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그게 뭐야....좋아한다는 거야?』


꿈을 꾸었다.

쿠시다 키쿄가 내게 물어오는 꿈.

선배 이외의 사람이 꿈에 나타나다니, 드무네.

응? 그래도 역시 선배의 얘기구나. 뭐야.


"좋아한다는 저차원적인게 아니야. 좋아하는게 아니라 사랑해....? 아니, 더, 더 위의....이려나. 사랑을 초월한 감정이라는거야"


나는 무인도 시험에서 한 말을 그대로 되받아친다.



맞아, 이건 사랑이 아니야.

사랑, 그런 말로 표현할 수 있는게 아니야.


아야노코지 키요타카.


내가 그에게 느끼는 이 감정은, 그런 저차원적인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선배. 우연이네"


오늘도 나는 선배를 만나기 위해 매복했다. 물론 선배는 나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에, 놀라는 기색도 없다.


"....아마사와. 매복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에? 별로 상관없어. 선배가 함께 돌아가주지 않으면, 선배의 여자친구를 학교에 알리면 되니까"


사실 그럴 생각은 없다. 오히려 선배의 신용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고 싶고.

그래도, 내게 휘둘리는 선배도 조금 보고 싶어서 이렇게 협박하고 놀려버리고 말았다.


"하아....맘대로 해"


선배는 노골적으로 한숨을 쉰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귀여운 후배를 쫓아내기 위한 연기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꽤 카루이자와 케이를 소중히 하고 있잖아.


너무 그렇게 보여주면 부수고 싶어지는데.



"선배. 오늘은 어디 가?"


"이대로 기숙사로 돌아간다. 그러니 너도 돌아가"


"그 후 카루이자와 선배를 불러서, 그런 일을 하려고? 선배 변태"


"그런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앗, 내가 준 선물은 써줬어? 아니면 아직이야?"


"글쎄. 어떠려나"


선배의 이런, 야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흘려 버리는 것도 싫다. 얼굴을 붉히고 허둥대는 꼴불견인 녀석들과는 다르다.


우선, 카루이자와와 아직 그런 관계까지는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저번에 선배의 방에 갔을 때 2000만 PP 특별시험이나 손의 부상에 대해 그녀는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까.


내가 선배를 제일 잘 알고 이해하고 있어.

호리키타보다도, 쿠시다보다도, 카루이자와보다도....『그 녀석』보다도


우월감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사귄지 별써 몇개월이나 된거야? 에, 혹시 선배는 3대 욕구마저도 초월해버린거야....?"


"너는 사춘기인 남자냐"


"에~그렇게 칭찬해도 아무것도 안 나온다구?"


"틀렸어....말이 안통해"


그런 식으로 말을 주고받고 있으니 나나세 쨩과 만나게 됐다.


"아야노코지 선배, 안녕하세요....아마사와 양도"


나를 보자마자, 나나세의 웃는 얼굴이 일순간 희미해졌지만 곧바로 원래대로 돌아간다.

혹시 나를 라이벌로 보는거야?

그렇다면, 나 조금 곤란하네. 오랜만에 즐길만한 장난감이 생겼는데, 쉽게 망가뜨리고 싶지 않거든.


"나나세. 우연이네"


"나나세 쨩 야호"


"네....왜 아마사와 양과 같이 있는거죠?"


"며칠 전부터 계속 뒤를 잡혔으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신경써야 할 것 같은데요...."


나나세 쨩의 눈이 약간 매서워진다.

으음? 이거 라이벌이라는 느낌과는 다르네. 주인을 지키는 눈인가.


"아하핫. 나나세 쨩 정말 개같네"


"....네!?....시, 실례되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나도 모르게 입으로 나온 것 같네. 나나세 쨩이 놀란 눈을 하고 있어.


"어이 아마사와, 놀리는건 그쯤 해둬"


"아핫 미안. 귀엽다는 뜻이니까 안심해"


"그거 칭찬에 쓰는 거 아니잖아요...."


슬쩍 혀를 내밀고 사과하는 나를 째려보는 나나세 쨩. 모처럼 귀여운 얼굴이 아깝네.


"그럼 잘가 나나세 쨩"


"....선배한테 무슨 짓을 한다면 용서 안할겁니다"


"알고 있으니까. 나나세 쟝은 참 걱정이 많네"


그런 식으로 나나세 쨩을 놀리다 보면, 선배는 나를 두고 자꾸 먼저 가버린다.


"아, 기다려 선배! 기다리라니까"


"이제 만족했잖아. 너도 이제 가봐"


그 말투에 나는, 뺨을 부풀린다. 다른 사람이 하면 못생겨서 못볼 꼴이겠지만, 내가 하면 귀여우니까 상관없다.


"만족이라니, 나를 나나세 쨩이랑 같은 취급하는거야?"


"그렇지 않아"


아, 나나세 쨩의 조잡한 취급은 인정하는구나.


그래도, 역시 나를 매몰차게 대하고 있잖아.

빠른 걸음으로 선배의 앞에 선다.


"저기, 선배"


"....빨리 돌아가. 누가 보면 어떡해"


조금만 더 가까이 가면 키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다.

선배는 떠나려고 했지만, 내가 어깨를 잡아 놓지 않았다.


"소문나도 괜찮아. 선배라면"


"아니, 내가 곤란하다는건데"


자신이 다가가면 어떻게 되는지 알기 때문에 선배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언제 사람이 지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나나세 쨩 때처럼 전의를 꺾는 것도 할 수 없다.

아아~무인도의 선배의 멋진 모습, 역시 보고 싶었어.


그렇게 후회하면서, 천천히, 선배의 귀에 다가간다.


선배의 시선을 내가 지금 독점하고 있다.



"나, 선배 좋아한다구?"



그렇게 속삭여도, 선배의 얼굴은 변하지 않는다.


"재미있는 농담이네"


"...아하핫. 들켰어?"


선배의 나쁜 부분.

이렇게 귀엽고 매력적이고 예쁜 애한테 고백 받았잖아? 조금 더 반응이 있어도 되지 ㅇ낳아?

그렇게 불평하려고 했지만, 선배의 말에 가로막혔다.


"그러고 보니 츠키시로가 보낸 말이다"


"츠키시로가?"


선배는 내게 그의 전갈을 한 자 한 구 정중하게 전해준다.


"....그렇구나. 그럼 선배랑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는거네?"


"왜 그렇게 되는거야....그럼 갈게, 아마사와"


"바이바이. 선배"


선배는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 어느샌가 도착한 기숙사로 들어간다.

나는 그것을 보고 휙 돌아본다.


"나도 돌아가야겠네"



아무리 매정하게 대해도, 나는 선배를 쫓는 일을 그만두지 않을거다.

동경하고 있으니까.

선배를 숭배하는, 하나의 소녀니까.



그러니까 선배.

다른 사람한테 쓰러지지 말아줘.



....내 앞에서, 멋대로 사라지면 안 돼?










"라는 일이 어제 있었어. 역시 아야노코지 선배는 츤데레일까? 하아....부끄러워하는 선배를 상상만해도 두근두ㅡㄴ거려"


"....저기, 아마사와 씨. 혹시 아야노코지 군 이야기를 하려고 여기 부른거야?""


"응? 당연하잖아. 나 친구 없으니까. 녹음 같은 건 안했지?"


"에? 녹음? 아하핫, 아마사와 씨 재미있는 말을 하네"


"그 연기 안 해도 돼. 이 카페 숨어있는 구멍가게니까. 가게 주인도 저 할아버지 뿐이고"


그러자, 눈 앞에서 카페라떼를 마시고 있는 여학생.

학생───────쿠시다 키쿄는 우등생의 미소와는 다른 웃음을 머금는다.

동시에 핸드폰을 꺼내, 녹음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어필한다.


"너 친구 없구나, 불쌍하네"


"나는 내숭을 떨면서까지 바보 같은 녀석이랑 친구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쿠시다 선배랑 다르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사회에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커뮤니케이션 같은 걸 하려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어"


"네가 그런 걸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못 믿겠는데"


얼빠진 듯한 눈으로 보아졌다.

좀 짜증났지만, 카라멜 마끼야또를 한 모금 마시고 진정시킨다. 뭐 이런 얘기를 하려고 부른 것도 아니고.


"음~맛있네!"


"....하? 무시?"


"그래서, 선배 얘긴데. 1학년 때 선배는 어땠어?"


"어댔냐니....상냥한 남자였는데?"


"하아~쿠시다 선배 잘 모르....에? 처음에는 지금이랑 캐릭터 달랐어?"


"처음엔 꽤 흥이 많았는데"


역시. 그 화이트룸을 빠져나갈 정도로 속세가 궁금해 했으니까. 연기도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들떠있었겠지.


"그래! 그거야! 어떤 느낌이었어!?"


"하, 하아....? 뭔가 있다고 한다면....수영장 때 내 가슴을 보고 얼굴을 돌린다던가?"


"응? 수영장? 그게 뭐야? 응? 어제? 어디서? 단둘이라거나 그런거 아니지?"


무의식적으로 살의를 담아서 노려보자, 쿠시다는 겁을 먹으며 머리를 필사적으로 좌우로 흔들었다.


"체, 체육수업이니까. 그런 얼굴 하지마"


"뭐야, 놀랐잖아"


그 말을 듣고 바로 웃는 얼굴로 돌아가는 나를 보고, 더욱 겁을 먹은 것 같았다.


역시 선배도 보통 남자 고교생이잖아. 어제의 쿨한 선배도 멋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선배도 귀여울지도....라니, 안 돼. 선배 이야기를 더 들어야해.


"다른 건? 또 있지?"


"....이제 없어. 나 걔랑 그렇게까지 관련되지 않았으니까"


"거짓말"


"...."


"거짓말이잖아. 선배 뭘 숨기는거야"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


"퍼뜨려줄까? 쿠시다 선배의 비밀"


"....이거 들어도 아무것도 안할거지?"


"무슨 소리야?"


"....나를 죽인다거나"


"선배는 나를 뭘로 아는거야? 별로 죽이지는 않을테니까 안심해"


"........그 남자에게────────"


"자, 잠깐, 어디 데려갈 생각이야! 꺄악!!"



아야노코지 선배에게 자신의 가슴을 만지게 했다.

그 말을 들은 내가 쿠시다 키쿄에게 무엇을 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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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서팬더 신작 언제 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