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料亭)·사사가와(笹川). 1월 후반, 눈은 내리지 않고 있지만 기온은 영하인 날.

추운 날씨 속에서 나는 이미 1시간 동안 주인의 도착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춥네요 아야노코지 씨…… 나오에 선생님은 언제쯤 오시는 걸까요……?”

 

이것으로 3번째가 되는 푸념을 하는 카모가와가 양손에 입김을 내뿜으며 온기를 취했다.

 

“늘 있던 일이다. 나오에 선생님에게의 약속 시간은 단순한 기준일 뿐이야”

“그거, 어쩌면 최악의 경우 1시간이나 2시간 늦게 오신다는 건가요?”

 

아무래도 이 남자에게 있어서의 최악의 기준은 그 정도인 것 같았다.

 

“무르군. 오늘 여기에 오신다면 운이 좋은 거다. 언제까지나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지”

“에에엣…… 그런……. 그럼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상대를 언제까지나 기다리는 건가요?”

 

“언제까지나다. 연락이 없는 한 가게가 문을 닫더라도 기다린다”

“죽어버려요, 그러며언”

 

“나오에 파를 자처한다면 기쁘게 죽어라. 하기야 죽은 사람 일 따위를 나오에 선생님이 신경 쓰실 일은 절대 없겠다만”

 

우리들은 단순히 중개 역할을 맡은 사람에 불과하다.

오히려 제정신이 아닌 것은 이미 요정 안에서 나오에 선생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분이겠지.

 

“그래도……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걸 용서하다니 대단하네요. 보통은 화를 내실 겁니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나?”

 

“하지만 그렇잖아요”

“지각 하나에 있어서도 나오에 선생님에겐 무기가 된다는 거다. 간류지마(巌流島),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蔵)의 일화에도 있는 것처럼 말야”

(*미야모토 무사시 : 16세기 경 활동했던 사무라이로, 간류지마에서 사사키 코지로와의 대결이 유명해져 일화로 전해지고 있다. 결투 당일날 무사시는 파수꾼이 결투 시간을 알리러와도 일부러 느긋하게 행동하여 뒤늦게서야 결투 장소에 도착해, 오랫동안 기다리다 지쳐 경계를 푼 코지로를 단숨에 처리했다고 한다. 즉 일부러 기다리게 해서 상대를 초조하게 만드는 것을 빗대는 말) 


물론 보통은 그런 옛날 이야기의 쓸모없는 전략을 이용하지는 않는다.

바야흐로 나오에 선생님이기 때문에 허용되는 막무가내 행동인 거겠지.

 

“대전제로써 약속을 바람맞으신 분들 중의 8할은 울며 겨자먹기 밖에 안 됐다”

 

이 숫자는 나오에 선생님에게 반항할 수 있는 사람이 그다지 없다는 증거다.

현 총리대신조차 나오에 선생님에 대해서는 늘 찾아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기다리더라도 웃는 얼굴로 나오에 선생님을 마중 나간다.

 

“남은 2할은…… 뭔가요?”

“남은 2할의 바보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뭐하려고”

 

“차, 참고삼아……”

“그 바보들은 자신들이 바람맞은 것에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지. 그리고 내게 따지고 덤벼들 기세로 이렇게 요구했다.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이냐, 빨리 나오에 선생님을 불러, 라고”

 

옆의 카모가와는 목을 울리듯 침을 삼켰다.

정계에 입문한지 아직 얼마 되지 않은 이 남자도 나오에 선생님에게 주문을 한다는 것의 무서움은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나는 의연한 태도로 전원에게 같은 대응을 취한다.

 

“그러면 나는 나오에 선생님을 쉽게 봐서는 곤란하다. 라고 그렇게 일축할 뿐이다”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 번 약속을 잡기를 희망할지, 아니면 두 번 다시 그 얼굴을 보이지 않을 것인지를 다그친다.

여기서 또 8할의 인간은 고개를 숙여온다.

 

마음속으로 독을 품으면서도 나오에 선생님을 뵙기를 우선한다. 뭐, 그 선택지를 고르고 있는 시점에서 나오에 선생님과 원활한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만.

 

“중간에 껴있는 아야노코지 씨가 고생이 많네요”

“고생은 사서라도 하라고 하지만 실제로 맞은 적도 한두 번이 아냐. 재떨이나 골프채로 맞을 뻔한 적도 있지”

 

그 무리들은 나오에 선생님에게 손을 댈 수 없는 이상, 그 욕구 불만을 나에게 부딪칠 수밖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맞아봤자 나오에 선생님께 위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만.

 

“저라면 참을 수가 없네요. 아야노코지 씨는 4년 가까이나 이런 일을 반복하고 있는 건가요?”

“단순하지만 누구도 맡지 않는다. 하지만 죽을 작정으로 하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뒷배도 학력도 지성도 집안도 가지지 못한 내게 찬스가 돌아온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녀석은 너무 아무것도 모르는군.

연령은 나보다도 2살 위이며, 의원으로서는 1학년 햇병아리다만…….

 

“카모가와 의원님에게서 무언가 철칙을 배우지 못했나?”

 

이 옆에 선 남자는 내가 가장 경멸하는 정치가의 일종이다.


“아버지는, 그런 건 아무것도……”

 

전형적인 2세 정치인. 응석받이로 자라 정치 세계에 계속 살아있는 거머리.

정말 싫어하는 거머리지만, 그것은 축복받은 특권 계급에서 태어난 선택받은 자만이 될 수 있다.

 

나오에 선생님을 오랜 세월 지지하고 있는 부친 카모가와 토시조(鴨川俊三) 의원은 정치 경력이 30년을 넘는 대베테랑이다. 당연히 그 자식에게 가혹한 밑바닥 생활을 경험시킬 일은 없다. 나처럼 부서져도 상관없는 버리는 장기말이 아닌, 나오에 파의 뼈대를 지탱하는 하나의 파츠로써 소중히 여긴다.

 

“제가 가르침 받은 건 나오에 선생님을 잠자코 따라가면 정치가로서는 안주할 수 있다는 것뿐입니다. 계속 의원을 할 수 있으면 급여는 안정적이고, 언젠가는 그럭저럭 괜찮은 지위도 얻을 수 있다고요”

 

이런 놈은 2세든 아니든 관계없이 일정 수가 존재하고 있다.

어리석고 썩어 빠진 사고방식이지만, 이런 수단의 타입은 쓸데없이 오래 산다는 것이 세상일이다.

 

길들여놓는 것만으로 불평불만을 말하지 않고 동료들 사이에서 1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위에 있는 무리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고마운 존재.

 

“빨리 밑바닥 생활을 청산하고 편한 일을 하고 싶네요”

 

투덜투덜 불평하면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카모가와.

 

“배도 고프네요……. 이런 추운 날은 따끈따끈하게 데운 술이 최고인데 말이죠”

 

아무 말없이 기다리는 것도 못하는 건가 이 녀석은.

 

“적당히 하고 좀 잠자코 있어라 카모가와”

“괜찮잖아요 수다정도는. 선생님이 계시는 것도 아니고요. 그것보다 나오에 선생님이나 아야노코지 씨에 대해 여러 가지 알려주셨었죠”

 

“나에 대해서?”

“소문은 들었습니다. 나오에 선생님의 밑에 붙은 사람은 대체로 금방 쓸모없어 지게 되는데, 아야노코지 씨는 소중히 여기며 기대하고 있는 신인이라고요. 그 상세한 비결 알고 싶네요”

 

마치 다른 사람 일이라는 듯이, 소문을 그대로 믿으며 말하는 카모가와. 지금 바로 힘껏 후려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지만, 그런 짓을 해도 얻는 건 일시적인 상쾌함 뿐이다.

4년이 지나도 신인. 그런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을 문제 삼아야겠지.

 

“수다 시간은 끝이다. 고개를 돌려라”

“네?”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택시 소리에, 나는 즉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카모가와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이해하고는 헛기침을 하며 등을 폈다.

 

택시가 천천히 요정 앞에 도착한다.

그 직후, 또 1대의 검은색 세단이 택시의 약간 뒤쪽에 정차했다. 언뜻 볼 필요도 없이 그것이 나오에 선생님의 보디가드들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나는 시선을 곧장 택시 쪽으로 되돌렸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고, 카모가와는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창문에서는 나오에 선생님의 모습을 알아봤기 때문에, 카모가와가 달려나가려던 찰나에 그를 제지했다.

 

“제멋대로 굴지마라”

“네? 그, 그래도……”

 

택시의 뒷좌석, 그 창문에서 희미하게 들여다보이는 바로는 남녀가 친밀하게 맞닿아 앉아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여기서 방해하는 짓을 한다면 쓸데없는 질책을 살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오에 선생님이 여자를 동반하는 건 드문 일이다.

그것도 한밤중의 택시 안이라고는 하지만, 정치가에서 있어서 본다면 우발적인 행동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1분 정도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택시의 뒷자리, 그 문이 드디어 열렸다.

 

“또 봐요 선생니임~”

 

안쪽에 앉아있던 젊은 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으로, 드디어 카모가와도 상황을 이해했다.

 

그러고 나서 조금 더 여자와 이야기에 열중한 나오에 선생님이 천천히 택시에서 하차했다.

뒤쪽 세단의 조수석에서도 곧바로 날씬한 체형의 남자 1명이 내렸다.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의 보디가드다. 그러나 거기에 마음을 쓸 여유는 없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나오에 선생님”

“수,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성과의 현장을 보고 만 동요였던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나오에 선생님이 앞에 계셔서인 건지. 

가령 후자라고 하더라도, 전자라고 받아들여질지도 모르는 행동의 시점에서 이 녀석은 바보다.

 

나는 눈에 거슬리는 카모가와의 반걸음 앞으로 나와, 녀석의 얼굴을 내 어깻죽지로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카모가와의 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나오에 선생님은 그 예리한 눈빛을 요정쪽으로만 향하고 있었다.

 

“아사마(浅間)는?”

 

노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정장의 옷맵시와 자세는 동시에 젊음을 느끼게 한다.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안내해드리죠”

 

뒤에서 긴장하고 있는 카모가와에게 택시 요금을 지불해두도록 시선으로 지시를 하고, 나는 나오에 선생님을 요정의 안쪽으로 안내했다.

 

포렴(*가게 입구 문 앞에 쳐놓은 막)을 빠져나가자 여주인에서부터 요리장까지 분주한 모습을 보였고, 고개를 숙여왔다.

 

나오에 선생님은 표정을 바꾸는 일 없이, 큰 오라를 두른 채 신발을 벗었다.

나무로 된 바닥을 밟으며 가게의 가장 안쪽에 있는 개인실 쪽으로 향했다.

 

나오에 진노스케(直江仁之助). 여당인 시민당에 소속되어 있으며, 지금까지 운수대신, 경제산업대신 등 수많은 직책을 경험했고, 지금은 당의 간사장을 맡고 있다. 총리대신은 물론이며 부총재보다도 직책으로써는 반걸음 뒤에 위치한 간사장이지만, 중요도로 따지자면 간사장 쪽이 단연 으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당의 실권을 쥔 총괄자. 올해로 68세가 되는 남자이지만, 아직까지 현역에서 물러날 기미는 추호도 없다. 정년이 존재하지 않는 정치 세계에 있어서, 몸 상태로 인한 문제라도 생기지 않는 한 10년이든 20년이든 이 남자는 지금의 자리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아사마 선생님, 나오에 선생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장지문을 열고 들어간 곳에는 나오에 선생님을 맞아들인 아사마 선생님이 정좌하며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나오에 선생님을 보자마자 일어서서 깊이 고개를 숙였다.

 

아사마 히사시(浅間久). 연령은 나오에 선생님보다도 3살 위인 71세.

현재 국토교통성의 부대신을 역임하고 있는 나오에 파의 중진이다.

내게 있어서 본다면, 아사마 선생님조차도 천상계의 인물이다.

 

그렇지만 여기에 나오에 선생님이 나타난다면, 순식간에 주인과 노예가 되어버린다.

그만큼 권력의 차이가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연례의 광경이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오에 선생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아사마. 일이 밀려있어서 말이지”

 

“선생님께서 다망(多忙)하신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다다미에 이마를 비빌 기세로 머리를 조아려,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장지문을 닫았다. 이 앞의 거물 정치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거나 하는 건 허용되는 행위가 아니다.

 

“바로 본론입니다만 나오에 선생님, 그 예의 건으로───”

 

1장의 장지문을 사이에 두었을 뿐. 이대로 엿듣고 유익한 정보를 얻으라고 악마가 속삭여오는 일도 있다. 혹은 도청기를 설치해도 상관없겠지.

 

그러나 세상일은 무르지 않다.

어떤 흉계를 부려봤자, 곧바로 그 나쁜 짓은 파헤쳐지고 정치 생명을 끝장낸다.

나는 일어서서 이 장소를 뒤로 하여 멀리 떨어진 별실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