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7년 내가 사단 신교대에 파견가 있을때 얘기임

나는 연대 수송대에서 운전병으로 파견을 왔고 운전병끼리 본부중대 수송 생활관에서 지냈음


전역하고 나서는 통합이 됐다는데 내가 있을 때는 운전병들은 다른 부대 사람이어서 아저씨 취급이었음.

선후임관계 아니고 그냥 서로 존댓말하면서 적당히 존중하는 느낌

그리고 언젠가 연대로 돌아갈 사람이었기 때문에 신교대 아저씨들과 운전병들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었음

근데 내 경우엔 1호차 운전병이랑 cp병 역할을 둘 다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신교대에 오래머물고 아저씨들이랑 교류할 일이 많아서 비교적 거리낌 없이 아저씨들 생활관에 놀러가고 그랬음


그러던 어느 날 자주 보던 인사과 아저씨가 나보고 카드놀이 좋아하냐고 묻는 거임

뭔 카드인지는 말 안했지만 무슨 카드든 딱지겜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렇다 했음

그랬더니 자기가 이번에 휴가갔다오면서 유희왕 덱을 몇개 가져왔다 중대장한테 허락도 받았다면서 같이 할래요 라고 물었음


당연히 하겠다고 했지

당시엔 휴대폰도 못 썼고 생활관에 있던 판소는 파견온지 한달만에 모조리 다 읽어버렸고 사지방에서 웹툰보는것도 질리고 오락실에서 겜하는 것도 질려서 새로운 놀이가 필요했음

그렇게 그 아저씨가 있는 통신 생활관에 딱지치러 자주 들락날락 하게 되었음


아저씨가 가져온 덱이 4개 였는데 기억나는 덱은 흑룡 덱이랑 방해꾼 덱이었음 

아무래도 나는 아저씨들 생활관에 놀러가서 카드를 빌려서 게임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덱 뭐할거냐고 나한테 물어보면 항상 먼저 고르라고 양보하고 남는거 골랐음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방해꾼 덱을 자주 잡게 되었음


하지만 당시 통신생활관의 아저씨들은 유희왕에 대한 지식이 GX에 머물러 있었고 나는 이전에 유프로를 조금 했었기 때문에 애니에서 하는 로망듀얼과 실제 듀얼과의 차이를 비교적 더 알고 있었음

그래서인지 내가 굴리는 방해꾼덱은 승률이 상당히 괜찮았음 

아무튼 거의 같은 덱만 굴리면서도 아저씨들하고 게임하는게 재밌어서 통신 생활관에 자주 다녔음


그러다가 어느 주말, 딱지 치러 통신 생활관으로 갔는데 평소에 듀얼하는 아저씨들은 이미 하고 있어서 잠시 기다려야 했음

기다리는데 마침 아저씨들이 VOD로 아크파이브를 보고 있었음

개인적으로 아크파이브 최고의 듀얼이라 치는 쿠로사키 슌과 시운인 소라의 듀얼이었음



이 장면이 나옴


재밌게 보고있는데 들어온지 얼마 안된 통신 소대 이등병이 나한테 왜 아저씨는 운전병인데 맨날 통신생활관에 있냐고 묻는거임

그 때마침 레볼루션 팔콘이 개간지나게 폭격을 날리고 있는 상황에 딱지뽕이 치사량에 차서 이렇게 말해버렸음


"듀얼리스트라서요."


말이 끝나자마자 통신 생활관은 완전히 뒤집어졌고 

그날 이후로 통신병들에게 난 듀얼리스트가 되었고 

그 호칭은 점차 다른 생활관으로 퍼지게 되었다는 이야기.


여담으로 전역할 때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서 액자로 만들어주는데

그 액자에 이름이랑 같이 해시태그를 붙여줬음

당연하게도 내 액자에는 #듀얼리스트 가 들어가 있다



전역할 때 대대장님이 듀얼리스트가 뭐냐고 물어보셔서 머뭇거리면서 대충 별명같은거라고 얼버무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