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


내 배 위에서 실망한 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순간, 내 뺨에 통증과 충격이 왔다.


주먹이 무거워졌구나, 라고 칭찬하면 놈에겐 도발로 들릴까.


"....읏"


녀석은 나를 보고 몹시 초조한 듯 다시 한 번 갈겼다.


조금 전에 케이에게 맞아 코피가 터진 것도 있어서, 내 얼굴을 너덜너덜해졌을 거다.


그 옥상 때와는 완전히 반대의 구도였다.


"왜, 반격해오지 않는거냐"


"....반격할 이유가 없으니까"


"────!"


류엔의 눈이 분노로 물들었다.


다음 순간 조금 전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주먹이 내 얼굴에 내리쳤다.


또 둔탁한 소리가 난다.


통증과 충격으로 몽롱해질 것 같은 의식을 유지하며 류엔을 똑바로 바라보았따.


"왜냐"


날카로운 일격을 류엔은 무표정한 얼굴로 내게 내리친다.


"뭘, 웃고 있는거냐 네놈"


"그런가, 지금 웃고 있구나 나"


"머리가 맛이 간거냐"


"그럴지도"


한 번 더 맞았다.

내 배 위에 올라타있는 류엔은 말없이 나를 계속 때린다.


고통을 참으면서 나는 결코 류엔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빌어먹을 놈"


"...."


류엔은 멱살을 잡아 나를 일으켜 이마가 닿을 정도까지 끌어당겼다.


"이렇게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맞고 , 왜 무저항으로 있는지를 물어보는거다. 자기가 나쁜 짓을 했다는 걸 자각하는거냐"


"아아, 그건가────"


벌써 입 안이 전부 찢어졌다.

입 안은 모래맛과 철맛만 났다.


어금니의 감각이 없어졌다.

류엔에게 구타당한 사이에 몆 개 빠졌을지도 모른다.


나는 류엔에게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입의 통증으로 말을 잘 할 수 없었다.


말하는 것을 포기하고, 나는 한 번 더 웃었다. 그것을 본 류엔은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리며 다시 한 번 때렸다.


"빌어먹을"


"...."


"내가 부수고 싶었던 건 아야노코지 키요타카다. 이런 여자따위로 휘둘리는 망할 놈이 아니었어"


"...."


"네놈은 나 같은 놈에게 당할 정도로 쓰레기인거냐....! 어이, 대답하라고! 아야노코지!"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류엔의 어깨가 분노에 떨리고, 눈은 핏발이 서 있었다.


나에 대한 적의나 증오는 일정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나 내가 아마사와를 쫓아 모든 것을 버리고 이 학교에서 나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걸까.


"카루이자와가 울었다"


"....그런 것 같네"


"네놈이 울린거잖아"


"응. 맞아"


담담하게 말하는 나에게 분노한 듯 류엔이 뺨을 갈겼다.

입 안에서 뭔가 깨진 듯한 소리가 났다. 어금니 한 개가 잡힌 것을 느꼈다.


"풋"


핏덩어리와 함께 류엔에게 닿지 않게 어금니를 바닥에 뱉어낸다.


이 정도의 통증은 화이트룸에서도 맛본 적이 없었다. 육체적인 통증이 아니라, 나의 존재 그 자체를 때리는 것 같은 통증이다.


"카루이자와를 버리고 혼자 도망치는거냐"


"이치카가 혼자 나를 기다리고 있어"


"네놈이 사라지면 카루이자와 혼자가 된다"


"....그렇지 않아. 케이에게는 많은 친구가 있어"


"아?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공간을 친구로 채우라는거냐?"


핑계 섞인 말에 질린건지, 류엔이 내 멱살에서 손을 떼었다.

그대로, 나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는 아마사와가 퇴학당했을 때, 네놈에게 말했었다. 이걸로 좋냐고"


"그래, 그랬지"


"네가 카루이자와를 선택한 거다, 아야노코지. 뭘 도중에 전부 내던지고, 다른 선택을 하는거냐. 이제와서 맘 편히 갈아탈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냐, 웃기지마"


"...."


"결국 끝내, 네놈이 뿌린 씨앗의 뒤처리도 하지 않고 혼자 도망치는거야? 구제할 수 없는 쓰레기네"


"무슨 말을 해도, 이미 결정한 거다"


쿵, 하고 류엔에게 세 번 맞았다.

너무 맞아서 감각이 이상해질 뻔했다. 이렇게나 무저항으로 얻어맞은 건 처음이었으니까.


류엔에게 반격하려는 마음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이 녀석에게 맞을 이유는 있어도 때릴 이유는 없으니까.


완전히 류엔에 대한 전의를 잃은 나를 보고 류엔은 나에게 실망한 것 같았다.


"의외로 상냥하구나, 너"


"아? 이상한 소리 하면 죽여버린다"


"....케이 때문에, 네가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은 몰랐어. 솔직히 난 너한테 맞아 구원을 받은 것 같아"


"....특별히, 카루이자와를 위한 건 아니다. 말려든 한 인간으로서 지금의 네놈에게 마음속으로 화가 났기 때문에 때리고 있을 뿐이야"


"그래도야, 류엔. 난 무서웠어"


이대로, 케이에게 멋대로 군 채 이 학교에서 도망치는 것이 무서웠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내게 벌을 주는 누군가가 있어 틀림없이 구원받았다.

류엔의 주먹은 가차 없었다. 놈의 펀치 하나하나에 무게와 힘이 들어있어, 성장을 느꼈다.


"난 겁을 먹었어"


"뭐에 말이냐"


"너 같은 놈은 때릴 가치도 없다고 네가 그럴까봐. 그런 말을 듣는 것보다 진심으로 화를 받아 얻어맞는게 훨씬 나았어. 정말 안심이 됐다"


"바보녀석이"


류엔은 그런 나를 보고 혀를 찼다.

이 일방적인 싸움이 시작된 지 얼마나 됐을까.


녀석은 똑바로 적의를 담은 눈으로 나를 본다.

류엔이 초조해하는 것은 보지 않아도 공기로 알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너무 맞아서 감각이 없어져서 그런지 얼굴은 별로 아프지 않았다. 아픈 것은 입 안이나 깨진 치아 쪽이다.


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힘없이 뒹굴고 있는채로. 나를 무시하고 일어서는 류엔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묻지 말았어야 했어"


한숨.

먼저 내뱉은 것을 위에 있는 류엔.


"네놈의 이야기는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때려죽일 걸 그랬어"


그건 곤란하네.

지금부터, 화이트룸을 처리해야하니까. 너무 몸이 망가지면 곤란하다.


류엔이 왠지 모르겠지만, 내 얼굴 이외에는 공격해 오지 않았다. 손발은 전혀 아프지 않다. 너덜너덜해진 것은 얼굴만이라 다행이다.


"왜냐, 아야노코지"


쿵, 하고 류엔이 지면을 쳤다.


"아니잖아"


"...."


왠지, 괴로운 것 같은 놈의 목소리가 들린다.


평소에는 오만한 태도와 과격한 면모를 보았기 때문에 류엔의 목소리에서 신선함을 느꼈다.


아아, 너라도 그렇게 괴로운 듯이 소리를 낼 수 있구나 하고 왜 그런지 생각했다.


"보통의 포지션이라면 내가 카루이자와를 울리고, 네놈이 그 녀석을 구해주는거 아니냐"


"...."


"울리는 건 네놈의 역할이 아니잖아"


맞은 건 나일텐데, 류엔이 고통으로운 목소리를 냈다.


류엔에게 말을 걸려고 해도, 목이 아파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C반의 히어로나 구세주님이 아니냐, 네놈의 역할은"


나는 그런 거창한 존재가 아니야.

그냥 남고생이 되고 싶었을 뿐이야.


이를 간다. 그리고 혀를 찼다.

나와 녀석 사이에 침묵이 계속 되었다.


"그런데도 『밖』에 나가는거냐. 네놈은 여기서 얻은 것을 전부 버리고 혼자 밖으로. 던져버리고...."


"그래, 맞아"


"네놈...."


"왜냐면, 나는 이치카를 만나고 싶으니까"


"──────────────"


만나서 구해주고 싶다.


혼자서, 내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어린아이처럼 울고 있던 아마사와 이치카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 이제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며 힘을 북돋아 주고 싶다.


그것이야말로, 화이트룸에서 인생이 망가진 그 녀석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냐. 네놈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전부 버리는.....아마사와 혼자의 눈물에 그런 가치가...."


"....아마도"


"아마도라고?"


"알고 있어. 같은 환경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이치카의 기분을. 그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삶의 희망으로 살아왔는지 알 수 있어"


"...."


"나는 반드시, 이치카를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해. 그녀와 만나 과거를 알면서, 그래도 내 행복을 빌어준 이치카를 버리고 싶지 않아"


"그것 때문에, 그런 것 때문에 C반의 히어로를 그만둔다는 거냐?"


"히어로? 애초에 난 그런 거창한 인간이 아니야. 챠바시라에게 끌려와 호리키타와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 뿐"


나는 그런 물건이 될 생각도, 되고 싶지도 않다.


변덕으로 스도의 낙제점을 취소하고, 아이리가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스도의 폭력 사건도 호리키타와 같이 해결했다.

무인도 시험이나 선상시험에서는 챠바시라의 으름장도 있었다. 체육대회에서는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지만, 페이퍼 셔플의 흐름을 호리키타가 전부 만들었으니까.


그리고 케이의 일로 류엔과 부딪쳐 혼합 합숙도 나름대로 넘어갔고, 여러가지 일이 있어 이치노세를 도와 나구모에게 노려졌다.


모처럼 얻은 자유를 놓치지 않으려고 츠키시로와 싸워, 사카야나기와 결말을 지었다.

2학년부터는 여러 녀석들로부터 표적이 되었지만, 그 안에서 아마사와 이치카와 만났다.


전부 내가 자진해서 한 일이 아니다.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래야 했기 때문에, 이야기의 무대의 섰을 뿐.


나는 계속 보통인간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무엇인가에 흥미를 가지고, 그것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수 있는 인간이.


그래서 얻은 것을 모두 버린다고 해도, 내가 가장 갖고 싶었던 것을 버리고, 혼자만의 자유를 얻을 수 없었다.


"그래도....아마, 나는 이치카만의 편이 되고 싶었겠지"


"....어째서, 좀더 빨리 알아채지 못한거냐"


"류엔?"


"네놈이 봐도 금방 알 수 있을텐데. 아마사와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가 인간다워졌다는 것도. 아마사와가 얼마나 네놈에게 반했는지, 보면 알 수 있잖아"


"그런 말을 들으니까 왠지 부끄럽네"


내가 그렇게 말하자, 헤실헤실거리지 말라고 정가리를 걷어차졌다.


"아마사와는 시시한 질투를 하면서, 네놈을 그렇게나 갖고 싶어했는데. 왜 그걸 처음부터 받아주지 않았냐. 그렇게 찰딱 달라붙던 녀석을 빨리 받아줬으면....카루이자와 녀석도...."


"그런가"


문화제의 마지막 밤.

이치카의 말이 생각난다.


그건 그 녀석 나름의 마지막 용기의 말이었다.


새삼 깨닫는다.

나는 그리고 도망쳤다.


이치카를 받아들이면, 다른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아서 무서웠다. 그렇게 생각하니 전부 무서워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렇게, 이치카가 없어지니, 제대로 마음을 전했어야 했어라고 하는 너무 편리한 후회를 하고 있다.


케이의 호의를 써서 멋대로 하는 나는────


"네놈은 최악의 쓰레기놈이다"


"....그래....그렇지"


"어리석고 무계획적이고 무모한 쓰레기 새끼다"


"할 말이 없네"


"비겁하고 겁쟁이고 변명뿐인 애새끼다"


"아플 정도로 알고 있어"


"네놈은 이제, 내가 부수고 싶었던 아야노코지 키요타카 따위가 아니야. 그 근처에 있는 그냥 송사리일 뿐이다"


류엔이 일어섰다.


나를 진심으로 경멸하는 듯한 시선을 보내고, 그대로 또 한 번 뒹굴고 있는 나의 멱살을 잡고 어깆로 세워왔다.


"그러니 냉큼 꺼져라. 이 고등학교는 진정한 실력자를 인정하는 곳이야. 네놈 같은 송사리가 있으면 안되잖아"


"류엔...."



"──대신 내가 짊어지지"





류엔은 끝까지 진지한 듯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놈의 눈에서 나를 경멸하는 시선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하나의 결단을 내렸다.


내가 하지 못한 일을 함으로써, 녀석은 자신이 전성기의 나보다 위였다는 것을 증명하려한다.


"아야노코지. 네놈이 버리고 가는 것 전부 짊어지고 가겠다는거다. 멋대로 이 고교에 버리고 가라"


나도 모르게 눈을 떴다.

나도 그 말의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우린 원수지?

어떻게, 네가 싫어하는 그 빌어먹을 놈 때문에 그런 것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거야.


"들개나 까마귀가 근처에 있던 먹다 남은 밥을 먹는 거랑 같은거다. 패배자 근성이라고 생각해"


"....왜, 그렇게까지"


"착각하지마, 네놈 때문이 아니야. 우리 반 때문이야. 네놈을 걱정하는 애들은 적지 않으니까"


그런 생각에, 나는 평소 류엔 주위에 있던 B반 학생들을 떠올렸다.


"크크, 내 허락없이 사라진 네놈의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서 앞으로 시험을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아서 말이야. 멋대로 내가 네가 하려고 했던 일을 해 주는 것 뿐이다. 반 녀석들이 네놈 같은 쓰레기는 신경쓰지 말도록"


히요리를 말하는건가.

아니면 이시자키네에 대해 말하는건가 알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류엔은 나를 위해 짊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주위에 있는 동료를 위해 짊어지는거라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안심이야.


류엔이 적인 내게 정을 품게 돼 그런 일을 하게 될 바에는, 처음부터 나 혼자 다 하는게 나았을테니까.


류엔은 고개를 돌렸다.




"네놈은 그 성악녀....아마사와 이치카를 죽더라고 구해라. 아야노코지나 아마사와가 그 화이트룸이랑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고 흥미도 없어. 하지만, 네놈이 사람에게 뒤처리를 시킨거다. 잘못해서 망쳐봐라, 당장 나가서 네놈은 괴롭히고 죽여버릴테니까"




완전히 나에게서 흥미를 잃은 듯, 류엔은 나의 멱살을 놓고 공원에서 나갔다.


"....손해를 보는 성격이네, 저건"


류엔이 사라진 뒤에 혼자 중얼거렸다.


그 녀석도 A반을 목표로 하는데 있어서, 짊어지고 있는 것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들어 나의 인간관계와 1학년의 일을 모두 떠맡긴다면, 결국 류엔 카케루가 무너질 것 같았다.


네가 짊어지고 있는 것도 무거운 텐데, 내 문제까지 갖고 갈 생각이냐.

대체 뭐가 너를 거기까지 몰아 넣는걸까.


하고 싶은 말은 태산 같은데도, 나는 떠나가는 류엔에게 아무말도 못하고 보내버렸다.


류엔이라면 안심이라고, 왠지 어딘가에서 녀석을 마음속 깊이 신용하고 있으니까. 류엔에게 하고 싶었던 말, 지금의 나는 하고 있던 말을 필사적으로 삼켰다.


이게 전부 버린다는 거겠지.

버리는 나에게, 지금부터 모든 걸 짊어지는 류엔에게 무언가를 말할 자격 따위는 업삳.


나는 나대로 선택했다.

류엔은 류엔대로 짊어졌다.


류엔 카케루는 계속 짊어지는 선택을 하고, 아야노코지 키요타카는 전부 버리는 선택을 했다.


──그저, 그런 얘기다.




손목시계를 봤다.

조금, 그 빌어먹은 놈의 피가 묻은 것이 짜증이났다.


저항은 전혀 하지 않지만, 턱뼈는 엄청나게 단단하고 괴물같다.


때린 내 손에 부상을 입었다.


시간은 이미 7시 45분.

카루이자와의 말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15분 뒤 아야노코지는 이 학교에서 사라지고, 혼자서 아마사와를 데리러 가게 된다.


"크크, 대체 언제부터 본 거냐. 나쁜 취미네. 또 프리 어드레스라도 사용해 퍼뜨릴 생각이냐, 칸자키 류지"


공원에서 조금 떨어진 광장에서 정학 중이어야 할 칸자키 류지가 서 있었다.


분명 놈은 아야노코지와 아마사와의 사진을 퍼뜨린 것이 발각되어, 교사로부터 정학 처분을 받았을 것이다.


그 프리 어드레스 건으로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적지만, 이미 많은 학생이 1학년과 함께 정학을 받은 칸자키를 의심하고 있다.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어"


"아?"


"왜, 네가 아야노코지를 감싸는거지. 왜, 네가 아야노코지 한사람을 위해서 거기까지 움직이는거냐. 저런 쓰레기 자식 하나를 위해서...."


"크크, 그 쓰레기 자식에게 D반 공주를 맡기려고 한 게 누구더라"


"그래. 네 말이 맞아, 류엔"


칸자키에게서 본 적 없는 살기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평소의 고지식함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적의를, 이미 여기에 없는 아야노코지에게 향하고 있었다.


솔직히, 나도 칸자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아야노코지를 향하는 것은 알겠지만, 왜 츠키시로와 츠바키에게 협력했는지도 아직 모른다.


"저런 남자에게, 이치노세를 맡기려고 한 것은 내 일생의 잘못이었어"


"그래서? 위험한 오라를 내면서 지금 아야노코지에게 간다고? 그만둬라, 저런 쓰레기를 때릴 시간에 이치노세에게 어프로치 하는게 훨씬 더 의미있을테니까. 아니면 아야노코지를 싫어하는 D반 송사리들에게 그런 말을 들은거냐"


"착각하지 마. 이건 내 독단이야"


칸자키는 나의 도발을 받지도 않고, 단지 나의 뒤에 있을 아야노코지를 쫓으려고 하고 있었다....정말, 끝까지 성가신 놈이네 그 녀석은.


"크, 크크크. 크크크크크크크"


배꼽을 잡고 웃었다.

가능한 한 칸자키 류지에게 악인으로 생각되도록.


"좋네, 최고로 한심하잖아. 응? 칸자키! 네놈은 단지 아야노코지에게 화풀이하고 있는 것 뿐이잖아. 나는 이치노세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했는데, 이치노세를 반하게 만든 그 녀석에게"


"...."


"그 와중에 다른 여자를 만나기 위해, 혼자서 학교를 그만두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그러니까 질투하고 있을 뿐이잖아. 네놈은 아무것도 못하는 얼빠진 주제에 말이야!"


"....멋대로 말해라"


"아?"


들어본 적 없는 칸자키의 목소리였다.

언제나 이치노세의 옆에서, 냉정 침착한 남자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감정이 넘치는 목소리였다.


"나쁜거냐....반한 여자를 슬프게 하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게....그렇게 나쁜건가?"


"──────────────"


....아아, 그런거냐.

칸자키는 이치노세를 그렇게 생각한건가.


아마 칸자키도 나와 같겠지.

입장이 달랐다면, 나와 칸자키의 위치는 반대였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된다.


나와 칸자키는 같으니까, 나는 녀석에게 말했다.


"........나쁘지않네"


"...."


"반한 여자의 기분을 무시한다면, 그 여자에게 반했던 남자라면 좋지 않을 것 같네. 그 마음을 돌려달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것도 알고 있어"


"류엔"


"그래도다"


나는 그래도 아야노코지를 보냈다.


이제, 그 녀석은 예전의 아야노코지 키요타카가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그런 아야노코지를 무너뜨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네놈의 기분을 억제하려면 끝까지 눌러 죽여라. 그 빌어먹을 놈은 결정했어. 한 여자의 곁에 있고 싶다고. 카루이자와나 이치노세에게 원망을 듣는다 해도, 그걸로 좋다고다고"


"...."


"그림자로서 이치노세를 지켜볼 수 밖에 없어, 듣기 좋은 말을 잘난 척 지껄이고 있는 네놈이나 나 같은 겁쟁이의 쫄보 녀석이라면, 비교할 수도 없지"


칸자키는 나의 말을 전부 받아들인 후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학 중이라지만, 이제 자퇴하는 놈을 아무리 때려도 아야노코지가 고소하지 않으면 뭐라할 사람이 없을테니까.


칸자키를 죽이지 않고 물러서게 하는 건 성가실지도 모른다. 칸자키의 싸움실력이 어느정도인지 모르니까.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아야노코지는 보내기로 결정한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이다.


아야노코지에게는 아마사와 밖에 없고, 아마사와에게도 아야노코지 밖에 없으니까. 아야노코지 뿐이다, 아마사와 이치카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녀석은.


"....게다가 아야노코지 쓰레기 녀석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네놈이 사랑하는 이치노세도 슬퍼할거다"


"....그런가. 이제야 알겠어. 네가 아야노코지를 감싸는 이유, 아야노코지를 보내는 이유. 너는.....시이나에게...."


"크크, 시시한 말은 여기까지다, 칸자키. 이제 나는 『일』이 생겼으니까"




『류엔 군과 함께 있는게 저는 좋습니다』




『아야노코지 군과 함께 있을 때와 많이 닮았어요』




『그래도, 요즘은 조금 달라요』




『음....아야노코지 군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안절부절 못한다고 할까....진정되지 않는다고 할까....』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걸 보면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괴로워지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아야노코지 무표정하게 있으면, 엄청 울고 싶을 때가 있어요』




『마음속 깊이 따뜻해져서, 함께 책을 읽고 있으면 그를 의식하고, 긴장하고....』




『에헤헤....죄송해요, 류엔 군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이상한 소리를 하네요, 저』




『....아야노코지 군이 신경쓰이는 사람이니까요』




『류엔 군, 제발 부탁드려요』




『──아야노코지 군을 도와주세요』




『저로서는, 그에게 힘이 될 수 없으니까요. 이렇게 류엔 군에게 부탁하고 있어요』




『이상, 하네요. 분명 적일텐데 왜 이렇게나 그를 도와주고 싶어질까요』










『류엔 군에게는 있나요? 그런 상대가』















"....글쎄"



────────────────

류엔이 주인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