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침대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내가 잠이 든 건 밤 12시가 지나고 나서였다. 


그리고 눈을 뜬 건 아침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약 5시간 정도 잤다. 


평소엔 7,8시간은 잤었는데… 여러 가지로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아야노코지 군과 오전 10시 케야키 몰에서 만나기로 했다.


더 자려고 했는데 평소와는 달리 다시 잠들고 싶지 않았다.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것은 앞으로 해야 할 일 뿐.


어제 아야노코지 군이 만나자고 했을 때부터 심박수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알고 있어, 연인과 하는 데이트가 아니라는 걸.


아야노코지 군에겐 소중한 사람이 있고 나는 그저 동급생일 뿐이다.


그러니까 오늘 약속에 다른 이유가 없다는 건 굳이 다시 물어보지 않아도 안다.


아마 학생회를 그만둔 것에 대해 물어보겠지.


그렇게 짐작해 본다.


나구모 선배가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미 소문은 돌고 있었다.


반 친구들 모두 왜 내가 학생회를 그만뒀는지 알고 싶어하겠지.


침대에 누운 채 오른쪽 왼쪽으로 뒤척이며 그런 생각만 했다.


겨우 9시 반 즈음 방에서 기다리기도 지쳐 집을 나섰다.


일기예보에서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고 했기 때문에 우산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나서 사람이 적은 이른 시간 천천히 케야키몰로 향한다.


밖은 추웠지만... 그보다 더 차갑고 냉정하게 나를 다스릴 수 있다.


일찍 나온 건 정답이라고 생각하며 약속 장소에 도착한 나는 아야노코지 군이 언제 와도 괜찮을 정도로 마지막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먼저, 최대한 어두운 표정은 하지 않기. 보여주지 않기.


그리고 카루이자와 씨에 대해서 묻지 않기.


그리고 다른 감정을 내비치지 않기.


나는 아야노코지의 친구, 친구, 그저 친구일 뿐이다.


괜찮아, 정말 괜찮을 거야.


그렇게 믿으며 우산을 꽉 쥐었다.


오늘 아야노코지군과 만나기로 내가 결심했잖아.


그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각오를 했기 때문이야.


안녕, 아야노코지 군. 


나는 이쪽으로 걸어오는 아야노코지 군을 바라보며 이렇게 인사를 건넸다.


오늘이 끝날 즈음이면 전부 잊어버리자.


이런 나의 마음을 숨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