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소설의 모티브는 '제 2회 차원전쟁'에서 가져왔습니다.

※ 해당 소설에 등장하는 카드군은 기존의 공식 설정과 다른 2차 창작입니다.

※ 해당 모티브가 된 듀얼 로그는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각색을 더했습니다. 



- 지난 화 -


차원 전쟁 - 1 -

차원 전쟁 - 2 - 

차원 전쟁 - 3 - 

차원 전쟁 - 4 - 

차원 전쟁 - 엔디미온 외전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벌써 3명이 용에게 잡아먹혔다.


용의 독기에 마법진이 지워지고 갑옷이 녹아내렸다. 동료의 시체가 그저 뜯어먹히는 것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 위협을 느낀 푸른 야수들도 접근하기는 커녕 용의 포효를 듣고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엔디미온의 부대는 거인도 때려 잡을 수 있는 무적의 부대다. 적어도 그들의 세계에서는 그랬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용에게 있어 그들은 그저 먹이에 지나지 않았다. 화석 공룡과는 차원이 달랐다.
공포에 질린 한 병사가 엔디미온 쪽을 바라봤다. 여전히 하얀 마법사 둘이 엔디미온에게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엔디미온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차원 원정을 나선 후부터 지금까지 어떤 표정 변화도 없던 엔디미온의 얼굴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사람을 질식시킬 수 정도의 짙은 농도 마력이 그의 갑옷에서 흘러나왔다. 트라우마를 건드린 것에 대한 증오. 이는 자신의 부대를 무자비하게 살해한 용에게 향해있는 것이 아니었다. 용을 만들어낸 방법 자체에 대한 증오였다.


유기성을 띤 물체에 변형 바이러스를…  
살아있는 두 생물을 융합하는… 금기의 마법과 일맥  
알레이스터 크로울리가 연구했던 소환마술   파생 원리와 비슷한 것으로  
분자구조 융합은 해제 불가  






그의 목소리가 네크로밸리를 진동시켰다. 모든 병사들이 일제히 엔디미온을 쳐다봤다. 심지어 용조차도 엔디미온을 바라봤다.
하얀 마법사들의 고개를 조아리며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하얀 마법사 주변에 투명한 막이 생성되었다.


감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미물 따위가 그 놈의 흉내를 낸단 말인가


엔디미온이 용을 향해 왼손을 내질렀다.
그러자 기절해있던 푸른 야수들이 눈을 번뜩이며 일어났다. 야수의 몸이 푸른 화염으로 둘러싸여 불타오르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용에게 달려들었다. 그 속도는 무척이나 빨라서 마치 도깨비불 같았다. 갑작스러운 반격에 용도 당황했는지 날개를 펄럭이며 사방에 독기를 뿌려댔지만 야수들은 멈추지 않고 이빨을 들이밀었다.

"전원!! 최속으로 방어 영창!!!"

용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상관이 뒤로 물러나면서 온 힘을 다해 외쳤다. 가장 기수가 높았던 그 만이 엔디미온의 진위를 알아차렸다.명령을 하달 받은 모든 병사들이 무기를 집어던졌다. 그리고는 품 속에서 정육면체 모양의 녹색 유리구슬을 꺼냈다.
피아를 구분하지 않는 대규모 광역 마법이 펼쳐질 때, 현장에 남아있는 병사들의 생존을 위해 고안해낸 즉석 방어 마법. 이를 사용한다는 것은 곧 머지않아 전장에 죽음의 바다가 몰아칠 것을 의미한다.

이제 야수들은 야수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의 모습이 되었다. 네 다리는 물론, 사냥감을 노리던 눈빛도 이미 불타 문드러졌다. 남은 것은 사냥감을 놓치지 않기 위한 이빨과 꼬리, 그리고 심지 역할을 하는 몸체 뿐이다. 푸른 불꽃은 사그라들긴 커녕 오히려 솟구쳤다. 용의 손톱보다도 작았던 야수들은 어느새 용의 모습을 완전히 가릴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주제도 모르고 나선 죄를 죽음으로 갚아라


엔디미온이 왼손에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용을 문 채 놓지 않았던 야수들은 그 상태 그대로 폭발하고 말았다.
화약의 폭발과는 달리 큰 소음이 나지 않았다. 휘파람 같은 얇은 소리와 빛의 팽창 만이 보였다. 그러나 파괴력은 차원이 달랐다. 푸른 불꽃이 주변의 모든 것을 에워싸면서 가차없이 부수고 불태웠다. 병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부상을 당한 탓에 유리구슬을 꺼내지 못한 병사, 위급한 상황에서 주문이 기억나지 않아 영창을 하지 못한 병사. 의식을 잃은 병사와 시체까지.

멀쩡한 것은 하얀 마법사 두 명과, 영창을 마친 병사 열 댓명, 그리고 아무런 술식을 외우지 않은 엔디미온 뿐이었다. 폭발에 휩쓸려 비명을 지르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고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증오스러운 용을, 그 용을 만들어낸 술식을 가차없이 파괴한다. 그 생각 뿐이다. 고통스러워 하는 용의 비명이 허공을 찢었다.
 
폭발의 연쇄가 끝나고 주변의 빛이 사그라들었다. 사방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겼고 그 위로 독안개가 자욱하게 퍼젔다. 가장 큰 크레이터 안에는 용의 모습 대신 용의 모습을 그린 잿가루 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휩쓸렸던 병사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썼던 녹빛 갑옷만이 빛을 잃고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방어 마법 덕분에 살아남은 병사들은 상황이 진전되자 다시 대열을 갖추어 엔디미온 앞에 집합했다.
원정을 출발한 첫 날에 비하면 거의 3분의 2 이상이 사망했다. 평소라면 진군했겠지만 엔디미온은 인원과 물자를 보충하기로 했다. 웨더와 용은 엔디미온의 상대가 되지 못했지만 엔디미온조차 알지 못한 기묘한 기술을 썼다. 다른 차원에선 어떤 기술이 있을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엔디미온이 크레이터 쪽으로 다가갔다. 남아있는 독안개가 꿈틀거렸지만 엔디미온은 개의치 않았다.
하얀 마법사가 다가와 속삭였다.

  용의 소멸을 확인 … … 초융합 개체 분석을 위한… 
공기 중의 마력 농도… 주술 분석까지의  


그런 조잡하고 역겨운 기술은 전력이 되지 않는다.


엔디미온이 신경질을 내며 말을 끊었다. 하얀 마법사는 이해하지 못했다.

웨더가 선보인 것은 그들의 세계에 없는 것이지만 영원히 알아낼 수 없는 미지의 술식은 아니다. 약간의 시간과 자원을 들인다면 금방 흡수할 수 있다. 적의 전력을 자신들의 무기로 활용할 수도 있는, 위험하지만 효과적인 술식. 하지만 그들은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엔디미온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것이 없으므로.

"하"

그때, 엔디미온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살아 있느냐? 


엔디미온이 부유하며 크레이터 안으로 내려갔다.
용의 잿가루 안에 무언가가 빛나고 있었다. 웨더의 목 부근에 박혀 있던 꽃 모양의 뼈.

웨더를 이루고 있던 돌무더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오직 그 뼈 만이 마지막 불꽃이 되어 일렁이고 있었다.

땅 속에 잠든 화석으로 공룡을 만들어 내 자신의 병사들을 위협한 것도 모자라,

그 놈과 비슷한 술식으로 병사들을 합쳐 파멸의 독룡을 만들어냈다.
손해를 감수하고 고위 마법을 사용해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시킬 생각이었건만.
그 폭발 속에서도 자신의 영혼은 남겨두었다?




엔디미온은 패배했다.




웨더와 같은 개체가 하나가 아닌 다수 존재했다면?
독룡보다도 더 포악한 존재를 만들어냈다면?
엔디미온이 크레이터 안을 확인하지 않고 그냥 떠났더라면?
웨더 정도 되는 생명이 사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라면?


엔디미온이 승리한 것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면?


엔디미온이 세차게 뼈를 즈려 밟았다.
뼈는 힘없이 으스러졌다.










.

『 ─────────  』


에클레시아.
웨더는 실패했습니다.

더 이상 기동할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알버스.
이제 목마는 태워줄 수 없습니다.
에클레시아를 지켜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 !!!!!!! 』


『      』









 

귀환한다.


하지만 엔디미온의 부대는 그 자리에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세상이 흔들렸다. 그렇게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지진이 아니다. 구름이 흩어지고 수평선이 뒤틀렸으며 네크로밸리의 모습이 흩어져 갔다. 이번엔 또 무엇인가. 이번엔 하얀 마법사가 엔디미온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주변을 두리번 거릴 뿐이었다.

엔디미온의 머릿속에 무언가 한 가지 스쳐 지나갔다.

세상을 뒤흔들 정도의 파동을 일으키고 차원의 벽을 아무렇지도 않게 간섭하는 존재.

모든 걸 바쳐서라도 대항해야만 했던 존재.


하지만 지금은 마주해선 안되는 존재.


"어째서 이곳에…"

하늘 너머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실루엣이 드러났다. 하얀 마법사의 말문이 막혔다. 메가라니카 보다도 거대한 거인의 모습. 양 날개에서 보랏빛 번개를 만들고 어깨에는 청록빛 소용돌이가 휘몰아친다. 다소 흐릿하지만 뚜렷하게 인지할 수 있는, 절대적인 압박감. 눈동자가 푸른 빛을 내며 엔디미온을 내려다본다.

엔디미온이 지팡이를 세게 움켜쥐었다.


이런 곳에서 짐의 운명이 끝나는가?
그럴 리 없다.











『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얄궃게도 신의 이름을 딴 마물 ─── 재앙을 격멸 ─── AA-ZEUS 는 몇 번이나 되는 멸망 끝에 ──가 도달한, 운명을 거스르고, 모든 것을 멸할 12번 째 창이로다. 』


- AA-ZEUS 성명문 中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