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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대기시간을 포함한 특별시험을 마치고, 학생들은 일단 안도한다.


"모두 고생했다. 내일 결과가 발표되며, 수업도 오늘로 끝이다. 모레부터 겨울방학, 너무 무리하지 말도록. 이상, 오늘은 여기까지"


 챠바시라 선생님의 위로의 말로 방과 후를 맞이한다. 이제 내일 종업식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답답한 시간에서 해방되어 많은 학생들은 앞으로 자유롭게 날개를 펼칠 것이다. 각각 얼마나 문제를 풀었는지 못 풀었는지 검토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호리키타가 솔선수범해 의견을 모아 채점을 단행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몇 점 맞았다고 예측해봤자 상대의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 내일이면 결과가 전부 나오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저기......"


 내 근처에 조용히 다가온 케이가 작은 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무슨 일이야"


"그......슬슬, 나도, 용서해줄까 해서───"


 조심조심, 혹은 망설이면서,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직후에 호리키타도 내 자리에 온다.


"아야노코지 군 잠시 괜찮을까?"


"미안하지만 호리키타 씨, 나중에 해줄 수 있을까?"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만, 공교롭게도 학생회 안건이야. 키리야마 부회장, 아니, 전 부회장의 호출이야. 당장 학생회실로 오라고"


 사실임을 증명하듯 호리키타는 핸드폰에 도착한 메시지를 보여준다.


 그런 호리키타 뒤에는 웃는 쿠시다도 떨어져 서 있었다.


"미안 케이. 이게 끝나면 얘기하자. 언제든지 연락줘"


"으, 응. 다녀와......"


 나는 케이를 남기고 호리키타와 쿠시다와 함께 교실을 떠난다.


"특별시험이 끝난 줄 알았는데 또 학생회라니. 나구모 선배도 있는 것 같아"


"그 둘은 이제 학생회 사람이 아니야. 부름에 응할 필요는 없을텐데?"


"그럴 수는 없어. 학생회와는 무관하다 해도 상급생임은 틀림 없으니까. 게다가 이번에는 예의 키류인 선배 건에 관해서인 것 같거든"


"과연. 그렇게 된건가"


 이 흐름은 어젯말 키류인과 몇 번인가 주고받은 예상 내 이벤트.


 단지 이 건이 키리야마에서 호리키타에게 전해져 온 것은 의외의 전개다.


 원래 예정으로는 키류인이 말을 걸어 키리야마와 나구모, 그리고 나 4명만이서 모일 생각이었다.


"저기,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키류인 선배한테 무슨 일이 있어?"


"그러네, 쿠시다 양에게도───"


"이번 일은 내가 애기할게. 호리키타에게도 전해야 할게 있으니까"


"전해야 할 것?"


"이번 도둑질 사건으로 내가 제3자로부터 얻은 증언에 대해서다"


 그런 말을 마치고 학생회실 앞에 도착하자 1학년 학생들 두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A반의 아가, 거기에 쿠시다와 함께 새로 가입한 나나세도 섞여 있다.


 내가 상정하고 있던 최소한의 멤버에, 학생회 전원이 추가되어 있는 건가.


 아무래도 이번 건, 다른 인물이 그리고 있는 전개가 섞여 있는 것 같다.


"왠지, 첫 학생회 일이고 하기 때문에. 서기로서 달려왔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소중한 듯이 노트를 안고 있다.


"그거 기록용이야?"


"네. 서기의 일은 적어두는 것이라고 들었기에"


"학생회실에 회의록용 노트는 비치되어 관리되고 있을텐데?"


"에, 그런가요? 사버렸는데......"


 아무래도 학생회에 봉사할 각오가 높은 것 같아 앞서버린 것 같다.


"뭐 큰 문제는 아니지만 영수증이 있으면 나중에 제출해. 이쪽에서 처리할게"


"네, 넵. 죄송합니다"


 학생회 예산에서 노트값을 정산한다고 호리키타가 전한다.


"일단 들어가볼까요"


 이미 학생회실에는 나구모가 도착한 듯 안에서 키리야마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항상 앉아있던 학생회장 자리에는 없고 선 채로.


"미안 호리키타. 2학년은 특별시험 직후라 피곤할텐데"


"그건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키류인 선배의 건이라고 하셨는데......"


 내가 설명한 건 말하지 않고, 아무것도 모른 채 호리키타가 나구모에게 묻는다.


"그래. 키리야마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키류인이 학생회에 호소할테니 자리를 마련하라고"


"학생회에 호소를......?"


 그건 금시초문이다. 학생회에 호소한다? 어째서 키류인은 그런 방법을 취했을가.


"근데 아야노코지도 부른거나 키리야마"


"그때 그 자리에 있던 한 명이니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이상한 소문을 흘려도 곤란하다고 생각한 뒤의 판단이다"


"뭐 좋아. 스즈네의 첫 무대를 견학할 수 있다니 다행이네"


 그러면서 나구모는 학생회장 의자에 앉으라고 호리키타를 재촉한다.


"......실례하겠습니다"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호리키타는 그 자리에 앉았다.


"결국 부회장으로는 쿠시다를 골랐구나"


"네. 이미 재적하고 있던 1학년 아가 군에게 부탁할 생각도 있었습니다만, 학교를 보다 자세하게 파악하고 있는 쿠시다 양이 타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니, 학생회장의 선택에 내가 뭐라 할 수 있을까"


 학생회장 자리에 앉은 호리키타와 새로 부회장으로 취임하기로 결정된 쿠시다 두 사람은 농담도 하지 않도 진지한 얼굴로 착석한다.


"하지만 호출을 해놓고 약속 시간에 늦다니, 여전하네 이 녀석은"


 심의의 장소. 키류인 후우카가 몇 분 뒤 마지막 참석자로 입실해왔다.


"기다리게 했군, 새 학생회장"


"어서 앉아주세요"


"아니 됐어. 나는 서서 이야기를 나누겠어. 별로 상관 없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키류인 선배에게 몇 가지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뭐든 물어봐"


"학생회를 상대로 호소를 제기하기로 결정한 것 같은데, 그 내용을 듣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듣지 못한, 그런 행동을 계속하면서 호리키타가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호소?"


 신기한 듯 고개를 갸우뚱한 키류인이었지만, 키리야마가 재촉한다.


"네 지각으로 이미 시간이 많이 밀렸다. 빠르게 진행해라"


"이런이런 성급하구나. 좋아, 그럼 다시 경위를 설명해줄까?"


 키류인이 방과 후 케야키 몰에서 쇼핑을 하다가 3학년 D반 야마나카에 의해 도둑질 당할 뻔한 일. 다행히 가방에 숨기려던 걸 키류인이 눈치채고 저지한 것. 도둑질 자체는 미수에 그쳤음을 전한다.


"야마나카가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행동을 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거든"


 키류인은 곁눈질로 나구모를 본다.


"그런 야마나카를 따지다보니 한 사람으로부터 범행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자백받았다.


"그 사람은 누구를 말하는거죠?"


"이 자리에 있는 전 학생회장, 나구모 미야비다"


금시초문인 1학년 학생회원들은 깜짝 놀라 나구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키류인 후우카를 중심으로 일어난 몇 가지 사건.


 아니 사안이라고 불러야 할 행위


 그것이 야마나카 당사자의 뜻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


 전자라면 사정을 들어 벌을, 후자라면 진범을 찾을 필요가 있다.


 학생회장으로서 첫 출항이 무사히 끝날지 지켜봐볼까


"키류인 선배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 나구모 선배는 무슨 이견 없으십니까?"


"물론 있다. 공교롭게도 키류인, 나는 야마나카에게 그런 지시는 하지 않았어. 이런 사건이 표면화되면 내 신뢰에 흠집이 생긴다. 메리트가 전혀 없잖아"


"어떠려나. 넌 항상 나와 진검승부를 하고 싶어했지. 하지만 나를 3년 동안 상대할 일이 없었다. 그걸 원망했던 건 아닐까. 혹은 나를 부추겨 승부수를 띄우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지"


 여기까지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평행선을 이루고 있다.


"확실히 나는 너와의 승부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의욕이 없는 너에 대한 흥미는 오래전에 사라졌다"


"후후후. 정말 그런가?"


 각각의 주장을 서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키리야마 선배는 키류인 선배의 클래스메이트입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나구모 선배를 부회장 되는 입장으로 지탱해 온 분이죠. 양측의 주장을 듣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까운 제3자로 선택한 키리야마에게, 호리키타는 그렇게 질문한다.


"키류인이 도둑질범으로 몰릴 것 같아 분개하는 마음은 이해된다. 하지만 이번 건에 나구모가 관여하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만약 진심으로 나구모가 시도했다면, 더 효과적인 방법을 택했겠지"


"그건 네가, 나구모를 지나치게 높게 사고 있는거라 생각하진 않아?"


 키류인은 작게 웃으며 허리춤에 손을 얹고 키리야마를 부추긴다.


"나구모가 이 학교에 남긴 성과를 생각하면, 이것이 과신이 아님은 명백하다"


"그럼 이번 일, 야마나카 선배는 어째서 이런 짓을 일으킨걸까요. 자기도 모르게 키류인 선배에게 앙심을 품고 일을 저질렀다? 그런데 왜 나구모 선배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을까.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진상은 알 수 없지만, 야마나카가 개인적으로 결행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도 분명하다"


"단독범은 아니라는"


"3학년 중에서도 야마나카의 카스트는 상당히 낮다. 나구모가 아니더라도, 예를 들어 프라이빗 포인트를 대가로 조종당해 행동하는 것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지"


 어디까지마 키리야마의 주장은 나구모도 야마나카도 아닌 제3자가 뒤에 숨어 있다는 생각.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진범을 특정하기 위해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군요"


"그렇지. 하지만 특정을 어려울 거다. 키류인에게 자백을 강요당한 단계에서 순순히 말하지 않고 나구모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이건 그에 맞는 각오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야"


"그게 어째서인지 너는 알겠어? 쿠시다 양"


 여기서 호리키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쿠시다에게 묻는다.


"3학년에 나구모 선배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하는 것은, 야마나카 씨에게는 단점 뿐이야. 그런데도 입에 담았다면......진범을 숨기려는 의식이 너무 높다는거네"


"그 말대로야. 가장 두려워해야 할 나구모보다, 그 진범을 더 두려워한다는 거야"


"나는 이해할 수 없군. 나구모 이상으로 두려워할 학생은 생각나지 않는데? 억지로 진범이 있다고 믿게 만들고 싶을 뿐인가?"


 나구모를 계속 의심하고 있는 키류인의 입장에서 보면, 키리야마도 나구모 쪽 인간일 뿐이다.


 진범 특정이 어렵다는 말만 계속 던지는 것을 보고 불신만 커질 것이다.


"너야말로 내가 범인일 거라고 단정짓고 있는 거 아니야?"


"다른 후보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양자 일단 조용히. 두 분이 대화해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지적대로, 키류인과 나구모의 대화는 끝없는 평행선이다.


"만약 키리야마 선배라면 이번 일은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이 이상의 캐묻기, 추궁은 피해야 할 거다. 다만 미수에 그쳤다고는 하나 야마나카가 한 짓은 용서할 수 없는 행위야. 다시 한 번 키류인에 대한 사과와 가능한 한 위자료를 지급한다. 그 정도 조치만 해도 문제는 없다고 본다


"그럼 학교 측에 보고할 필요는 없다는?"


"야마나카 단독범이라면 그래야 해. 그러나 이대로 위에 보고해도 진범을 찾지 못하면 모든 죄를 야마나카 한 사람이 지게 된다. 틀렸나?"


"확실히 그렇네요. 학교가 조사해도 진범이 나타난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나구모가 결백하다는 결론은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진범으로부터의 사과뿐인데?"


"그게 불가능하다는 거다. 아니면 진범에 다다를 수 있다는 건가? 지난 몇 주 동안 무엇 하나 새로운 정보를 들은 기억은 없다만. 아니면 네가 폭행으로 위협한 어딘가에서 확실한 정보라도 얻기하도 했다는거야?"


 부회장으로 지낸 키리야마의 발언에, 키류인은 어깨를 움츠린다. 부상 등은 입지 않았다고 생각되지만 회색 지대의 공격을 한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동정의 여지가 있다고는 하나 그 부분을 찔리면 키류인으로서도 곤란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아야노코지 군. 당신은 얼마 전, 아사히나 선배와 접촉했다고 하던데"


 여기서 호리키타가 방금 내가 들은 이야기를 화제로 불러일으킨다. 나구모와 친한 사이인 아사히나의 이름이 나오자 나구모도 시선을 이쪽으로 돌렸다.


"아사히나 선배를 통해 3학년의 사정을 대충 들었어. 나구모 선배가 어떤 계약을 3학년들에게 했고 어떤 관계로 있는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살펴봤다"


"학샐회실에 오기 전, 저는 아야노코지 군으로부터 그 상세한 내용을 보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아사히나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야마나카 선배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았죠"


"호오? 역시 아야노코지야, 내가 기대하고 부탁한만큼 하는군"


 그에 대해선 이미 키류인에게 보고가 끝났찌만, 일부러 처음 듣는 말이라고 어필한다.


"네가 아야노코지를 움직인건가 키류인"


"불복인거냐 나구모"


"아니. 단지, 그렇다면───"


 생각이 있는지 계속하려던 나구모였지만, 이내 입을 닫는다.


"미안. 신경쓰지 말고 계속해 줘 스즈네. 이건 학생회장인 네 첫 안건이니까"


 촌스러운 짓은 하지 않겠다고 재차 지켜보는 자세를 취한다.


"야먀나카 선배와는 만나지 못했지만, 대신 어떤 인물이 아야노코지 군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녀와 같은 3학년 D반의 타치바나 선배입니다. 왜 무관한 그가 나왔을까. 그것은 야마나카 선배가 사실대로 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던 것 같습니다"


"야마나카와 타치바나가 이어져 있었다고?"


 나구모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태도로, 그렇게 호리키타에게 묻는다.


"타치바나 선배에게 진상을 찾으려했더니 같은 대답만 돌아왔다고 아야노코지 군이 말했습니다. 나구모 선배의 명령에 따라 키류인 선배의 가방에 상품을 넣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당연하지만 나는 타치바나와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한 달 말을 들어본 기억도 없어. 진범은 타치바나일지도 모르겠네"


"뭐 너는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겠지"


 나구모에 말에 키류인이 그렇게 대꾸하는 것은 필연이다.


"키류인 선배는 타치바나 선배와 무슨 접점이 있었나요?"


"전혀 없다. 나구모 이상으로 관계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어"


"그러니까 그가 진범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야마나카 선배보다 동기가 희박하단 거군요"


"타치바나 선배도 야마나카 선배처럼, 누군가에게 명령을 받았다는 겁니까?"


 여기까지 노트에 회의록을 적고 있던 나나세가 호리키타에게 그렇게 물어온다.


 그러나 그 물음에 호리키타는 대답하지 않고 침묵했다.


 곧 답이 돌아올 것이라고 누구나 생각했던 만큼, 놀랐을 것이다.


"받은 보고는 그게 끝이 아니지? 이어서 들려달라고 학생회장"


 그렇게 재촉하는 키류인에게도 호리키타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것도 무리는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 앞으로의 핵심을 전하지 않았다.


 얼마 전 타치바나와 동석했던 아사히나와 비슷한 정보만 주었기 때문이다.


 도움을 청해 온다면 얼마든지 도와주지.


 하지만 그 전에, 호리키타의 사고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싶었다.


"나구모 선배는 자신이 범인지 아니라고 한다. 한편 야마나카 선배와 타치바나 선배는 일관되게 나구모 선배에게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이것은 명백한 모순입니다"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우선 양쪽의 주장을 믿고 싶습니다"


"발언의 모순을 믿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회의록을 계속 작성하는 나나세가 펜을 멈추고 그렇게 중얼거린다.


"보통은 그래. 하지만 둘 다 정말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조건이 더해지면 모순이 없어지지 않을까"


 이렇게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는 가운데, 아무래도 호리키타는 하나의 가능성을 요구한 것 같다.


"진범은 나구모 선배의 명령으로 한 일을 부탁받아 달라고 타치바나 선배에게 전했다. 타치바나 선배와 야마나카 선배는 그 말을 믿었기 때문에 그렇게 계속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그건 범죄 행위. 보통 나구모 선배를 직접 만나 진짜인지 확인하는 데서 시작하지 않나요?"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보증, 확실함을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것은 어째서인가. 그 진범 또한 야마나카 선배나 타치바나 선배가 믿을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나구모 선배의 대변인. 동시에 권력을 가진 자"


 이 학교에서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는 인물은 1명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일. 뒤에서 숨어 있던 진짜 인물은───나구모 선배가 아니라 부회장이었던 키리야마 선배. 당신 아닌가요?"


 전원의 시선이 일제히 키리야마에게 쏠린다.


"내가? 어째서 그런 결론에 이르지"


 키리야마는 침착한 모습으로 자신의 이름이 나온 것에 대한 의문을 토로했다.


"지금 설명으로 못 알아들으셨나요? 정보를 정리마녀 그 결론이 제일 타당합니다"


"아야노코지가 알아낸 정보가 진실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나는 나구모로부터 A반 티켓을 약속받고 있는 몸이다. 그런 짓을 일으킬 이유가 절대 없어"


 그렇게 변명하는 키리야마에게 뜻밖의 인물이 손을 내민다.


"학생회장의 추리는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만, 키리야마의 말이 맞다. 내가 키리야마를 의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길들여진 개에게 주인을 물 용기는 없을 거다"


"그럼, 지금부터 새로운 증인으로 야마나카 선배, 타치바나 선배를 불러도 괜찮을까요"


 호리키타는 나구모에게 그렇게 거절과 확인을 하려고 한다.


"학생회장은 너다. 마음대로 하면 된다"


"그런가요"


"기다려"


 거기에 제동을 건 것은 키리야마다.


"그 증인은 이 자리에 불려지는 것을 알고 있나?"


"아뇨. 지금부터 제가 연락하고 협상하려합니다"


 키리야마는 호리키타를 노려보고, 그리고 이 일에 관여하고 있는 나 또한 노려보았다.


 진범=키리야마 설이 나오지 않았다면 주목받지 못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거진 이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질문 공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인물들이 즐비한 자리에 끌려나와 과연 두 사람 모두 협의 없이 키리야마의 존재를 감출 수 있을지. 이 자리에서 거짓말을 하고 속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을 부르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호리키타가 그렇게 키리야마에게 묻는다.


 밖으로 끌려나오는 것을 싫어한다면, 끌어내면 된다.


 그것이 가장 빠르고 간결한 방법이다.


"그건......"


"뭘 당황하는 거야 키리야마. 너는 상관없으니 버티고 있으면 돼"


 나구모는 가벼운 모습으로 키리야마에게 그렇게 전하는데, 그 눈동자에서는 의지가 엿보인다. 직전까지 키리야마를 의심하고 있지 않았던 것 같지만, 풍향이 변한 것은 감지한 것 같다.


"......알았다. 여기까지 하자"


 더 이상 뒤가 없음을 깨달은 키리야마가 단념한 듯 그리 말한다.


"그건 무슨 뜻일까요"


"증인을 부를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이번에 타치바나에게 지시를 내린 것은 나라고 인정한다"


"네가 범인이었다니. 대답이 필요하다고 해야 할까, 어째서 이런 짓을 했지?"


 힘이 빠진걸까, 키리야마의 모습에서는 당황하거나 하는 내색은 보이지 않는다.


"키류인에게는 미안한 짓을 했지만, 목적 수행을 위해서는 너여야만 했다"


"나였어야 했다고?"


"나구모로부터의 전령, 포인트를 벌기 위해 일을 하라고 하며 타치바나에게 두 가지 대답을 심어뒀다. 벌써 2학기의 끝이 가까워지고 상당히 조바심이 있었으니까. 의심할 필요도 없었겠지"


 나구모의 측근이었던 부회장 키리야마에게서라면, 믿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거짓말의 내용은 이렇다. 만약 키류인이 깨닫지 못하게 도둑질의 죄를 뒤집어씌울 수 있다면 A반행 티켓을 준다. 실패하면 당연히 무효지만, 포인트는 지급한다"


"대담한 거짓말이군. 야마나카가 성공했다면, 곧바로 네 거짓말이 드러났을 거다"


 나구모의 지적은 옳다. 타치바나와 야마나카는 즉시 보상 티켓을 요구하러 갔을 것이다. 그리고 키리야마가 거짓 전령을 말했다는 것을 순식간에 주위가 알게 되었겠지.


"3년간 같은 반이었다, 키류인의 성격도 실력도 난 잘 알고있지. 야마나카 정도의 인간이 아무 훈련 없이 키류인에게 그런 짓을 하는 거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것이 키류인이어야 했던 이유. 반드시 실패할 상대를 선정.


"처음부터 들킬거라 알고 있었나. 그런데 모르겠네. 나를 화나게 하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쓸데없이 손이 많이 가고, 너에게 아무런 메리트가 없다"


"키류인 선배는 도둑질범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 그 생각에서 틀렸다는건가요"


 나나세는 회의록에 글을 쓰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네가 야마나카를 추궁하고 나구모의 이름이 나온 단계에서 우선은 클래스메이트인 나에게 나구모에게 직접 담판을 짓기 위한 약속을 잡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약속 시간은 조정해 어느 타이밍에 부딪히는 것이 진짜 목적이었다.


 그때, 그 상황에서는 나도 동석하고 있었기 때문에, 키리야마의 노림수는 금방 보이기 시작했다.


"학생회 선거. 그것을 미리 무너뜨리는 것이 키리야마 선배의 목적이었던 것 같네요"


"역시 아야노코지. 호리키타 선배가 말한 만큼은 하는군"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을 나구모도 키리야마의 의도와 목적에 납득이 간다.


"도둑질이라는 과거를 가진 호나미의 상처를 드러내 사퇴시키고 싶었단 말인가"


"그래. 내가 개인적으로 과거의 문제를 지적해도 좋았지만, 그거론 약하다고 판단했다. 그런 짓을 싫어하는 키류인이라면 아무것도 모르는 이치노세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사정없이 내뱉어 줄 것도 계산하고 있었다"


 기가 막히면서도 키류인은 가벼운 박수를 키리야마에게 보낸다.


"아무래도 나는 멋지게 너의 손에 놀아난 모양이네. 한판 뺏겼군 키리야마"


 호리키타 마나부에게 배우고, 그리고 나구모의 오른팔로서 부회장을 맡아 온 키리야마의 의도와 목적은 확실한 것이었던 것 같다. 우연을 가장해 이치노세에게 상처와 부담을 주고, 학생회장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하기 위해 키류인을 사용했다. 키류인은 호리키타 마나부에게도 뒤지지 않은 실력자지만 친구가 없는 현편한 성격이며 고고한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전이라는 부분에서 매우 취약하다. 나구모, 키류인의 성격을 전부 알고 있는 키리야마의 전략.


"무엇보다 예정 밖이었던 것은, 이치노세가 그 전 단계에서 학생회를 나가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걸 일찍 알았다면 내가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었을 텐데"


 도둑질로 끌어내지 않아도 학생회 선거는 호리키타로 정해져 있었다.


"어째서냐 키리야마. 네가 위험을 무릅쓰고 학생회 선거에 관여한 이유가 뭐지?"


"모르는건가 나구모. 너의 이기적인 행동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치노세가 학생회를 그만둘 의지가 없어 그대로 학생회 선거를 치르면 어떻게 됐지? 너는 아야노코지와의 싸움에 응해 대량의 프라이빗 포인트를 내기의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승부에 이기기 위해서라면 투표를 포인트로 사는 행위조자 서슴지 않았겠지"


 확실히 나구모에게는 거액의 자금이 있다. 만일 고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표를 사는 전략을 쓴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모르겠네. 승리를 결정짓은 너에게는 그런 돈 따위 상관없는 일이잖아"


"상관없다고? 확실히 나는 A반으로 가는 티켓을 이미 너에게서 얻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그동안 얼마나 정신적 부하를 짊어졌다고 생각하지? 클래스메이트로부터 질투와 원망을 계속 받는 나날들. 그것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다"


 나구모를 노려보는 그 눈에는, 키리야마가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진심 어린 분노가 담겨 있었다.


"네가 자신의 여흥을 위해 쏟아 부은 프라이빗 포인트를, 더 같은 학년을 위해 향했다면 A반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학생을 늘릴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의 욕심, 자신이 싸우고 싶어서 3학년의 피땀 어린 프라이빗 포인트를 쏟아 붓는다? 바보 같은 짓도 적당히다"


 불필요한 프라이빗 포인트의 지출을 막는 것. 그것이 키리야마의 노림수다.


"몰랐다고 키리야마. 네가 남을 그렇게나 생각하다니. 내가 티켓을 준 사람들은 전부, 자신이 A반으로 졸업할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자기중심적인 실력자들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감탄한 듯 나구모가 키리야마를 칭찬한다.


"호리키타 선배에 아야노코지. 더 이상 3학년에게 있어 불필요한 싸움을 당하는 것이 불쾌할 뿐이다"


"하고 싶은 말은 알겠다. 하지만 나를 배신한 것, 키리야마 각오는 되어 있겠지"


나구모에게는 권리 박탈 권한이 있다. 거스른 키리야마의 수중에 티켓은 사라지게된다.


"계약상의 행동이다. 맘대로 해라"


"키리야마에 대한 처벌은 나구모에게 맡겨라. 그걸로 제재는 충분할테니까"


 그렇게 결론지은 키류인은 학생회실에서 나가려 한다.


"기다려주세요 키류인 선배. 아직 얘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학생회실에서 나갈 차례라고 생각했다만?"


"아뇨,그렇게는 못합니다. 이번 건은 학생회에 호소된 안건입니다. 나구모 선배 개인에게 키리야마 선배를 재판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아직 풀리지 않은 것도 남아 있고"


"풀리지 않은 것? 아직도 뭐가 남았나?"


"키리야마 선배가 키류인 선배에게 도둑질의 죄를 씌우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드러나 학생회에 일을 조정했다. 그 목적은 학생회 선거를 망치는 것. 이치노세 양에게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게 해 사퇴시킬 목적이었습니다"


 본인의 자백을 포함해, 이 가정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학생회  선거를 막으려면,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요. 도둑질이라는 과거를 이용한다면, 누구의 눈에도 닿지 않는 곳에서 이치노세 양과 접촉해 사퇴를 재촉할 수도 있었다. 그게 안전하고 확실할텐데"


"키리야마가 그 발상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군"


 흥미를 가진 키류인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어째서 굳이 그런 위험을 짊어졌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혹시 키리야마 선배는 오늘 이 자리에서 자신이 진범임을 밝혀낼 각오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키리야마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학생회장인 호리키타를 바라본다.


"이번 일을 공개하면서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던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저뿐이 아닌 학생회 멤버 전원을 모은 것. 아야노코지 군을 부른 것. 모든 것은 키리야마 선배의 지시였다고 처음에 말씀하셨죠?"


 학생회에 호소한다고 먼저 말한 것은 키류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입실 직후 호리키타가 물었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던 것은, 키리야마가 멋대로 한 행동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의문을 흘려버리듯 말을 재촉한 것도 키리야마다.


"호리키타. 한순간이지만 너의 존재가 호리키타 선배와 겹쳐보여 신기한 기분이군"


 그 추리가 맞다는 것을 칭찬하듯, 키리야마는 말한다.


"어디까지 효과를 발휘할지는 몰랐지만, 그 말대로다. 나구모에게 불만을 품는 학생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 사실을 본인에게 얘기해봤자 내 발언 따위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겠지. 아닌가?"


"그럴지도"


 부정하지 않고, 어느 쪽이냐 물으면 긍정하는 나구모. 지금까지도 계속 무시해왔을 것이다.


"방식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진상은 이랬던 것 같네요. 나구모 선배"


"어떻게 할거지 나구모. 네 멋대로인 행동이 낳은 이번 책임, 키리야마에게만 떠넘길 생각인가?"


"그러네. 확실히 이번 일에 나는 무관하다고 단정지었지만, 그 말을 들으면 그렇게 말할 수 없겠지"


 어떤 결론은 내리는가 싶었는데 나구모는 키리야마에게 시선을 떼고 호리키타를 바라보았다.


"진상에 도달한 것은 네 공적이다, 스즈네. 그러니 학생회 안건으로 네가 판단하고 심판을 내려라"


"......제가 결정해도 상관 없나요?"


"거기 앉아있는 건 장식인가? 네 판단에 따르지"


 모든 것을 지켜본 호리키타는 어떤 지시를 내릴 것인가.


"그럼 학생회장으로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건, 우선은 키리야마 선배는 키류인 선배에게 깊은 사죄를. 그리고 배경에 어떤 사정이 있다해도, 무관한 야마나카 선배와 타치바나 선배를 끌어들여 범죄의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한 사실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겁니다. 다만 학교 측에 보고하면 일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 자주적인 정학으로 반성해 주셨으면 합니다"


 학생회는 학생을 정학이나 퇴학시킬 권리가 없다. 그런 것을 내리기 위해서는 학교측의 승인플 필수불가결. 그것을 위한 자주적인 정학.


 병결인 척이든 뭐든, 어쨌든 기숙사에 틀어박혀 반성을 하라는 것이다.


"또 나구모 선배에게 직접적인 책임은 없지만 계약을 맺은 이상 일정한 관리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키리야마 선배의 반 이동 권리를 박탈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번에는 그것을 행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해주세요"


"과감한 요구로군"


"거부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 판단에 따라 주시는거죠?"


"나도 이번엔 키리야마를 강하게 비난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아뇨. 이것으로 끝내버리면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으니까요. 앞으로 3학년들에게서 모은 프라이빗 포인트는 3학년들을 위해서만 사용할 것. 그 조건도 덧붙이겠습니다"


그동안 나구모는 자신의 왕좌에서 마음대로 놀아왔을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대량의 프라이빗 포인트를 사용하고, 호리키타 마나부나 타 학년에 대한 불장난으로 큰돈을 썼겠지. 그것을 향후 금지한다는 조치.


"그게 학생회의 뜻이라면 따라주지"


"꽤나 시원하게 받아들이는군 나구모, 너라면 그 조건은 받지 않을 줄 알았는데"


"기본적으로 스즈네, 아니 학생회장의 말은 정론이니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제대로 된 학생회장이었던걸까.


"정말 그걸로 납득할 수 있나 나구모. 너는 나를 몰아넣을 힘이 있다"


"학생회장이 결정한 일이다. 그걸 거역하는 건 촌스러운 짓이지"


 혹은 나구모는 키리야마가 보여준 본성, 또 다른 일면을 크게 샀는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이번 일을 이걸로 끝낼 생각이냐?"


"이번 일로 나도 잘 알았어. 나는 운이 참 없다는걸"


 뭔가는 포기한 듯한 나구모의 지루한 얼굴. 그러나 그 이상을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편, 키리야마의 표정에는 관념한 모습도, 모든 것을 들춰내고 맑아진 모습도 없다. 뭔가 다른 생각. 그 앞을 내다보는 그런 식으로 이해가 안가진 않는다.


"이상으로 본건은 해결, 종료로 합니다. 또 이번 건은 다른 학생에게 누설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학생회장의 선언으로, 사건은 모두 해결됐다. 하지만 정말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는지는 알 수 없다. 마지막으로 보여준 키리야마의 의미심장한 표정을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