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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도로 나오자, 이치노세 반 학생들이 급한 얼굴로 달려간다.


 게다가 류엔의 반 학생들 역시,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소란스러웠던 원인도 금방 드러난다. 어느 교실 앞에 모인 학생들.


 그것을 걷어차듯 이시자키와 알베르트가 억지로 길을 열고 있는 중이었다.


"나와 이치노세! 류엔 씨가 왔다고!"


 교실 안을 향해 그렇게 외치는 이시자키를, 복도에 나와 있던 시바타가 말린다.


"무슨 짓이야 갑자기 몰려오고. 지금 이쪽은 바쁘다고"


"아앙? 알바냐 그런 거. 당장 이치노세를 데려오라고"


 억지로 시바타의 어깨를 잡고 입구에서 치우려 하지만 시바타도 저항을 보인다.


 이시자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은 그 뒤에서 불온한 미소를 짓고 있는 류엔이다.


 하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다.


 여럿이 오가는 점심시간, 복도에는 다수의 감시 카메라도 존재하니 문제 행동이 일어나면 학교 측도 냄새를 맡게된다.


 류엔의 행동을 감지한 자들이 이치노세는 교실로 숨기고 있는 중인걸까.


 잠시 경직되는 듯 보였던 상황은, 곧 변화를 가져온다.


 교실 문이 열리고, 이치노세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동시에 주위 여러 여자들이, 그만두는 것이 좋다고 말리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여기서 칸자키나 하마구치 등 주요 학생들도 모습을 보였다.


"이거 이거. 드디어 나오셨나. 학생회를 그만둔 얼빠진 리더 씨"


 오늘 막 알려진 학생회의 신체제 발표. 그에 따라 이치노세가 그만둔 것은 누구나 알게 된 일이므로 그 자체가 놀랄 이야기는 아니다.


 그만둔 이유도 표면적으로 학업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공지됐지만,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류엔에겐 관계 없는 일.


 아무래도 이 시간대는 노린 것은 의도적. 사람의 눈길을 끄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행동이다.


 사실 소란이 일어나 상황을 보러 온 타 클래스 학생들도 많다.


 나와 시선이 마주친 A반 하시모토가 스윽 다른 학생 무리로 뒤섞였다.


"꽤나 시끄러운 일이 되어버렸네"


"그거야 그렇겠지. 일찍 학생회에 기어들어가서 내신 점수를 벌고 있었는데, 그것조차 유지할 수 없게 된 심경을 알고 싶어하는 건 군중의 당연한 감정이잖아. 그치?"


"예!"


 류엔이 그렇게 말을 걸자, 옆의 이시자키가 두 팔을 가볍게 들며 그렇게 대답하낟.


"학업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전해뒀는데"


좀 난처한 표정을 지은 이치노세가 새삼 학생회를 빠져나간 이유를 말한다.


 하기야 아까도 말했듯이 류엔에게는 대답이 어떻든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사실 쫓겨난게 아닌가? 너는 학생회에서 쓸모가 없다고 말이야"


"그렇게 보인다면 그럴지도 모르겠네"


 진지하게 대답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치노세가 류엔의 말에 맞춰준다.


"크큭. 아니면 과거의 죄가 이제 와서 문제라도 되었나? 학생회장이 절도범이라니,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이해가 안가진 않는군"


동조로 끝낼 생각이 없는지 류엔의 말은 계속된다.


 절도라는 단어에 생각하는 것도 있겠지만, 가장 최근에도 이치노세는 받아들인 이야기.


 학생회에서 일어난 일로 일시적으로 내성도 갖췄는지 동요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무슨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건 좋지 않아"


"그렇지도 않거든. 많은 녀석들이 궁금해할걸? 네가 학생회를 그만둔 진상을 말이야"


 이 자리에서 드러내봐라, 그런 도발을 계속한다.


 더 이상 동료로서 잠자코 듣고 있을 수만도 없어, 칸자키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적당히 해라 류엔. 이치노세의 학생회 탈퇴 이유는 학생회에서도 통보한 대로야"


"표면적인 이유는 아무래도 상관 없어. 이 시기에 그만둔다는 건 여러가지 눈치를 보고 있다는 거잖아. 다음 특별시험에서 나한테 지면 드디어 벼랑 끝에서 굴러 떨어지게 되는거니까"


 자신이 이치노세에게 진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는 류엔다운 발언이다.


 뒤가 없는 이치노세 반에, 지금 떠오르는 계기는 없다.


 게다가 A반과의 차이가 배로 벌어짐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절망감이 더해진다.


 지금은 위기감이 희박한 이치노세 반 학생들도, 그 사실을 깨닫기 시작할 것이다.


"일일이 시험을 치르는 것도 귀찮을 것 같은데, 너희 반에게는 기권을 추천하마"


"이 이상 웃기지도 않는 발언은 그만둬. 우리는 A반을 포기한 적이 없어. 게다가 이번 특별시험도 지지 않기 위해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노력인가. 확실히 너희들의 장점은 바보같이 성실한 것뿐이니까. 교과서와 이야기하면 이길 수 있는 이 특별시험에 희망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닌가"


 이 접촉만으로 이치노세 반이 기권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어디까지나 추가적인 부추김,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칸자키의 말로는 이미 공부에 대한 다수의 방해 공작이 시작된 것 같고.


 끼어든 칸자키의 등장부터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치노세.


 할 말이 없는건가 싶었지만, 그 표정에는 그늘진 기색이 없다.


"류엔 군. 이제 마음은 풀렸어?"


 변함없는 태도로 이치노세는 칸자키를 달래며 미소를 지었다.


"나에게 무슨 말을 해도 네 자유지만, 열심히 하는 애들의 방해만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제 밥 먹으러 갈 애들 생각도 해줘야지"


 복도를 막듯 넓게 서 있는 류엔에게 그렇게 주의한다.


 이 모습을 단순한 허세로 볼 것인가. 미묘한 느낌이긴 했지만 학생회를 떠난 것에 대한 주위의 흥미와 의심을 비대화시킴으로써 류엔은 충분히 목적과 효과를 이루었다고 판단했는지 입꼬리를 살짝 올린다.


"아무래도 방해가 되는 것 같군. 이쪽도 배가 고프니 돌아가지"


 불과 몇 분간의 일이기는 했지만, 류엔이 나타나기만 해도 소동이 벌어지는 것은 여전한가.


 악평 또한 평이다. 2학년 사이에 있어 그 힘은 틀림없이 발휘되고 있다.


 류엔이 떠나면서, 모여있던 학생들의 3분의 2가 한꺼번에 흩어져 간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하시모토의 모습도 사라지고, 평소의 차분한 점심시간이 돌아온다. 이로써 호리키타 반 학생들도 차분한 시간을 되찾아 식사와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앗. 아야노코지 군!"


 사람이 떠나가자 이쪽을 알아차린 건지 이치노세가 웃는 얼굴로 다가왔따.


"미안해, 나 때문에 시끄러웠지?"


"이치노세의 탓이 아니야. 단지 류엔이 소동을 일으킨 것이 문제일 뿐이지. 괜찮아?"


"괜찮아. 오히려 우리에게 유리해"


"그 노골적인 도발이?"


"앞으로도 류엔 군은 특별시험이 시작될 때까지 방해를 계속할 거야. 그것이 우리에게 리스크보다 메리트가 많기 때문에"


 공부에 방해를 받아도 상관없다. 오히려 방해를 해달라는 듯하다.


"이치노세, 슬슬───"


 상황을 살피면서, 긴 이야기는 곤란하다는 느낌으로 칸자키가 말을 걸어왔다.


 아마 이번 점심시간에도 호리키타 반처럼 특별시험을 위한 대화와 공부가 한창일 것이다. 칸자키의 표정에서도 그 여유를 엿볼 수 있다.


"나중에 보자 아야노코지 군"


 그렇게 말하고 이치노세는 정말 동요한 기색 하나 없이 평범하게 교실로 돌아갔다.


"......나중에?"


그 말에는 조금 신경이 쓰이는 부분도 있었지만, 우선 호리키타에게 사정을 설명하러 교실로 돌아가는 것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