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밤의 텐션입니다.


・어디까지나 하나의 소재로서 즐겨주세요


・모두 개그입니다.


・이것은 단편이며 시리즈가 아닙니다


──────────────



1


 여름 방학이 끝난 뒤.


 2학기가 시작되고 어느 때와 같은 일상이 돌아온 어느 날. 나와 케이는 나의 방에서 아침 밥을 먹고 있었다.


 거기서 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됐다.


"케이, 왜 계란프라이에 소스를 뿌린거야?"


"응? 갑자기 왜 그래, 키요타카"


 계란프라이에 굴 소스를 뿌리는 케이.

 그 광경을 본 나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계란프라이라면 보통 간장이잖아"


"뭐라는거야 키요타카? 계란프라이는 소스가 당연하잖아"


"간장이다"


"소스야!"


"간장!"


"소스!"


""....""


 서로 기세 있게 주장을 펼치지만, 케이는 전혀 말을 들을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너, 설마 미각에 장애가? 당장 같이 병원으로 가지 않으면...."


"하아!? 뭐야 그거, 시비거는거야!?"





 같은 시간.


"사카야나기. 너 뭐하는거야?"


"뭐라니, 계란프라이를 먹고 있습니다만"


"아니, 그게 아니라. 손데 들고 있는게 뭐냐고 묻는거야"


 저──사카야나기 아리스는 마스미 양을 초대해, 함께 방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계란프라이를 먹고 있는 것에 무언가를 느낀건지 마스미 씨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저를 보고 있습니다.


"뭐냐고 물어도 소스라고 정해져 있잖아요. 마스미 양도 쓰실래요?"


"하아? 소스?"


"역시, 계란프라이는 소스죠"


"사카야나기, 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계란프라이에는 누가 뭐래도 간장이잖아"


"네? 마스미 양,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제가 잘못 들은게 아니면 좋겠는데요"


"계란프라이에 소스를 뿌리는 일본인이 있을 리가 없잖아"


 마스미 양이 제게 이상한 폭언을 해왔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차별이 지나치시네요.

 소스가 아니라 간장을 뿌리다니, 마스미 씨는 혹시 미각에 장애가 있는 걸까요.


 당장이라도 조교를 하지 않으면....


"후우....마스미 양은 계란프라이는 간장이라고 주장하시는거죠?"


"아무리 너라도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어"


"잘 알겠습니다. 가만히 있으세요 마스미 양. 당신 위에 서 있는게 누군지 다시 한 번 가르쳐 드리죠.


"원하는바야. 원한다면 A반에서 혁명이라도 일으켜주지"



2


 고도 육성 고등학교


 아침, 교실에 오자마자, 나는 히라타 요스케와 마주 앉아 아침의 전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라는 일이 있었다"


"확실히 소스는 좀 그렇네. 나도 계란프라이를 부치면 간장이야"


"그래, 역시 요스케야"


 안심했다.

 역시 요스케 같은 상식인은 간장파 같다. 아무리 그래도 소스라고 하는 선택사항은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야노코지 군, 지금 한 이야기 다시 한 번 들려줄 수 있을까?"


"호리키타. 듣고 있었나"


 요스케와 이야기할 생각이었지만, 호리키타도 지금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듯, 무표정한 얼굴로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안녕 호리키타 씨. 지금 키요타카 군과 계란프라이에는 뭘 묻혀먹는가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어"


"호리키타. 넌 어느 쪽이지?"


"당연히 소스야"


""하아?""


 호리키타의 믿을 수 없는 한마디에 나와 요스케의 말이 싱크했다.


"뭐야 너희. 설마 간장을 묻혀먹는다는 건 아니지?"


"당연하지. 요즘 세상에 소스파는 존재하지도 않을 거야, 너는 미각도 독특한거냐?"


"아야노코지 군, 그 부분은 고치는게 좋아. 아무래도 너의 입맛을 정상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이네"


"좋아, 네가 나를 소스파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도 더 이상 물러서지 않는다"


 호리키타의 패기와 나의 말다툼에 쓴웃음을 지으며 바라보고 있던 요스케는 교실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둘 다, 챠바시라 선생님이 오신 것 같아"


"어이, 빨리 착석해라. 아침 홈룸 시간이다"


 챠바시라는 늘 하던 대사를 뱉으며 교탁 앞에 섰다.

 나와 호리키타가 거의 동시에 챠바시라에게 손을 들었다.


"선생님"


"뭐냐, 아야노코지, 호리키타"


"계란 프라이에는 간장이죠?"


"아니, 소스일게 뻔하잖아"


"간장? 소스?"


 챠바시라가 우리의 말을 듣고 분위기를 바꾼다.


 좀 더 말하자면 조금 전부터 교실 곳곳에서 간장파냐 소스파냐로 논의되고 있어, 평소의 C반과는 다른 형태로 분위기가 살벌했다.



"──너흰 참 어리석구나"



 어디서 많이 들어본 대사다.


『!?』


 간장이냐 소스냐를 놓고 토론하던 학생 일동이 챠바시라의 차가운 말에 소스라친다.


"케찹인게 당연하잖아?"


『에?』


"케찹 선택이다. 이미 내게는 아침 일상이다. 간장? 소스? 그런 건 의미없어. 이걸로 이 논의는 끝이 났군"


"아, 아무리 그래도 케찹은...."


"맞아요 챠바시라 선생님, 그건 좀...."


 케찹이란 선택지는 없어, 라고 하는 부분에서 나와 호리키타는 서로 통했는지, 반론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닥쳐라, 애새끼들"


『....』


"우리 반은 오늘부터 모든 계란프라이에 케찹을 사용한다. 간장과 소스를 쓴 학생에게는 졸업할 때까지 패널티를 주겠어"


"하아!?"


"횡포다!"


"케찹이라고!?"


"미친거아냐?"


 챠바시라의 엉뚱한 결정에 반 곳곳에서 야유가 일어난다.





"코엔지"


"뭐지, 아야노코지 보이"


"너, 아까 챠바시라 선생님에게 아무 반응도 없었는데 어떻게 된거지?"


"어떻게 됐다, 라는건?"


 나는 쉬는 시간에 반에서 유일하게 챠바시라에게 반응이 없었던 코엔지의 곁으로 향했다.


"한 가지 질문이 있다"


"나도 한가하진 않아서 말이야. 가능한 한 짧게 끝내게"


"코엔지, 너는 계란프라이에 뭘 뿌리지?"


"핫핫하, 그런 건 타르타르 소스일게 뻔하잖아"


"넌 논외다"


 이 자유인은 미각마저도 자유인 것 같다.

 진지하게 들은 내가 바보였다.



3


"하아....뭐가 소스파야. 케이도 호리키타도 이상하네"


"그렇게나 한숨을 쉬고 무슨 일인가요?"


"사카야나기인가"


 내가 점심시간에 복도를 거닐고 있는데,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사카야나기와 조우했다.


"화이트룸 최고 걸작인 아야노코지 군에게 질문이 있습니다"


"여기서 화이트룸의 이름을 대지 마"


"제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아야노코지 군이라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사카야나기는 어딘가 깊이 생각하는 표정으로 내게 질문하려고 하고 있었다.


"우연이네, 나도 사카야나기에게 질문하고 싶은게 있었거든"


"에? 아야노코지 군도요?"


 어딘가 놀란 듯한 사카야나기.

 사카야나기는 머리가 좋으니까. 아무리 잘못돼도 소스 따위는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너부터 해. 사카야나기"


"아뇨, 아야노코지 군부터 해도 괜찮아요"


"아니 난 나중이어도 괜찮아"


 "....그, 그래도"


"...."


"...."


"사카야나기, 당연히 계란프라이에 간장이지?"


"아야노코지 군이 계란프라이에 뿌리는 건 물론 소스겠죠?"


 나와 사카야나기는 서로의 말을 듣고 침묵한다.


"...."


"...."


 조용한 적대감.

 학년말 시험 때와는 또 다른 긴장감을 우리는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린 적대관계인 것 같네"


"많이 아쉽지만 그런 것 같네요. 역시 아야노코지 군은 제가 무찔러야 할 적입니다"




 1학년 D반


 저──나나세 츠바사는 눈 앞에서 잔뜩 짜증이 난 표정을 짓는 호센 군 앞에 정면으로 서 있었습니다.


"너 이 새끼, 지금 『간장』이라고 한거냐? 앙?"


"호센 군이야 말로, 소스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당신의 미각은 말 그대로 딱 D반에 어울리는 것 같네요"


"크핫, 그 말 그대로 받아쳐주마 썩을년아"


 온몸에서 살의를 발하는 호센 군에게, 제 등 뒤에 있는 반 아이들은 벌벌 떨고 있습니다.


 제가 호센 군에게 저항하는 일을 그만두면 간장파의 패배가 결정되고 말겠죠.


 소스 같은 미각에 장애가 있으신 분들에게 질 수는 없습니다.


"소스라니 정말 어리석네요, 호센 군. 그러니까 아야노코지 선배에게도, 류엔 선배에게도 이길 수 없는겁니다"


"지금 뭐라고 했냐 새끼가!?"


 핏대를 올리고 얼굴을 붉히는 그를 무시하고 저는 교실을 뛰쳐나왔습니다.


 더 이상 바보와 얽혀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2학년 B반

 언제나 사이가 좋은 반에 처음으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그, 그런!"


"설마 그 이치노세 씨가 소스파일줄은!"


 언제나 이치노세와 얽혀 있는 여자들이 절망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반에 간장파는 필요 없다. 이치노세도 그렇게 생각하지?"


"....나는 싸움은 싫어하지만, 그래도 간장은 좀 그렇네....설마 이 중에 간장파가 있는 건 아니겠지?"


 검은 오라를 뿜어내는 이치노세와 옆에서 보좌하는 칸자키에게 반의 간장파는 스스로 이름을 밝히지 못하고 있었다.


"이, 이치노세 씨....역시 아야노코지 군에게 차여버리고 텐션이 이상해졌어...."


"오히려 아야노코지 군에게 실연 당해서 소스파가 되었는데....라던가? 봐봐, 정신적 충격으로 식생활이 확 바뀌는 사람 있잖아"


"──거기, 지금 무슨 얘기 하는거야?"


""히익!!""


 소곤소곤 말하던 여자들이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 현재, B반에서는 반 이상이 소스파.


 나머지 간장파는 학급에서도 발언권이 강하지 않은 학생들 뿐이다. B반이 이곳에서 결정하려는 순간이었다.


"한심하네"


"....히메노"


 갑자기 한 여학생의 목소리가 반에 울려퍼지자 칸자키는 경계하듯 그녀를 쳐다봤다.


 히메노 유키.

 B반에서도 단독 행동을 하기 쉬운 그녀는, 지금 소스파를 강요하려는 분위기를 정면 차단했다.


"랄까 간장이다 소스다, 이런 시시한 걸로 잘도 싸우네"


"유, 유키 쨩....! 지금의 이치노세 씨에게는 거역하지 않는 편이....!"


"아니, 나 『아무것도 뿌리지 않는 파』라서"


『어!?』


 히메노의 한마디로 주위가 술렁거렸다.


 계란프라이에 아무것도 뿌리지 않고 먹는 다는 건 당연히 논외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히메노의 대사는 이단에 지나지 않는다.


"히메노, 너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든 뭐든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잖아. 소스를 강요하는 니들도, 이치노세랑 칸자키에게 반박할 수 없는 간장파도 기분 나쁘다고"


 그런 말을 남기고, 히메노는 매우 짜증난다는 모습으로 반에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