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4・이치노세 호나미

 

4월 초반의 케이, 수학 만점 후에 호리키타, 무인도 서바이벌 개시 전에 아이리를 손에 넣었다.

 

그녀드르이 몸을 욕망으로 더럽히고, 나름대로 관계를 쌓아갈 무렵이었다.

 

“나는, 나는 아야노코지 군을, 좋아하니까....!”

 

이치노세 호나미에게, 무인도 서바이벌 중에 고백받았다.

 

당연히, 그 자리에서 바로 대답하지는 않았다.

 

츠키시로 관련 일이 마무리도 안 된 데다 이치노세의 고백이 너무 급했던 게 큰 이유다.

 

그 후, 선박 위에서 일어난 일이다.

 

나는 방 밖이나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이치노세를 개인실로 데리고 왔다.

 

“다행이다....아야노코지 군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걱정해줘서 고마워, 이치노세. 나는 이제 괜찮으니까”

 

“....츠키시로 이사장 대리나 시바 선생님은 아직 학교에 남아있어. 그걸로 정말 괜찮은 거야?”

 

이치노세의 눈동자는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의 말을 들으니, 츠키시로에게 폭행을 당할 뻔한 것 같고, 같은 반 친구와 나를 저울질할 것을 츠키시로에게 강요 당했다고 한다.

 

츠키시로가 나를 I2로 불러 쓰러뜨릴 것을 알게 된 것은 7일째였던 것 같다.

즉, 이치노세는 그로부터 마지막 날까지 1주간. 내 생각만 하면서 시험을 치른 셈이다.

 

“우선, 대항 수단으로는 챠바시라 선생님이나 마시마 선생님, 사카야나기 등도 내 편에 붙어 있으니까, 이치노세가 걱정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어”

 

“정말?”

 

“그래. 게다가 이치노세에게 그런 말을 들었으니까, 쉽게 퇴학당할 수는 없잖아”

 

“────앗”

 

마지막 날의 고백이 언급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이치노세의 뺨이 단번에 붉어졌다.

이렇게 보니 되게 부끄러워하는 작은 동물 같이 귀엽게 생겼다.

 

“그래서, 고백의 대답이었지”

 

“으, 응....들려주면 안 될까”

 

“....”

 

조금 생각해보자.

 

본래 예정이라면, 이치노세를 연애 교과서로 만드는 것은 2학년의 봄방학에서 3학년의 여름 방학일 예정이었다.

 

그럴 예정이었지만, 츠키시로라는 변칙적인 존재가 이치노세에게 강한 영향을 주었다. 타이밍은 솔직히 그렇게까지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이치노세를 사랑하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하지 않을 것이다.

 

친구로서 호감은 간다.

연인과 같은 관계가 되는 것도 거부감은 없다.

 

하지만, 내가 현시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시점에서, 연애 감정이나 윤리관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내게 결여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네다리, 인가.

이치노세가 같은 반이라면 바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지만....

 

“나, 아야노코지 군이 퇴학당하는 걸 원하지 않아. 아야노코지 군은 나를 도와준 은인이자, 내게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이니까....그러니까, 누구보다 가까운 장소에서 아야노코지 군을 지탱할 수 있었으면 이라고....생각합니다”

 

자신이 말하면서 자신감을 잃었는지, 마지막에만 조금 나약한 말투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런가. 그렇게까지 말해주는 이치노세에게 보답하지 않을 수는 없네”

 

“──그, 그럼....”

 

“사귈까. 우리”

 

“응....이제부터 『쭉』 잘 부탁해....아야노코지 군!”

 

이치노세의 말투가 뭔가 마음에 걸렸지만, 너무 기뻐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는 모르지만 눈물을 흘리는 그녀가 꼭 껴안았다.

 

──아이리에게 고백했을 때랑 비슷하네.

 

이치노세에게 안기면서도,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는 나는 처음부터 어떻게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

 

 

새벽.

 

바다에서 흔들리는 배 안의 개인실에서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옆에서 전라로 자고 있는 것은, 저녁 식사 후에 개인실에 데리고 온 이치노세 호나미.

 

조금 전의 행위는 전혀 생각할 수도 없는,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귀여운 숨소리를 냈다.

 

“....사귀는 그날 그날 바로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귄 첫날 ABC를 다 하니까 이렇게 새로운 여자를 만드는 속도가 굉장히 빠른 걸지도 모른다.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하면 그것을 거부하듯 자고 있을 이치노세에게 강하게 안겨진다.

 

“그렇게 아프다고 울었으면서,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멀쩡해 보이네”

 

“....아야노코지 군이 굉장히 잘했으니까. 마지막엔 아픈 걸 잊어버렸어”

 

“깨어 있었구나”

 

“응....조금 전 부터야”

 

자신도 나도 전라라는 것을 깨닫고, 조금 이치노세가 부끄러운 듯이 웃었다.

 

“혹시, 경험 같은 거 있었어?”

 

“....없어”

 

“──정말?”

 

진지하게 탐색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순간, 다른 여자와도 했다는 것이 들켰을까 싶어 초조했지만, 단순히 이치노세가 의문을 품고 있는 것 뿐인 것 같다.

 

“그....콘돔 낄 때도 손에 익었던 것 같았고....”

 

“네가 처음이야, 이치노세. 여자들이 비웃거나 무시하지 않도록 지식이나 기술만큼은 계속 공부했으니까”

 

“....그렇구나. 그럼, 상관없어”

 

휴우, 하면 안도한 듯한 숨을 내쉬는 이치노세.

 

자신이 처녀라면, 오히려 상대가 나름대로 경험이 있어야 안심하고 몸을 맡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지금의 이치노세의 태도는, 나의 여자관계를 탐색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고, 다음 순간이었다.

 

“어라....? 핸드폰?”

 

침대 옆 책상 위에 놓여있던 내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이치노세가 그것에 반응하여 화면을 보고 있었다.

 

“미안, 아마 내 핸드폰일 거야”

 

이치노세가 자고 있는 쪽에 핸드폰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는데....

 

무표정의 이치노세로부터 건네받은 핸드폰의 화면에는 『호리키타 스즈네』라고 크게 써있었다.

 

거기에 답하듯 전화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옆에 있는 이치노세에게 팔을 잡혔다.

 

“....부탁이야”

 

“이치노세?”

 

“지금은....나만, 봐줘”

 

그렇게 말한 이치노세가 전화를 끊고, 핸드폰의 전원을 껐다.

 

“갑자기 왜 그래?”

 

“적어도 옆에....여, 여자친구가 있는데, 여자친구의 눈앞에서 다른 여자의 전화를 받는건 좀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음, 그것도 그러네. 미안, 내가 무신경했어”

 

웬일인지 핸드폰을 돌려주지 않는 이치노세는 그대로 휴대폰을 침대에서 먼 곳으로 미끄러뜨렸다.

 

“호리키타 씨....이런 밤중에 아야노코지 군에게 전화나 하고....무슨 말을 하려고 한거지?”

 

“아마, 이치노세가 생각하는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뭐....질투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이치노세는 미안하다는 듯이 나를 껴안았다.

 

“냐하하....미안, 좀 무거운 여자지. 하지만, 계속 이렇게 아야노코지 군과 둘이서 자는게 꿈이었어. 다른 여자가 끼어드는 건 좀 아니고....”

 

“....”

 

“나, 의외로 귀찮은 여자인가 봐”

 

“가벼운 여자는 아니니까, 나는 충분히 고마워”

 

“....에헤헤헤”

 

껴안아 오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기다렸다는 듯 얼굴을 풀었다.

 

“나 같은 사람은 아야노코지 군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계속 생각해왔어”

 

“그렇지 않아. 차라리 안 어울린다고 하면 내 쪽이야. 이치노세에게는 더 멋있는 남자가 남자친구여도 이상할게 없──”

 

“──아니, 아야노코지 군 이상으로 내가 남자친구로 삼고 싶은 사람이 어딨겠어....그래서, 지금까지 절대 나 따위는 사귈 수 없을거라고....”

 

“하지만 이렇게 사귀는거지? 뭐, 사귄 첫날에 이치노세를 안아 버린 건, 미안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후회 같은 건 하지 않아. 아야노코지 군을 내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일종의 프로포즈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을, 나는 담담하게 들고 있었다.

 

“그러니까....막상 아야노코지 군이 손에 들어오니까, 그것을 절대로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고, 놓치고 싶지 않다고....더 생각하게 되고....”

 

“....”

 

“아야노코지 군 주위에 여자애들이 있으면 불안하기도 하고....츠키시로 이사장 대리 같은 것도 역시 불안해져”

 

울고 있는건지, 이치노세는 내 목 언저리에 얼굴을 묻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특별히 이치노세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어, 오로지 그녀의 부드러운 살갗을 온몸으로 만끽하고 있었다.

 

 

Case5・쿠시다 키쿄

 

일단, 이치노세에게도 다른 여자들처럼 연인이 된 것을 숨기라고 못 박아두었다.

 

이치노세에게, 더욱 츠키시로에게 노려질 가능성이 있으니, 절대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강하게 말했다.

 

시바와 츠키시로에게 어느 정도 트라우마가 있는 이상, 이치노세는 나의 명령 없이는 우리들이 육쳬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로부터 3일 뒤.

크루즈도 4일이 남았다.

 

많은 학생과 관련되어 왔지만, 이렇게까지 인상적인 녀석은 처음 보았다.

 

“쿠시다. 그런 데서 뭐 하는거야”

 

“....아야노코지 군?”

 

쿠시다 키쿄가 몹시 초췌한 표정으로 배 위의 난간을 잡고 있었다.

별이 가득한 하늘을 볼 수 있는 장소로, 주위에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왜, 나한테 말을 거는거야”

 

“왜라니....그건 반 친구니까 잖아?”

 

“그러니까....그게 아니라....”

 

쿠시다가 하고 싶은 말이 이게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아마도, 쿠시다가 무인도 7일째에 나와 나나세를 쫓은 일에 대해서일 것이다.

당연히, 그걸 깨달았지만 나는, 일부러 쿠시다의 말을 돌렸다.

 

그 후, 내 눈앞에 나타난 것이 쿠시다가 아니라 아마사와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사와에게 방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는게 앞뒤가 맞을 것이다.

 

“....아마사와와 무슨 일이 있었나?”

 

“──”

 

쿠시다가 여기서 처음으로 큰 동요를 보였다. 너무 딱 맞아서 틀림없었다.

 

“역시....알고 있구나, 너”

 

“알고 있다기 보다는 상황을 보고 추측을 했을 뿐이야”

 

“....”

 

하지만 아마사와가 화이트룸 생이라면, 쿠시다의 중학교 시절을 알고 있을 리가 없다.

 

알고 있다면, 나 아니면 호리키타에게 물어봤겠지....

 

“야가미가 여러 가지로 움직이나 보네”

 

“──읏”

 

내가 야가미의 이름을 대자, 쿠시다가 굴욕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아하하, 그렇다면 어떻게 할건데? 야가미나 아마사와를 써서 나를 없애려고?”

 

자포자기한 듯 쿠시다에게는 평소와 같은 밝음은 없었으며, 완전히 전의상실한 듯한 웃음소리를 냈다.

 

아마사와가 쿠시다를 무엇으로 협박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상황에서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없앤다, 인가. 확실히 몇 번이나 반을 배신한 너를 없앨 기회는 지금이 가장 베스트겠지”

 

“....윽”

 

“호리키타와 나를 두 번 다시 노리지 않고 A반을 위해 전폭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맹세할 수 있다면 생각해볼 수도 있는데”

 

“뭐야 너, 잘난 듯이....!”

 

“잘났으니까. 하긴 아마사와 이치카의 존재는 너한테 큰 오산이었겠지. 야가미가 다른 1학년에게 너의 과거를 들춰버린 이상, 네게는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

 

“시끄러워! 그렇다면, 나의 과거를 알고 있는 1학년들도 없애면....”

 

말하는 도중 절대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쿠시다의 목소리에 생기가 없어졌다.

 

쿠시다의 눈에는 완전히 싸울 의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한 가지 생각났다.

 

 

“쿠시다. 내가 너를 지켜주겠다고 하면, 너는 어떻게 할거야?”

 

 

“....하?”

 

“지금 말한 그대로야. 이게 마지막 조건. 만약 아마사와나 야가미에게 과거로 협박을 당한다면, 내가 전적으로 너를 도와줄게. 그 둘을 완전히 입막음할 수도 있어”

 

“뭐라고....? 너한테, 난 적이 아니라는거야?”

 

“....적이라. 애초에, 우리는 같은 반 동료라고 생각하는데”

 

쿠시다 키쿄는 귀한 실험체다.

 

위험한 폭탄인 것을 틀림없지만,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타 클래스나 타 학년에 대한 큰 카드가 될 수 있다.

 

체스말로 비유한다면 나이트 근처일까. 적을 사각지대에서 무너뜨릴 수 있는 『비밀』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쿠시다를 적대시켜 좋은 건 없다.

 

물론 여기서 쿠시다가 거절하는 시늉을 한다면, 나는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그녀를 없앨 생각으로 행동할 것이다.

 

나를 심할 정도로 숭배하고 있는 아마사와에게도 협상의 여지는 있을 것이다. 반대로 그녀를 잘 다뤄, 쿠시다를 파멸로 몰아넣는 일도 가능하다.

 

“동료....”

 

“그래. 적어도, 난 너의 상황을 어떻게든 처리하고 싶어”

 

“거짓말. 나는 몇 번이나 너를 노렸는데....그런데 너는 나를 돕겠다고?”

 

“그래”

 

“....”

 

“네가 원한다면 아마사와도 어떻게 할 수 있어. 물론 야가미도. 그 두 사람을 봉한다면 너의 과거에 관심이 없는 다른 1학년생들은 섣불리 과거를 파는 짓은 하지 않을거야”

 

“....믿을 수 없어. 왜, 적이었던 나에게 그렇게까지 해주는거야?”

 

“그럼 어떻게 해줄까? 눈앞에서 녹음이라도 할까?”

 

쿠시다는 나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살짝 그녀의 어깨가 떨리는 것을 알았다.

 

처음부터, 1학년 때부터 쿠시다를 마주하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그녀가 궁지에 몰리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쿠시다가 류엔과 손을 잡았을 때는 그녀를 퇴학시킬 생각밖에 없었으니까.

 

확실히 쿠시다가 보기에, 정체 모를 내가 갑자기 적이었던 자신을 지킨다고 하니 신용할 수 없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방식을 바꿀까.

 

“나는──너를 갖고 싶어”

 

“....”

 

“너의 정신력이나 인맥은 다른 클래스의 중심 인물 못지 않게 큰 가치가 있어. 히라타처럼 우리반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는 것도 알고 있어. 그래서 나는 너와 적이 아닌 같은 편이었으면 이라고 몇 번이고 생각해왔어”

 

“치켜세우는거야? 아니면 꼬시는거야?”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야. 난 너의 과거를 알고, 오히려 네가 좋아졌으니까”

 

“하, 하아....!? 정말 의미를 모르겠는데....”

 

“그렇겠지. 나는 쿠시다의 삶이 힘들어보이지만, 귀하다고도 생각해. 자신을 속이기 위해 가면을 만든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난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쿠시다 키쿄라는 인간을 동경해”

 

무릎부터 무너져 내려 나를 올려다보는 쿠시다를 똑바로 바라본다.

내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그것은 눈앞에 있는 쿠시다 밖에 모른다.

 

손을 뻗었다.

 

이 손을 잡으면, 쿠시다가 자신의 적을 자신이 죽인다고 하는 선택지를 선택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적어도 난 쿠시다를 적대할 의사가 없다고 그녀에게 가르쳐줄 수 있다.

 

“나는 쿠시다를 특별히 싫어하지 않아. 오히려 너를 좋아해. 그래서 돕고 싶어”

 

“....좋아한다니”

 

“말 그대로의 뜻이야. 진심으로 너를 밉고 싫어한다면 이렇게 손을 뻗지는 않을거야. 그렇지?”

 

마지막으로 한 말은 어느정도는 진심이다.

 

나는 쿠시다를 별로 싫어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하나의 실험 동물로서 보고 있을 뿐.

 

“....미안, 말투를 바꿀게. 난 네가 좋아, 쿠시다. 아무리 싫은 모습을 보여줘도, 아무리 모함을 당해도,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네가 좋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일등이 되고 싶어.

나를 알아줬으면 좋겠어. 봐줬으면 좋겠어.

 

누구에게나 있는 당연한 욕구

그것을 만족시킬 수만 있다면, 쿠시다를 적대시키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고 나는 결론지었다.

 

 

 

“내 편이 되어줘. 난 네가 필요해”

 

 

 

정신을 차려보니, 쿠시다의 눈에서는 본인도 알지 못할만큼 많은 양의 눈물이 흘러 넘치고 있었다.

 

손을 다시 한 번 뻗었다.

잡을 것인가, 거절할 것인가, 선택하는 것은 쿠시다 자신이다.

 

“지켜, 준다고....?”

 

“그래. 쿠시다가 원한다면”

 

“도와, 준다고....?”

 

“당연하지. 좋아하는 여자를 돕는 건 당연하잖아. 적만 아니라면”

 

마지막에는 농담조로 이야기해 보았다.

그런 자신에게 전율한다.

 

잘도 이렇게 거짓말만 섞인 대사를 뱉었다.

쿠시다가 선택하는 길은 둘 중 하나밖에 없다. 나의 손을 잡지 않는다면, 이 고등학교에서 쿠시다에게 미래는 없다.

 

선택지를 하나밖에 주지 않으면서, 일부러 쿠시다가 나에게 의존하게 해, 그녀를 용서하고 나의 말로 만든다.

 

천천히, 천천히 쿠시다가 손을 뻗었다. 그녀의 작고 부드러운 손을 잡아, 단번에 일으켜 세운다.

 

“최악....내, 내가 남자 때문에 울어야한다니....”

 

“내 편이 되어준다는 걸로 괜찮은거지?”

 

“....”

 

고개를 작게 흔들었다.

 

“일단, 이걸로 쿠시다가 적이 되지 않을 거라고 말해줘서 다행이야”

 

“....방금, 한 말 진짜야?”

 

“응? 방금 했던 말?”

 

“그러니까....네가 나를, 그....좋아한다고 말한 게....”

 

제법 공격적인 질문을 해 왔다.

 

자신이 어려울 때 도와주면 일단 사람은 솔직해지기 쉽다는 한 가지 실험 결과를 본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뭐, 좋아한다고 말한 건 어디까지나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뿐이야. 쿠시다를 돕는다는 이유로”

 

“....”

 

“대답은 안 해도 돼. 그걸 알아준다면, 나머지는 그걸로 충분────”

 

흘린 눈물을 닦지도 않고, 쿠시다는 1년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배 위에서 나를 껴안아 왔다.

 

“──네가 진정으로 나를 보호할 걸 약속한다면, 무슨 일이든 좋아”

 

뒷면의 얼굴을 드러낸 채, 쿠시다가 솔직하게 진지하게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불안해하는 걸 수도 있어. 그래도 내가 진심으로 믿으려고 생각한 건 아야노코지 군 뿐이니까....”

 

“1년 전, 배 위에서 꼭 껴안아 왔을 때 망설이고 있었구나”

 

호리키타를 없애기 위해 류엔 측에 붙어 배신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던 때의 쿠시다.

 

그때 내가 쿠시다의 변화를 알아채고 뭔가 말을 걸었더라면, 그녀는 이 지경까지 몰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작년의 배 위에서 류엔의 핸드폰에 『어제는 미안』이라고 적힌 문자메세지가 있었는데, 그게 쿠시다였다.

 

“좋아. 너라면, 뭐”

 

“....”

 

쿠시다가 투덜거리면서도, 나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 중얼거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여기서 『뭐를』 같은 멋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쿠시다의 뺨을 만지자 그녀가 다시 눈을 감은 것이 보였다.

 

그것에 빨려들어가듯 나는 살며시 쿠시다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댔다.

 

 

 

아아.

 

나, 진짜 뭘 한거야.

 

그의 침대의 개인실.

고통(破瓜처녀막의 파열)을 참으면서, 아야노코지의 위에서 허리를 흔들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일까. 그를 신용해 버렸다.

 

왜, 작년도 지금도 나는 아야노코지 군을 껴안거나 했던걸까.

아마 처음 중간고사 때 그가 내 뒷면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때도 이렇게 그의 오른판을 내 왼쪽 가슴에 갖다 댄 적이 있었다.

 

그 협박에 굴복했는지는 몰라도 그 뒤로도 별다른 태도없이 나를 대했던 걸 보고, 그라면 내 이면을 알아도 내 편이 되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1년 전에는 억지로 만지게 됐는데”

 

“....지금, 감촉은?”

 

“응. 알고는 있었지만 최고네”

 

그가 깊이 파고들 듯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서로에게 열중하여 허리를 부딪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아야노코지 키요타카를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스로 믿으려고 생각한 상대가 그인 것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너....나, 말고도....아윽. 관계, 가지고 있는....거지....!”

 

“....무슨 소리야?”

 

“모를거라, 생각하는거야....!? 네가, 기숙사 방에 호리키타를 밤중에 들인 일도. 으응....이치노세 씨를 사흘 전에 배 안에 방에 부른 일도, 전부....!”

 

“그래. 너도 너대로 탐색하고 있었구나”

 

무인도 서바이벌 전후, 나는 불안해서 몇 번이나 아양노코지의 신변조사를 하러 다녔다.

 

아야노코지가 의외로 처녀상대로도 행위를 잘한다는 점이나, 대단한 익숙함을 감안하면 호리키타나 이치노세 씨와도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괜찮아....? 나한테, 손을, 내밀어도....”

 

“말할 것도 없어. 호리키타네도 그렇지만, 나에게 있어서 네가 필요하기 때문에 손을 내민거야. 너를 대신할 사람은 없어”

 

“읏────”

 

“대단하네. 단번에 조임이 세졌어.

 

”시끄러, 입 닥쳐....“

 

나도 알 만큼 볼이 빨개져 있다.

 

아야노코지는 여전히 무표정이지만, 의외로 내가 변하는 모습에 놀라는 듯, 목소리와 눈썹이 반응하고 있었다.

 

몇 번인가 자세를 바꾸었고, 뒤에서 크게 그에게 꿰뚫어졌다.

그 기세에 가버릴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자신도 들어본 적이 없는 『여자』의 목소리.

어제까지 없어지기만을 바랐던 상대에게 지켜준다는 약속을 받기 위해, 자신이 안기를 요구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아무런 의문을 가지지 않고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호리키타나 이치노세가....화를 내도, 도와줄 수, 없으니까....“

 

”들키지 않게 잘 할거야“

 

역시 이 남자는 윤리관이라든가, 그 근처 인간에게 필요한 감정이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뭐, 이미 여자가 있는 남자에게 안기는 것에 특별히 혐오감을 갖지 않는 나도 어느정도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들키지 않게, 구나.

 

뭐, 힘내봐 아야노코지.

 

 

Case6・아야노코지 키요타카

 

”죄송합니다“

 

걸려버렸다.

케이→호리키타→아이리→이치노세→쿠시다 순서로, 다리를 걸치고 있던 것이 들켰다.

 

특별히 변명할 방법이 없어서, 나는 개인실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시자키로부터 직접 전수받은 무릎꿇기지만, 이 정도로 그녀들의 기분이 바뀔 수 있다면 싼 편이라고 생각────

 

”일단 고개를 한번 들어봐. 누가 제일인지 알려줄 수 있을까?“

 

”....“

 

위에서 이치노세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고개를 드는 순간 살해당할 것 같았다.

이치노세의 담담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나의 귀를 때렸다.

 

”....키요타카 군“

 

”아이리“

 

”나 같은 걸로는, 역시 안 되는 거구나....첫 남자친구여서, 조금 당황해서....그래서....“

 

본래 책망받아야하는 것은 나일텐데, 바람을 피운 원인은 자신이 아닐까 하고 아이리는 자신을 비난하고 있었다.

 

....엄청나게 미안하다.

 

”당신이 제일이 누구인지 담해도 나는 절대로 용서할 생각이 없어. 뭐, 내가 아닌 다른 이름을 대답했을 때가 당신의 기일이라는 것만은 보장해줄게“

 

”호리키타 씨는 가만히 있어주지 않을래. 그런 말을 하면, 아야노코지 군은 호리키타 씨의 이름밖에 꺼낼 수 없잖아?“

 

”처음부터 사랑받고 있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잖아, 이치노세 양. 나를 이렇게 견제하는 것도 자신이 자신이 없어서 그런 거 아냐?“

 

”....냐하하. 라고 하네, 아야노코지 군. 나 호리키타 씨한테 이런 말을 듣고 있다구“

 

....정말 너무 무서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나의 뒤통수가 처절하게 차가운 시선으로 노려봐진다는 것을 알았다.

 

제일, 이라는 질문을 받아도....

여기서 만일 호리키타라고 대답해 봤자 이치노세에게 살해당하고, 이치노세라고 대답해도 호리키타에게 살해당하는 것 밖에 없지 않아....?

 

”큰일이네, 아야노코지 군“

 

”네게도 다리를 걸친건데, 잘도 그렇게 냉정할 수가 있네. 쿠시다 양“

 

”다리를 걸쳤다고? 아하하, 싫다 호리키타 씨. 나는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단지, 아야노코지 군이 지켜줄거라고 믿고 있을 뿐이야. 처음부터 나를 제일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 해“

 

”이해할 수 없네. 애초에, 이 남자는 다섯 다리나 걸쳤어. 보통 가치관이라면 당신도 화를 내지 않으면 안되는 이야기잖아“

 

”보통 가치관? 호리키타 씨의 가치관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은 『보통』이라고 단정하고, 나에게 그걸 강요하는 건 이상하지 않아? 저기, 카루이자와 씨도 그렇게 생각하지?“

 

”나틑 별로....키요타카가 이런 놈이었다는 건 반쯤 포기했으니까....“

 

가차없는 케이의 말이 내 가슴을 찔렀다. 다만, 하고 마지막에 케이는 한마디 덧붙였다.

 

”나를 버린다면....키요타카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아하하, 우연이네 카루이자와 씨. 나도 같은 기분이야. 있잖아, 어떻게 할까? 아야노코지 군”

 

케이와 쿠시다의 더블 펀치가 작렬했다.

핸드폰은 호리키타가 갖고 있고, 방의 열쇠는 잠겨 있다.

 

눈앞에는 나를 노려보는 5명.

도움도 부를 수 없고, 스스로도 방을 나갈 수 없는 상황임에 틀림에 없다.

 

“──전원을 평등하게 좋아해주면 안 될까?”

 

“““““무슨 말 했어?”””””

 

“아뇨 아무말도”

 

....금수를 쓰려다 보기 좋게 묵살됐다.

 

그래서 나는 겨우 얼굴을 들었다.

 

식인 상어 같은 눈을 하면서, 만면에 미소를 짓는 이치노세.

아수라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귀신 같은 아우라를 전신으로부터 내뿜는 호리키타.

불행 아우라만을 내뿜으며 나와 자신을 번갈아가며 탓하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아이리.

눈을 새까맣게 흐려놓고, 마냥 무표정한 얼굴로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케이.

그리고 이 중에서 가장 여유있는 미소를 띄고 나를 바라보는 쿠시다.

 

....나의 한마디가 원인이 되어 서로 죽이기만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어떻게든 머리를 굴린다.

어떻게 해야할까, 아야노코지 키요타카. 이렇게까지 위험한 상황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원래, 크루징 6일째에 쿠시다를 안고 있는 것을, 우연히 호리키타에게 들킨 것이 아웃이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현장에 케이와 이치노세와 아이리도 있었다.

 

전원, 나에게 볼일이 있는 것 같아서 심야에 찾아왔는데, 그때 내가 쿠시다와의 행위에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기 좋게 포위되었다.

 

“보통으로 나잖아, 키요타카. 아마 이 중에서 내가 제일 먼저 키요타카와 사귀었고”

 

“빨리 사귄 건 상관 없어, 카루이자와 양. 그걸로 말한다면 그가 나를 안은 횟수도 당신에게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나, 나도 키요타카 군이 가슴을 많이 만져줬는데?”

 

“아니, 나야. 아야노코지 군은 그렇게나 많이 나를 사랑해줬어. 나도 같은 마음이야. 사쿠라 씨 못지 않게 나도 가슴을 많이 만져줬거든. 그러니까 다른 여자를 고르는 짓은 죽어도 안할거지?”

 

“뭐, 아야노코지 군의 『제일』은 누가되든 상관없어. 하지만 적어도 버리는 짓은 하지 마? 나 아야노코지 군과 둘이서 함께 지옥에 떨어질 각오도 이미 되어있으니까”

 

....노선변경이다.

 

들킬 것을 상정하고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물론 들켰을 때를 위해 준비한 말은 많이 있다.

 

“난, 너희 모두가 좋아. 누구 하나 차이가 없어”

 

“정말 죽고 싶은가 보네”

 

“도와줄게, 호리키타 씨”

 

“기다려. 이야기를 들어 줘 호리키타, 이치노세....차이가 업삳고 생각하는 건 사실이야. 실제로 나는 너희들 중 누군가를 버릴 생각은 하지 않아.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해”

 

똑바로 앞을 보았다.

 

평소 무표정이 중심인 내 얼굴이 그렇게나 진지했던건지 살기를 발산하던 그녀들이 서서히 조용해지고 있었다.

 

“필요?....내가 아직 아야노코지 군의 곁에 있어도 괜찮아?”

 

“당연하지 아이리....나는 너희들이 받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어. 만약 이걸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다시는 너희와 상관하지 않는다고 약속할게”

 

『──────』

 

내가 상관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순간,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이 동요한 것이 보였다.

 

그 상황에서 나는 활로를 찾았다.

 

아직 전원, 나를 향한 정이 떨어진 기색은 없다.

오히려 내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순간 모두가 싫어한다는 표정을 지은 것이 포인트다.

 

“....그럼 『제일』은 없다는 거야?”

 

“그게 아니야, 케이. 너희 모두가 제일이야. 거기엔 차이가 없어”

 

“상당히 사정 좋게 말하네, 키요타카. 그래도....나는 역시 키요타카와 같이 있고 싶어”

 

케이가 이 상황에 몹시 초조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의 본성을 거의 알고 있던 그녀는 용서하듯, 받아들이듯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래도, 지금 쿠시다 씨를 안은 이야기는 달라. 나도 여름방학 전부터 잘 연락하지 않았고....!”

 

힘껏 사복을 벗어 던진 케이에게 안겼다. 다음 순간 호리키타가 뒤에서 케이를 잡자, 이치노세와 아이리의 안색이 크게 바뀌었다.

 

“뭐, 뭐하는 거야 카루이자와 씨!”

 

“....말리지 마. 당연한 권리잖아. 나는 키요타카를 용서한다고 했어. 그래야 정실이 될 수 있으니까. 어떤 키요타카라도 받아들일거야. 절대 떠나지 않을거야”

 

케이는 한번 호리키타네를 노려보았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맞는 것 가탇.

 

조금 전까지 나에게 적의가 향해 있었지만, 좋은 느낌으로 분산되어 가고 있는 것을 알았다.

 

케이가 나에게 손옷차림으로 안겨온 것에 과잉반응한 아이리도 겉옷을 벗고 내 곁으로 왔다.

 

“나도....카루이자와 씨랑 같은 기분. 역시 복잡하지만....키요타카 군에게 버림받고 싶지는 않으니까....”

 

“아이리....”

 

“그리고, 이제 그룹 사람들과 더 이상 이야기할 수 없게 되는 것도 싫어”

 

아이리는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던건지, 나의 말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눈살을 찌푸렸다.

아이리의 풍만한 가슴이 내 팔에 끼었을 때였다.

 

“나, 나는 아야노코지 군의 제일이 되고 싶어! 그러니까 정정당당히 뺏어갈거야....!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여줄게....하지만 용서한 건 아니니까! 꼭 언젠가 나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하게 해 줄 거야!”

 

나를 받아 들인 아이리에게 대항심을 불태우는 듯 이치노세는 그렇게 외치며 겉옷을 벗어던졌따.

 

처음부터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는지, 쿠시다가 나를 보며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하하, 역시 대단하네 아야노코지 군. 진심으로 리얼 하렘을 만들어버릴 생각이야?”

 

“쿠시다....”

 

“응, 나도 괜찮아. 아야노코지 군이 나를 지켜주겠다고 약속만 해준다면”

 

요 3일간 완전히 의존하게 된 쿠시다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따.

이 중 유일하게 상식을 갖춘 호리키타가 유일했다.

 

호리키타는 내가 속옷차림의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현장을 보고, 착잡한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풀어달라고 팔을 휘젓는 케이를 풀어주고,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이번엔 내가 졌네. 애초에, 아무렇지도 않게 다리를 걸치는 남자를 좋아하게 된 나한테 책임이 있으니까....버리지만 않는다면 일고의 여지는 있어”

 

“솔직하지 않네, 호리키타 씨”

 

“당신이 미친거야, 쿠시다 양”

 

치직 소리가 나며 호리키타와 쿠시다가 시선으로 서로 부딪치는 것이 보였다.

 

노선을 바꾸고 나를 향한 살의를 다른 여자에 대한 대항심으로 바꿔치기한 건 잘한 것 같다. 하지만....내가 한 말의 책임은 확실히 져야겠지.

 

“모두 사랑해주는거지, 키요타카”

 

마지막으로 무표정의 케이가 나에게 다가왔다.

중간에 팽개치는 것은 용서하지 않는다고. 마지막에는 자신을 선택해서 끝내라고 은근히 나에게 들이대는 것 같기도 했다.

 

“중간에 또 다리 걸치지 마”

 

“....”

 

케이와 주위의 여자의 눈은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착취해버린다는 듯한 눈.

 

....나, 내일 미라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네.

 

 



후기


....하렘 어려워.

 

새삼스럽게 그런 생각이 든 단편이었습니다.

리퀘스트이므로 쓰지 않으면 안됐기 때문에, 이번에 이렇게 단편을 쓰게 되었습니다.

 

단지, 역시 한 사람 한 사람을 안기까지의 과정을 쓰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특히 사쿠라가 정말 힘들었어요. 그 상황에서 사쿠라와 아야노코지가 이어지는 경로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초강력하게 이야기를 전개해봤습니다.

 

리퀘스트를 처음 받았을 때는, 무려 여자 캐릭터 14명의 아수라장을 보여달라고 했습니다만, 역시 하나의 단편에 14인분의 에피소드를 담는 것은 완전 무리이기 때문에, 리퀘스트를 해 주신 분이 최고 5명까지 좁혀 주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쿠시다 편은 굉장히 술술 써졌습니다.

원작의 쿠시다랄까, 이제 아야노코지에게 몸을 팔아 도움을 받지 않는 한 퇴학할 미래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하렘+아수라장 리퀘스트, 거기다 해피엔딩으로 해달라는 초고난이도 리퀘스트여서 엄청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해피....인지는 미묘한 부분이지만, 아야노코지가 죽지 않았으니 허용 범위 아닐까요.

이 아야노코지는 어디까지나 2차 창장품으로 봐주시길 마랍니다.

 

....히로인이 5명인데도 엄청 힘들었는데, 처음에는 14명이었다니,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무섭네요.

 

이번 이야기는 쿠시다가 가장 쓰기 쉬웠어요.

쿠시다가 구원받는 단편? 같은 것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서, 그녀를 메인으로 한 에피소드는 쓰기 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리퀘스트 신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