〇일말의 불안


 2학기 방학식이 끝난 이날


 특별시험이 끝나고, 학생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온다.


 여름방학처럼 장기방학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기쁜 시기. 밤낮으로 계속된 공부도, A반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결과로 이어져 고생이 보답받았다.


 내일부터 오는 겨울방학은 즐거운 나날이 될 것이 틀림없다.


 반의 1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유일한 예외인 카루이자와 케이는 우울한 한숨을 쉬며 절친인 사토 마야와 케야키 몰에 와 있었다. 허세를 부리는 것이 특기인 카루이자와는 아야노코지와 싸운 뒤에도, 학교에서는 평정을 가장하며 공부에 집중했다.


 그 때문에 주위의 인간은 카루이자와가 계속 괴로워하고 있었음을 알 도리가 없다. 절친인 사토도 그 중 한 명이었지만, 사토는 카루이자와 뿐이 아닌 아야노코지에 관해서도 자주 관찰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함께 하고 있던 두 사람이 몹시 쌀쌀한 상태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단지 그 원인이 싸움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일부러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라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깊게 추궁하지 않은 채 이날을 맞았다.


"하아......"


"아까부터 자꾸 한숨만 쉬네. 모처럼 공부도 끝나서 자유가 됐는데. 무슨 일 있어?"


"응? 그, 그래? 별로 아무것도 아니야"



 이때까지 깨닫지 못한 카루이자와였지만, 공부, 시험이라는 못하는 분야로부터의 해방으로 마음의 긴장이 풀렸는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반복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진짜로?"


"진짜진짜"


 그렇게 느긋하게 대답하는 카루이자와였지만, 사토의 의심은 풀리지 않는다.


"눈치 없는 말일 수도 있는데, 오늘 아야노코지 군과 예정 있던거 아니었어?"


"에───"


"그게 내일부터 방학이잖아? 보통 둘이서 놀러가고 그러지 않아? 시노하라 씨와 이케 군은 기쁜 듯이 팔짱 끼고 영화보러 간다고 했고"


 사전 약속도 없이 놀러오는 것은 이상하다는 지적. 카루이자와는 실패했다고 생각하면서, 행동이 나선 것은 마음속 어딘가에서 사토가 상담을 해 주었으면 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카루이자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리고 북적거리기 시작하던 카페를 그냥 지나쳤다.


 케야키 몰 2층 휴게코너 근처 벤치에 둘이서 앉는다.


"저기, 마야 쨩. 조금 상담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응. 완전 괜찮아"


 싫어하기는커녕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는 사토.


"나랑 키요타카, 어쩌면 관계에 좀 위기가 생길 것 같아......"


"어, 어어? 진짜로!?"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카루이자와는 쌓아두고 있던 기분을 내뱉는다.


 갑자기 투하된 폭탄에 사토는 뒤집힐 기세로 놀랐다. 일부터 오버액션을 취한 것은 아닌 듯, 헛기침을 하며 자세는 되잡는다.


"관계가 위기라니......헤어질지도 모른다는거야?"


"그런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데......하지만......요즘 자꾸 그런 생각이 들어서"


 생각보다 심각한 표정에 사토는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말문이 막힌다.


 그래도 공기를 무겁게 만들지 않도록 현명하게 말을 쥐어짜낸다.


"케이 쨩은 아야노코지 군과 싸웠다. 하지만 화해하지 못하고 질질 끌리는 상황에서, 뭐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심하게 싸웠어?"


 사소한 다툼이라면, 길어도 몇 시간 정도면 관계는 돌아올 것 같다.


 심각한 얼굴을 하는 카루이자와. 두 사람이 사귀기 시작하고 계속 사이가 좋다고 생각했던 만큼 사토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가벼운 싸움이라고 생각했지만, 키요타카에게는 그렇지 않을지도 몰라"


 카루이자와는 우울한 한숨을 쉬면서 조용히 고개를 떨군다.


"그, 싸우고 나서 둘이 대화 같은 건 안 했어?"


 싸운 것이 어제 오늘이 아님을 카루이자와가 전한다.


 다만 아직 내용을 말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지, 원인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이제 겨울방학이잖아? 게다가 키요타카에게 열심히 하라고 들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시험에서도 4문제 중 3문제나 맞혔어. 이 정도면 열심히 했으니까 그래서......그래서 어제 시험 후에 큰맘 먹고 말을 걸어봤는데......"


"걸어봤는데?"


"호리키타 씨가 와서. 나구모 선배한테 불려서 가버렸어. 오늘도 종업식이 끝나면 말을 걸려고 했는데, 또 호리키타 씨가 말을 걸어버려서......"


 반복되는 불운에 사토가 이마를 집는다.


"그럼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지금까지 오게 된거야?"


"응"


"하지만 아야노코지 군이 화가 나거나 삐진 듯한 모습은 보지 못했는데"


"그 녀석은 항상 무표정하고, 태도가 변하지 않으니까"


 그것이 또 카루이자와의 판단을 무뎌지게 했다. 노골적으로 화가 난 리액션을 보여줬더라면, 진작에 사과를 실행했을 것이라고 본다.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싸움이란거 많이 있잖아?"


 연애에 관해 특히 이야기가 고조되는 여자들 사이에서 정기적으로 튀어나오는 단어, 그 자체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게다가, 대부분 사소한 문제가 발단이 되어 어색해졌을 뿐, 싸움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경우도 많다. 우선을 그것에 해당하지 않는가를 확인하고 싶은 사토였지만, 당장 발을 들일 수는 없다.


"뭐 싸움 같은 건, 그, 누구나 해. 아야노코지 군이 화내는 모습은 전혀 상상할 수 없지만......그때는 화를 냈어?"


 조심조심 물어봐도 카루이자와는 곧바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화가난 건 나"


"아, 응, 그렇구나"


 의외의 일면을 들을 수 있을까 생각한 사토였지만, 곧바로 그 생각은 지운다.


"그럼 케이 쨩이 일방적으로 화를 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거야?"


 만약 그렇다면 싸움을 끝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카루이자와가 웃는 얼굴로 아야노코지를 용서하면, 그것으로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사토는 생각했다.


"그런 게......아닌데"


"괜찮다면......싸움의 내용이라든가, 말해줄 수 있어?"


 이걸 알아야 이해를 더 깊게 할 수 있다.


 카루이자와도 사토가 진지하게 상담에 응해주고 있는 것을 신뢰해, 그 발단을 이야기하기로 결정한다.


 일의 발단은 어느 토요일 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가자고 했을 때.


 아야노코지가 이치노세와 휴일에 함께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분이 나빠져 버린 것.


 그 이면에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상황을 다 들은 사토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힘차게 자신의 양 무릎을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과연......그건 틀림없이 아야노코지 군이 나빠!"


 사토가 내놓은 답은, 순수한 여자로서의 생각과 의견. 자신 있게 대답한다.


"그, 그치!?"


 아군이 되어 준 것으로, 카루이자와의 표정에 조금 기운이 돌아온다.


"그건 그렇지.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사정이 어떻든 둘이서 휴일에 나가는 건 아웃! 거절하거나 적어도 케이 쨩이나 다른 남자나 여자를 동석시켜야 해!"


 화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히려 화를 내야 하는 일이다.


"어쩔 수 없이 이치노세 씨와 만났는데......내용을 알려주지도 않아서......"


 이야기를 듣고 나서 오늘까지, 카루이자와가 얼마나 많은 불안과 걱정 속에 있었을까.


 그래도 지시받은 대로 공부에 몰두해 오늘까지 버텼다.


"이치노세 씨, 말이야......누구랑 사귀거나 하진 않았지?"


 자기 혼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불안.


 누구. 그것은 아야노코지를 가리킨 것이 아닌 누군가 사귀고 있는 남자가 있었으면 하는 카루이자와의 도망치고 싶은 감정이 말하게 한 것.


"......들은 적은 없네. 학교에서도 꽤 인기가 많고, 유명인이니까 누구랑 사귀게 된다면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그렇겠지"


 알고 있었다고, 재차 그것을 확인한 카루이자와가 고개를 떨군다.


"우으으......!"


 사토는 참지 못하고 카루이자와를 껴안는다.


"엣, 마야 쨩!?"


"케이 쨩은 전혀 잘못한거 없어!"


"......고마워. 하지만, 역시 나한테도 나쁜 점은 있었어. 좀 더 솔직하게 키요타카의 말을 듣고 이해해 줬다면......싸움까지 번지지 않고 끝날을거야"


 다음 주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가자고, 웃는 얼굴로 대답하고 손을 잡을 걸 그랬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 생각할 정도로, 후회하고 있다.


 사토가 보기에 카루이자와 케이는 귀엽다. 외모만을 따져도 상위권에는 들어가는 여자다.



 갓 입학했을 때는 히라타에게 들이대는 엉덩이 가벼운 여자, 고압적이며, 마운트를 잡으려고 하는 싫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 내심 싫어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래도 같은 사람을 좋아하고 그리고 서로 털어놓는 것으로 이제는 알 수 있다. 이 아이는 강한 척하고 있었을 뿐, 보기와는 달리 귀여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다른 여자가 아야노코지를 노린다고 해도 질 리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다만, 하필이면 그 상대가 이치노세 호나미라면 이야기는 별개다.


 만약 이치노세가 아야노코지에게 호의를 품고 있다면.


 아야노코지가 카루이자와에서 이치노세로 갈아타는, 그럴 거라는 가능성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저기......한 번 물어볼까? 이치노세 씨 반 사람들한테"


 무서운 것,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게 될 가능성이 있지만, 만약 이후 아야노코지와 화해할 수 있더라도, 다시 같은 일이 생기면 걱정과 불안은 반복되게 된다.


 여기서 이치노세에게 일절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면───


"부탁───으, 아니 역시 됐어"


 그래도 불안이 이긴 카루이자와는 사토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리고 싫은 마음을 털어내듯 힘차게 일어선다.


"응. 이제 생각하지 말자. 지금부터 마야 쨩이랑 잔뜩 놀고 밤이 되면 키요타카를 만나러 갈거야. 그리고 무조건 화해한다!"


"그거야! 응원할게!"


 둘이서 서로 웃은 직후 카루이자와의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순간 아야노코지로부터의 연락이라고 생각한 카루이자와는 용기를 가지며 그 채팅을 연다.


"엣───"


"무슨 일이야?"


 핸드폰 화면을 보고 멈춰선 카루이자와의 표정이 얼어붙는다.


 순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사토


"케이 쨩?"




 이름을 불러도 카루이자와는 시간이 멈춘 듯 미동도 하지 않고 화면을 계속 보고 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생각한 사토가, 카루이자와의 옆으로 가 화면을 훔쳐본다.


"......"


 사토는 그 화면에 비춰진 사진을 보고 카루이자와와 마찬가지로 경직됐다.


"이, 이거 누가 보낸거야?"


"......네네 쨩이......"


 모리 네네가 보낸 채팅과 함께 첨부된 사진에 찍힌 것은 이제 막 화제로 두었던 두 사람이었다.


 아야노코지와 이치노세가 이야기하면서 짐에서 나오는 장면이었다.


 바로 지금 벤치 앞에 있는 두 사람의 정면에 보이는 짐, 그 입구.


"어, 언제 찍은 사진?"


"......물어볼거야"


모리에게 황급히 채팅으로 확인을 하자, 그제 저녁임을 알았다.


 카루이자와네가 마지막 추격전으로 호리키타와 공부를 하던 시간이다.


"어째서───"


"우, 우연히 이 근처에서 만나게 되었다든가......그, 그런게 아닐까?"


 필사적으로 사토는 대답했지만, 분명히 짐에서 막 나온 참이다.


"아야노코지 군, 짐에 다녔어?"


"모르겠어......"


"안녕 카루이자와 씨"


"!?"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쫓듯, 짐 앞에서 이치노세에 말이 걸린다.


 한 번 돌아가서 갈아입었는지 이치노세는 사복이었다.


"어머? 혹시 짐에 온거야?"


"그런 이유는......그, 우연히 여기에 오게 되서......그렇지?"


"으, 응응"


 맞추듯 사토가 반복적으로 오버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벤치에서 쉬고 있었음을 알린다.


"그렇구나. 틀림없이 아야노코지 군이랑 같이 짐이라도 가는 줄 알았어"


 마치 알고 있는게 당연하다는 듯이, 이치노세는 아무렇지도 않은 미소로 대답한다.


"에───?"


"응? 왜 그래?"


"......키요타카가 짐에 다닌다는 거, 이치노세 씨는 알고 있었어?"


 화면을 끄고 카루이자와는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는다.


"알고 있었다고 할가, 얼마 전부터 내가 다니기 시작했어. 아야노코지 군에게 그걸 말하고 함께 체험해봤는데 마음에 든 것 같아"


"그렇구나......"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카루이자와는 중얼거린다.


"이치노세 씨는 이제 짐에 가는거야?"


"특별시험에서 이겼으니까 친구들이 축하하자고 했거든. 카페에 모일 예정인데 저번에 짐에 왔을 때 물건을 잃어버려서 찾으러 들르려고 했을 뿐이야"


 그렇게 말하고 이치노세는 미소짓는다.


"저기 이치노세 씨. 저번에 아야노코지 군과 둘이서 만났다는 얘기 진짜야?"


 카루이자와가 물을 수 없다면 자신이 움직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사토는, 과감히 그렇게 묻는다.


"에?"


"이치노세 씨......아야노코지 군과 아무 관계도 아니지?"


"싫네. 나와 아야노코지 군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


 설마 설마, 하며 가볍게 손을 흔들어 부정해보인다.


"......정말?"


 그래도 사토의 의심은 풀리지 않고, 더 깊게 추궁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매를 잡아당겨 사토를 말리려 했지만, 그런 카루이자와의 저항은 강하지 않았다.


"응. 나 그런 걸로 거짓말 안 해. 그 때, 아야노코지 군은 반의 일로 상담을 받아주고 있었을 뿐이야......혹시 오해하게 만들었으려나?"


 노려보는 듯한 눈빛의 사토와 불안한 카루이자와를 보고 이치노세가 당황한다.


"혹시 카루이자와 씨가 싫어하는게 아닐까 생각했었는데......미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이치노세는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을 보고 카루이자와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생각을 할 용기가 생겼다.


"......그건 칸자키 군의?"


 자연스럽게 카루이자와에게서 나온 칸자키의 이름. 이치노세는 짐작이 가지 않았지만ㅁ, 그것을 듣는 것만으로 상황을 추리할 수는 있다.


"응. 우리 반은 D반으로 떨어져서 여유가 없어졌거든. 스스로 바로 세울만한 힘도 없어서 힘들어했어. 그걸 보다못한 아야노코지 군이 어떻게든 해보자고 해서 도와주게 되었어. 그 밖에도 마코 쨩이라는 이름은 못 들어봤으려나?"


"마코 쨩이라면 아미쿠라 씨? 그건 모르겠지만......히메노 씨라면 들어봤어"


 아야노코지와 이치노세의 의혹이 약간 옅어지면서 카루이자와의 어조도 가벼워진다.


"그래그래, 히메노 씨도 반 재건에 협력해 주기로 되어 있어. 같이 대화하고 잇는 중이야. 이 사실을 아는 사람도 있으니까 안심해도 돼"


 깊게는 알지 못한다는 걸 눈치 챈 이치노세가 카루이자와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렇게 전했따.


"하지만───키요타카가 왜 이치노세 씨의 반을 돕는건지 나는 모르겠어"


"그렇네. 뭔가 이상한 이유라도 있는 건......"


 아직 의심이 사라지지 않은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며 불안감을 토로한다.


 그 말을 듣고 이치노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번 눈을 감았다.


"이해의 일치야"


"이해의, 일치?"


"우리는 요즘들어 이기지 못해 힘들어했다. 그런 상황에서 2학기 마지막에 특별시험. 상대는 류엔 군으로 또 진다면 A반과의 차이가 더 벌어져 버리는 위기였어. 아야노코지 군은 그런 꼴지인 우리가 지는 것보다 2등을 노리는 류엔 군의 반이 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게 아닐까"


 아야노코지가 라이벌 반인 이치노세 반에 가담한 이유로 가장 납득이 가는 답변. 더 강한 라이벌을 쓰러뜨리기 위해 일시적으로 가세했을 뿐인 조력자임을 강조한다.


"정말 정말로......키요타카랑은 아무것도 없는거지?"


"걱정하는 관계는 전혀 없어"


곧은 눈동자로 이치노세는 그런 관계는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거짓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그 태도에, 카루이자와와 사토도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소중한 여자친구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은 아야노코지 군도 안되겠네. 하지만 내가 원인으로 그 균열을 만들었다면, 응, 책임지고 사이를 돌려놓을게"


"그, 그건 괜찮아. 사정도 알았고, 오늘 화해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일부러 말해줘서 고마워 이치노세 씨"


"아니 신경 쓰지마. 또 무슨 곤란한 일이 생기면 말해줘"


 상냥하게 그렇게 전하고, 이치노세는 짐에서 멀어지는 두 사람의 등을 지켜본다.


"안심해 카루이자와 씨. 정말이야, 아야노코지 군과는 지금은 아무것도 없어"




 카루이자와의 등 뒤에서 들리지 않는 작은 목소리.


 그렇게 중얼거리던 이치노세는 한마디를 계속한다.





"지금은 아직, 말이야───"





 몸에 뿌린 향수 냄새를 남기며, 이치노세는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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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케이파였는데 진짜 존나 불쌍하고 가슴이 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