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교사 외 기타 등등 편


<호시노미야 시점>


“그러면 무사히 특별시험을 마친 걸 기념하며 건―배”

“...건배”


2주간의 무인도 특별시험 종료 후, 나는 사에 쨩을 꼬드겨서 호화 여객선의 바에 와 있었다.


기껏 배 안에 바까지 있는데 시험 중에는 폐쇄되어 있었는 걸. 못해 먹겠네. 「학생들이 현재 무인도 생활을 보내고 있는데, 교사가 음주를 할 수는 없다」라고 3학년 학년 주임 선생님이 말했었으니. 그 바보 영감탱이.


게다가,


“오늘은 사에 쨩 페이스 빠르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내가 가르치는 아이가 성과를 남겼어. 그러니 기분도 좋아지는 법이지”


“헤― 그건 잘 됐네―”


사에 쨩은 여느 때의 표정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알 수 있다.

틀림없이 내 위에 섰다는 것에 대한 「유열(愉悅)」이다.


“아야노코지 군인가~. 보통 애가 아니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혹시 이번에 사에 쨩 말이야 뭐라도 이것저것 알려줬었어?”

“내가 무슨 너도 아니고, 나는 학생들에게 차가운 인상의 선생님이라고 여겨지고 있으니까”


봐봐,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값싼 도발을 하고 있잖아. 정말이지, 사에 쨩은 귀엽다니까.


“우리들은 2학기부터 D반인가~ 앞으로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

“네 반은 우수한 학생이 많으니까. 만회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또 비아냥거리네. 솔직히 우리 반이 밑바닥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가 하면 그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설프게 우수하고 협조성이 있어서 개성이 결여된 아이가 많기 때문에 역경에서의 강함, 한 치의 꾸밈없이 말한다면 잡초 정신이 없는 학생들뿐인걸~.


그러한 점이라면 사에 쨩의 반은 반 포인트 0에서부터 기어올라 왔을 정도고, 한때 은퇴했나 싶었는데, 다시 복귀하고 나서 계략을 빈틈없이 척척 발휘하는 류엔 군 같은 경우는 잡초 정신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지.


내 반과 사에 쨩의 반 포인트 차이는 고작 50정도지만, 최하위로 떨어진 좌절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사에 쨩네 반의 호리키타 양, 최근 학생회에 들어갔다며?”

“아아, 본인이 희망해서 들어갔어. 오빠의 의지를 이을 생각인 거겠지”


글쎄 어떨까. 그게 이유라면 좀 더 일찍 들어가 있어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역시 아야노코지 군이 뒤에 있다고 봐도 좋으려나.


“이치노세 양을 제쳐 놓고 학생회장이 될 생각인 걸까? 학생회장은 선거로 뽑힌다구”


뭐, 전 학생회장과 현 학생회장은 신임 투표였지만, 선거가 된다면 이치노세 양에게 맞설 사람은 일단 거의 없을 거고.


“그런 건 호리키타도 알고 있겠지. 입후보를 할지 안할지도 그 녀석 자유다”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사에 쨩은 틀림없이 호리키타 양이 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한 자신감을 뒷받침 하는 건, 틀림없이 아야노코지 군이네.


간지 시험(=선상 시험)언저리 때부터 이치노세 양을 통해서 지켜보려고 했었는데, 체육 대회에서 발이 빠르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는 어느 샌가 흥미가 옅어져 있었단 말이지~.


그렇지만 요전번 특별시험 때, 수학 시험에서의 만점. 사에 쨩의 비장의 카드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이번 시험이다.


아야노코지 군만이 아냐. 사에 쨩네 반은 결점만이 눈에 띄는 학생들뿐이었지만, 지금에서는 결점을 보완하고도 남을 정도의 장점을 살리는 반이 되어가고 있다. 이건 호리키타 양이나 스도 군의 성장이 크려나.


그에 반해 우리 반으로 말하자면,


(이치노세 양은 이제 틀렸네)


입학 당초에는 그 인덕이나 카리스마에 기대하고 있었다만. 실제로 가장 처음으로 반 아이들이 모두 하나가 된 것은 당시의 B반이었었고.

그에 더해 이치노세 양 본인도 문무양도에서 머리의 회전도 빠르고 리더십도 있다.

나도 이번에야말로 A반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반이 잘 돌아가고 있었던 건 2학기 언저리까지.

이치노세 양이 소문으로 등교를 하지 않게 된 것만으로 반은 덜커덩거리게 되었고, 겨우 등교하고 난 후에는 저금하고 있었던 포인트를 학급 내 투표에서 다 써버린 데다가, 결국 1학년 최후의 특별시험에서 류엔 군에게 완패.


사이좋은 친구들을 우선시해서, 이길 생각이 없나 하고 여러 번 생각했다.

지금이라면 그 이유를 알지만, 모두 이치노세 양에게 전적으로 의지해서 다른 반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깨닫지 못했던 것 같네~.

거기다 정작 이치노세 양도 책임감은 있으면서 역경에 약하고.


그래서 이번 특별시험 결과는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이치노세 양에게서 리더를 이어받은 칸자키 군이 조종간을 잡기에 따라선 50 반 포인트 정도는 바로 뒤집을 거야.


거기에 이치노세 양도 쓸모가 없는 건 아니다.

그 인덕은 건재하고 차기 학생회장의 유력 후보.

게다가 무엇보다도...


“후후후...”

“치에, 너 또 시답잖은 일을 생각하고 있구만”


“싫다아 사에 쨩. 트집 잡는 건 그만두라구”

“시치미 떼지 마. 네가 내 밑에 있는 걸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어. 무인도에서 돌아온 이치노세 양에게 뭔가 귓속말로 말하고 있었지. 무슨 얘기를 한 거야?”


“조금 상담에 어울려 주었을 뿐이야. 교사라면 학생의 상담에 응해주는 건 당연한 일이지”

“교사라고 해도 최소한의 지켜야 할 선은 있어. 특히 이 학교는 말이야”


“신용 없는 걸. 여자애라면 누구라도 갖고 있는 고민, 연애 상담에 어울려 준 것 뿐인데”

“그렇게 상담 내용을 간단히 폭로하는 교사를 누가 신용하나? 게다가 너의 연애관만큼 믿을 수 없는 것도 없지”


어이가 없네. 이 연애 마스터에게 말야.


이것저것 나에게 걸리면...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상심한 여자애(=이치노세)와, 사람을 장기말로 다루는 주제에 마지막에는 놓아주지 않는 남자애(=아야노코지)를 맺어주는 것 정도는 간단한 걸.



<이치노세 시점>


(뭐하고 있는 걸까, 나는...)


무인도 서바이벌 시험 정료 후, 나는 줄곧 선실에 틀어박혀서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특별시험은 최근 계속 하강세 기미였던 우리들의 반에 있어선, 이후를 점칠 중요한 시험이었다. 여기서 결과를 내면 우리도 성장하고 있으니, 이제부터 반격할 수 있다고 하는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아니, 만들지 않으면 안 됐었다.


그래서 나는 사카야나기 양의 속셈을 알고서도 동맹을 맺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을 취했을 터였다.


하지만 우리들은 졌다. 최선 이상의, 높은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책략을 계속 취한 류엔 군과 아야노코지 군에게.

그리고 2학기부터 우리들은 D반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뭐하고 있는 걸까, 나는...)


아까부터 똑같은 말만이 머리를 맴돈다.

이성으로는, 빨리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반의 모두가 있는 장소에 가서 격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칸자키 군이나 시바타 군과 이후에 대해서 상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외치고 있지만, 아무리 해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마음이 따라가질 않는다.


(지친 걸까, 리더라는 역할에...)


시험이 끝나고 나서 줄곧, 치히로 쨩이나 칸자키 군이 위로해 주었지만, 지금은 혼자 있게 해 주길 바랐다. 리더가 이런 상태여서야 민폐를 끼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러면 사카야나기 양에게 소문이 났었던 그 때와 똑같아. 하지만 그 때는,


똑똑...


“이치노세, 나야. 아야노코지다”


목소리를 들은 순간, 죽은 것이나 다름없던 마음에 활력이 넘쳐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아, 역시 나는 리더 실격이야. 분명 내가 우울해져 버린 것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그에게 격려를 받고 싶어서일 테니까.


『분명 너만의 백마 탄 왕자님이 와 줄 거야』


의기소침한 채로 무인도에서 배로 돌아오려고 한 나에게, 호시노미야 선생님께서 말해주셨던 말씀이 울려 퍼졌다.



<아야노코지 시점>


(칸자키와 아야노코지의 통화)


「미안하다, 너에게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만」

「신경 쓰지 마. 이치노세는 친구니까」


「...친구인가」

「왜 그래?」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은혜를 입었다. 아야노코지」

「아아. 그래도 너무 기대하지는 말아줘. 내 자신이 말하기도 뭐하지만, 이번에 이치노세가 우울해진 원인은 내가 우승했으니까 그런 걸 거라고?」


「알고 있어. 그래도 괜찮으니까 이치노세와 이야기 해주었으면 해」

「알았어. 할 수 있는 만큼은 해 볼게」


반의 축하파티가 끝난 후, 칸자키에게서 이치노세를 다시 일으켜 줬으면 한다고 부탁받았다.

아무래도 이번 특별시험 결과의 쇼크로 선실에 틀어박혀 있다는 것 같다.


이치노세는 친구인 이상 그런 거에 인색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나는 지금 이치노세에게 배정된 선실 앞에 와있다.


“아야노코지 군!? 잠시만 기다려!”


선실 안에서 들려오는 이치노세의 목소리로 살펴보건대, 소문 때나 봄방학 때 정도로 심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그 후 5분 정도 문 앞에서 기다렸지만, 케이를 상대로 여자의 준비를 기다리는 것에는 익숙해져 있다. 특별히 불만도 없다.


철컥


“미안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들어 와”

“아아, 실례할게”


그렇게 말하며 선실 안으로 들어왔다. 방의 내부 모습은 당연하지만 다른 방과 똑같을 텐데, 여자의 방이라는 것만으로 공기가 다른 것 같았다. 약간이지만 시트러스의 향기가 나서일까.


“미안, 지금 바로 마실 거라도 내올게”

“아냐, 신경 쓰지 마. 그것보다”


“응, 칸자키 군한테서 부탁 받은 것 같네. 다들 너무 걱정이 많다니깐. 조금 무인도에서의 피로가 몰려왔을 뿐인데”


명백하게 강한 척 하고 있다. 그렇군, 칸자키의 말대로, 이대로는 신학기까지 견디지 못할 지도 모르겠네.


“그것보다도, 늦어졌지만 우승 축하해! 대단한 걸, 나구모 회장에게 이겨서 우승해버리다니”

“거의 키류인 선배 덕분이었다만”


“그런가? 그 키류인 선배와 협력할 수 있는 것만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키류인 선배를 알고 있어?”


“유명인이니까 말이지. 나는 인사 정도밖에 할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키류인 선배에게 있어선 이치노세는 흥미의 대상이 안 되었던 것 같다. 참으로도 그 선배의 흥미 판단 기준은 정말이지 알 수가 없다. 그런 부분도 코엔지를 닮았군.


“정말, 아야노코지 군은 대단해. 나하고는 딴판이야”

“이치노세, 이번에 너희들의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 섣불리 A반을 둘러싸는 포위망을 구축하지 않고 사카야나기와 거래해서, 견실하게 B반으로 복귀하려고 한 것도”


“그래도 져버렸는걸”

“이번에 류엔은 카츠라기를 끌어들이기 위해 2000만 포인트도 지불한 데다, 단번에 퇴학이 될 정도로 리스크가 높은 도박을 몇 번이나 하고 있어. 그만큼의 리스크를 생각한다면 300 반 포인트 따위는 그저 그들에게 할애한 것 정도야”


뭐, 우리들이라면 좀 더 안전하고도 효율적인 방법으로 가겠다만, 그런 위험한 다리를 웃으며 건널 수 있는 배짱은 아무래도 갖기 힘들겠지.


“그렇다면 역시 대단한 건 아야노코지 군이야. 아야노코지 군이 없었다면 류엔 군의 독주였을 테니까”

“나는 이치노세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여하튼 사카야나기는 이치노세를 경계했기 때문에 동맹을 제안했으니까”


사카야나기가 가장 경계한 것은 다른 반에도 인망이 두터운 이치노세를 중심으로 하여 A반을 노리는 포위망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이해하고 역이용하여, 대량의 프라이빗 포인트를 A반에게서 이끌어 냈으니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우리들, D반으로 떨어져 버렸어”

“그런 걸 말한다면 우리들도 처음에는 D반이었어. 게다가 반 포인트는 0부터 시작했었다고. 류엔네 반도 한 번은 D반으로 떨어졌어. 너희들이라고 다시 상위 반으로 올라가는 게 불가능할 이유는 없지”


“...가능할까. 우리들에게”

“이치노세 너 혼자서는 무리여도 반 친구들이 있어. 게다가 그 녀석들은 반이 떨어진 책임을 이치노세에게 떠넘길 만한 박정한 녀석들이 아니잖아.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언제까지고 이치노세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 거야”


실제로 칸자키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이치노세에게서 리더 자리를 이어받고자 생각하고 있겠지. 이치노세에게는 이대로 반의 양심으로 있어 주고, 비정한 결단은 그 자신이... 할 거라고 말했던가. 그게 이치노세의 정신적인 피로를 줄이고, 반을 상위로 올릴 수 있느냐 와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이치노세 시점>


아야노코지 군과 말을 주고받을 때마다, 가라앉았던 마음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다시 한 번 반의 모두를 믿고 걸어 나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이치노세, 봄방학 때 했던 약속 기억하고 있어?”

“응, 1년 후에 다시 둘이서 만나자는 거였지. 잊을 리가 없어”


그야 아까까지의 내게 있어선, 그 약속만이 앞을 향하는 이유였으니까.

그 때까지 서로 계속 걸어 나가서, 그 때야말로, 이 기분을 전하려고 결심했으니까.


“그 때 우리들은 망설이지 않고 앞을 향해 힘차게 나아갈 것을 약속했지만, 분명 우리들은 앞으로 몇 번이고 망설이게 될 거고, 멈춰 서기도 할 거야”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왜냐하면 지금의 내가 딱 그런 것 같으니까.


“이치노세, 오늘 너는 나를 대단해 대단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네가 생각하는 정도로 대단한 녀석이 아니야”

“그런...”


“그리고 나는, 네 쪽이 나보다 더 대단한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 그렇지 않아”


아야노코지 군과 비교한다면 나 따위는


“그러니 1년 후에 만나는 우리들은 서로 대단하다고, 서로 존경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도중에 넘어지거나 멈춰 섰을 때는, 서로의 등을 밀어주고, 어깨를 빌려줘서, 약속을 목표로 서로 협력해 나가자”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눈물이 번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이치노세가 다시 한 번 걸어 나갈 때까지, 내가 지탱해 주는 게 약속을 이행하는 거라고 생각해”

“읏 아야노코지 군!”


이젠 속일 수 없어. 나는 아야노코지 군이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좋아.

그리고 분명, 아야노코지 군도 나를...


깨달았을 때에는, 난 아야노코지 군의 가슴팍에 뛰어들어 있었다.


『다른 반인데도 아무런 이해타산 없이 너를 도와주는 건, 분명 그도 너를 좋아해 주기 때문일 거야』


호시노미야 선생님의 말씀이 내 등을 밀어주었다.

더는 1년 후 따위 기다릴 수 없어. 여기서 이 기분을 전해서,


* * *


(11.5권의 아야노코지 방에서 있었던 두 사람의 대화 회상 내용)


「앞으로의 1년간 망설이지 말고 힘차게 달려 나가, 그리고 나와 만난다. 약속해 줄 수 있어?」

「혹시 그 때 나는... 우리들의 반은...」


「관계없어. 내가 그저 1년 후의 이치노세와 만나고 싶은 거야. 지금, 내가 전하고자 생각하고 있는 말을 그 때 너에게 말할 것을 약속할게」

「응. 고마워... 아야노코지 군. 나도 약속할게. 나도 이 1년 동안 전력을 다해 싸울 거야, A반을 목표로」


* * *


...이젠 틀렸어, 그런 건.


지금 이렇게, 아야노코지 군에게 응석 부리기만 하는 나는 분명 아야노코지 군에게 어울리지 않아.

1년 후에 아야노코지 군에게 보이는 나는, 최고로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결심했으니까.


“미, 미안해. 갑자기”

“아니, 신경 쓰지 마”


역대 최고로 새빨갛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 얼굴을 그에게서 떼고, 아야노코지 군에게 사과했다.

정작 아야노코지 군은 평소의 무표정이었지만, 분명 놀란 느낌... 조금 정도는 쑥스러워 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오늘은 와 줘서 고마워. 덕분에 내일부터 다시 힘낼 수 있어”

“아아, 너무 힘내서 지쳤을 때는 언제라도 말해 줘. 이야기 정도는 들어줄 테니까”


“그것만으로도 엄청 충분하다구. 고마워”

“그리고, 이치노세의 상담에 어울려 준 일은”


“호리키타 양에게는 비밀, 인거지. 알고 있어”


왠지 두 사람만의 비밀이 늘은 것 같아서 기쁜 걸♪

거기다, 아야노코지 군과 사이가 좋은 호리키타 양에게도 비밀이라는 게.


그 후, 약간의 시간, 아야노코지 군과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잡담을 했다.

특히 놀랐던 것은, 시노하라 양과 이케 군이 사귀기 시작했다는 일이었다. 아마 지금의 나는 그러한 화제에 가장 민감하다고 생각해. 내일은 반드시 시노하라 양에게 이야기를 들으러 가봐야지.


어느 샌가 소등 시간이 가까워졌기 때문에, 아쉬웠지만 아야노코지 군은 돌아갔다.


나는 수십 분 전과는 확연히 다른 아주 좋은 기분으로 침대에 눕고는, 반의 모두에게 괜찮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곧바로 읽음 표시가 뜨고, 나를 염려하는 답장이 돌아와서, 역시 아야노코지 군이 말한 대로, 이 반은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기다려 줘, 아야노코지 키요타카 군.

다음 봄방학 때 만나는 나는, 너에게 가슴을 펴고 당당히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내가 되어 있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