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고라고 해도입학식은 학교의 훌륭하신 분들이 학원의 이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입학식이어서 나는 하품을 참으며 참가했다.

 

그리고 그 후차바시라 선생님으로부터 학교 시설에 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명문고라 해도 기본적인 것은 여타 일반 학교와 다를게 없는 모양이다.

 

오리엔테이션은 이것으로 마친다내일부터는 수업이 있으니 그런 줄 알도록.”

 

차바시라 선생님은 그렇게 말씀하고선 교실을 나간다.

 

이 선생님은 학생과 필요 이상의 커뮤니케이션은 취하지 않는 것 같다.

 

나로써는 고마운 이야기다


어딘가의 독신 여성(원본에서는 独神으로 히토리카미지만 뭐라 옮길지 안떠올라서 의역함)은 폭력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오니까 말이지.

 

그러고 보니 나중학교 3학년이 끝날 즈음에 그 사람의 폭력행위를 녹화해서 이 학원에 입학하기 전에 인터넷에 업로드 했더랬지어떻게 되었으려나..

 

그건 상관없겠지.

 

일단 지금은 기숙사로 돌아가서 필요한 물건을 확인한 뒤 사러가기로 한다.

 

아무리 절약한다고 해도 서바이벌 생활은 피하고 싶으니필요최저한의 물건만 사는 편이...

 

실례합니다.”

 

이 목소리는..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가 교실 앞쪽에서 들려와서 그 쪽을 바라보니 은발의 온화한 분위기를 지닌 소녀시이나 히요리가 있었다.

 

오옷!너는 누구야우리반에 볼 일아니면 설마 나를 보러 온건가?!”

 

그런 시이나에게 클래스메이트 중 하나가 흑심을 그대로 드러내며 말을 걸어서반 여자아이들이 경멸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일부에서 이케 저질이라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는데이케인가 하는 녀석입학 첫 날부터 저정도까지 경멸의 눈초리를 받다니어떤 의미로 대단한 녀석이군.

 

그런데 어째서 시이나가어쨰선지 안좋은 예감이 드는....

 

“C반의 시이나 히요리예요히키가야 하치만씨 있나요?”

 

안좋은 예감이 적중해 버렸다.

 

그러한 그녀의 발언에 반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가 자기소개 시간 때 없었기 때문에 들어본적이 없는 이름이기 때문일 것이다.

 

히키가야그런 이름 가진 녀석 우리반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요본인이 반을 말해 주었...아 찾았어요!”

 

시이나와 눈이 마주쳐버려서그로 인해 반 아이들의 시선이 내게로 쏠린다.

 

이건 도망칠 수 없다.

 

“....무슨 볼일이야?

 

나는 한숨이 나올 것 같은걸 참고 교실 앞 쪽으로 향했다.

 

그 순간 시이나를 맞이했던 이케라는 남자애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나도 이 순간이 믿어지지 않는단다?

 

이후에 일용품을 사러 갈 생각인데요같이 가지 않을래요?”

 

내가 질문을 하자 시이나는 언제나처럼의 말투로 그렇게 권유해온다.


그와 동시에 반 여자애들을 중심으로 술렁거림이 일어나는 평온한 생활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시이나는 겉으로 보기엔 매우 귀엽다.

 

이 학교 여자애들의 외모 수준은 꽤 준수하다시이나느 톱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상위권에 들겠지.

 

그러한 시이나가 입학 첫 날부터 다른 반의 남학생...나에게 권유를 해온 것이다.

 

화제의 씨앗이 될거라는걸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것은 즉내 평온이 깨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솔직히 말해서 한탄하고 싶지만그건 불가능하다.

 

시이나가 비교적 천연 캐릭터라는 것은 버스에 타고 있을 때 파악했고지금 권유하는 것도 별다른 의미는 없을 것이다.

 

지금 여기서 한탄해버리면빈축을 사서 반 아이들에게 뒤에서 손가락질 당하겠지.

 

그래서 나는 한탄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조금이라도 원만하게 넘기기 위해 뭐라 대답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옆에서 이케라는 녀석이 시이나에게 말을 한다.

 

..그러니까 히요리쨩은 이 썩어빠진 눈을 한 녀석이랑 데이트 하는거야?”

 

시이나에게 친근한 듯이 말을 하면서 나를 가리켜온다.

 

객관적으로 봐서이녀석의 언동은 매우 무례하지만중학교 시절부터 잔뜩 디스 당해온 나에게는 별 타격은 없다.

 

거기에 대해 시이나는 작게 끄덕인다.

 

데이트가 아니라 장보기지만요그래서 히키가야군시간이 있다면 같이 가지 않겠어요?”

 

그 말에 반은 더욱 더 술렁인다.

 

이 녀석들...완전히 데이트라고 생각하고 있구만어째서 입학 첫 날부터 안좋게 눈에 띄는걸까..

 

하지만어떻게 하면 좋지솔직히 거절하고싶지만 거절하는 방법이 너무 어렵다.

 

실제로....

 

반 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친구가 1명도 없기 때문에 들킨다.

 

알 빠 아닌데혼자서 가.”라고 일축한다.→ 쓰레기로 낙인 찍혀 앞으로 3년간 손가락질 당한다.

 

양쪽 다 기각이다그렇다고 한다면...

 

반 친구한테는 권유하지 않았어입학 첫 날이니까 반 친구랑 가는 편이 좋지 않아?”

 

이것밖에 없겠지그럴 듯한 의견이기도 하고이거라면 더 이상 반 아이들이 노려보는 일도 없을 것이다.

 

“C반은 조금...저와 맞지 않는 반이여서요그러니 취미가 맞는 히키가야군과 함께 가고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시이나의 천연스러운 폭탄발언에 의해 반 남자애들의 시선이 날카롭게 변했다.

 

가까이에 있는 이케는 이미 피눈물이 날 정도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한 편여자들은 호기심이 그대로 드러난 표정으로 나와 시이나를 보고 있다.

 

일부는 남자애 취미 나쁘네~”라던가 이야기하고 있지만사실이니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된 이상 거절해버린다면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먹겠지.

 

이건...그건가..?나는 귀찮은 일에 사랑받는 체질이라는.

 

알겠어동행할게.”

  

여기서 거절한다는 선택은 없어졌다.

 

중학교 시절수많은 악의에 맞닥뜨렸던 만큼 나는 사람에게 악의가 있는지 없는지 꿰뚫어 볼 수 있는데그녀에게는 일절 악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악의가 있었다면 온갖 질타를 받는 것도 각오하고 도망쳤을 테지만 악의가 없는 이상은 도망치지 않는 편이 견실하다.

 

주위에서 여자애들이 꺅 꺅 거리는 소리가 울리는 와중이지만 시이나는 감사의 인사를 해온다.

 

감사합니다그럼 가볼까요.”

 

그렇게 말하며 걷기 시작하기에 나도 따라간다.

 

문을 닫는 순간 어째서 저런 썩은 동태 눈이 저렇게 귀여운 여자애랑 데이트 할 수 있는거냐고!!!!나랑 바꿔달라고!!”하는 이케의 통곡이 들려왔다만바뀔 수 있었다면 진작에 바꾸었을거라고?

 

거절하면 여러 가지로 귀찮아 질테니 어쩔 수 없이 승낙했지만.. 시이나 녀석이걸 의도적으로 한게 아니라는걸 생각하니 천연이란거 정말 무섭습니다만..

 

일단 비누나 샴푸같은 것부터 살까.”

 

그러네요학교에서 나눠준 팜플렛에 따르면 그런건 자기부담인 듯 하고요.”

 

편의점에 도착한 나와 시이나는 가장 먼저 일용품을 사기 위해 해당 진열대로 향했다일단 일용품만큼은 우선적으로 사두고 싶으니까 말이지.

 

다른 것들은 일단 보류만화나 게임 등에 손을 댈 생각은 없다.

 

책은 대부분 도서관에 있으니신간이 나온다면 남아 있는 포인트와 잘 타협해서 정할 생각이다.

 

그리고 찾던 진열대에 다다르니다양한 샴푸와 비누를 팔고 있었다.

 

고작 편의점에서 이정도 까지 종류가 있다니..역시 나라가 힘을 쏟아부어 세운 학교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묘한 물건이 눈에 들어온다.

 

매장의 일각에는 왜건(상품 진열용 손수레)이 있었는데그 왜건에는 무료한달에 3개까지라고 쓰여져 있었다.

 

안에는 조금 낡은 타입의 비누나 칫솔등의 일용품이나 유통기한이 아슬아슬한 식품이 있었다.

 

무료포인트를 너무 많이 써버린 사람들에 대한 구제조치 이려나요..?”

 

시이나는 그렇게 말해오지만..

 

틀린말은 아니겠지만단순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

 

그 말인 즉슨?”

 

왜건을 잘 봐왜건의 반정도가 비어 있고 놓여있는 것도 엉망진창이야그걸 보면 저기에 있는걸 사가는 녀석들이 제법 있다는 소리겠지.”

 

만약 저기에 있는 모든 상품이 한 곳에 잘 모여서 정돈되어 있다면 팔고 남은 상품을 모아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엉망진창으로 모여 있으면 누군가가 사갔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놓여진 상품이 왜건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만이것은 즉반은 학생들이 사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확실히 그렇네요그렇지만 뭔가가 이상한가요?”

 

그야 뭐오늘은 입학식이기도 하고, 4월 초 즈음이니까, 2,3학년들도 포인트를 막 받았을 터일거야.”

 

거기까지 말하니 시이나는 뭔가 떠오른 듯한 표정을 짓는다아무래도 꺠달은 것 같군.

 

그런데 무료 상품이 꽤나 팔려있다...확실히 이상하네요.”

 

그렇다. 2,3학년 선배들이라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포인트를 저금해놨을 터다.

 

일부는 돈을 팍팍 쓰는 녀석들도 있겠지만 보통은 앞일을 생각해서 어느 정도 저금해 둘 것이다.

 

어느 정도 저금하고 있는 녀석이 월말이면 몰라도월초에 무료상품을 살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것도 왜건의 면적으로 보건데, 50개 정도는 팔려있다사간 학생이 전원 3개씩 사갔다 쳐도 16~17명은 있는 셈이 된다.

 

1학년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뭣도 모르고 팍팍 써버려서 무료 상품을 사게 되는건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나선배들은 이 학교에서 1년 이상 생활했다


낭비를 했던 녀석도 학습 능력이 있는 만큼여유분을 저축 해 놓을 생각을 하게 될 정도의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료상품이 그만큼이나 팔리고 있다그 말인 즉슨, 2,3학년 선배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바보이거나그게 아니라면...

 

역시 포인트 증감이 있는 모양이네.”

 

그것 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아마개개인의 성적이나 평소의 행실에 의해 주어지는 포인트의 양이 각자 달라지는 거겠지.

 

역시 좋은 이야기에는 이면이 존재한다.

 

포인트의 증감매월 10만이나 되는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는 건 학생들에게 너무 좋은 이야기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는데역시 그랬던 걸까요?”

 

아무래도 시이나 역시 우리들에 대한 대우에 의문을 품고 있던 모양이다.

 

나는 본디 의심이 많은 성격이라 그렇다 쳐도시이나의 경우에는 지능이 높은 편인건가.

 

아마도제법 손님들도 늘어났고일단살것만 사자고.”

 

우리들은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바로 편의점에 왔을 터인데서서 하는 이야기가 제법 길었는지 우리와 같은 신입생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이상 서서 이야기 하고 있으면 민폐가 될 테지.

 

시이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잽싸게 원하는 물건을 집기 시작했다그 중무료상품을 집은 것은 의외였다.

 

나도 무료상품을 살거지만무료가 아닌 것은 나름대로 비싸니까 말이지.

 

일단은 낡은 타입의 비누와 샴푸를 사두기로 했다.





+1화에서도 말했듯이 원 번역자가 삭제해달라고 하면 바로 삭제할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