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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기억은, 그저 희미하다.

 

한 소녀가 두 세력을 막아선 채 외쳐대던 그 모습.

 

그 소녀의 이름은, 에클레시아.

 

그녀를 만난 후의 일은 정말 파란만장한 나날이었다.

너무 많고, 머리가 아플 정도로 크나큰 사고와 사건들로 장식되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만나선 안 되었던 것마냥 엮이는 일마다 사건사고가 터졌으니까 말이다.

 

철수라고 불리는 놈들한테 힘을 받아서 싸우던 때도 그렇다.

 

멍청하게도 날 감싸다가 자기가 가지고 있던 힘을 잃고 쓰러져버린 걸 끌고 나오려고 발버둥치는 게 얼마나 힘을 들였는지 그녀는 모를 거다.

 

...물론 전장 한복판에 떨어져서 날뛴 내 책임이 적진 않으니까 굳이 이건 그녀의 책임이라고 하진 말자.

 

그렇게 철수전선 (트라이브리게이드) 에 합류, 도움을 받아서 스프리건즈에게 갔었다.

 

...그리고 잡혔다. 그도 그럴게 에클레시아의 성흔은 스프리건즈 놈들 눈에는 적이라고 써붙인 것처럼 보일 만했겠지. 덕분에 묶여서 개고생한 건 그녀의 탓이 맞을 거다.

 

여하튼 그놈의 멋짐인가 뭔가를 증명해서 자기네 배에 탈 증명을 하라는 요구에 괴수를 잡으러 끌려가서는 이상한 탈 것을 조종하기도 했다.

 

...그래도 조종하는 게 재밌기는 했다. 시끄러운 놈들이라서 어울리긴 힘들었다만.

 

그리고 패사대공이라고 불리는 골곤다의 폭주.

그 때 기억도 희미하기 그지없다.

 

그저, 덤벼오는 적에게 달려들었다는 희미한 기억 뿐.

 

 

 

그리고, 한 소녀가 나를 부르던 소리.

그 목소리에 이끌리듯 나는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억은 플루르드리스의 안내에 따라 마음을 검으로 벼려낸다는 놈들이 사는 산, 그곳에 있는 호수로 향했던 것이었다.

 

솔직히 미덥지 못했던 놈들이었다. 애초에 반대했는데도 굳이 가자고 얘기를 해서 끌려가서는 혹시나 해서 경계하다가 겨우 풀었더니 역시나 배신자 놈이 섞여있어서 뒤통수나 맞고...

 

왠 가면 쓴 미친놈한테 힘을 빼앗기고, 데스피안이라는 미쳐버린 드래그마 놈들과 싸우고, 배신자를 쓰러뜨리고 가면 쓴 놈이랑 융합됐다가 풀려서 나가 떨어졌다가...

 

정말, 뭔가가 부숴지지 않는 걸 보기 힘든 나날들이었다.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는 나날이기도 했다.

 

그녀와 만나서 이런 일을 겪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한숨만 나온다.

 

...그래, 처음부터 만나선 안됐던 것 마냥.

 

그녀는 많은 것을 잃었다.

본래의 지위도, 삶도, 일상도, 심지어는 소중히 여기던 사람들도.

 

그래, 어쩌면 처음부터 만나선 안 되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딜 가든 파괴라는 경험 외에는 겪을 수 없는 것처럼 나에게는 사건들이 몰려온다.

 

그 속에서 고생한 건 나 뿐만이 아니라는 것은, 마음을 짓눌러 죽여버릴 듯하다.

 

그럼에도 내가 나아가는 이유는 뭘까.

 

아무런 기억도.

아무런 힘도.

나아갈 힘도.

나아갈 이유도 없는데.

 

어째서 이 순간 일어나는가.

 

-네 이름-

 

내 이름은.

 

-네 이름은 말이야-

 

그래. 내 이름을 지어준 사람.

 

-네 이름은 말이야. 알버스라고 해도 될까?

 

그것도, 그녀였다.

 

-알버스는 어디선가 순백이라는 뜻이래.

-네가 지금은 아무 기억도 없는 순백이지만

-앞으론 그 마음 속에 가득 쌓일게 많을 거야.

 

그래. 많은 게 쌓였다.

 

-그 마음 속에, 앞으로는 좋은 것들만 쌓이길.

 

그래. 많은 좋은 것들이 쌓였다.

 

그게, 모두 너였다.

 

네가 날 구했다.

네가 날 이끌었다.

네가 내가 나아갈 이유였다.

네가 내가 일어날 이유다.

 

너와 함께한 나날이, 그렇게 길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그 나날이 쌓은 것은 작디작아도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다.

 

즐거운 나날이었다.

힘들고, 지치고, 때론 헤매고, 때론 끌려가고.

그래도 즐거웠다.

 

내 얼마 안 되는 기억에, 세계에 네가 전부였다.

 

네가 없는 세계는, 기억은 떠올릴 수도 없다.

 

기억을 잃고 나아갈 길도 잃어버린 나에게, 별들이 흐르는 사막에서 네가 지어준 그 이름.

 

그게 나다.

그게, 네가 내게 준 모든 것이었다.

 

그 이름이 가리키는 것이 닫혀버린 과거였는지, 네가 바라던 빛나던 미래인지 모른다.

 

하지만 네가 준 것은 이 새하얗게 타버린 재 위에 조그맣지만 확실하게 쌓아올려져,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려온다.

 

희미하게 남은 힘으로 다시금 두 다리를 채찍질해 일어서 나아간다.

 

상검의 힘이 상념에서 비롯된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차갑디 차가운 검에 이 희미한 상념을 싣고.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준 너를.

 

반드시 구하러 갈 것이다.

 

내 이름은, 알버스다.




내가 썼는데 왜 이렇게 오그라들 것 같냐....


원래 명계에서 듀얼하는 카이바랑 아템을 써보고 싶었는데 듀얼로그 짜는 게 무리더라.


딱 2시간만에 써온 거니까 퀄리티 구려도 용서해줘... 2000자 뽑기도 힘들어... 코나미가 중간 얘기를 너무 안 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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