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소설의 모티브는 '제 2회 차원전쟁'에서 가져왔습니다.

※ 해당 소설에 등장하는 카드군은 기존의 공식 설정과 다른 2차 창작입니다.

※ 해당 모티브가 된 듀얼 로그는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각색을 더했습니다. 



- 지난 화 -


차원 전쟁 - 1 -

차원 전쟁 - 2 - 

차원 전쟁 - 3 - 

차원 전쟁 - 4 - 

차원 전쟁 - 엔디미온 외전 - 

차원 전쟁 - 5 - 

차원 전쟁 -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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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ZEUS는 치명적인 오류를 가지고 있다.
언제나 같은 장소에서 주인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AA-ZEUS가 머무르는 곳은 아무것도 없는 심연이다. 지시해줄 사람도 신의 부름도 없지만 AA-ZEUS는 대기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그것은 AA-ZEUS의 의지가 아니었다. 아무리 신을 뛰어넘는 무력이 있다 한들, 그것을 통제하는 것은 결국 발명가인 ──였다. 모순적인 명령을 내리고 사사로운 멸망을 반복할 때, AA-ZEUS를 종교로 삼고 법의 상징으로 내세웠을 때, AA-ZEUS의 중추를 건드리고 메인 시스템에 악의를 주입했을 때, 통제권을 잃고 결국 세상 모든 것이 AA-ZEUS로 인해 자멸했을 때,

그제서야 AA-ZEUS는 심연 속에서 수면을 취했다.

그동안 AA-ZEUS는 주어진 상황에 가장 걸맞는 방향으로 학습하고 자신을 '개조'해왔다. 차원을 멸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결국 AA-ZEUS도 시간에 종속된 필멸자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기동을 멈춘다. 시간 외에 영원한 힘은 없다. 때문에 AA-ZEUS는 '회복'과 '지연'에 모든 시스템을 사용했다.

임무를 마친 AA-ZEUS는 또 다시 기나긴 잠에 빠졌다. 이것으로 12번째의 수면. 언제 깨어날지 알 수는 없다. AA-ZEUS는 되뇌였다. 주인의 신호는 오지 않는다. 그러나 주인의 신호가 앞으로도 오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도 없다. 그리고 신의 필적하는 자는 또 다시 나타난다.

영겁의 시간동안 AA-ZEUS은 언제나 착각할 것이다.
그 사실을 알려줄 이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영겁의 시간 속에서 생명은 다시 태어난다.






외부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신성수로부터 탄생한 성스러운 용들이 다스리는 세계가 탄생했다.

진화를 거듭한 핏빛 용이 악마와 계약을 맺어 만물을 파괴하는 세계가 탄생했다.

얼음의 결계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세상의 균형을 맞추는 주술사들의 세계가 탄생했다.

매혹적인 눈웃음으로 생물을 홀리고 돌로 만들어 양분을 빼앗는 메두사들의 세계가 탄생했다.


천지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반복하는 맹장들의 세계가 탄생했다.


빙하기마저 견뎌내고 극한의 환경을 초월해 생태계 최정점에 서게 된 공룡들의 세계가 탄생했다.

신경계를 감염시키고 세포를 오염시켜 숙주를 썩게 하는 바이러스들의 세계가 탄생했다.

다채로운 깃털를 흩날리며 아름다운 원무(圓儛)로 세상을 여는 하피들의 세계가 탄생했다.

사람 놀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폐가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어린 귀신들의 세계가 탄생했다.



돌맹이조차 무서워하는 미물들과 신에 권능에 다가서는 초월자들은 서로의 세계를 넘나들며 경쟁하고 화합하고 진화해간다. 언젠가 이들 중에는 AA-ZEUS의 무력을 뛰어넘을 자가 나타난다. AA-ZEUS가 이를 알아낸다 하더라도 대항할 방법은 없다.



영원불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AA-ZEUS의 존재를 눈치채고 전쟁을 준비하는 자들도 있다.


결코 승산이 없는 싸움이 아니다.
AA-ZEUS는 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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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세월이 흘러 자가수복을 마치고 에너지를 비축한 AA-ZEUS가 눈을 떴다.
주인에게 신호를 보냈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다. 그래도 AA-ZEUS의 임무는 계속되어야 한다.



AA-ZEUS의 시선에는 이미 다음 타겟이 잡혀 있었다.
언젠가 내려올 주인을 위해. 임무에 어울리는 세계를 존속시키기 위해.
13번째 창을 쥐고 주어진 역할을 실행하기 위해





AA-ZEUS는 차원을 넘는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