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페이스



기본 이동을 마치고 지정 구역에 도착한 나는 착순 보상으로 1위를 얻었다.

깨닫고 보니 어느 새인가 조금씩 점수가 가산되어, 상위 10개 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쿠로나가 그룹이 쭉 10위일 줄이야. 나구모에 대한 헌신이 지나치구만”


항상 1위 싸움을 하고 있는 나구모 그룹의 득점을 보며, 나는 질색하는 심정이 되었다.


“정말이지 지루한 남자로군, 나구모는”


혼자인 것을 좋아하는 자신으로서는 어떠한 종류의 강함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남자의 싸움 방식을 영원히 좋아하게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느 정도 접전 상태인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장난기가 비쳐 보이는 것이 말이지.


역시 나는 일개 개인, 하나의 인간으로 완결되어 있는 형태의 사람에게만 관심을 가질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는 지금 이 학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람이라 볼 수 있는 건 코엔지 로쿠스케인가.


“흥미가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다만───”


내가 무인도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자니 한 학생이 모습을 보였다.

아야노코지 키요타카. 실력은 미지수지만 재미있을 것 같은 학생임에는 틀림없다. 



“꽤나 늦게 도착했구나 아야노코지”


그가 나와 같은 테이블이라는 것은 이미 GPS 서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요”


우연히 만났다는 것에─ 아야노코지 자신이 놀라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혹시 어쩌면 그 또한 서치를 통해서 나와 같은 테이블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건가.


“내 착순 보상의 경쟁상대로 만만치 않은 라이벌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만 그게 너였었나?”


여기서는 굳이 그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저 애를 살펴본다.


“글쎄요 그건 어떨지? 다른 테이블이어도 같은 지정 구역이 되는 일은 간간이 있기도 하니까요. 그것보다도 키류인 선배는 상위 10개 조엔 흥미가 없었던 것 아니었나요?”


이쪽의 탐색을 가볍게 피하고, 이야기의 화제를 살짝 바꾸었다.


“이 무인도 시험이 생각보다 재밌어서 말이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사리분별도 못하고 그만 텐션이 오르고 말았다”


여기서는 더 깊게 파고들지 말도록 하자. 그 속을 떠본다고 해서 그것이 즐거움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당분간은 지금 페이스대로 해나갈 생각이다”

“1위는 노리지 않으시는 건가요?”


“최상위는 모두가 이 힘든 생활을 지금까지 견뎌오면서 서로 노리고 있지. 그럼 나도 놀이로는 끝나지 않게 되니까. 하지만 나구모나 코엔지가 무너져 내린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군”

“무너져 내린다, 라는 건가요. 현재로선 도저히 그럴 것 같진 않습니다만”


어디까지 눈치 채고 있는 것인지, 채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이렇게까지 포커페이스가 가능한 건 일종의 재능이군 하고 감탄한다.


“나구모 녀석이 코엔지를 그대로 자유롭게 놔둘거라 생각하나?”


그 포커페이스가 다소 무너지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한번 찔러보았다.


“전력이 팽팽한 상태에서는 나구모도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어. 지금까지는 상황을 지켜봤겠지만 슬슬 움직이기 시작할 때다. 그렇다는 건 나구모 대 코엔지라는 전개도 충분히 있을 수 있어. 상황에 따라선 어느 쪽이든 득점이 잘 오르지 않는 침체기가 된다는 전개도 일어날 수 있겠지”


친절히 설명하자 말뜻을 지금 이해한 듯 아야노코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를 실각시키는 것도 중요한 싸움이니까요”


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 대개 한두 번 이야기하면 그 상황이 보여오는 법이다만. 


“너는 상위를 노리지 않는 건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나는 아야노코지의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발을 들여놓았다.


“공교롭게도 도저히 10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비전조차 안 보입니다”

“그런가. 너라면 나와 근접할 정도의 득점은 쌓고 있으리라 생각했었다만”


이 자리에서 아야노코지가 무언가를 보여줄 일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우선 그에 대한 평가는 아직 보류라는 것으로 해두자. 코엔지도 포함해서 졸업 때까지 조금 더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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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다른 게이가 올리긴 했었는데 번역기 돌린 거라고 해서, 그 글의 밑에 원문 보고 다시 재번역 해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