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야노코지 군을, 좋아하니까……!”

 

 순간적으로 말을 꺼내고 말았다.

 여태까지 품어 본 적이 없었던 감정.

 말할 때까지 깨닫지 못했던 마음.

 그를 보면, 언제나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그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왠지 무척 긴장해 버린다. 특별시험을 할 때보다 훨씬 더.

 그렇지만, 결코 나쁜 기분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기쁘다.

 작년에는 그런 걸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어째서?

 

“고마워 이치노세”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하고 돌아섰다.

 되돌아 볼 때 한순간 보였던 옆모습은, 내가 알고 있는 아야노코지 군이 아니었다.

 평소와 같이 표정을 거의 바꾸지 않는 그였지만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그가 안고 있는 문제는, 그렇게 큰 것일까.

 이사장 대행의 얼굴이 뇌리를 스친다.

 그리고 그는 I2 구역으로 향한다.

 뒤쫓고 싶었다. 위험한 줄 알면서 그를 그냥 보낼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의 뒷모습은 왠지 모르게 타인을 가까이 하지 않는 그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아야노코지 군이라면 괜찮다, 그런 근거 없는 확신이 나를 감쌌다.

 

 ──기다릴게. 꼭 돌아와야 해.

 

 

♢♢♢♢♢♢♢♢♢♢♢♢♢♢♢♢♢♢♢♢

 

 

 시험이 끝난 뒤, 무사히 출발지점으로 돌아와, 결과가 발표됐다.

 결과는, 무려 단독인 코엔지 군이 1위. 나구모 선배와 근소한 차이였지만, 솔직히 놀랐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아무래도 좋다. 내겐 더 큰 문제가 있으니까.

 아야노코지 군은 무사히 돌아왔다.

 퇴학자 명단을 보니 다행히 그의 이름은 올라가 있지 않았다.

 나는 마음속 깊이 안도했다. 반 아이들의 희생을 각오하고 그에게 전한 보람이 있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이런 선택은 절대로 하지 않았겠지만.

 아야노코지 군은, 아야노코지 군만은 달랐다.

 나는 그를──

 

“……좋아……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몸이 엄청 떨렸다.

 꺄아아아~~~!! 시험 중에 무슨 말을 하는거야 나~~~!!!!

 너무 부끄러워 혹시나 주위에 보일까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엄청 뜨거워, 분명 빨갛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크루즈의 층을 옮기며 인적이 드문 곳을 찾고 있었다.

 그렇게 움직이는 도중 내가 이렇게 된 원인을 찾았다. 아야노코지 군이다.

 그는 무언가를 찾는 듯 했다.

 눈이 마주쳤다. 만나버렸어. 도망칠 수 없게 됐다.

 

“야, 야호~…아야노코지 군……”

 

“응, 무사히 돌아왔구나 이치노세”

 

“그, 그건 내가 할말이지. 무사해서 다행이네~!”

 

 그렇게 말하며 갑판 난간에 몸을 기댔다. 그러자 갑자기 엄청난 피로가 몰려왔다.

 하지만, 그 모습을 아야노코지 군이 봤다는 것을 눈치채고, 순간적으로 일어섰다.

 

“시, 시, 시, 시험, 수고했어!”

 

“으, 응. 수고했어…”

 

 말 너무 더듬잖아!…아야노코지 군 앞이라 그런가 부끄러워……

 

“그래서 이치노세, 그때의 대답인데…”

 

“엣!? 아, 으, 응……네……”

 

왔다! 드디어 왔다!! 무슨 말을 해줄까……!

 

“미안해. 네 기분에는 부응할 수 없어”

 

“……에?”

 

 그런 그의 짧지만 잔인한 한마디.

 사실 알고 있었잖아. 거절 당할 거라고.

 아야노코지 군의 주위에는, 왠지 여자애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는 자각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비교적 인기가 있다고 생각해.

 나도 그 많은 여자 중 한 사람이고.

 

“그, 그렇겠지……나는, 싫겠지……미안해, 이상한 말을 해서, 전부 잊어주면 좋겠어. 그럼 갈게……미안……!”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런 얼굴은 보여주기 싫어서 나는 한시라도 빨리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그때의 치히로 씨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돌아가려는 나의 손을 아야노코지 군이 잡았다.

 

“기다려, 이치노세, 아직 말은 끝나지 않았어”

 

“…………에?”

 

 울 것 같은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조그맣게 대답했다. 그의 얼굴을 보았을 때,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싫지 않아, 오히려 기뻤어. 정말이야. 하지만, 지금은 너와 그런 관계가 될 수 없어”

 

“지금은……? 무슨 뜻이야?”

 

“츠키시로와 시바의 대화를 들은거지? 그걸 들킨 상황에서 나와 사귀기까지 한다면 츠키시로가 어떻게 할 것 같아?”

 

 츠키시로 이사장 대행.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야노코지 군을 퇴학으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 그것도, 기존 룰을 어기면서까지.

 

“분명 츠키시로는 너를 노려오겠지. 아니, 너뿐만이 아니라 네 주변에 있는 다른 학생들까지 모두 희생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어.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그럴 수도 있는 상황에서 너나 다른 누군가와 쉽게 어울릴 수는 없어”

 

 어떤 사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야노코지 군은 뭔가 비밀을 안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거기에 다른 사람들이 말려들지 않도록 우리와 거리를 두려 하고 있다.

 

“……아야노코지 군은 상냥하구나”

 

“내가? 전혀 그렇지 않아. 다른 학생들이 말려들면 성가시게 되니까”

 

“그런 걸 보통 상냥하다고 그러는거야”

 

“……그런가?”

 

 그런 아야노코지 군의 말을 듣고 내 안의 슬픔은 누그러졌다. 나의 슬픔은.

 하지만 지금은 다른 것이 슬펐다.

 

“자세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거야? 나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으니까?”

 

“그것도 있지만 너는 이미 말려든 셈이니까. 그것과는 별도로, 너도, 다른 누구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이기 때문이야. 진실을 얘기해도 아마 믿지 않을테니까”

 

“그, 그렇지 않아! 고민이 있으면 얘기해줘. 나는 아야노코지 군을 믿어. 힘이 되고 싶어. 나로서는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힘껏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아야노코지 군이 곤란하다면, 무슨 일을 해서라도 도와 주겠다고.

 그런데도, 그는────

 

“고마워 이치노세.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살아났어. 걱정하지 않아도 그날의 약속을 반드시 지킬 테니까. 안심해”

 

 『그날의 약속』. 봄방학 때, 1년 후에 둘이서 아야노코지 군의 방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가 퇴학해 버리면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그는 절대 퇴학할 생각이 없다. 그것만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그는 혼자서 싸우려고 하고 있었다.

 

“혼자는……힘든데?”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어. 미안, 이치노세. 지금부터 다른 사람과 만날 약속이 있어서 가볼게”

 

“앗, 아야노………”

 

 또, 떠나간다. 나를 등지고.

 ──다르네. 모든 사람에게, 이 학교에게 등을 돌리고.

 나는 분명히 차였다.

 하지만, 그건 연애랑은 다르다.

 멀어져 가는 그의 등.

 나는, 슬퍼졌다. 가슴 속이 답답하게 울리는 기분이었다.

 아까 흘린 눈물과는, 또 다른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야노………키요타카 군.

 

 ──혼자 전부 하려고 하지마.

 

 ──믿음직스럽지 못해도, 옆에 있어줄게.

 

 ──누군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니까.

 

 ──키요타카 군이 내게 가르쳐 준거라구?

 

 ──내가 아니라도 좋으니까.

 

 ──꼭 의지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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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픽시브에 굴러다니는 단편 주워왔음


아마사와가 메인인 팬픽은 하나도 없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