"


키요타카는 그 정도만 말했다.


"결국, 그런거네"


"...."


"결국, 자기가 좋아한다고 말해놓고 배신하는구나"


"...."


"거짓말쟁이"


"....이해해줘"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알고 있었다.

나는 저주처럼 키요타카를 향해 울부짖었다.


"결국! 너도! 날 버리고, 어디론가 가버려!"


"맞아"


"더 이상 혼자 두지 않겠다고 했는데! 나만 좋아한다고 했는데!"


"맞아. 미안해, 전환이 빨라서"



여기에 없는 아마사와 씨에 대한 증오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사과 하지 마....!!"


"...."


"──웃기지 말라고!!"


진심으로 키요타카의 뺨을 후려갈겼다.

이런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키요타카의 입과 코에서 피가 나는 것이 보였다. 무저항으로 얼굴에 타격을 받고 그대로 허공으로 던져진 키요타카 위에 올라타 멱살을 잡았다.


"나는 아무래도 좋은거야!? 너한테는, 나와 둘이서 함께 있던 시간이 겨우 그 정도였다는 말이야!?"


"────────────"


산더미처럼 떠오르는 욕설들이 내 목에서 섞여간다.


키요타카의 눈이 나를 똑바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제대로 상의조차 하지 않고, 멋대로 싸운 그 눈이었기 때문이다.


옥상에서 류엔을 때렸을 때 그 눈이었기 때문이다.


주위의 의견도, 기분도, 신용도, 소망도, 전부 무시하고, 자신이 결정한 자신의 길을 자신의 마음대로 나아가기로 결의한 눈.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결코 말리지 못할 "평소의" 키요타카의 눈이었다.


"──────────────"


나는 그 눈을 보고 할 말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하하"


온몸의 힘이 빠져, 나온 것은 욕설이 아닌 비웃음이었다.


"너, 정말 바보잖아"


경멸을 담은 비웃음이었다.

나 이상으로 이 녀석을 사랑하는 여자 따위 세상에서 아무도 없을텐데, 이 녀석은 그걸 알고도 나를 버리려 하고 있다.


"안목이 없는 남자. 나를 버리다니, 제대로 죽지 못할거야"


"...."


"계획도 없고 무모한 남자. 자퇴라고? 너 고등학교 중퇴 중졸이잖아. 아마사와 씨 한 명을 살려봤자 앞으로 인생이 어려워질 게 뻔하지 않아?"


나는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늘어놓으며 비웃는 얼굴로 필사적으로 매도하고 있었다.


"네가 아마사와 씨의 편지를 숨어서 읽은 것도 알고 있어"


"....그런가"


"눈치채지 못한 줄 알았어? 진짜 바보잖아 너. 내가 질투 많은 거 알잖아. 바람폈는지 체크하려고 키요타카의 방은 샅샅이 뒤졌으니까"


마른 목소리로, 완전히 키요타카를 모욕하는 목소리로, 나는 나쁜 여자가 되었다.


"죽어버려, 키요타카"


"...."


"정상적으로 살려고 하지 마, 비정상인 주제에. 날 버린 바보 자식 주제에. 뭘 제대로 된 인간으로 행복해지려는 거야? 너한테 그럴 권리 따위 있을 리 없잖아"


평소 같으면 절대 말하지 않을 대사도 내뱉었다. 조금이라도 키요타카의 마음에 상처가 남도록, 조금이라도 무언가의 형태로 키요타카 안에 내가 손톱자국 만큼이라도 남을 수 있도록.


왜냐면 나는 더욱 키요타카에게 상처받고 있으니까, 이 정도 말할 권리는 있잖아.


"다른 여자의 편지를 언제까지나 소중히 간직하기나 하고, 내가 보지 않는 곳에서 바람피는 기분 나쁜 연약한 남자는 내가 거절할거야!!!"


멱살을 잡아 키요타카의 등을 마루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어차피 너랑 나는 타산으로 사귀고 있었으니까. 이렇게 웃지도 못하는 징그러운 남자랑 헤어지게 돼서 다행이네!!"


마지막까지 짓궂은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마음대로 하고, 마음대로 죽어버려. 나는 이제────너 같은 건 몰라"


그건, 패배자의 발상....나는 키요타카를 포기할 것을 이미 선택해 버리고 있었다.



♢♢♢♢♢♢♢♢♢♢♢♢♢♢♢♢♢♢♢♢



차가운 하늘 아래 반쯤 정신을 잃은 나.


정신을 차려보니 주위는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뭐, 아까까지만 해도 7시였고. 당연하다면 당연한가.


계속 이러고 있으면 가출 소녀처럼 보이려나.


감시 카메라에게 들키면 모처럼의 클래스 포인트가 줄어버리겠지.


"....아하하. 나 뭐하는걸까"


스스로도 바보같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거절당했다고, 키요타카에게 그런 심한 말만 하고, 여기에 없는 아마사와 씨에게 살의마저 솟아나고 있었다.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패배자일까.


잘그락, 하고 벽돌을 밟아 부수는 소리가 들려온다. 누군가 다가왔다.


"누구....?"


혹시 헌팅?

그런 거라면, 지금 당장 선생님을 불러서 이 녀석을 모함해야겠다.


오늘은 분노에 사고를 전부 맡기고 싶어진 것 같다.


고개를 든 순간, 내가 잘 아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크. 이런데서 뭐하는거냐, 너"


"....아하하"


"아? 왜 그래? 약이라도 한거냐?"


"크....하, 하핫....하핫....아하하, 아하하하하하핫! 아하하핫! 크하하하하하핫! 하하하하핫!! 아하하하핫! 하하하하하핫!"


"...."


이젠 무슨일인지도 몰라서 웃음이 나온다.


갑자기 미치광이 같은 목소리를 낸 나에게 말을 건 녀석은 당황한 것 같았따.


왜 이럴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남자는 와주지도 않는데.


누구보다 싫고, 누구보다 성가시고, 누구보다 용서할 수 없는, 누구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가 서있었다.


"드디어 미친거냐, 카루이자와? 이런 데서 이상한 웃음소리를 짓는 걸 보니 진짜 약이라고 한거냐?"


"아하하하하핫! 하하하하하하하하핫!!"


웃다, 웃다, 웃었다.


그냥 계속 웃었다.


너무 웃어서 미칠 것 같았다.


아니, 다르네.


웃지 않으면 자신의 불행함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어이"


"....하하핫, 하하핫"


"네놈────울고 있는거냐"


목이 쉴 정도로 큰 소리로 폭소를 터뜨리는 나를, 남자는 동정하는 듯이, 분위기를 바꿔왔다.


무표정하게, 눈을 똑바로 내게 향한 싫은 남자────류엔 카케루가 서있었다.




케이가 나간 방에서 나는 계속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입안 가득 철맛이 퍼졌다.

코에서 피가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티슈로 누르고 있었더니 쉽게 피가 진정되었다.


얼굴 언저리를 손으로 만져보니 또 감기가 도졌는지 뜨거운 감촉이 느껴진다.


닦은 손을 잘 보니, 미끈거리는 검붉은 진흙 같은 것이 손가락 끝에 묻었다.


설마, 그렇게 강한 스트레이트를 케이가 날릴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미래의 챔피언이네, 저건.


나는, 그저 시시한 생각을 하며 방의 시계를 보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7시 28분. 약속시간까지 30분 정도 남았다.


"케이 녀석....그렇게...."


이제서야 여자친구와의 추억을 되돌아보려고 해 봐도 이미 늦었다. 난 전부 버렸다.


케이는 서투른 상냥함을 가졌으니까, 사양하지 않고 나를 차주었다.


어설프게 상냥해서 그것에 위안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고마웠어, 케이"


이런 말이 위안이 될까.

자신의 어리석음에 더 이상 사귈 수 없게 된다.


『다른 여자의 편지를 언제까지나 소중히 간직하기나 하고, 내가 보지 않는 곳에서 바람피는 기분 나쁜 연약한 남자는 내가 거절할거야!!!』


끝까지, 나에게 울며 매달리는 일 없이, 나를 후려갈기고 나가 주었다.


『마음대로 하고, 마음대로 죽어버려. 나는 이제────너 같은 건 몰라』


그렇게 말하며 울면서 나를 차버린 케이가 있었다.


가지 말라고, 보내주지 않는다고, 만익 사귀고 있던 것이 이치노세나 나나세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선택해 사귄 것이 케이라서 다행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케이와 깊은 관계를 가진 지 벌써 1년 이상 지났다. 그런 그녀를, 나는, 겨우 1달 만난 후배를 위해서──버렸다.


사람을 좋아하는 건 시간과는 관계없다는 등의 핑계를 케이에게 사용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편했을까.


모든 사람이 나를 최악의 쓰레기 자식이라고 욕할 것이다. 일방적으로 케이와 있는 것이 구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임을 지고 케이에게 가는가 라고 물어본다면 대답은 NO다. 아무리 최저, 최악, 찌꺼기, 쓰레기 녀석이라고 해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 나에게도 남아있다.


그 내가.

아무도 좋아한 적이 없었던 내가.


나를 부정하고 왜곡시켜, 단 한 사람을 사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이외의 전부를 버리겠다고 호리키타 마나부에게 잘라 말했던 것이다. 그 신념만은 절대로 굽힐 수 없고, 누구에게도 굽히는 짓은 하지 ㅇ낳을 것이다.


그래서 죄책감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


나는 아마사와 이치카를 구하기 위해, 그 이외의 모든 것을 이 학원에 버리고 간다.

그정도 얘기다.


나는, 내게 호의를 베푸는 여자아이 모두를 돕는 주인공이 아니야.

그런 주인공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그런 성인도 아니다.


단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면, 난 그것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거다.


"....누구야"


문 앞에 사람의 그림자가 느껴졌다.


케이일까.

아니, 그럴 리가 없지.


확신에 찬 생각이 바로 그 가능성을 지워버렸다.


문을 들여다보니 매우 초조한 기색의 남자가 내 문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 그랬지.


그래.


너하고 제대로 결판도 내지 못하고 혼자 이 학원을 떠나다니 난 너무 편하게 사네.



"나다, 아야노코지. 좀 어울려라"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나는 말없이 문을 열고 놈의 등을 쫓았다.


남자와 나는 기숙사 밖에 있는 인적 없는 공원으로 향했다. 내 손에는, 특별히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는 배낭 하나 뿐.


"이런데서 무슨일이야. 나는 지금부터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있어. 용건이 있으면 빨리 끝내"


"크크, 뭐 그렇게 말하지 마. 조금 더 둘러보자고"


나는 남자의 말을 들었다

남자는 벤치에 배낭을 두라고 지시해 왔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배낭을 내려놓가, 무엇인가 참는 것처럼 주먹을 뚜둑거렸다.


"여어 빌어먹을 새끼야. 이렇게 직접 만난 건 1년 만이지?"


"류엔. 넌 여전히 정신 나간 놈이네"


"네가 말해도 되는거냐"


쿵, 하고 류엔이 진심으로 그 근처에 놓여있던 쓰레기를 걷어찼다.


....그렇구나.

감시 카메라가 없는 이 공원이라면, 무엇을 해도 괜찮다는 건가.


"말해 아야노코지. 네놈이 안고 있는 것 전부 다. 말하지 않으면 때려 죽인다. 거짓말을 해서 얼버무리려 해도 때려 죽인다. 최선을 다해, 이 나를 납득시킬 수 있도록 전부 토해내라────"


"...."



"────맞아 죽기 싫다면 말이야!"



류엔이 지면을 밟고 달려왔다.


응, 마지막이 너여서 다행이라고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류엔의 주먹이 날아온다.

마치 심판을 하러 온 문지기 같았다.



────────────────────────

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