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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란의 전말을 지켜본 하시모토는, 빠르게 복도를 빠져나와 식당으로 향한다.


 그리고 이미 앉아 점심 식사를 하고 있던 3인 그룹에 접촉한다.


"저기 공주님. 정말 이번에 우리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거야? 이대로 정면으로 부딪힌다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닌 것 같은데"


"꽤나 B반이 신경 쓰이는 것 같네요, 하시모토 군. 내버려두시면 됩니다"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사카야나기는 하시모토에게 시선을 돌린다.


"전 D반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B반까지 왔어. 거기다 A반과의 차이도 여유 부릴 수 있을 정도로 크지도 않지. 이번에 지면 차이는 200 포인트도 안 될 거야. 큰 특별시험 하나면 뒤집힐지도 몰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의 사카야나기지만, 그 정면에 앉은 카무로는 조금 다르다.


 오히려 하시모토의 말이 이해하기 쉽고 동의하기도 쉽다.


"그 얘기랑 방금 쓱 튀어간 거랑 무슨 상관이야?"


"상황을 보러 간거야. 류엔은 차례차례 새로운 수를 써가며 이치노세의 반을 몰아붙이고 있어"


"새로운 수? 그가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모양은 그대로고 색을 바꾸고 있을 뿐이겠죠"


"그렇더라도다. 솔직히 좀 부럽다고 생각해"


 사카야나기에 대한 비판을 포함한 하시모토의 진심.


 그 진심에 대해 사카야나기는 불쾌해 하지 않고 웃는 얼굴로 응한다.


"이번과 같은 필기시험에 특화된 특별시험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바깥에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는 적고, 할 수 있는 것은 책상에 달라붙어 교과를 바라보며 자신과 마주하는 것 뿐"


"그건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하나도 없는 건 아니잖아"


"저희 반은 공부를 힘들어하지 않는 학생도 많고 자주적으로 하는 사람이나 스스로 팀을 만들어 나서는 사람들 뿐입니다. 일부러 제가 지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실력 이상으로 몰아붙이려는 행위는 오히려 독이됩니다"


 하시모토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그렇지 않다고 태도로 대답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에 상당히 불복인 것 같네요. 그럼 류엔 군처럼 온종일 감시, 압박을 주고 상대의 방해라도 할까요? 저는 그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시모토는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작은 한숨을 내쉬고, 사카야나기에게 반박한다.


"확실히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어. 게다가 류엔의 재탕이라고 생각하는 걸, 공주님이 채용할 확률이 낮다는 것도 알고 있고.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몇 배는 낫지 않을까? 집중력 있는 공부를 방해받는다는 것은 상당히 귀찮을 일이야"


 하시모토가 류엔의 전략을 따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듯 그 행동을 긍정한다.


"확실히 겉으로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이치노세 반 녀석들도 방해에 지쳐 기숙사에 틀어박히는 거 아니야? 공부하는 장소만 바뀔 뿐, 그런게 의미가 있어?"


 빵을 뜯으며, 카무로는 흥미 반으로 그렇게 묻는다.


"밖에서 공부하는 그 근간을 보면 알겠지. 다수의 사람 앞에서 공부를 하는 건 땡땡이도 치지 못하고 적당히 숨도 돌릴 수 있고, 반대로 집중력이 늘어나니까. 그렇지?'


"확실히 공부라는 것이 계속 갇혀 있다고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평소 공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일수록 외부와 접촉이 있는 곳에서 하는 것이 몸에 익기 쉬울 수도 있겠죠"


"그래서 방해가 들어올 만한 장소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치노세 반은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인가"


 잼을 빵에 바르며, 카무로도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을 잊고 있네요, 하시모토 군"


"중요한 것?"


"방해 공작을 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회색지대의 방해를 여러 사람 앞에서 하는 것은 인상적으로 안좋게 보이겠죠. A반이 이기기 위해 상대의 공부를 방해하는 그런 저속한 대우를 받는 것은 노 데미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그건......"


 적어도 그것은 A클래스, 왕자의 행동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게다가 그 작전을 실행한다면 학습 시간도 많이 잃겠죠. 괴멸적으로 상대 반의 득점을 줄일 가능성도 낮고, 이쪽도 동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득점을 얻을 기회를 잃게 됩니다. 떠오르는 것은 1학년이나 3학년을 고용해서 방해를 부탁하는 것인데, 대가에 맞는 일을 해준다는 보장도 없고, 일을 감시하기 위한 인원도 필요해요. 이번에는 빈말도 아니도 클래스 포인트의 변동도 큰 편이 아니니 비효율적입니다"


 계속 부정당하는 하시모토는 어떻게든 손을 쓸 수 없을까, 하며 포기하지 않고 머리를 굴린다.


"그럼 나 개인이 움직이는 건 문제 없겠지?"


"추천은 하지 않습니다. 그의 방식은 본말전도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전략입니다"


 공부하는 인원과 시간을 줄여 효과가 불분명한 방해 공작을 한다.


"계다가 한 명도 열 명도 마찬가지. 상대 반에 대한 괴롭힘이 주지되었다면, 그것은 당신 하나의 책임에 그치지 않고 A반 자체의 품격을 떨어뜨리게 된다. 아닌가요?"


 하시모토가 단독, 독단적으로 한 일이라고 호소해도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효과가 있으면 있을수록 뒤에서 사카야나기가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 말투로 들어보면, 그 류엔이 쓸데없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정확히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쪽에 있어서는 쓸데없는 전략이라도 류엔 군의 반이 방해 전략을 채택하는 것은 저희와 달리 큰 의미가 있어요. 그들은 2학년 4클래스 중에서도 학습 의욕이 낮고 공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적죠. 지금부터 공부를 진지하게 마주한다 해도 이치노세 양의 반의 학력에는 미치지 못할 것.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실력을 늘리는 것이 아닌, 상대를 끌어내리는 쪽에 베팅하고 있는겁니다"


 뭔가 손을 써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는 하시모토에게 사카야나기는 이론을 하나하나 제대로 설명한다.


"그럼 우리는 이대로 이길 수 있다는 거야?"


"이번 특별시험은 순서대로 가면 저희가 이깁니다. 하지만 특별시험 규칙 상 승패의 주도권은 상대에게 있어요. 하위 클래스도 상위 클래스와 싸울 수 있도록 설정된 규칙인 것 같습니다만, 상위의 저희와 달리 하위 클래스가 최고 점수의 권리를 얻고 있습니다. 이런 형식으로 싸우는 이상 절대라는 건 있을 수 없죠"


 사카야나기 반이 최고 효율로 만점을 받아도 규칙상 호리키타 반의 만점에는 당해낼 수 없다.


"가능성은 낮지만 패배 또한 좋습니다. 이쪽의 득점을 뛰어넘어 호리키타 양의 반이 이기는 일이 생긴다면, 정보 수집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정보 수집?"


"수준 낮은 학생들 중에서 능력이 있는 학생들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판별할 수 있다면 배제해야 할 우선 순위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류엔 군의 전략은 그 부분이 흐려지니, 역시 우책입니다"


 특별시험 결과는 세부사항까지 상대 반에 공지하도록 되어 있다.


 눈부신 활약을 하는 학생이 있다면, 필연적으로 눈에 띈다는 것.


"아직도 불복인건가"


 그동안 잠자코 있던 키토가, 하시모토에게 강한 어기를 담은 말을 던진다.


"아니, 공주가 하는 말은 이해했어. 하지만......나는 B반을 경계하고 있어. 잘못하면 따라잡힐 수도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는게 나쁜 건 아니지?"


하시모토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그 최대 후보는 틀림없이 아야노코지 키요타카.


 게다가 코엔지 등 잠재력이 일급품인 상대도, 무시할 수 없다.


"이 특별시험에서 지는 거라면 아직 괜찮아. 하지만 학년 말 시험에서 류엔과의 대결도 앞두고 있어. 그때 클래스 포인트의 변동은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지겠지. 그때는 절대 지지 않을 거라고 믿어도 되는거지?"


"학년 말 시험이 되면 상응하는 전략이 요구됩니다. 이번과 같은 특정 반에게 주도권을 넘기는 특수 조건을 붙이지 않는 한, 이 제가 진다는 일은 있을 수 없죠. 물론 류엔 군도 똑같이 대답하겠지만요"


 어느 쪽도 진심이 되었을 때의 자신이 패배할 거라고 1미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학년 말, 반드시 어느 한 쪽은 패배하고, 그것은 A클래스 싸움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미안, 너무 말을 많이 했어. 머리 좀 식히고 올게"


 그렇게 대답하고 하시모토는 사카야나기에게 사죄하며 그 자리르 떠났다.


 그런 다음 실내화를 벗고 신발을 신으며, 현관으로 나가 그대로 기숙사 쪽으로 향한다.


 그런 하시모토에게, 1명의 남학생이 다가왔다.


 어느 쪽에서도 말을 걸지 않고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꽤 다툼이 있었던 것 같아서"


 재미있다는 듯 그렇게 대답한 남자는, 식당을 유리 너머로 바라보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나는 리얼리스트이기도 하지만 로맨티스트이기도 해"


"상반된 뜻인데, 무슨 의미인가요?"


"리얼리스트란 현실주의자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사카야나기가 류엔에게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저런 수를 쓰는 류엔에게 승리한다. 뭐 A반으로서의 위엄을 보여주는 패턴이지"


"예. 실제로 많은 학생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죠"


"그냥, 만화나 소설, 드라마의 세계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겠지"


"즉 사카야나기 씨가 진다는?"


"리드하고 있는 A반이 이대로 독주한다, 그런 건 이야기로서 성립하지 못해. 학년 말 시험쯤에서 쓰러져 모두 나란히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이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3학년이 되고 나서 류엔과 호리키타 반과의 3파전. 결국에는 어느 반은 패배하고 A의 자리에서 내쫓기는 엔딩......같은거 말이야"


 A반에 재적하는 학생에게 있어서, 그런 공상은 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과연, 확실히 로맨티스트네요"


"호리키타와 류엔. 어느 반이 역전의 기적을 일으키든 상관 없어"


"실로 하시모토 씨 다운 생각입니다"


 다행히 하시모토는 A반의 정보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있따.


"다만, 나는 뒤뿐이 아닌 앞도, 그리고 옆으로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너도 아무 대가 없이 믿을 수는 없잖아? 카네다"


 이름을 부르자, 기분 나쁘게 웃던 카네다가 안경테에 손가락을 댄다.


"류엔 씨의 부하를 의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하시모토 씨는 그렇게 해주셔야해요. 저로서도 계산하는 데 착오가 없을테니까"


"나는 나를 위해. 너는 너를 위해 서로를 이용한다. 가장 좋은 관계지"


 카네다는 핸드폰에 꽂은 화면을 하시모토에게 보여주고 제대로 그 문구를 머리에 새겨넣은 하시모토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즉시 화면에 모든 글자를 지운다. 그리고 카네다는 자연스래 하시모토에 옆에서 사라져 떠난갔다.


"사카야나기에게 붙느냐, 류엔에게 붙느냐, 아니면 호리키타에게 붙느냐. 이제 결단을 내릴 때가 왔군"


 학년 말을 내다보며, 그 앞의 3학년을 바라본다.


 하시모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자신을 위해 계속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