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이 목에 넘어가지 않는다.

학교에 갈 기력은 의외로 있다.

 

어젯밤 내내 침대에서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머릿속에서 키요타카와의 즐거운 날들, 행복한 날들만을 생각하며, 나는 그것에 계속 잠긴다.

 

사에 선생님이, 키요타카가 퇴학했다고 말했다. 갑자기 반이 시끄러워졌다. 주위에서 키요타카에 대해 불평하는 것이 들렸다.

 

스도 군이 화내는 게 보였다. 왜 아야노코지 녀석, 나한테 상담하지 않고 멋대로 자퇴했냐고 진심으로 친구로서 화내고 있었다.

 

히라타 군이 무너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왜 항상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냐고, 계속해서 자신을 탓했다.

 

아야노코지 그룹이 동요하는 것이 보였다. 유키무라 군은 분노하고, 미야케 군이 그것을 억제하고 사쿠라 씨는 울부짖고, 하세베 씨는 그것을 위로했다.

 

쿠시다 씨가 몹시 놀라고 있는 것이 보였다. 틀림없이, 키요타카의 말로는 츠키시로 이사장 대행 측의 학생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키요타카가 자퇴했다는 말을 듣고 그런 얼굴이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코엔지 군은 무표정한 듯이 보였다. 챠바시라 선생님의 말씀을 들은 뒤 기분이 불쾌한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교실을 떠났다.

 

유일하게 제대로 된 것은 호리키타 씨뿐이었다. 나는 호리키타 씨가 제일 동요할거라 생각했지만, 반의 리더격인 학생들이 기능하지 않자 혼자서 반을 제어하고 있었다.

 

“....”

 

틀림없이 키요타카는 호리키타 씨에게 제대로 사정을 이야기한 게 아닐까 하고 직감했다. 아니면 저렇게 빨리 대응할 수 없을테니까.

호리키타 씨는 그것을 알고 난 후에 키요타카를 보냈다고 했다.

 

나는────

 

“카루이자와 씨! 오늘 방과후 노래방 가지 않을래?....뭐, 아야노코지 군 퇴학하고, 반 분위기 안 좋으니까, 기분전환으로”

 

“아, 오케이! 좋네, 그거!”

 

의외로 언제나의 카루이자와 케이였다.

 

나도, 의외로 전환이 빠른 여자였구나 하고 반 쇼크를 받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반 친구가 자퇴한 그날 놀러가려고 하고 있었다.

 

쇼크인 것은 확실하고, 키요타카에게 차인 후에는 방에 돌아와 엄청 울었다. 샤워를 다 하고 나가면서 주변에게 민폐가 가는 건 생각하지도 않고 울었다.

 

그리고 목욕을 하고 보니,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키요타카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어제까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 일어나니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의외로 그런 건 일과성이다.

 

사랑이 식었다거나 그런 얘기가 아니라,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것.

 

그래도, 키요타카를 좋아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고, 쇼크를 받고 있다. 까딱하면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내가 태연하게 구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유는 총3가지

 

첫 번째는, 나는 분명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왠지 예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오를 오래전부터 다졌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간신히 버틸 수 있었다.

 

두 번째는, 키요타카에 대한 보복이었다.

네가 없어져도 난 전혀 아무렇지 않아, 라는 시시한 자존심이었다. 이미 키요타카는 여기에 없지만, 나는 이 정도 밖에 키요타카를 상대하는 법을 몰랐다.

 

세 번째는, 그녀석에게 화풀이를 했으니까.

 

어제 저녁 7시 반쯤.

케야키 몰 앞에서 가장 보기 싫은 녀석이 우는 것을 보았다.

 

『크크, 아야노코지랑 무슨 일 있었냐?』

 

어떻게 이렇게 예리할까.

류엔에게 숨기려고 하는 행동은 두 번 다시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진심으로 생각해 버렸다.

 

『시끄러! 너랑은 관계 없어! 그리고 나한테 말 걸지 말라고 했잖아! 너 같은게 걱정하면 소름 돋으니까! 꺼지라고!!』

 

『....』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키요타카는 어차피 나같은 건 내버려두고 자퇴할거니까....언제나 언제나 그래. 나만, 나만! 왜!? 왜야!!』

 

돌을 주워 류엔의 얼굴에 화풀이를 하듯 내던졌다.

 

『....자퇴라고?』

 

『그래!! 빨리 꺼지라고! 네가 시야에 들어오면 죽을 거 같으니까!!』

 

분명 류엔에게 괴롭힘 당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녀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과 동시에, 격렬한 자기 혐오가 몰아쳤다.

 

나는 어디선가 생각하고 있었다.

류엔에게라면 무슨 짓을 해도 좋다. 말할 권리가 있다고.

 

그렇게 지독한 일을 당했으니, 나도 류엔에게 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그런 편리한 건 없을텐데.

그런게 있다면 내가 정말 싫어하는 류엔과 아무것도 다를바 없는 인간일텐데.

 

 

♢♢♢♢♢♢♢♢♢♢♢♢♢♢♢♢♢♢♢♢

 

 

나는 친구와 노래방에 간 후, 케야키 몰에서 혼자 보고 싶은 것이 있으니 먼저 돌아가라고 말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딱히 보고 싶은 것은 없었다. 단지 이유를 붙여서 혼자가 되고 싶었던 것 뿐이었던 것 같다.

 

그 순간에 나는 봤다.

 

“자, 류엔 군. 다음 가게로 갑시다”

 

“잡아당기지 마. 얼마나 더 돌려고”

 

“으음 대충 8곳 정도? 괜찮죠? 류엔 군이 어울려달라고 했으니까요”

 

“....어이어이, 진짜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무심코 그것을 돌아보았다.

 

“이런 향수는 어떨까요? 이부키 양에게 선물하면, 분명 기뻐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크크. 내가 선물한 걸 이부키가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거냐”

 

“앗....그것도 그러네요. 뭔가 죄송해요. 잘 살아남아주세요 류엔 군”

 

“어이 기다려, 사과하지 마. 부정하라고”

 

“후훗. 농담이에요”

 

내 눈에 비친 것은 류엔의 교복을 잡아당기는 시이나 씨와, 그것이 곤란한 것 같지만 왠지 기쁜 듯한 눈으로 시이나 씨를 바라보는 류엔의 얼굴.

 

그리고, 강렬하게 들어온 것은 그런 두 사람의 미소였다.

 

나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시이나 씨는 키요타카에게 차이고 앞을 향하기 시작하고 있다. 류엔은 그 도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류엔도, 회복되어 가는 시이나 씨를 보고,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키요타카가 사라진 뒤에 왠지 분위기가 좋아진 두 사람을 보고, 나는 옆을 보았다.

 

나는 옆을 본다.

아무도 없다.

 

왜?

왜 아무도 없지?

 

앞을 향해 가고 있는 시이나 씨에게는, 류엔이 있는데.

 

왜 내 옆에는 키요타카가 있어주지 않는거지?

 

나와 시이나 씨는 똑같이, 키요타카에게 차인 여자인데.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근처에 있던 가게의 칼을 움켜쥐고 있었다.

 

이 북받치는 감정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늘은 어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크크, 신경쓰지마. 먼저 권한건 나니까”

 

“네. 그래서 류엔 군의 호의를 받아, 전부터 신경 쓰이던 케야키 몰의 전문점을 모두 돌았습니다”

 

나는 다시 생각한다.

여자의 쇼핑과 옷 갈아입는 시간은 매우 길고, 매우 귀찮은 거라고.

 

히요리의 얼굴은 예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나를 보는 시선이 아야노코지를 향하는 시선과 비슷한 모양이 되어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쳇....

아야노코지 녀석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런 느낌으로 히요리와 함께인 건 사양이다. 아야노코지의 대신이라니, 기분 나쁘다. 히요리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부분의 구별은 확실히 할 생각이다.

 

“말해 두지만,아야노코지랑 나를 비교하지 마라”

 

“비교도 안 되는데요? 류엔 군은 아야노코지 군의 발끝에도 못 미치니까요”

 

“....”

 

아까와 같은 농담이라고 생각하는지, 히요리가 주저없는 독설을 내뱉고 있었다. 뭐, 아야노코지가 없어져서 정색하고 있는 느낌도 있지만.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게 아니다. 히요리는 나나세처럼 되지 않았으면 했다.

 

“어라? 류엔 군. 핸드폰 울리고 있어요”

 

“아?”

 

이럴 때 누구야.

그렇게 생각하며 핸드폰 화면을 봤다.

 

표시를 보고 내 머릿속은 한순간에 하얗게 되어버렸다.

 

 

【카루이자와 케이】

 

 

분명 작년 이맘때쯤에 쿠시다 키쿄에게 개내 등록한 카루이자와의 번호였다.

 

그 때는 D반의 책사 찾기에 열중하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책사인 아야노코지와 연결되어 있던 카루이자와의 연락처를 입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귀찮았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특별히 카루이자와의 연락처를 지우지는 않았고, 왜인지는 모르지만 저쪽은 나의 연락철르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미안, 히요리. 볼일이 생각났다. 먼저 가”

 

“엣?....뭐, 네. 알겠습니다. 내일 봐요”

 

“잘가라”

 

데이트의마지막치고는 낭만 없는 이별이었지만, 애초에 나도 히요리도 별로 데이트라는 인식은 없었으니까. 이런 형태일 것이다.

 

그런 것보다 카루이자와의 전화다

그녀석이 전화해 온다는 건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건가?

 

『야호~....류엔 군』

 

“....카루이자와냐?”

 

『저기, 지금 좀 시간있어?』

 

“아? 갑자기 뭐냐”

 

 

『....랄까, 비어있지?』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 녀석, 무슨 일이 있던건가?

 

이렇게 얼어붙는 듯한 목소리를 낼 여자가 아니었을 것이다.

 

말을 잃은 나를 무시하고 완전히 쉰 목소리로 가벼운 분위기의 목소리가 들린다.

 

신경을 칼로 다듬은 것처럼 한기를 느꼈다.

 

『지금 만날 수 있을까? 장소는────』

 

 

 

난간을 붙잡고 운동장을 구경한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학교 옥상에서 전체를 둘러보는 건 두 번째였다.

 

류엔에게 당하고 있을 때, 키요타카에게 구원을 받은 곳도 이곳이었다.

 

그 다음날은 과거의 트라우마는 사라지고 키요타카 생각만 하게 되었는데 바보네, 나는.

 

무슨 연애뇌인건지.

 

“아하하하핫”

 

뭔가 지금의 나는 위험하네.

 

키요타카나 류엔 쪽은 상당히 위험하게 생각했다. 그녀석들을 상상속에서 쏴죽이는 망상을 몇 번이나 몇번이나 하고 있다.

 

오늘의 나는 조금 머리가 이상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렇게나 싫어하던 류엔을 이렇게나 기다리게 되다니.

 

빨리 와, 류엔.

 

그렇게 그녀석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게 머리가 이상하지 않으면 뭐라는거야?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마지막.

이걸로 진짜 진짜 마지막.

빨리 마지막이 하고 싶어.

이것으로 전부 끝내버리고 싶어.

 

하늘을 쳐다본다.

어제밤은 정말 눈이 왔었던걸까 싶은 정도의 밤하늘이었다.

 

달님이 완전히 나를 보고 있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일을 긍정하듯 나의 등을 비추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다.

앞으로의 나는, 분명 최악일테니까.

 

꼴불견인 것 같아서.

 

키요타카 앞에서는 절대로 보여주지 않았어.

오기와 허세로 속이고 있던, 최악최저의 카루이자와 케이니까.

 

그러니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하나로 좋다.

 

이녀석이라면 그걸 보여줘도 상관없어. 이녀석에게만은 그런 오기도 허세도 무엇 하나 필요 없으니까.

 

 

 

“그렇지? 류엔”

 

 

 

발자국 소리.

주머니에 손을 넣은 남자가 잘난 체 계단을 올라온다.

 

“크크, 너 너무 늘어진 거 아니냐. 카루이자와”

 

나는 이녀석의 발소리가 싫다.

 

계단 아래 복도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아 마치 어둠 속에서 나온 사냥감.

 

내가 이 학교에서 제일 성가셔하고 제일 싫어하고 제일 미운 남자

 

그런 혐오감밖에 없는 눈으로 나를 조롱하듯 쳐다보는 남자.

 

“그 T렉스한테 차인 건, 진짜 보고 싶었어....크크, 크크크크”

 

류엔이 입을 벌렸다.

 

좋아, 재확인했어.

역시, 나는 이 남자가 싫어.

 

섬뜩하고 뱀처럼 날카로운 눈도, 정체 모를 그 분위기도, 세상의 모든 것을 깔보는 듯한 그 입도.

 

이 녀석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예전에 여기서 괴롭힘을 당했을 때와 같은 공포를 이녀석에게 품고 있지는 않다.

 

“너 전에 나한테 말했었지?”

 

“아?”

 

“기억 못해? 문화제 1일차가 끝나고 시이나 씨가 키요타카에게 차인 후의 일”

 

“네놈을 말렸을 때 일인가?”

 

“응응. 그때 넌 나한테 복수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말했지?”

 

“....”

 

 

 

“그거 말이야, 혹시 아직 유효해?”

 

 

 

류엔은 무표정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나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마음속으로부터 어이 없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게 신경에 거슬린다.

마치 내가 바보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류엔 카케루에게 어떤 복수를 해도 좋다, 그럴 권리가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이녀석만이 아니다.

 

나에게 물을 끼얹은 이시자키 군도, 나를 억지로 억누른 이부키 씨도, 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문 앞에 서 있던 알베르트 군도 모두 내가 복수할 권리가 있다.

 

왜냐면 난 그들로부터 사과 한마디 못 받았어. 신님도 괴롭힘의 대표격에게 하는 보복정도는 용서해줘.

 

거기다 류엔은 나 말고도 여러 곳에서 원한을 사고 있을테니까.

 

그만한 일을 지금까지 해왔으니까.

 

뭐야? 문화제에서 C반의 위기를 도와줬다고 그걸로 퉁 치려는거야?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제로가 된다는게 그렇게 간단한 거야? 괴롭혀놓고.

 

우리 반을 아무리 도와준들, 나를 짓밟았던 일이 탕감될 리 없다.

 

그러니, 나는 이녀석을 규탄하고 복수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

 

비록, C반 친구들이나 호리키타 씨, 히라타 군이 문화제 때 류엔 군에게 고마워하고, 어제의 적은 오늘의 친구처럼 생각했다 해도 상관없어.

 

이 녀석이 행복하게 된다니, 그건 잘못된거잖아.

 

남을 실컷 놀려놓고, 약자를 괴롭히는 걸 즐거워하고, 나를 비웃고 동영상까지 찍으면서 나를 정말 퇴학으로 몰아넣으려 했잖아.

 

그런 내가 간신히 손에 넣은 키요타카.

그렇지만 키요타카는 지금 없다.

 

내가 잡을 수 없었던 행복을, 류엔이랑 시이나 씨가 잡으려고 하다니, 잘못됐잖아.

 

류엔이 그걸 위해 어떤 선행을 하든, 그것을 보상하든 전혀 관계없다.

 

“....귀찮아. 『본명(本命)』은 일단 받아왔지만, 여기까지 넘겨진다면 반대로 아야노코지를 원망하고 싶어지는데”

 

“뭘, 키요타카를 탓하는거야?”

 

“크크, 1년 전 일을 들춰내서, 나한테 화풀이하는거냐?”

 

귀찮아, 라는 비꼬는 듯한 목소리.

그 얼굴은 전혀 싫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다.

 

시이나 씨와 사이좋게 걸었을 때의 일이라도 생각하고 있는지, 어딘가 즐거운 것 같았다.

 

“크크, 컨디션은 어떠냐. 카루이자와”

 

“아하하하하하핫. 하하하하하핫.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웃기지마.

 

류엔이 행복해진다는 건, 내가 절대로 인정하지 않아.

 

“네가 왜 웃고 있어. 네가 왜 행복해하고 있어”

 

싫은 목소리가 들렸다.

여유도, 배려도 없는 목소리.

 

도대체 누구의 목소리일까.

 

류엔이 조금 놀란 듯이 나를 보았다.

 

“후훗. 너도 그런 인간다운 얼굴을 하는구나. 나를 괴롭힐 때는 아주 즐겁게 악마처럼 웃더니”

 

저런 얼굴을 보니 왠지 류엔이 좋은 청년으로 보인다.

 

처음 알았다.

분명 B반 학생들 앞에서는 류엔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겠지.

 

이건 예상이 아닌 사실.

 

얼마나 좋은 리더일까.

말투는 험하고, 클래스 메이트를 부하처럼 부려도, 제대로 시험에서는 결과를 내고 있다.

 

독재자 행세를 해도 의외로 서민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모두의 리더.

 

정말 멋지네.

B반이 부러워졌다.

 

“네놈....우는거냐”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아하하하하핫하하하하하하핫──────”

 

“듣고 있어? 카루이자와”

 

“────왜 네가 괴로운 얼굴을 하는거야? 내가 울고 있어? 저기? 뭘, 이제와서 동정하는거야? 내가 비참한 여자라는 거야?”

 

“나는────”

 

“왜 내가 울지 않으면 안되는 거냐고오오오오!!!”

 

잠깐, 누구? 이 목소리.

 

너무 히스테릭한 거 아니야?

 

보기 흉하네. 완전 추해.

하나도 안 멋있어.

 

쿵, 하고 발을 디뎠을 때 내 주머니에서 은덩이가 하나 떨어졌다.

 

“싫다 정말. 네가 이상한 소리를 해서 너를 찌르려고 했던 칼이 떨어졌잖아”

 

“....”

 

류엔은 무표정한 얼굴로 내가 칼을 줍는 것을 지켜보았다.

 

설마, 접근전에서 뺏을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거야?

그렇다면, 류엔은 배려가 부족하다.

 

그야 이제부터 복수하는 거잖아?

칼 하나로 충분할 리가 없잖아.

 

“네놈은 그럴 수 있었잖아. 아야노코지에게 가지 말라고. 말할 권리가 있었잖아”

 

화난 듯 류엔이 중얼거녔다.

 

응? 이 녀석 뭐라 지껄이는거야?

뭘 안다고 입을 여는거야?

가지 말라고 해봤자 어떻게 된다는 거야?

 

“크크, 어떻게 안 될지도 모르겠네. 그 빌어먹을 놈은 그런 점은 바보같이 완고하니까 말이야”

 

“....”

 

“근데 그렇게 되기 전에, 다른 방법이 더 있었을텐데”

 

“무슨 소리────”

 

“──언제까지 자존심만 지키려니까 그런거다”

 

할 말을 잃었다.

 

간파당한 기분이 들었다.

나의 보잘 것 없는 자존심이.

 

하필이면 류엔에게.

이런 녀석에게. 이런 쓰레기에게.

 

“너는....왜 그렇게 여유로운거야!? 실컷 남을 괴롭혀놓고, 그런 네가 대체 뭔데....! 왜 그렇게 행복한 표정을 짓는거냐고!!”

 

이상하잖아.

 

실컷 사람을 말로 몰아세우고, 머리 위에서 물을 뿌리고, 머리를 잡아당기고, 동영상까지 찍어놓고.

 

상처받은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며?

 

그럼 왜 나는 안되는거야?

 

나도, 잔뜩 여러 인간으로부터 상처받아 왔는데.

더 큰 상처를 받아야하는거야?

 

좀 더 누군가에게 짓밟히지 않으면 내가 행복해질 차례는 오지 않는다고 말하려는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키요타카를 잃었는데, 여기서 더 상처받으면 안되는거야? 키요타카를 잃었는데, 여기서 대체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거야?

 

“왜, 왜 나만, 이렇게 되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류엔은 나의 말을 웃지 않고 끝까지 듣고 있다.

 

“저기? 너는 알고 있어? 너라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겠지!? 그럼 답을 알려줘! 저기, 대답해봐 류엔!!”

 

 

 

“크크, 그런 거 알겠냐. 그 정도는 네가 알아서 해라”

 

 

 

류엔은 시시하다는 듯이 내뱉었다.

 

내 안에서 뭔가가 끊긴 것 같았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마지막 망설임이 사라졌다.

 

손가락 끝이 나이프를 쥐었다.

방금 가게에서 산 것이다.

아아, 이거 원래는 사람을 죽이기 위한 칼이 아닌데.

 

나는 류에넹게 달려가 진심으로 찔렀다. 다음 순간 류엔의 오른쪽 손바닥이 내 칼에 찔려 누르고 있었다.

 

“──읏!?”

 

“아프잖아....아야노코지 자식, 이걸 호센 상대로 한 거냐....! 괴물이냐....진짜”

 

찌른 느낌, 그대로 류엔은 내 손을 잡은 채 가볍게 내던졌다.

 

류엔의 손에는 내가 찌른 칼이 박혀 있었고, 아픈 듯이 류엔이 그것을 보고 있었다.

 

류엔이 문에서 떨어진 곳에서 손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찔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서인지, 류엔이 어깨를 떨고 있는 것 같았다.

 

“빌어먹을, 병원 가야 할 판이잖아. 뽑으면 출혈이 엄청나겠는데”

 

“....읏!‘

 

나는 문 앞에서 일어섰다.

 

이렇게 끝낼 수 없어.

 

나는 아픈 듯 손을 억누르는 류엔을 향해 교복 속에 넣어둔 물풍선을 던졌다. 류엔은 순간 멀쩡한 왼손으로 그것을 막았지만 류엔의 손에 맞는 순간 풍선이 터졌다.

 

”빌어먹을, 겨우 이런 걸로────읏!?“

 

”아하하....그 너라도 쫄아버리는거야?“

 

류엔은 내가 손에 든 물건에 놀란 모습이었다.

 

스턴건.

어디서 얻었는지는 모르지만, 키요타카가 호신용으로 가지고 있으라고 준 물건이었다.

 

불순물이 없는 물은 전기저항이 약하기 때문에 전류가 잘 흐른다. 지금 전신에 물을 쫄딱 맞은 류엔에게 이걸 맞히면 어떻게 될까.

 

최악의 경우, 내 손에도 감전될 가능성이 있겠지? 그래도 그 정도는 어쩔 수 없잖아.

 

내가, 싸움에서 류엔에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고, 이런 방법으로 말고 류엔을 상대한 방법은 모르니까.

 

”아하하....이걸로 찌릿찌리시하면, 너는 어떻게 될까“

 

다행히, 옥상의 문은 하나.

나는 입구 근처에 서 있고, 류엔은 칼이 몸에 박힌 채, 이 좁은 옥상을 빠져 나가야 한다.

 

류엔이 그것을 순식간에 이해하고 뒤로 도망치려 할 때였다.

 

갑자기, 류엔의 발이 미끄러지는게 보였다.

 

”업무용....왁스인가....!/“

 

나는 무방비해진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류엔의 위에 올라탔다. 류엔이 도망가고 싶어도, 오른손에 칼이 박혀 있는 상태라 저항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지금 케야키 몰 홈센터에서도 살 수 있대. 참 편하지?“

 

미리 옥상에서 류엔이 도망칠 때는 대비해 뿌려 두었다. 지금은 밤이고 불도 없으니 류엔은 쉽게 걸려들었다는 거다.

 

스턴건을 류엔 쪽으로 향했다. 조금 류엔의 뺨이 파랗게 질려 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보고 뭔가 오싹오싹했다.

 

그렇게 나를 괴롭히던 류엔도, 지금은 나에게 이렇게 엎드려져 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는지 왼속으노 스턴건을 누르려고 했다.

 

나는 양손을 들어 단숨에 그것을 내리쳤다.

 

”읏....!“

 

”빌, 어, 먹을....!“

 

나의 양팔은 류엔의 목에 닿기 직전에, 류엔의 왼팔에 눌렸다.

 

”크크....카루이자와! 좋잖아, 왕따인 네놈도 할 수 있다면 여기까지 잘 하잖아! 퇴학도 두려워하지 않고 날 죽이러 왔다고?“

 

”그렇다고, 말했잖아....!“

 

”역시 그런거냐.....아야노코지와 섹스까지 해놓고서는, 간단하게 버려진 끝에, 하찮은 오기로 전부 망쳐버리는 불량품은, 이게 한계라는 거군“

 

그 말에 내 모든 신경이 타버린 것을 느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무의식적으로 움직였다.

 

아무리 류엔이라 해도 왼팔 하나로 내 모든 체중을 감당할 수 없는 건지, 진심으로 후려치니 머리를 바닥에 세게 부딪쳤다.

 

”웃──“

 

”크, 으, 윽....!?“

 

최대 전력으로 류엔의 배에 스턴건을 밀어 붙였다.

 

다음 순간, 류엔에 위에 올라탄 내 다리에도 큰 충격이 왔다.

 

하지만 나는 의식이 꺼지기 전에 보고 있었다.

 

내가 스턴건을 내리치기 직전, 류엔은 나이프를 뽑아 나를 향할 틈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손을 크게 벌리고 가만히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류엔의 모습을 나는 보았다.

 

언제나의 키요타카와 똑같았다.

그 키요타카와 똑같은 눈을 한 류엔이 있었다.

 

”안, 돼....! 류, 엔....으윽!!“

 

이미 늦었다.

나는 곧 의식이 사라진다.

 

류엔은 이미 의식이 끊겼는지, 입술에서 거품을 물고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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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서팬더는 케혐이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