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한 사고가 있었음에도 버스는 규정속도로 나아가마침내 목적지인 정류장에 도착했다.

 

내 옆에 앉은 시이나가 일어서기에나도 그에 따른 형태로 일어나 버스에서 내린다.

 

그 외에도 고도육성고등학교 학생들이 있어서우리의 뒤를 이어 내린다.

 

버스에서 내리니 천연석을 연결해서 가공한 정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상당히 훌륭해서 생각지도 않게 숨을 삼키고 말았다.

 

그건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여서 발걸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은 그들로부터 불안감을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 3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되는 생활이니까 말이지.

 

내가 평범하지 않을 뿐다른 녀석들의 반응이 평범한 것이다.

 

 

히키가야군도중까지 같이 가지 않으실래요?”

 

 

하고 시이나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

 

나는 여기서 거절하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흐름이기에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상관없어.”

 

감사합니다그럼 가볼까요?”

 

 

시이나는 그렇게 말하며 정문을 빠져나가기에 나도 함께 빠져나갔다.

 

이것으로 3년간은 내 평화가 약속되었다.

 

나는 속으로 기뻐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얼마 지나지 않자학생들이 잔뜩 몰려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 저쪽에 반 배정표가 게시되어 있는거겠지.

 

 

저는...C반이네요히키가야군은?”

 

나는 D반이네.”

 

그런가요똑같이 책을 좋아하는 히키가야군과 같은 반이 되지 못해서 아쉬워요.”

 

시이나는 그렇게 말해 온다.

 

확실히 버스에서 이야기 했을 때 즐거웠던 것은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즐거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같이 도서관 가자!’ 라던가 반이 달라도 우리는 친구야!’라던가 말할 리가 없다.

 

타인과의 교류는 최저한으로 충분하다.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겠지그리고 사람들이 제법 모여들기 시작했으니 일찌감치 교실로 가볼까.”

 

 

그래서 나는 흔해빠진 답변을 해서 빠져나갈 작전을 강행했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이치에 맞기에시이나는 작게 끄덕인다.

 

 

그럼 가볼까요.”

 

 

시이나가 그렇게 말하며 학교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뒤따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1-D라고 적힌 교실이 눈에 들어온다.

 

저기가 내가 앞으로 다닐 교실인 모양이다.

 

 

그럼 이만.”

 

. 인연이 닿는다면 또.”

 

마지막 인사를 주고 받은 뒤교실로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가니 학생들로 자리가 거의 다 채워져 있었다.

 

그 중 대부분은 학교에서 배부한 자료를 읽고 있었고일부 학생들은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 학생들을 바라보면서나는 나의 네임플레이트가 놓여져 있는 자리에 앉는다.

 

자리는 복도 측 가운데라는 참으로 미묘한 위치였다그다지 상관은 없지만.

 

자리에 앉아서 아까 읽다 만 [진홍의 연구]를 읽기 시작하자그 순간 수업시작 종이 교실 안에 울려 퍼지면서그와 거의 동시에 정장차림의 여성이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외견으로 봤을 때그녀가 아마 담임이겠지.

 

그녀가 교탁으로 향하는 수 초 동안그동안 서 있던 학생들이 허둥지둥 자리로 돌아갔다.

 

 

신입생제군들나는 이 D클래스를 떠맡게 된 차바시라 사에다담당 과목은 일본사이 고도육성고등학교에서는 졸업할 때까지 3년간반의 이동은 없다너희들은 앞으로 3년을 나와 함께 하게 되었으니 잘 부탁하지지금부터 1시간 후에 입학식을 진행하는데그 전에 이 학교의 특수한 룰을 설명하도록 하겠다먼저 이 자료를 배부 할 테니앞에 있는 학생은 뒤로 돌리도록.”

 

 

그렇게 말하며 차바시라 선생님은 맨 앞에 있는 학생들에게 본 기억이 있는 자료를 건넨다.

 

저건..합격 통지서가 날아왔을 때 함께 보내져 왔던 놈이더랬지?

 

내용은 확실히...이 고도육성고등학교는 전국각지에 있는 고등학교들과는 다른 규칙이 깔려 있어서이 곳 재학생들은 전원 학교가 준비한 학생 기숙사에서 생활해야 하며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금지한다였었지.

 

나는 당연히 알고 있다그보다 그걸 위해서 이 학교에 수험했더랬지.

 

그렇지만 이 학교학생이 불만을 느끼지 않도록 노래방이나 영화관카페에 부티크 등이 오락 시설은 물론이고편의점이나 슈퍼같은 시설도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이질적인 것은 S시스템의 도입.

 

 

지금부터 나눠 줄 학생증 카드이 카드에는 포인트가 할당 되어 있다이 포인트를 소비하는 것으로 부지내의 시설 이용이나 팔고 있는 상품의 구입 등이 가능하다말하자면 이 학교 전용 크레딧 카드라고 보면 돼학교 부지 내에 있는 것이라면 뭐든지 살 수 있다.”

 

 

실로 알기 쉬운걸.

 

하지만학교전용이라고 해도학생에게 신용카드를 가지게 하면 일부는 파산하는거 아니야?

 

 

포인트의 사용법은 간단하니까 헤매는 일은 없겠지그리고 포인트는 매달 1일에 입금된다또한, 1포인트에는 1엔의 가치가 있으며너희들 신입생들 에게는 이미 이번 달 몫인 10만 포인트가 입금되어 있을거다없을거라고 생각하지만혹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얘기해 보도록.”

 

 

차바시라 선생님의 말에 학생들은 술렁였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우리들은 현시점에서 10만엔이라는 대금을 가지고 있는거니까 말이지.

 

 

의외인가처음부터 말해두지만이 학교는 실력으로 학생들을 평가한다그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입학한 너희에게는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지그 평가에 합당한 것이라 생각하면 돼포인트는 졸업 후에는 학교 측에서 모두 회수해간다아무리 포인트를 남겨두어도 현금화는 할 수 없으니 주의 하도록포인트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자유다좋을대로 쓰도록 해가령포인트를 쓸 필요가 없는 사람은 친구에게 양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다만포인트를 협박해서 뜯어내는 것은 엄금이다학교측은 괴롭힘 문제에 상당히 민감하니까 말이야.”

 

 

차바시라 선생님은 그렇게 이야기를 매듭짓고는 할 말은 다 했다면서 교실을 떠나갔다.

 

그와 동시에 학생들은 고조되었다.

 

 

있잖아나중에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


지금이라면 뭐든지 살 수 있으니까진짜 입할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나도 같이 갈래!”

 

쇼핑몰도 있고!방과 후에 게임 사러 가자고!”

 

오케이이야~월 10만엔이라니 죽이잖아!”

 

 

그런 대화가 들려오지만내가 보기에는 수상하기 짝이 없다.

 

좋은 이야기에는 내막이 있다고들 한다.

 

무엇보다 나는 중학교 시절좋은 이야기는커녕 빌어먹을 이야기만 잔뜩 경험했으니 말이지.

 

아마...라기보단 절대로 월 10만 포인트를 받을 수 있을 리가 없겠지.

 

나는 한숨을 쉬면서 일어난다.

 

솔직히 말해서 여기에 있어봤자 할 것도 없고 말이지입학식 전까지 학교 시설이나 구경해볼까.......

 

라고 할까교실에 남아있으면 신입생들 사이에서 자주 있는 빅 이벤트. ‘자기 소개’ 가 시작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서둘러 교실 뒷 쪽 문으로 향하려고 했을 때였다.

 

 

모두들 잠깐 괜찮을까?”

 

 

교실 전방에서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들려와 쳐다보니과연누구에게나 호감을 얻을 것 같은 청년이 산뜻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우리들은 오늘부터 3년간 함께 생활 하게 되었어그러니 자발적으로 자기소개를 해서하루빨리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차바시라 선생님의 말씀대로라면 입학식 까지 1시간 정도 시간이 있어. 어때?”

 

 

그렇게 말해오는 것이었다.

 

그러자 동시에 내 안에서 짜증이 일어났다.

 

눈 앞에 있는 그에 대한 것이 아니다중학교 시절에 그와 비슷한 사고방식 . ‘모두 사이좋게를 모토로 하던 녀석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녀석.....하야마 하야토는 표면상으로는 산뜻하게 모두 사이좋게를 공언하고 있었다만기본적으로 자신의 그룹 지상주의 였으니까 말이다.

 

나는 몇 번이고 녀석의 그룹의 뒤치다꺼리를 했고 말이지.

 

아마 하야마 그룹의 문제가 없었다면 나도 평온한 생활을 하여 이 학교에 오지도 않았을 거다.

 

눈 앞에 있는 산뜻한 청년의 내면은 어떻게 되어있을지는 모르지만하야마 녀석의 탓에 까놓고 말해서 관계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들키지 않도록 몰래 교실을 나왔다.

 

그 때 누군가 말을 걸어오지 않았으니들키지 않았다고 봐도 되겠지아니....들켰지만 나같이 음침한 녀석에게는 말을 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 그랬던건가..

 

그럼도서관이라도 가보실까

 

이 학교는 나라의 예산으로 만들어진 고등학교 이기에 온갖 시설은 최고수준이다.

 

물론 그것은 부지 내의 도서관도 마찬가지로팜플렛에 의하면 수천만권의 장서가 보관되어 있다는 것 같다.

 

나는 한 쪽에 지도를 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5분 뒤, 도착해보니 입학식이라는 것도 있어서 폐관이란다.

 

아쉽게 되어버렸군.

 

그리고 직후에 바로 시이나가 도서관에 찾아와서 폐관이라는 것을 알고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입학식을 앞에두고 부랴부랴 도서관에 왔다는 사실로부터 이 녀석도 외톨이인가하고 생각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