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합이 끝난 건 나오에 선생님이 개인실에 들어서고 나서 2시간 정도 경과했을 무렵.

아사마 의원을 배웅한 후, 나와 카모가와는 나오에 선생님에게 불려 개인실로 가고 있었다.

 

역시 키지마 의원은 이 방에 있었을 것이다, 소반의 수도 그렇거니와 술잔이 3개가 놓여있다. 하지만 젓가락에는 손을 댄 흔적이 없는 것을 보면, 식사로 입맛을 다신 것이 아닌 거의 대화만 나누고 끝난 것 같군. 격식을 차리는 정도로 한두 잔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봐도 틀림없을 것 같다.

 

“뭔가 신경 쓰이는 점이라도 있나?”

 

조그마한 내 시선을 읽으신 것인지, 심장을 잡힐 듯한 긴장감이 나돈다.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누군가가 계셨군요. 그와 같은 발언 따위는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쪽의 심중 같은 건 당연히 헤아리고 있겠지만, 나오에 선생님은 특별히 추궁해오지는 않았다. 

 

“아야노코지, 내 밑으로 온 지 얼마나 됐지”

“선생님께 사사(師事)를 받은 지 올해로 4년 차가 됩니다”

 

“그랬었지. 우선 20대 때 정치가가 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다. 가지지 못한 자들 중에서는 틀림없이 네가 가장 빨리 출세의 계단을 오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

 

가지지 못한 자. 그것은 내가 싫어하는 2세나 3세, 혹은 부모가 재계의 사람으로 강력한 백업이 있는 등 환경에 축복받은 자들 이외의 사람을 가리키는 나오에 선생님이 만든 말들 중의 하나다.

 

파벌 내에서 주로 사용되는 말이지만, 실제로 정치가로서 대성할지 어떨지는 『가진 자』인지 『가지지 못한 자』인지, 이 두 가지의 분류로 결정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기 쉽게 말하자면 집안에서 경영하는 오너 기업과 유사하다.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부외자는 부외자. 상당한 실력과 행운이 없다면 목표로 할 수 있는 정상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통상적으로 나 같은 사람의 도달점은 정치의 세계에선 그럭저럭인 수준에서 끝난다. 그 이상을 목표로 하기 위해서는 내 자식에게 맡겨 2세로 이어지도록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거듭 선별된 결과, 세대의 어딘가에서 상위에 파고드는 것이 허락된다.

 

그러나 이미 많은 2세 3세들이 적은 의자를 서로 쟁탈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똑같이 자손을 정계에 보내더라도 쉽게 출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먼저 의자에 앉은 자들은 보다 강고한 가진 자로서 4세 5세에게로 이어나간다. 

 

“나오에 선생님께는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저 같은 사람을 발탁해 주셔서”

“너의 실력이 있어서 그런 거다. 사실 나도 이렇게 여러 가지로 네게 도움을 받고 있지”

 

아첨의 응수에 의미는 없다. 허나 피할 수는 없는 정치가로서의 길.

오히려 나오에 선생님이 누군가를 칭찬할 때는 그 앞에 환영할 수 없는 길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 너의 실력은 아직 인지되지 않았다”

“물론입니다. 그건 정말로 잘 알고 있습니다”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모든 공훈은 나오에 선생님에게로 가버리고 만다.

나의 공훈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건 눈앞의 나오에 선생님 뿐.

특히 야당으로 친다면 무명이나 마찬가지겠지.

 

“오늘의 대화는 너도 짐작은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이소마루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소마루 요우코(磯丸容幸)는 시민당의 넘버3로서 오랜 세월 정계에 계속 군림하고 있다. 

 

“녀석도 나와 똑같이 나이를 먹어왔다. 총리 자리에 오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

 

라이벌적 존재인 이소마루 선생님에게 대항하기 위한 의논이었던 것일까.

 

“파벌의 사람들은 이소마루에 대해 어찌됐든 경계심이 강하다. 확실히 녀석은 얕볼 수 없는 상대다만 나로서는 알기 쉬운 남자지. 좋든 나쁘든 낡아빠진 수법밖에 취할 수 없는 놈이니까”

 

수십 년 동안 정계에서 절차탁마를 하고 있으면, 서로의 속셈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정말로 경계해야 할 상대는 이소마루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 말씀은 즉───”

 

“너, 키지마와 면식은 있었던가?”

 

키지마 의원 같은 뒷모습을 본 적도 있어서 그런지, 자신도 모르게 몸이 반응하고 말았다.

오늘, 애당초 나오에 선생님과 약속이 되어 있었던 아사마 선생님도 포함해서 거물급들의 이름만 듣는 군.

나오에 선생님의 평소와 다름없는 날카로운 눈빛이 나를 바라본다.

 

“몇 번인가 뵌 적은 있습니다만, 직접 말씀을 나누어 본 적은 없습니다”

“나는 그 녀석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최대의 적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정당이면서도 망설임 없이 『적』이라고 단언한다.

권력을 남용하고 있는 나오에 선생님이 키지마 선생님을 강하게 경계하고 있는 증거다.

 

이 나오에 선생님이나 이소마루 선생님을 시민당의 그림자라고 한다면 그 정반대. 키지마 선생님은 빛의 아래, 깨끗한 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시민당의 간판으로서 유명해진 젊은 실력자다.

 

자연히 지지하는 당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나오에 선생님 분들을 위협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 이상으로 키지마 선생님을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오에 선생님을 위협할 정도로까지 성장하고 있다는 건가.

 

미야코 총리의 아래로 모인 넘버2의 나오에 선생님, 넘버3의 이소마루 선생님, 그리고 넘버4에 위치하는 젊은 키지마 선생님. 바야흐로 차기 총리대신의 자리를 서로 빼앗는 자들.

 

“키지마가 지금의 지위까지 올라선 최대 요인이 무엇인지 너는 알고 있나?”

“많은 공적을 가지고 계시겠지만,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이라면 『고육(高育)』의 존재입니까”

 

고도 육성 고등학교. 정부 직속의 미래가 있는 젊은이들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시설.

아직 커다란 성과는 내고 있지 않지만,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아니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아이의 교육에 있어서 그것은 나라의 발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니까. 지지자들의 반응도 좋아. 적이지만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고 나 또한 감탄하고 있다”

 

이야기 중간에 끼어드는 일 없이, 카모가와는 이마에 땀을 흘리며 듣고 있다.

실내의 에어컨은 너무 더운 것은 아니었지만, 이야기의 내용이 내용인 만큼 무리도 아니다.

 

“젊은 당원은 아무래도 그 놈을 맹신하는 부분이 있어서 말이지”

 

미디어 노출도 많아 시민당=키지마와 같은 이미지를 품은 층도 적지 않다.

 

“너도 그 중의 한 명인지 확인해두려고 했다”

“농담을. 이전에도 이후에도 제가 사사하는 건 나오에 선생님 뿐입니다”

 

이것은 적어도 거짓말이 아니다.

애당초 나오에 파벌로의 길을 걷기 시작한 시점에서, 그 배로부터 내리는 것 따위는 용납되지 않는다.

 

만약 이소마루 선생님이나 키지마 선생님의 파벌이 다음 선거에서 크게 약진해서 나오에 선생님이 그 지위를 빼앗기게 된다 하더라도, 침몰하는 배와 명운을 함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경계하는 상대인 키지마 선생님과 회식을 함께한 것은 어떤 목적이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지만, 지금은 그쪽에 의식을 향할 여유는 없다.

 

“사실은 오늘, 수면 아래에서 검토하고 있었던 프로젝트를 정식으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말하며 나오에 선생님은 갈색 A4 사이즈의 봉투를 테이블에 놓았다.

 

“이 프로젝트는 내 정치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대한 일이다. 이소마루 뿐만 아니라 키지마, 거기에 야당도 서서히 대두해오고 있는 지금, 마침내 움직일 때가 왔다는 뜻이지”

 

일본주의 술잔이 비었을 때, 나는 지체 없이 따끈따끈한 술을 따랐다.

아무런 시선도 주지 않고, 비어있으면 알아서 내용물이 채워지는 인생을 보내고 있는 나오에 선생님은 그 잔을 또 단숨에 들이켰다.

 

“프로젝트의 존재는 틀림없이 선거에 큰 영향을 주겠지”

 

그만큼 눈앞의 봉투 안에 있는 내용물은 중요한 안건이라는 것이다.

 

“내 측근은 그 대부분이 반년도 버티지 못하고 떠나간다. 순수하게 능력부족인 건지, 아니면 상상을 초월하는 힘든 일에 따라가지 못하는 건지. 허나 너는 4년이나 지났음에도 녹초가 되기는커녕 그 기세를 나날이 더해가고 있다. 옛날의 나 자신이 떠오르는 것 같구나”

“감사합니다”

 

“너희들에게 묻는다. 지극히 우수한 정치가라 함은 어떤 정치가지? 카모가와, 대답해라”

 

나오에 선생님의 술안주인 것인지, 그런 질문이 던져졌다.

 

“에, 엣!?”

 

섣불리 침묵 같은 건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결코 적당한 말로 대답할 수 없다.

지극히 우수한 정치가, 그것은 보고 있는 사람의 시점에 따라 크게 다를 것이다.

 

“구, 국민이 원하는 것에 응답할 수 있는 사람……이라던가, 그런 건가요?”

 

소탈한 답변이긴 하지만 그것 또한 하나의 답이겠지.

어디까지나 국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지만.

어린애라도 생각해 낼만한 대답이지만, 나오에 선생님은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이번에는 나를 보았다.

 

“너는 어떠냐? 아야노코지”

 

우수한가 아닌가, 그에 대한 대답.

 

“아직 풋내기인 제 생각이지만, 나오에 선생님과 같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치켜세워진 나오에 선생님은 입모양을 “ㅔ”글자로 바꾸었지만, 나는 곧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형편없는 정치가는 초밥이 먹고 싶은 손님에게 튀김을 제공합니다”

“소, 손님? 이라 함은……?”

 

“손님은 손님이다. 때로는 국민이고, 때로는 정치가고, 때로는 그 이외에도 있지”

 

정치가가 상대하고 있는 것은 특정의 누군가가 아니다.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에 대해 그들의 요망에 부응할 수 없는 정치가 따위는 무의미한 존재.

 

“재밌는 얘기를 하는구나. 그래서, 그 다음은?”

“좋은 정치가는 초밥이 먹고 싶다고 요망하는 손님에게 제대로 맛있는 초밥을 먹입니다. 아마도 이것이 가능한 것은 정치가 중에서도 많아야 3할…… 아니, 2할이면 좋은 편이겠죠”

 

많은 국민들로부터 지지받는 정치가는 당연히 이 카테고리에 위치한다.

 

“그거, 더는 우수한 정치가라고 말할 수 없지 않나요? 그도 그럴 게 손님이 바라는 초밥을 거기다 맛있게 제공한다는 거죠?”

 

확실히 보통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좋은 정치가라 함은 이것이 한계일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로 우수한 정치가는 그렇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극히 우수한 정치가라고 주장한다면 그 이상이 요구된다. 초밥이 먹고 싶은 손님에게 카레나 규동을 제공하더라도 최대한으로 만족시킬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요망에 솔직하게 부응하는 것만이 정치가가 아니다. 때로는 요망에 부응할 수 없어도 상대에게 불평불만을 품지 않도록 해야 할 상황은 여러 번 있다. 

 

법안 하나만 하더라도 그것은 궁극적으로 통과시킬 것인지 말 것인지의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통과되지 않은 쪽은 불만을 가지겠지. 그렇기 때문에 그 어느 쪽도 아닌 제3의 선택지를 준비해서 찬성도 반대도 억누른다. 

눈앞의 나오에 선생님은 그러한 수완을 여러 번 보여왔다. 

 

“그렇군. 꽤나 좋은 표현이잖나”

“감사합니다”

 

여기서 나오에 선생님의 눈빛이 더욱 격렬하고 날카롭게 바뀌었다.

 

“네 자신의 손으로 언젠가 그 생각을 실천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구나”

 

언젠가.

언젠가, 인가.

 

벌써 4년이 지났다, 그런 감각이지만 정치가의 세계에서는 아직 고작 4년.

이런 밑바닥 일을 앞으로 몇 년이나 계속해야 그 언젠가가 찾아오는 것일까.

 

“그렇게 시무룩한 표정 짓지 말거라. 너는 유능하다. 4년이나 보면 그것을 잘 알 수 있지. 그렇기 때문에 너희들 같은 애송이에게 요구되는 건 눈에 보이는 성과일 것이다”

 

젓가락으로 안주를 한 입, 입에 머금은 채 젓가락의 끝부분을 봉투 쪽으로 향했다.

 

“나는 고작 4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벌써 4년이다. 슬슬 너도 한 사람 몫을 하기 위한 공훈을 원하겠지?”

“……그 기회를 줄 수 있다, 라는 말씀이십니까?”

 

몇 번이고 나는 나오에 선생님을 위한 사전 준비를 반복해 왔다.

공훈은 나오에 선생님만의 것, 불찰은 나만의 것.

그런 불합리와 부조리를 반복해 온 것은 단순한 자선 사업이 아니다.

무릎 위에 놓인 주먹이 자연히 세게 쥐여졌다.

 

“그렇게 받아들여도 좋다. 다만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해. 각오는 있겠지?”

 

안의 내용물을 보고 나서 말씀드려도 괜찮을까요? 와 같은,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나오에 선생님께 사사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께서는 제게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사람의 행동은 전부 목표에 따라 정해진다……라고”

 

그때는 알 길이 없었지만 위인이 남긴 말이다.

실패한다면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의 4년 간 쌓아온 것은 한순간에 재가 되어버리고 만다.

 

“전심전력을 다해서 맡겠습니다”

 

깊이 고개를 숙이며, 나는 임무를 책임지고 맡을 것을 흔쾌히 수락했다.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그 날이 온다면 자연스레 명성이 따라올 거다”

 

전적으로 신용은 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생각조차 한 적이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중요한 프로젝트라는 것은 사실이다.

신용을 쟁취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찬스. 놓칠까 보냐.

 

“내용을 훑어봐라”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테이블의 갈색 봉투를 손에 쥐고, 안에서 두께 5mm 정도의 종이다발을 꺼냈다. 

첫 번째 장 표제에는 『인재 육성계획(가칭)』라고 쓰여 있다.

 

“일본의 교육 수준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앞으로 5년 10년이 아니라, 20년 30년을 내다보는 교육을 실시해 나가야 할 필요가 지금의 일본에는 있어”

“선생님께서 교육에 열의가 있으셨다는 건 처음 듣는 이야기군요”

 

“정치가는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 조금도 흥미가 없을 지라도 그것이 내외의 표로 이어지지”

 

이 남자는 진심으로 일본의 교육을 바꾸고 싶다든가 하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자신의 권력을 키워 보다 지지받기 위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을 뿐.

옆의 바보는 안절부절못하며 프로젝트의 상세 내용에 신경을 쓰고 있다.

 

“너도 참가해도 좋다 카모가와. 아야노코지와 같이 해 봐라”

“가, 감사합니다!”

 

기쁜 듯이 미소를 지으며, 카모가와가 약간 억지스럽게 내용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런 녀석에게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나오에 선생님이 그렇게 결정했다면 어쩔 수 없다. 인재 육성 계획은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태어나자마자 영재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모든 내용을 훑어본 후, 카모가와에게도 재차 문서를 읽게 했다.

 

“어떠냐? 네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 카모가와여”

“정부 직속의 교육기관…… 그것도 유아기 때부터, 인가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카모가와의 머리에서 솟아난 의문 따위 무의미하다.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면 정말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잖나”

 

내가 정정할 것까지도 없이, 나오에 선생님이 일축해버리고 말았다.

이 기획의 문제는 그 부분이 아니다.

 

“너는 좀 더 유연한 머리를 갖게 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카모가와”

“죄, 죄송합니다……”

 

“허나, 그런 신인이기 때문에 물어보고 싶은 것도 있다. 네 눈에 이 기획은 어떻게 비쳐졌지?”

“어…… 어떻냐고 말씀하셔도”

 

뱀과 같은 눈초리를 받고, 아니 시선조차 마주치지 않고 있지만 경직된다.

그리고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내 쪽으로 도움을 요청해왔다.

 

“선생님께서는 네가 이 기획을 보고 생각한 것을 알고 싶어 하신다. 겉으로만 찬성하는 건 요구되지 않아, 네 좋을대로 대답하면 돼”

 

어설프게 나오에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는 발언 따위를 한다면 그의 심기를 건드리게 될 뿐이다.

 

“그, 그러면…… 저기, 신경 쓰이는 점이 있는데…… 영유아 때부터 아이를 시설에 맡겨 교육하려고 하는 부모가 있을까요. 도저히 실현될 수 있는 이야기 같지가 않아서…… 그야말로 유괴라도 하지 않는 한 무리인 것은 아닌지?”

 

그것을 들은 나오에 선생님은 시험하듯 나를 보았다.

 

“지당한 의문이다. 너는 그 의문에 대답할 수 있느냐? 아야노코지”

 

신인에게는 허용될 지도 모르는 얼빠진 답변이라도, 그것은 내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한번 호흡을 정돈하고 나는 카모가와에게로 돌아섰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태어난 직후 부모에게 버림받는 아이가 판명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매년 수백 명은 존재하지”

 

갓난아기를 조달하는 것 따위 조작도 없다.

 

“버림받은 아이가 목숨의 위기에 노출되지 않고 정부로부터의 극진한 지원을 받아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고등학교나 대학으로의 진학도 쉽게 가능하게 하는 프로젝트지”

“그 말대로다. 그래, 답은 같아도 이끌어나가는 수순이 다르면 보이는 방법은 크게 달라지지. 아야노코지의 밑에서 착실히 공부하거라”

“네, 넵”

 

“전개에 따라서는 모친 쪽으로의 어프로치로도 이어지네요. 소자녀화가 진행되고 있는 이 일본에서 낙태 수술은 가볍게 10만 건을 넘고 있습니다. 태어나는 것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 사회에 대한 풍자, 동시에 정부가 책임지고 불우한 아이들을 맡는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모습이 될 지도 모르겠군요”

 

씨익 웃은 나오에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또다시 술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이 계획이 잘 되면 당연히 정․재계가 크게 흥미를 보이겠지”

“에? 어, 어째서인가요?”

“사생아, 인지 받지 않은 아이들……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극비리에 아이를 만들고 있는 유명인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지원을 해주지 못함으로써 적절한 교육은 베풀어 줄 수 없어. 그것을 정부가 뒤에서 받쳐준다면 눈을 부릅뜨고 희망해 오겠지”

 

조금씩 이 프로젝트의 전모가 보여왔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랑하는 아이에게도 최고의 교육을 받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나온다”

 

그것이 나오에 선생님이 생각하는 인재 육성 계획 프로젝트.

자산가로부터 자금을 받아, 존재를 숨기고 싶은 아이를 사용하여 교육을 베푼다. 언젠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나오에 파가 되도록 철저히 조교를 해서 정계로 보내는 것.

 

게다가 영재 교육을 받은 고분고분한 종. 더욱이 재계인의 피를 나눈 아이.

앞날을 내다본 계획, 그 시작이라는 건가.

상당히 위험한 계획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성공한다면 그 대가는 헤아릴 수 없다.

 

여기서 꽁무니를 빼고 거부한다면, 그 순간에 나오에 선생님으로 뻗어나오는 사다리를 놓치게 된다.

 

“이쪽 리스트에 게재되어 있는 분들은———”

“그 분야에서 추방된 천재다. 다루기는 어렵겠다만”

 

10장 정도의 자료, 제각기 1장씩 이력서 같이 경력이 쓰여 있었다.

 

“경제학, 심리학, 그러한 분야에서 일본, 아니 세계를 대표할 실력을 가졌으면서도 문제를 일으켜 정식 무대를 떠난 사람들이다”

 

아이를 향한 반강제적인 교육을 실시한다면 당연히 반론의 싹도 나올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권위 있는 유명 인사가 나서서 협력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편으로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실력이 보증된 무리라면, 돈을 모았을 때 그들에게서 프로젝트로의 찬동도 얻어내기 쉽다.

 

성격 등 문제점도 많을 것 같지만, 확실히 능력 면에서는 변명할 여지가 없다.

한마디로 교육을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지식도 경험도 없다면, 막연한 일밖에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 가정교사와 같은 무리들을 끌고 와서, 일본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현실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간단한 일이라고는 빈말이라도 할 수 없다.

 

“기억하고 있나? 네가 내 밑에 온 직후, 교육에 대해 말한 적이 있는 것을”

“물론입니다. 제가 생각한 교육 이념은 어릴 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고, 배우게 하고, 그리고 정치에 강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 그것이 일본의 장래로 이어진다, 그러기 위해서 나오에 선생님의 밑에서 공부하게 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들은 직후에는 신인 의원의 약삭빠른 헛소리라고 생각했다만, 결국 그 발언에서 내 자신도 영감을 받았다. 즉 너에겐 참가할 자격이 있지. 해줄 건가? 아야노코지”

 

이것은 확인의 말이 아니다.

강제, 명령의 종류와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심증 상, 두 가지 답변으로 맡아두는 것이 최소 조건이라는 것은 이번에도 바뀌지 않는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는 교육 이념을 보다 승화시켜 구체화한 것 같은 최고의 기획이다.

 

“물론 책임지고 잘 맡겠습니다”

“이것은 극비 프로젝트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지금은 알릴 단계가 아니야. 게다가 윤리적인 문제도 따라붙지. 만일 어중간한 단계에서 드러나 비판을 받게 되면 너의 정치 생명은 끝이니까”

 

이 프로젝트를 입안한 나오에 선생님이 아닌, 나의 정치 생명이 끝날 뿐.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옆에 있는 카모가와 2세도 포함해서 몇 사람이 목을 매는 결과가 될 것이다.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다만 나오에 선생님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뭐지?”

 

“이 프로젝트는 저와 카모가와만으로는 진행이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물론 그럴 생각이다. 정․재계에 낯이 익은 사카야나기라는 남자가 있다. 너와 연령은 비슷한 젊은이다만, 입은 단단하고 신뢰가 가지. 만나보면 좋을 거다”

 

그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다, 분명 고육을 맡고 있는 노인이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어느 쪽이든 키지마 선생님의 입김이 들어간 남자가 아닐까.

 

“조금 설명이 부족했군. 네가 상상하는 사카야나기에게는 아들이 있다, 그쪽이야”

 

그렇군. 역시 키지마 선생님과 직접적인 인연이 깊은 인물은 아닌가.

 

“잘 알겠습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일을 전하겠다만, 나에게서의 자금 원조는 일절 기대하지 마라”

“에엣? 이 정도의 프로젝트라면 상당한 비용이———”

 

쓸데없는 말을 지껄인 카모가와의 어깨를 움켜쥐어 그의 발언을 막았다.

 

“그에 걸맞게 하기 위해선 터무니없는 것이 요구됩니다만…… 나오에 선생님의 이름은 빌릴 수 있습니까?”

“그것도 지금은 무리다. 내가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누설하는 건 득책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

 

무엇 하나 원호를 받을 수 없는 것인가, 그러한 양상에 카모가와의 안색이 나빠져 가고 있다.

 

“뭐 잘 부탁한다 아야노코지”

 

꽤나 멋대로 말해준다.

하지만 이 터무니없는 일도 납득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성심성의껏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겠습니다”

“그래”

 

이것이 단순히 문득 생각이 떠오른 것이어서 내일이면 버릴 것 같은 기획이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나오에 선생님이 그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라면 그저 부응할 뿐이다.

 

그리고 한동안 쓸데없는 말이나 다름없는 고마운 말을 듣고 끝날 무렵이 되었다.

나오에 선생님을 배웅하기 위해 솔선해서 방의 미닫이문을 열었다.

복도 앞에는 신인 보디가드인 남자가 나오에 선생님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그렇지. 아야노코지는 이 남자와 만나는 건 처음인가?”

“선생님의 보디가드는 격무이니만큼 교체는 드물지 않습니까?”

 

눈앞의 남자는 줄곧 웃는 얼굴을 잃지 않고 이쪽을 보고 있다.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이쪽이 특별히 흥미를 보이지 않자 보디가드가 그렇게 말했다. 통상 보디가드에게 그런 발언은 용납되지 않지만, 나오에 선생님이 기분이 상하는 기색은 없다.

 

선이 가늘어보이는 목소리였지만, 나오에 선생님이 높이 평가하고 있는 모양새. 보통내기는 아니겠지.

 

“아야노코지라고 한다만, 꽤나 가망이 있는 의원이다. 인사해 둬서 손해는 없다고?”

 

곧게 뻗은 깔끔한 자세의 남자가 나에게 한 걸음 다가와서 손을 내밀어왔다.

 

“저는 츠키시로 토키나리(月城時成)라고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보디가드는 아닙니다만 이후에 기억해주시길”

 

내민 손을 되잡았다.

 

“보디가드는 아니라고 하셨는데…… 누구십니까?”

“이 녀석은, 그렇지. 알기 쉽게 말하자면 만능 해결사다. 곤란한 일이 있다면 츠키시로를 의지하면 좋아. 나이는 너와 그렇게 다르진 않겠다만 상당한 기량을 지닌 남자다”

 

“만능 해결사?”

 

기다렸다는 듯이 츠키시로라고 이름을 밝힌 남자는 명함을 내밀었다.

 

“신변 경호에서부터 정보 수집까지,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해드립니다”

 

그래서 해결사, 인가. 왠지 수상쩍은 남자다. 하지만 나오에 선생님이 이렇게 데리고 다닌다는 것은 나름대로 능력이 있는 것은 틀림없겠지.

 

“아야노코지입니다, 나오에 선생님이 많이 아껴주고 계십니다. 만약 형편이 좋지 못한 일이 생겼을 때에는 부디 츠키시로 씨에게도 도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시민당 뿐만이 아니라, 평화당에도 나름대로 얼굴이 통하거든요(*신용이나 권력, 힘이 있어 무리한 요구가 잘 통한다는 뜻)” 

 

야당 제1당인 평화당. 시민당과는 언제나 적대 관계에 있는 조직이다.

내가 정치가가 되기 직전에는 선거에서 시민당에 역전승을 거둔 적도 있을 정도.

나오에 선생님에 의한 평화당으로의 계략이 없었다면, 정권이 뒤집혔을 가능성도 있다.

 

어느 한쪽에 속하면 반대 측과는 적대 관계가 된다.

정치가든 아니든 간에 그것은 보편적인 일이다.

그런데 어느 쪽에도 얼굴이 통한다?

 

줄곧 웃는 얼굴을 잃지 않는 섬뜩함을 남기면서, 츠키시로는 나오에 선생님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기다리고 있던 택시에 나오에 선생님을 태우고, 차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계속 머리를 숙였다. 

 

“으~ 추워. 이제 아무도 안 볼 것 같은데요……?”

“그래도 차가 보이지 않게 됐을 때부터 최소한 1분은 머리를 계속 숙여라. 그리고 다 숙인 후에도 방심하거나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말도록 해. 어디에 눈이 있는지는 모르는 법이야”

 

그야말로 요정의 사람이 우리들을 몰래 훔쳐보고 있을 수도 있다.

나오에 선생님이 떠난 순간 욕설을 하고 있었다는 등의 말을 퍼뜨린다면 그것만으로 끝이다. 

 

“그런데 어째서 나오에 선생님은 오늘 택시를 타고 오셨을까요? 게다가 택시에서 당당하게 여자애와 친근하게 지내셨죠? 나이 차이 같은 문제 이전에 바람을 피우신다거나 그런 건 아닌지?”

“그렇기 때문에, 그 만능 해결사라는 사람이 있는 거겠지”

 

“네?”

 

물론 구체적인 일은 나도 모르겠다.

다만 굳이 이유를 생각한다면 나오에 선생님 자신이 미끼가 되어 누군가를 끌어내고 있다, 라는 그런 일도 생각할 수 있다.

 

“우리들이 신경 써야 할 건 그쪽이 아니다. 인재 육성 프로젝트를 마주해라”

 

아무것도 모르는 이면에서 일이 무서울 정도로 전개되고 있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굉장한 프로젝트입니다만…… 뭔가 터무니없는 일이 되어버렸네요”

 

터무니없는 프로젝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오에 선생님이 카모가와에게도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실책 같기도 하다.

 

이 남자는 입이 가볍고 신념 따위는 일절 가지고 있지 않다.

계획이 잘 되어가는 동안에는 문제없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아니, 나오에 선생님은 그런 것을 간파하지 못하는 남자가 아니다.

내가 실패했을 때의 경우도 감안해서 일부러 이 남자를 곁에 붙였다고 봐야 할까?

상세한 건 불명이지만 성가신 족쇄를 찬 채 스타트를 끊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여기까지가 프로젝트 발족 부분 끝이자 미리보기도 끝임. 오늘 이거 하느라 하루 다 날렸노;; 

그래도 그만큼 내용이 긴 부분이니 재밌게 읽어라 게이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