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무대 한쪽에서-


수학여행 둘째 날 밤. 저녁식사를 마치고, 이 후에는 스도와 대욕탕에 가기로 약속되어있다.


"아직 시간이 조금 여유있네"


다만, 방으로 돌아가 편히 쉴만한 시간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적당히 여관 안을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며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식사장에서 로비로 가는 길에, 묘하게 험상궃게 생긴 류엔반의 노무라와 마주쳤다.


무슨 트러블이라도 있었는지, 그렇게 생각하게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에, 나는 노무라가 걸어온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려본다.


그러자 그 앞에는, 똑같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벽에 기대는 사토가 있었다.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어? 아, 아야노코지군.....우연, 이네"


이 자리에서는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느낌의 모습을 보인 사토였지만, 이내 평정을 가장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쪽으로 다가온다.


"혹시 노무라군하고 스쳐지나갔어?"


"아아. 상태가 좀 신경쓰였으니까"


"그렇구나....."


"무슨일 있었어?"


그러는 동안, 사토는 불편하다는 표정을 지울 뿐, 답하지 않는다.


적어도 노무라하고 사토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던 것만은 확실한 것 같은데.


깊이 파고들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건 존중해야겠지.


"방해했을지도"


나는 그렇게 말하며, 이 자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잠, 잠깐만. 괜찮다면....잠시 시간좀 내줄 수 있어? 아야노코지 군이 괜찮다면 이지만"


스도와의 약속까지는 10분 남짓, 만일 약속에 조금 늦게 되더라도, 그렇게 심한 말이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만일의 사태일 때는 먼저 씻고 있으라고 메세지를 보내면 되고.


"괜찮아. 여기서여도 괜찮은거야?"


"응. 그렇게 무거운 내용을 말하는것도 아니니까"


그 후에도 사토는 조금 안절부절한 기색을 보였고, 말하려고 하는 기색은 있지만, 아직 말을 꺼내기까지는 힘들어보였다.


뭔가 어지간히도 말하기 어려운 일이라도 가지고 있는걸까.


재촉은 하지않으면서, 나는 입을 다물고 사토를 지켜보기로했다.


"실은...말이야"


1분정도 침묵속에서 기다렸을까.


머릿속에서 약간 정리가 됐는지, 사토가 말하기 시작했다.


"아까 노무라 군이 불려서, 그.... 여기서, 할 말이 있다면서"


흐름적으로 설명을 듣지 않더라도 짐작은 할 수있었지만 정확히 그대로인듯 하다.


이 말하기힘든 분위기의 원인은 이야기의 내용과 관련이 있는 것이겠지.


뭔가 인연, 원한을 살 만한 일을 사토가 한 것인지, 한순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남친없으면, 사귀어줘, 라고"


수학여행에서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늘어난다는 사전정보도 있었지만, 스도뿐만 아니라 실제로 여러 곳에서 이런 이벤트가 발생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구나"


어떻게 대답했어? 라는 등, 이 자리에서 눈치없는 발언은 하지 않는다.


만약 노무라하고 사토가 웃고 있었다면, 그런걸 물어 볼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도 학교생활을 계속하면서, 연애사정도 꽤 이해하게 됐다.


"쉬는 날에 남자애들하고 놀 일이 꽤 많았었는데, 그 안에 노무라군도 있었고.....그, 반년정도 전부터인데"


잠자코 듣고 있던 나에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사토가 그렇게 계속말한다.


"그래서──나에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었데"


"그랬었구나"


예전에 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준 사토입장에서는, 이런 부류의 화제가 어색한 것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위한 계기로서는 나쁘지않은 계기이기도 하다.


노무라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지만, 소행은 결코 나쁜 편은 아니다.


OAA상의 능력에는 조금 아쉬움도 있지만, 외모도 평균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이긴 할 것이다.


만일 능력에 대한 불만이 없다면 나머지는 기분의 문제다.


"들뜬 표정이 아니었던 이유는 보류인가, 아니면 거절해서인가?"


여기까지 들었으면 언제까지나 무언으로 있을 수는 없게된다.


조금 발을 들여놓더라도, 상황을 묻는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그치만"


그렇게 중얼거리던 사토는 입술을 약간 삐죽 내밀었다.


그리고 아래에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직후, 시선은 도망치고 말았다.


"아직....좋아하고있단말이야....아야노코지군을"


눈치채지 못한건 아니지만, 이렇게 새삼스럽게 입에 담았다.


아니,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 버렸다고도 할 수 있다.


"물, 물론 케이짱을 방해할 생각은 없다고? 없지만....마음은 쉽게 바꿀수 없었다고나 할까, 뭐랄까...."


마음속의 상대에게 자신 이외의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 길을 잃은 연애의 화살표가 날마다 떠다니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드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은 학교생활을 보고있으면 알수있다.


"그러니까────미안해, 라고 거절했어"


"그렇구나"


"반 여자들 중에는 벌써 몇 번이나 고백을 받았다는 애들도 있는데. 나 지금까지 제대로 된 고백을 받은 적이 없어서. 너무 설레서... 하지만, 미안하다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죄책감이랄까...."


거절하는 쪽에도 강한 노력, 정신적 부하가 걸린다는 것을 몸소 알았다는 것이다.


"다음에 또 놀자고 노무라군이 말했는데, 평범하게 대할 자신이 없네"


고백한 쪽도 실패하고 그걸로 모든 게 끝이 아니다.


내일도 모레도 계속되는 학교생활에서 만날 기회는 무수히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때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우우우....! 안돼잖아 이러면!"


머리를 감싸안으면서 사토는 강하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렇지! 아야노코지군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할까?"


"응?"


"왜냐하면 그렇잖아? 아야코지군을 좋아하게 된 탓에 이렇게 된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노무라 군과 사귀었을지도 모르고"


"그렇구나...."


확실히 그럴 가능성은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걸로 사토가 억지로라도 앞으로 돌아볼수 있다면, 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건그렇고 아야노코지군에게 보여질 줄은 몰랐어"


"그건──사과할게"



"별로 우연이니까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말한 뒤 사토는 어색한 듯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툭하면 내 팔을 가볍게 툭 쳤다.


"케이짱, 아야노코지 군이 상대해 주지 않아서 불만이라고 했었어. 혼나기 전에 연락하는 것을 나로서는 추천할게. 그럼....또 보자! 왠지 부끄럽고!"


그렇게 말하고 사토는 이 자리에서 도망치듯 빠른발걸음으로 떠났다.

나중에는 스도를 만날 예정이 있기 때문에, 그 후가 되지만 연락하기로 하자.


나는 사토와 헤어지고 대욕탕으로 향하기로 결정했다.

오타 오역 있으면 알려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