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나와 장을 보기 시작한지 1시간.



필요 최저한의 일용품을 산 나는 푸드코트 한 쪽에 있는 자리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다.



식수대가 있는데 마실 것을 따로 사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이나도 아까까지 무료상품에 대해 이야기 했던 탓인지식수대의 물을 이용하고 있다.



이것저것 샀는데꽤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무료상품 중에는 매력적인 것도 조금이지만 있었고.



하지만 물건을 사는 와중, 시이나가 메일 주소를 물어 봐 왔을 때에는 꽤나 당황했다.



딱히 거절할만한 이유도 떠오르지 않았고일부 반 아이들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교환에 응했다.



각설하고...



그래서어떻게 입학 첫 날부터 포인트의 증감이 있다고 생각하신 건가요저는 매월 10만포인트를 준다는 건 지나치게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을 뿐이라서요.”


물을 마시고 있으니 시이나가 그렇게 물어온다.



편의점에서 시이나에게 질문을 받았을 때에는 다른 학생들도 줄줄이 들어오고 있어서 방해가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장을 다 본 후에 이갸기 하겠다고 해서 지금에 이른다.



말해 주는건 상관없는데어디까지나 내 억측에 불과하니까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



내 말에 시이나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그래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말할게우리 학교의 학생 수는 400명 이상이지설령 400명이라 쳐도전원에게 매월 10만이나 되는 포인트를 지급한다면 학교는 얼마를 지불하게 될까?”



“400X100000....4천만 엔이 되겠네요. 1년이라면...”



“4억 8천만이 되지아무리 나라를 등에 업고 있다고 해도 연간 5억 정도나 되는 금액은 너무 많아.”



게다가한 달에 10만 엔이나 지급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학생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테고 말이지이 점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확실히 그렇네요그래서 포인트의 증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 건가요?”



그래내가 이 곳의 이사라면 재능이나 성적이 높은 놈들에게 포인트를 잔뜩 주고성적이나 행실이 나쁜 놈들한테는 포인트를 조금밖에 건네지 않을 테니까.”



예를 들자면 너는 수업태도가 좋지 않으니 이번 달은 3’, ‘너는 매번 쪽지시험에서 만점을 받으니 이번 달은 15’ 같은 일도 있을지도 모른다.



덧붙이자면아까 말한 무료상품에 관해서도 생각해보면 포인트를 거의 받을 수 없는 놈도 있을지도 모르지.”



무료상품이 꽤나 팔려있던걸 보면포인트를 전혀 받지 못하는 놈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과연...하지만 그걸 알았다 해도 우리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지 않나요?”



시이나의 말대로다신입생인 우리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다.



기껏해야 수업을 성실하게 듣거나필요 없는 물건은 사지 않는게 지금 취할 수 있는 최선책이겠지.



뭐 그렇겠지그렇다면 할 수 있는 만큼만 할 뿐이지만아무튼 이게 내가 포인트의 증감이 있을거라고 생각한 이유야실없는 소리라고 생각한다면 흘려 들어줘.”



시이나에게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아니요훌륭한 통찰력입니다적어도 망언은 아니네요.”



뒤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와 뒤돌아보니 은발의 여자 아이가 나와 등을 맞댄 채로 앉아 있었다.



실례훔쳐들을 생각은 없었지만 꽤나 재미있는 말을 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든 지팡이를 이용해 이쪽을 돌아보며 가볍게 인사한다.



동시에 내 안에서 경보음이 울려퍼진다.



그녀는 시이나와 같은 은발이지만단발이었다.



손에 든 지팡이를 보아하니몸이 약하거나 다리가 불편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눈에 비친 그녀는 뭐라고 할까...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머리가 좋아 보인다거나 아름답다거나 하는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다.



나보다 훨씬 작은 몸집을 하고 있지만그녀가 풍기는 분위기 때문인지 훨씬 커 보인다.



자기소개가 늦었네요저는 A반에 소속된 사카야나기 아리스라고 합니다이렇게 지팡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선천적인 지병이 있기에취미는 카페에서 커피 등의 음료를 마시는 것이랍니다.”



극히 평범한 자기소개다하지만 상대가 자기소개를 해온 이상 나도 그에 응해야만 한다.



“C반 소속 시이나 히요리라고 해요.”



“D반 하야마 하야토다.”



이 여자에게 이름이 기억된다니...솔직히 말해서 맹렬하게 싫은 느낌이 들으니 제 3자의 이름을 빌리도록 하자.



내 본명을 알고 있는 시이나가 순간 무슨일인가 하는 표정으로 내쪽으로 시선을 향함과 동시에 사카야나기가 끄덕이며 말한다.



시이나양에....히키가야군 인가요잘 부탁드립니다.”



설마 하던 바로 들키는 전개?



어떻게 알아 낸 건가하고 생각하고 있으니 사카야나기가 작게 웃으며 오른손을 내게 흔들어 보인다.



어째서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나는 자신의 오른손에 들려 있는 팜플렛 등이 들은 봉투에 후리가나(일본어 한자 위에 읽는 법을 히라가나로 표기한 것.)가 붙어있는 내 이름이 쓰여져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이 짧은 순간에 꿰뚫어 보았단 말인가..



저는 슬슬 물러나도록 하지요아아그리고 두 분에게 부탁이 있습니다만연락처를 교환하지 않으시겠어요?”



사카야나기는 그렇게 말해 온다이번에는 정중하게 거절하도록 하....



여기요그리고 이쪽은 히키가야군의 연락처예요.”



시이나.......



“감사합니다그럼 히키가야군저의 연락처를 보내겠습니다.”



사카야나기의 말과 동시에 휴대폰이 울렸기에 어쩔 수 없이 등록해 두었다.



아아... 내 평온이 무너져 가는 것을 깨닫는다.



자업자득인 부분도 있지만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기숙사에 돌아가서 전화로 시이나에게 말해 줬을 거다.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그럼또 보도록 하죠.”



속으로 후회하고 있는 와중에 사카야나기는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하며 내 쪽을 흘깃 보고는 느린 페이스로 떠나갔다.



관계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가명을 썼다만...이건 제대로 찍혀버린 것 같다.



히키가야군어째서 가짜 이름 같은걸 사용하신 건가요?”



묻지 마여러 가지로 있었다고..”



나는 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더는 평온한 생활은 바라지도 않으니하다못해 악의에 노출되지 않게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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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하치만과 히요리와 헤어진 사카야나기는 입가에 미소를 띄고 있었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것은 하치만의 자신에 대한 태도와 포인트에 관한 의견그리고 하치만이 내뱉은 거짓말에 대한 것이다.



그녀 자신은 포인트의 개요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지만자신 이외에그것도 D반의 학생이 입학 첫 날부터 거기까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내뱉은 거짓말.



그 때에 사카야나기는 히키가야 하치만이 거짓말을 한 후에, 우연히 그가 가진 봉투에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을 눈치 챈 것이지만만약 그가 가진 그 봉투가 없었더라면 틀림없이 하야마 하야토라고 인식했을 것이다.



사카야나기는 지금까지 정계의 인간 등 수많은 권력자나 명가의 후계자들과 서로의 속을 떠보는 심리전을 해 왔기에상대의 속을 간파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 사람의 호흡이나 시선눈의 깜빡임 등으로 상대가 말하고 있는 것이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파악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히키가야 하치만에게 쓸데없는 거동은 일절 없었으며자연스러움 그 자체였기에 거짓말을 간파할 수 없었다.



다시금 생각해보니 강한 흥미가 생긴다.



겉보기에는 의욕 없어 보이는 남자지만군데군데 흥미가 생기는 부분도 있다.



동시에 대항심도 생긴다.



이번에는 자기소개만 했을 뿐이지만만약 교섭의 장이었었다면 한 번은 속아 버린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상황에 따라서는 형세역전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지는 것을 싫어하는 사카야나기에게는 굴욕 이외에 어떤 것도 아니다.



“‘’ 이외에 D반 학생에게 흥미를 가질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네요...보아하니 절 피하고 싶어하는 것 같으니 내일 함께 점심이라도 먹자고 해볼까요.”



사카야나기는 히키가야 하치만과 5분도 대화하지 않았지만점심식사에 권유한다면 틀림없이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을 보일 거라고 쉽게 예상 할 수 있었다.



그 것을 재밌게 여긴 사카야나기는 재밌다는 듯이 킥킥 웃으면서 기숙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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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가 지나서 나와 시이나는 기숙사에 도착했다.



1층 프론트에서 기숙사 관리인으로부터 기숙사 매뉴얼과 방의 키를 수령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의외인건 남녀 공동 기숙사라는 점이다분명히 남자 여자가 나뉘어져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중엘리베이터가 내 방이 있는 4층에 도착해서 나는 시이나에게 인사를 한다.



그럼.”



오늘은 함께 어울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내일은 도서관이 열리는 모양이니 기회가 있다면 또.”



그 말을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 문은 닫혔다.



나는 내 방이 있는 412호실 까지 걸어가 열쇠로 방 문을 연다.



내부는 8평정도의 원룸 형태로혼자서 지내기에 문제 없는 넓이였다.



나는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 해건네 받은 매뉴얼을 확인한다.



매뉴얼에 따르면 가스전기세 등은 무료라는 것 같다그 부분은 학교에서 부담한다고 하니 안심했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훑어보았지만어려운 규칙도 없고 비교적 상식적인 규칙이 많았다.



굳이 말하자면 고등학생에게 걸맞지 않은 연애는 금지라는 점이 특징적이었다성직자가 성적인 행위를 추천하면 안되는 것이랑 다를게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메뉴얼을 테이블 위에 던져놓고 침대에 대자로 누워창문 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을 바라본다.



오늘부터 3년간 나는 이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평온한 생활은 시이나와 사카야나기에 의해 희미해졌지만외부와 접촉할 수 없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무엇보다 그게 지원한 동기니까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휴대폰이 울려서 주머니에서 꺼내 확인해 보았더니...



[오늘은 대화를 훔쳐 들어서 죄송했습니다그런고로 사죄의 의미로 내일 점심을 대접하고 싶습니다만괜찮을까요?]



라고 사카야나기로부터 문자가 왔기에 즉각 답장했다.



[전혀 괜찮지 않으니까 반 애들이랑 먹어라사과 같은거 필요 없어.]



거부의 답장을 보내니 곧바로 답장이 날아온다.



[그럴 순 없죠내일 당신의 교실로 데리러 가겠습니다.]



이 새끼 웃기지 마라!! 오늘은 시이나내일은 사카야나기한테 권유받았다 해 봐라안그래도 옅어진 평온에 대한 내 희망이 완전히 무너져버린다고!



나는 즉시 휴대폰으로 2번째 문자를 송신한다.



[몸이 약하니 무리하지 마렴. 사죄는 받아들일 테니 교실로 오지 마.]



그렇게 답장했더니 또 곧바로 답장이 날아온다.



[알겠습니다기대하고 있을게요.]



젠장...역시 시이나에게 포인트에 관해서 이야기 할 거라면 기숙사에서 하는게 좋았다.



입학 첫 날나는 몇 번째 일지도 모르는 한숨을 쉬는 것이었다.





+5화부터 번역해줄 게이 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