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2학년 6권도 나왔고 5권 정발도 한다 해서 다시 한번 읽고 든 생각들을 정리해봤다.

글이 길기도 하고 지겨울 수 있는 내용이니까 바쁜 사람은 요약만 읽어라.



<선요약>


1. 쿠시다가 마지막 과제에서 계속 찬성을 누를 이유가 없음.

2. 호리키타가 쿠시다의 퇴학에 반대하는 이유들은 전부 개소리임.

3. 반 아이들은 쿠시다의 퇴학을 더 강하게 주장했어야만 했음.



1. 쿠시다가 마지막 과제에서 계속 찬성을 누를 이유가 없다.


쿠시다의 목적은 호리키타와 코지를 퇴학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특별시험으로는 호리키타나 코지를 퇴학시키는 것이 절대로 불가능하다. 쿠시다가 막무가내로 찬성을 고집해 어쩔 수 없이 찬성으로 만장일치가 된다고 한들 (사실 이것부터 현실성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호리키타나 코지가 익명의 찬성자를 쿠시다라고 확신했고 쿠시다가 타임오버를 감수하고 계속 찬성을 누를 거라 확신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것들을 확신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 쿠시다에게는 계속해서 찬성을 누를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쿠시다 외에는 이런 멍청한 짓을 할만한 사람이 아예 없다는 것 정도가 근거라면 근거긴 했다. 아무튼 쿠시다의 입장에서는 호리키나나 코지가 이러한 사실들을 확신해주길 기대해야만 하는 현실성 없는 이야기이다.) 호리키타나 코지를 퇴학시키는 것으로 만장일치가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둘을 퇴학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것이 전무하다. 그나마 쿠시다가 주장한 명분은 그 둘이 찬성 만장일치를 만든데 책임이 있다는 것인데 이 책임은 전적으로 익명의 찬성자인 본인에게만 있다. 만약 이 둘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하려면 어찌됐든 찬성에 투표한 29명 모두가 동등한 책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그 둘에게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다 한들 호리키타나 코지가 서로의 퇴학에 찬성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더 나아가 히라타, 케이, 스도 등과 같은 인물들도 이 퇴학에 찬성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전혀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그 외에 쿠시다가 찬성에 집착해서 얻을 수 있을만한 무언가가 존재하나? 당연히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자신의 본성 및 과거만 반 아이들에게 전부 까발려졌으며 거의 퇴학당할뻔 했다. 사실은 퇴학당했어야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찬성을 고집한 것은 진짜 유인원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할 정도로 너무나 멍청한 최악의 한 수였다.


+ 작중 묘사를 통해 이것이 쿠시다의 생각이 아니라 야가미의 지시라는 것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야기미에게도 어떠한 이점이나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나마 야가미는 아무런 이득도, 의미도 없지만 그저 코지네 반에 혼란을 주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할 수라도 있겠다. 아니면 아직 야가미에 대해 자세히 나오지 않았으므로 추후 납득할만한 이유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손해만 있는 지시를 쿠시다가 아무런 반발도 없이 그대로 행했다는 것은 쿠시다가 침팬지가 아니고서야 납득하기 어렵다.


++ 사실 쿠시다에 대한 코지의 행동과 선택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코지는 혹여나 찬성으로 만장일치가 된다고 하더라도 절대 호리키타나 자신을 퇴학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을 쿠시다에게 인지시키고 이해시켜야 했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도 쿠시다가 변심하지 않았다면 그때서야 비로소 쿠시다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고 오히려 위험만 있지만 쿠시다는 타임오버를 감수하고 찬성을 고집할 거라 판단할 수 있다. 그 전까지는 쿠시다를 어지간히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쿠시다가 타임오버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찬성을 누르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다. 물론 실제로 쿠시다는 오랑우탄이었다. 그렇지만 코지가 그렇게 생각하고 판단했다는 묘사는 없었으므로 저 정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코지를 정말 화이트 룸의 최고 걸작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쿠시다를 퇴학시키기 위함은 아니었던 것이 그랬다면 처음부터 찬성표를 던져서 쿠시다를 몰고 갔을 것이다.)



2. 호리키타가 쿠시다의 퇴학에 반대하는 이유들은 전부 개소리이다.


이 부분은 제일 심각한 문제점이지만 말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많고 반박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기에 (반박하면 일단 사람이 아니라 유인원인 것이다.)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어서 생략.



3. 반 아이들은 쿠시다의 퇴학을 더 강하게 주장했어야만 했다.


호리키타의 개소리와 코지의 가벼운 선동으로 반 아이들은 최대한 공평(?)하다고 부를 수 있는 방식인 OAA 종합능력 순위 최하위자를 퇴학시키는 것에 하루카를 제외한 전원이 큰 반발없이 동의했다. 대가리에 총을 맞았거나 그냥 대가리에 아무것도 들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호리키타의 개소리에 동의할 수 있을리가 없다. 동의한 것이 아니라면 쿠시다의 퇴학을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을 수 있을리가 없다. 왜냐하면 애당초 찬성으로의 만장일치가 성립가능했던 것은 반 아이들이 전원 익명의 찬성자를 퇴학시키는 것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퇴학자가 발생할 일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퇴학자 발생의 책임을 전적으로 가지고 있는 익명의 찬성자가 쿠시다라고 확실하게 밝혀진 지금 호리키타나 코지를 제외하더라도 26명의 아이들이 쿠시다 퇴학 외의 선택지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일어날 수가 없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이것은 작가가 말도 안 되는 전개의 편의를 위해 최소한의 핍진성조차 무시한 것으로 심각한 역량과 필력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물론 이 문제보다도 심각한 것은 2번 문제라는 사실이 더 암울한 현실이다.)


+ 사실 코지가 호리키타의 의견에 동조하고 선동한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이것은 차라리 그나마 코지가 생각하기에 호리키타는 답도 없는 병신이어서 쿠시다의 퇴학을 반대하는 입장을 절대 바꾸지 않으리라 판단하고 빠르게 내린 부득이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라도 있다. 작중 묘사를 보면 호리키타의 성장을 느낀다는 개소리를 하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닌듯 하지만 좀 피곤하니까 넘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