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아야노코지 군, 이제 백기를 들 생각이 들었나요?"


"키요타카! 적당히 하고 포기해!"


 그로부터 며칠 후.


 운동장 중앙.

 사카야나기를 중심으로 한 소스파가 쭉 내 눈앞에 늘어저 있었다.


 놀랍게도 각 반의 핵심인물 대다수가 소스파에 속해 있어, 우리 간장파와 거의 동수라고 해도 멤버층에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는 듯했다.


"설마 히라타 군이 간장파였다니!"


"그래도 봐봐! 나구모 학생회장이 소스파야!"


"사카야나기 씨도 이치노세 씨도 호리키타 씨도 있고, 이거 이기겠는데!"


 소스파의 구경꾼으로부터 그런 소리가 들려 온다.


"아야노코지. 소스를 쓰는 멍청한 학생들에게 진짜 왕도라는 것을 가르쳐 주자"


"선배, 지금이야말로 선배의 본 실력을 보여줄 때입니다!"


 양쪽에서 키류인과 나나세로부터 그런 소리가 들려온다.


 적어도 이들이 내 편에 있어주는 시점에서 아직 충분히 싸울 수 있다.


"응──그렇지. 이제부터는 진심으로 하겠어"


 옥상에서 류엔을 마주했을 때?

 학년 말 시험에서 사카야나기와 겨루었을 때?

 호센의 칼을 한 손으로 받아냈을 때?

 무인도에서 츠키시로와 사투를 벌였을 때?


 아니, 지금의 나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전력으로 이들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계란프라이 논쟁....아니, 계란프라이 전쟁을 끝내야겠다. 사카야나기"


"크크, 그건 좀 더 기다려줘야겠는데"


 내가 사카야나기에게 한 걸음 내딛으려고 할 때, 귀에 익은 목소리가 옆에서 새어들어왔다.


"드래곤 보이...."


"드래곤 보이 군...."


"좋아, 대화로 해결해 주려고 했지만 그만두지. 니 새끼들 둘 다 쳐죽인다"


"이 논쟁에 당신이 참가하지 않는다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무슨 일로 저와 아야노코지 군에게 간섭 해오는 건가요? 제게 충성을 맹세하신다면 소스파에 넣어드리긴 해드리죠"


"류엔, 너라면 알 거다. 간장이 소스보다 뛰어나다는 걸"


"크크. 네놈들은 정말 바보구나. 내 뒤를 보라고"


""!?""


 나와 사카야나기는 류엔 뒤에 있는 많은 학생들을 보며 숨을 삼키고 있었다.


"아야노코지, 그리고 사카야나기. 이게 아직도 간장과 소스만의 문제인 줄 알았나?"


 류엔의 등 뒤에서 나타난 것은 대머리의 큰 남자. 나와 사카야니기와의 인연도 결코 얕지 않은 카츠라기였다.


"무슨 의미인가요, 카츠라기 군"


"이미 양대 세력이 아닌, 3파전이 된 거다"


"3파전....이라고....?"


"Yes, Soy sauce and sauce...and salt and pepper. (그래. 간장에 소스....그리고 소금, 후추다"


""소금 후추!?""


 류엔 옆에 늘어선 알베르트도 제3세력의 주멤버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크크, 그래. 계란프라이 논쟁의 패권은 우리 『소금 후추』파가 가져간다. 네놈들에게 패배의 맛을 보여주지"


"....다시 한 번 뭉게주는게 좋을 것 같군, 류엔"


"덤벼봐라 아야노코지. 리벤지 매치로는 조금 빠르지만....지금의 나는 소금 후추 파의 대장이다. 너한테 질 리는 없어"


"멋대로 저를 잊지 말아주시겠어요? 패권은 저희 소스파가 차지하겠습니다"



 간장! 간장! 간장! 간장! 간장!


 소스! 소스! 소스! 소스! 소스!

 

 소금! 소금! 소금! 소금! 소금!



 우리 3명을 중심으로 주위의 학생들이 크게 들뜬 모습을 보인다.


 이미 고도 육성 고등학교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큰 전쟁의 시작이었다.


"크크, 관중들도 들떴군"


"보통이라면, 부드럽게 해 달라고 말씀드리겠지만....전력으로 덤며 주세요"


"마지막에 내가 이긴다면 그걸로 됐어"


 이미 무인도 서바이벌 때 이상이다.


 이미 이렇게 되어 버린 이상, 3대 세력 중 누구라도 내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자, 진짜 『실력』이란 걸 보여주마.










"잠깐 기다려주세요, 선배님들"



7


"....야가미인가"


"이거 이거 1학년 B반의....당신도 이 논쟁에 참여하고 싶으신건가요?"


"크크, 참가하는 건 상관없지만 소금 후추 이외의 파벌에 속한다면 네놈부터 당장 치워주지"


 갑자기 우리에게 들이닥친 것은 1학년 B반의 리더인 야가미 타쿠야였다.


"선배님들은 조금 제정신으로 돌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 잠깐 방해하지 말라고 타쿠야! 지금 아야노코지 선배의 미각이랑 바람기를 조교하고 있으니까!"


"너는 좀 가만히 있어 이치카"


 사카야나기의 등 뒤에서 야가미를 향해 야유를 보내는 아마사와.....서로 이름으로 부른다니, 이 녀석들 그렇게 친했나"


"선배님들은 계란프라이에 간장이니 소스니 소금잉니 다투고 있는데 주위를 둘러보세요"


『....』


 야가미의 말을 듣고 냉정해진 학생들은 주위를 주시한다


『읏....!』


 거기에는 싸움으로 너덜너덜해진 서로의 모습이 담겨 있어 이 전쟁의 치열함을 말해 주는 것 같기도 했다.


"맞아요. 계란프라이 논쟁 때문에 학생들은 상처받고, 서로 미워하고, 학교는 황폐해지고, 풍기는 문란해지고, 고도 육성 고등학교가 궤멸할 뿐입니다"


『....』


"저는, 그런 고등학교는 보고 싶지 않아요. 그냥 평화롭게 지내고 싶습니다. 특별시험이 아니니까, 이번만큼은 모두 함께 손을 잡아야하지 않겠어요?"


"쳇....확실히...."


"이 제가 1학년에게 설득되다니....부끄럽네요...."


"우린 뭘 그렇게 뜨겁게 달궜던 거지"


 야가미의 말로 조금 전의 흥분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다른 진영의 학생끼리 악수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아까는 때려서 미안해....간장파"


"응....나도 소스를 쓰는 녀석은 혀로 야마우치 하루키를 핥는 녀석이라고 하고, 말도 안돼는 폭언을 해버렸어. 미안했다"


"소금 후추도 버리기 힘들지만....다른 조미료도 받아들였어야 했어...."


 우리는 어느새 시야가 좁아지고 있었다.


 야가미의 개입으로 뭉쳐가는 학생들.


 나와 사카야나기, 류엔은 사태해결에 나선 야가미를 감탄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크크, 이건 선수를 빼앗겼군"


"호센 군이나 아마사와 양 같은 괴짜가 속한 1학년 생 중에 이렇게 정상적인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뭐라고!?"

"아리스 선배, 시비거는거야?"


"역시 쿠시다의 등을 쫓아온 만큼의 가치는 있어, 야가미. 난 지금 너를 이 고등학교에서 제일 인ㅇ정하고 있다"


 우리들의 칭찬을 쑥스럽게 받아들이는 야가미.



"평화로워졌다니 다행입니다──이제야 모두 얌전하게 마요네즈파에 들어가셨네요"











『....?』





 어째서일까.


 분명 지금까지 잘 풀렸는데, 이제와서 악랄한 미소를 짓는 야가미에 의해 모두 망가진 기분이다.


"마요네즈는 기가 막히죠. 계란프라이뿐 아니라, 쌀밥, 가라아게, 카레, 피자, 오뎅, 샐러드, 그라탕, 햄버거, 라면, 마파두부, 야키소바, 오코노미야키, 떡, 케밥, 치킨, 감자튀김....여러가지 음식에 맞는 만능 조미료잖아요"


"하아....."


"크크, 이래서 마요파는 처리하기 힘들다니까"


"뭐든 마요네즈를 뿌린다고 해결되지 않을텐데"


"지금 죽을 겁니다, 야가미 군"


"타쿠야....너 진짜 기분 나쁘고 재미도 없으니까 그냥 사라지면 안될까....?"


"그렇다기보다 마요네즈는 뭔가 천박한 맛 나지 않나요?"


"────"


 우리들의 대반박에 조금 전까지 미소년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던 야가미의 표정이 굳어졌다.


"....쳐죽인다"


"....살기인가. 그게 너의 본성이냐, 야가미"


"마요네즈를 부정하는 녀석은 용서하지 않는다. 그건 화이트룸에서 해방된 내가 유일하게 얻은 구세주(메시아)니까"


"....너"


 갑작스런 야가미의 커밍아웃에 약간 동요하면서도, 이 정도의 살기라면 화이트룸생이라는 것도 수긍이 갔다.


"자 마지막 승부다, 최고 걸작!!"


"바라는 바다. 덤벼라"


 최후의 싸움이 드디어 시작된다.



8


 반년 뒤.


"키요타카. 저녁 준비 다 됐어"


"미안 케이. 일부러 만들게 해서"


"아니,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케이는 역시 귀엽네"


"뭐, 뭐야 갑자기!?


 저녁상을 차리는 케이를 무심코 껴안으니, 얼굴을 붉힌 케이가 부끄러운 듯이 떨어진다.


"....그래서, 또 마요네즈로 만들었구나"


"응. 키요타카도 좋아하잖아, 마요네즈"


"뭐 그렇지"


 나와 야가미의 사투로부터 반년 후.

 이곳 고도 육성 고등학교에는 전무후무한 마요네즈 열풍이 불고 있었다.


 남녀 불문하고 마요네즈를 뿌리는게 일상인 수준이다.


 이러다간 이미 여길 떠난 츠키시로도 어디선가 먹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응? 그 과자 뭐야"


"아, 이거 아까 호리키타 씨한테 받은거야. 키요타카도 먹을래?"


 저녁 시간인데도 테이블에는 케이가 만들어준 마요네즈 요리 외에 초콜릿 과자가 얹혀 있었다.


"미안, 케이. 난 이걸 먹을 수가 없어"


"하아? 너 무슨 말을 하는거야? 내가 받은 『버섯 모양 과자』를 못 먹겠다고?"


"미안하지만, 나는 『죽순 모양』파야"


"...."


"...."


"...."


"...."


"아니 버섯 모양일텐데. 죽순 모양 같은 건 쿠키로 속이고 있을 뿐인 쓰레기라고"


"질량이 큰 만큼, 죽순 모양이 우세한 건 당연해. 어차피 버섯 모양 같은 건 초콜릿의 양만을 잰 걸로 속이고 있을 뿐이야. 불쌍하네"


"...."


"...."


"버섯!"


"죽순!"


"버섯!"


"죽순!"


"...."


"...."










""아무래도 다시 토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




(END)




후기


저는 죽순파에요




오마케



"우토미야 군은 계란프라이에 뭘 뿌려?"


"갑자기 왜 그래 츠바키"


 1학년 C반


 이 반의 사령탑인 츠바키 사쿠라코는 표면적인 리더인 우토미야 리쿠에게 쉬는 시간에 말을 걸었다.


"아니....뭐랄까, 학교에서 터무니없는 논쟁이 벌어졌다는데, 이때니까 좀 신경 쓰여서"


 아무래도, 아야노코지 키요타카나 야가미 타쿠야가 마지막 사투를 벌였을 정도의 사태가 벌어진 것 같다.


"....어떠려나. 난 어느 쪽이냐고 하면 계란프라이가 아니라 계란말이를 만들어 먹으니까, 애초에 간장도 소스도 상관없고"


 우토미야의 대답은 츠바키가 원하지 않는 대답이었다.


"으윽, 재미없네"


"그런 넌 어때 츠바키"


"나?....어느쪽이냐 하면 간장이려나"


"아야노코지 선배는 간장파라고 하던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츠바키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역시 난 소스파 같아"


"츠바키, 너 얼마나 아야노코지 선배를 싫어하는거야. 뭐 호센은 소스파라고 하던데"


"....마요네즈가 더 잘 맞으려나"


"그러고보니 마요네즈에는 야가미가 있다고──"


 어디에도 도망갈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츠바키는 스스로 대화를 시작했음에도 우토미야에게 백기를 들었다.


"나 오늘부터 계란프라이 안 먹을거야"


"....그, 그래"


 별볼일 없는 얘길 다 들어주던 우토미야는, 더 이상 츠바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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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에 마요네즈가 사람새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