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별실에서 카모가와는 끝자리 쪽에 앉아 눈앞에 놓인 술에만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기다리게 했군

아뇨저희도 얼른 시작하죠

 

술은 마시지 마라

에엣눈앞에 맛있어 보이는 일본 술이 놓여 있잖아요뭔가요 이 술은이자카야에선 본 적도 없다구요

 

나오에 선생님 분들을 배웅할 때 술냄새를 풍길 작정이냐이런 건 양식미에 지나지 않아우발적으로 손을 뻗어도 아무런 이득도 없어

그런……

 

눈이 아찔할 정도의 고급요정밥을 앞에 두고 술을 마시지 말라는 말을 듣고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탓할 생각은 없다사실 나도 옛날에는 몇 번인가 이러한 유혹에 질 뻔했었다

 

다행히 당시 나를 돌봐주던 사람이 술에 손을 뻗었고그것이 원인이 되어 질책을 받아 사라지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이 지금의 금욕으로 이어지고 있다권력자 녀석들은 아랫사람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고 있다고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딱히 하급 의원뿐만이 아니다국민 그 자체를 아래로 보고 있다

자신들이 만든 룰로 지배하고 있다는 그 정복 욕구의 충족에 언제나 취해있다.

 

아야노코지 선생님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이 있습니다만……

 

참으로 수다스러운 놈이다.

 

어째서 항상 정좌를 하는 건가요이 자리에서 정도는 자세 같은 건 흐트러뜨려도 괜찮은데

익숙해졌다나오에 선생님 분들의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몇 시간이고 정좌하지 않으면 안 되지평상시에 공들여놓지 않으면 여차할 때는 곤란할 테니까

 

자세를 풀어도 괜찮겠습니까라고 발언하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는다.

다리가 괴사할 때까지 계속 정좌하는 것 이외에 선택지는 없다.

 

힘들겠네요……

 

정좌하는 것에 자신감 따위는 없겠지카모가와도 당황하며 정좌로 자세를 고쳐앉았다.

 

소반에 보기 좋게 담긴 조그마한 계란두부 하나 조차 단품으로 주문한다면 4자릿수 가격대는 나간다.

그러나 고마워할 것 없다소반을 난잡하게 손으로 쥐고는 그대로 씹는 일도 없이 위의 안쪽으로 흘려 넣었다.

 

우와 아까워라……!”

 

나는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카모가와의 대다수 헛소리들을 무시한 채 식사를 계속했다.

 

고급지다든가 선려한 외형이라든가어디어디의 접시라든가 그런 데에 흥미는 없다.

이후에도 움직일 수 있을 만큼의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

 

카모가와에게 가볍게 거절의 뜻을 담아약간 저린 다리로 일어나서는 방을 나왔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카모가와가 기다리는 별실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는데정장 차림인 남자들의 뒷모습을 발견했다그 중에는 유달리 눈에 띄는 남자의 모습도 있었다.

 

지금은……

 

뒤를 쫓아서 정체를 확인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지만 여기서는 꾹 참았다.

허나분명 저 뒷모습은 키지마(鬼島의원이었다소수이면서도 나오에 선생님이나 이소마루(磯丸선생님그리고 미야코(宮古총리그들 3대 파벌에 속해있지 않은 시민당의 제4세력

 

젊은 사람들 중에서는 가장 총리대신에 가까운 남자라고 극구 입을 모아 칭찬할 정도의 유망주다.

우연히 같은 요정이었다라고 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있을 수 없다.

 

요정 측도 허튼 배팅을 치지 않도록 내밀히 조정해 놓는 것이 정석이기 때문이다.

차기 선거를 향해 벌써 선생님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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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은 짧아서 금방 해봤음. 2는 존나 길어서 언제 할 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까 스포 중에 오니시마가 아니라 키지마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