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이것은 시리즈물이 아닌 단편입니다.


・사카야나기 아리스가 메인 히로인이자 주인공입니다.


・시계열은 아야노코지와 사카야나기가 어른이 된 시점입니다.


・키요케이 요소는 전혀 없으니 케이 최애는 주의 부탁드립니다.


 ・표지는 綾郷 - pixiv 님에게 허락을 맡고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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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곧 가을이 시작되는 8월 하순

 저는 학원 부지 구석에 존재하는 해변 주변의 벤치에 혼자 앉아 있었습니다.


 현재 시간은 해질녘즈음


 이곳의 풍경은 입학 초기에 발견하여, 이후 저만의 명소로 삼고 있습니다.


 익어버릴 것 같은 무더위 속, 이마에는 소량의 땀이 흘러내립니다.


 더럽혀 버리는 것은 조금 죄송하다고 생각됩니다만, 항상 가지고 있던 갈색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습니다.


"사카야나기"


 등 뒤에서 말리 걸려 왔어요.


 다른 학생이라면 몰라도, 이 사람의 목소리만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뒤돌아보지 않고도 단번에 상대를 맞힐 수 있었습니다.


"이건 꽤 신기한 일이네요. 아야노코지 군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주시다니"


"이런 더위 속에, 너 혼자 여기 있는게 마음에 걸렸거든. 그래서 뭘 하는거지?"


"잠깐 쇼핑을 하려고 했는데 너무 더워서 쉬는 중이에요"


"밖에서? 케야키 몰 안이 훨씬 시원할텐데"


"그런 아야노코지 군은 어째서 여기에? 하굣길인가요?"


"방금까지 반 녀석들이랑 놀고 있었어. 도중에 헤어졌으니 지금은 돌아가고 있고"


"그런가요"


 그렇다면 지금은 2학년이나 1학년들의 방해 없이, 우연히 두 사람만의 시간이 완성되었다는 것이군요. 이건 좋은 기회네요.


"아야노코지 군도 뒤에 무슨 일정이 있는게 아니라면 옆에 앉으시는게 어떤가요? 덥다고는 해도 바닷바람을 쐬는 건 기분이 꽤 좋거든요"


"그럼 사양 않고"


 아야노코지 군이 제 옆에 앉았습니다.

 권유한 것은 저이지만, 설마 주저 없이 앉아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면 데이트 중인 것으로 착각해 버릴 수도 있겠네요. 그건 그거대로 재밌을 거 같아서 나쁘진 않지만.


"이 시간대의 바다는 이렇게 에쁘구나"


"예, 입학 초에 발견하고 나서 마음에 드는 장소가 되었어요. 저 말고 이곳에 온 것은 아야노코지 군이 처음이에요"


"그런가. 그건 운이 좋았네"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때, 아주 잠깐 강한 바람이 불어 왔습니다.


"앗"


 제 머리에서 순간 허공으로 날아간 하얀 모자를, 옆에 있던 아야노코지 군이 아무렇지 않게 잡아 주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잡아 주신 건 이번이 두 번째인가요"


"전에도 말했겠지만, 이런데서 모자를 쓰는 건 좋지 않아"


"후후, 또 주의를 받아버렸네요. 하지만 오늘은 『추억의 날』이기 때문에 이곳에 오는 걸로 정해놓았습니다"


"추억의 날?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전에 한 번, 아야노코지 군은 입학하기 전에 바다를 본 적이 있다고 하셨죠?"


"그래, 화이트룸이 일시적으로 정지됐으니까. 그 기간만큼은 감시자들이 모르게 밖을 돌아다닐 수 있었어"


"그럼, 아야노코지 군에게도 바다는 추억의 하나라는 말씀이군요"


"....뭐, 그럴지도 모르지"


 이 모습으로 보면, 아무래도 처음 본 바다에 대해서도 특별히 감동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네요.


 역시 아야노코지 군을 『제대로』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사카야나기의 추억이란건 뭐야? 사카야나기 이사장님에게 바다라도 데려가 달라고 했어?"


"후후. 한 번 들려드릴까요, 제가 고도 육성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그러니까 중학교 3학년 여름의 이야기입니다"


 아야노코지 군이 이 이야기를 듣고 어쩌면 짚이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니, 저는 천천히 옛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2


 ♢


"....라는 겁니다"


"...."


"지금이라도 저를 도와주신 분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요"


 해가 지고,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할 즈음 옛날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아야노코지 군은 제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다가 도중에 맞장구를 치거나 하는 정도의 반응이었습니다만, 어땠으려나요.


"이게 그 사람에게 빌린 갈색 손수건이에요. 언젠가 반드시 보답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어요"


 조금 전에 이마를 닦았던 갈색 손수건을 꺼내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던거구나"


"이 이야기는 아직도 남아있답니다"


"그래?"


"저는 그 남자의 등을 보고 어딘가 낯이 익었습니다"


 비록 확실한 증거는 되지 못해 확정은 할 수 없었습니다만, 아마 저와 동갑이거나 한 살 위 정도의 남자아이일 것입니다.


 그 흰 방에서 체스판을 무표정하게 보고 있던 그와, 왜인지 모르게 겹쳐 보였으니까요.


"제가 아야노코지 군에 대해 일방적으로 알고 있다고 이 학교에서 처음 대화할 때 말씀드렸죠?"


"응, 사카야나기 이사장에 의해 화이트룸의 아이들을 본 적이 있었다고 했지"


"예. 그때 위에는 당신의 실력을 보고 감동과 관심을 느낀 제가 있었습니다.  체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다름 아닌 아야노코지 군이니까요"


"뭔가 그렇게 대놓고 말하니까 쑥스럽네"


"말이랑 표정이 전혀 일치되지 않습니다만"


 과거를 거슬로 올라가다 보니 이제야 제가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를 도와준 남자애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람과 겹쳐 보인단 말이죠"


"...."


 여기까지 듣고 이제야 이해했는지, 아야노코지 군에게 겨우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전해진 것 같았습니다.



"──그 소년은 당신인가요?"



 말해버렸어요.


 저는 시선을 밤바다로 돌렸습니다.


 왠지 저는 그의 표정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라고 부정 당한다면 그것에 대해 분명 실망하고 말테니까.


"....아니라고, 생각해"


"...."


"처음 사카야나기와 만났을 때 말했을거야. 난 너를 본 적 없어"


"....그렇, 군요"


"──그저"


 아야노코지 군을 한번 말을 멈추고 저를 보았습니다.


"그때의 소녀가 너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 비슷한 경우에, 설마 이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기 때문에"


"────!"


"그래서 나는 그것을 추억으로 남기기로 했어. 뭐 별로 한 것도 없고. 넌 어때, 사카야나기"


"저는....추억으로 승화하고 싶지 않아요. 왜냐면, 저는 계속 그 남자애가 당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생각하다가────"


 그렇게 말하다 저는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아────"


 그의 눈동자에는 나에 색이 보이지 않았다.


 당신이 처음 바다를 보고 감동을 받지 못했듯이, 외부에서 스스로 한 사람을 돕는 일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거군요.


 그래서 제가 기억나지 않는 건가요.

 물론 이것은 제 추억과 그의 추억이 일치한다면입니다만


 설령 일치한다고 해도 지금의 그의 눈동자를 보니, 저는 이미 그곳에 있지 않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뇨....아야노코지 군의 말대로 저도 추억으로 승화해야겠죠...."


"...."


"만약 다시 한 번 『그』를 만나게 된다면, 그때 이 손수건을 돌려드리겠습니다"


"나한테 말해도 소용없잖아"


"후후, 확실히 그러네요"


 갈색 손수건을 다시 손에 쥡니다.


 아야노코지 군 안에 나의 존재가 확실히 남아 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던 그때, 그에게 빌려준다는 명목으로 전해줍시다.


"벌써 어두워졌네. 나는 이제 가볼게. 사카야나기는?"


"저도 함께해도 될까요?"


"응"


"이렇게 둘이서 하굣길을 걷는 건 학년말 시험 때 이후로 처음이네요"


"그러네. 평소에 우린 학교에서 이야기하는 사이도 아니고"


 하얀 모자를 다시 쓴 저는 아야노코지 군의 옆을 걸었습니다.

 신경을 써 주고 있는건지, 아야노코지 군은 제 보폭에 맞춰 걸어줍니다.


"그리고 사카야나기. 아까 얘기로 돌아가자면 분명 그 남자는 그 손수건을 너에게 빌려준게 아니라, 줄 생각으로 놓았을거야"


"....에?"


"──그러니까 굳이 네가 억지로 갚겠다는 생각은 안 해도 돼. 그 녀석도 『처음으로』 사람을 도와줘서 기분이 좋았으니까"


"아야노코지 군, 그 말은"


 확신에 찬 그의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추궁하려고 했지만, 그의 눈동자가 생각나서 말을 삼켰습니다.


 ....추억으로 승화한다.

 그렇게 정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요.


 그와 동시에 몹시 아쉽고 애틋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바다의 과거와 아야노코지 군의 말을 대조하자, 가슴 깊은 쪽이 꽉 죄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겠죠. 아야노코지 군의 말대로, 저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적어도 그때를 다시 한번 돌아보았을 때 서로 웃어주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


 그에게 사람의 온기를 가르쳐 주기 전에 이쪽이 먼저 사람의 온기에 휩싸여버렸네요.









 이것은, 제가 아야노코지 군과 카루이자와 양이 사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조금 전의 이야기입니다.





후기


이번에는 사카야나기를 바탕으로 단편을 써보았습니다만 어떠셨나요.


바다 사건은 1학년편 ss를 전부 읽는다면 알 수 있을겁니다. 중학교 시절 사카야나기에게 도움을 준 것은, 그녀의 소원대로 아야노코지였는지 아니면──이라는 내용입니다.


두 사람은 4.5권에서 이 사건을 추억으로 승화한 것 같기도 한데요. 여러분은 이 아야노코지와 사카야나기와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다음 5권은 드디어 키요케이 공표라는 것이 확정되었네요. 현재 두 사람이 사귀는 걸 아는 사람은 4명입니다.



사토→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카루이자와를 추궁


아마사와→굉장이 놀랐지만 곧바로 표정을 원래대로. 라고 생각했더니 엄청나게 그 일을 가지고 질질 끌면서, 카루이자와 스토킹을 개시.


나구모→아야노코지가 이치노세에게 대답하지 못하도록 조치


이치노세→쇼크사



사카야나기는 대체 어느 쪽일지 궁금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아마사와와 같은 타입일 거라 생각합니다만.

아직 사카야나기는 아야노코지에게 연애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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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번역했음


퀄 많이 떨어졌을거임 양해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