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1pm


호텔, 어느 외딴 산속의 호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극상의 서비스로 입에서 입으로 알음알음 전해지는 곳.


"티루루~ 파루라가 또 먹었어!"

"아이참, 이건 '먹었다' 가 아니라 간 봤다고 하는거야, 라도리."

"하, 냅둬. 파루라가 먹어치운 간식은 메이드장님꺼였거든. 오늘은 어떤 포즈로 시계탑에 매달릴지 기대되는걸."

"히이이이이!"


과분할 정도로 커다란 호텔은 고작 6명의 관리인이 있을 뿐이지만, 오늘 같이 손님 하나 없는 휴일엔 지나칠 정도로 떠들썩해지는 즐거운 곳이기도 하다.


"아, 라도리. 여기 있었구나."

"응? 왜 그래, 너서리?"


주방에서 티격태격 대고 있던 남색빛 기모노 스타일 메이드복의 소녀가 이름을 불렸다. 간호사 복장이 연상되는 분홍색 메이드복의 소녀의 부름에 부엌을 나온 라도리라는 이름의 소녀가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상대방을 올려다본다.


"라도리, 혹시 체임씨 못 봤니?"

"체-임? 오늘은 못 봤어."


라도리가 기억을 떠올린다. 검정색 몸통과 흰 머리. 동료 메이드 중 누구보다 어른 여자에 잘 어울리는 몸매를 가진 멤버였다.


"이상하네- 워낙에 신비스러운 면모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얼굴 한 번 안비춘 적은 없었는데..."

"그럼 이 라도리님이 찾아올게!"


뭐든 의욕'은' 있는 라도리. 메이드들 중 가장 어리다보니 그만큼 가장 기운 넘치는 그녀였기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수룩하고 실수투성이지만 동료들에게 사랑받는건 이러한 이유때문일지도 모른다.


"모두들 여기 모여 계셨군요. 다들 일과는 무사히 마치셨나요?"


대사 하나에 주방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돌아갔다. 온화하지만 '각이 잡혀있다'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빈틈 없는 아우라를 풍기는 여성의 등장에 몰래 간식으로 나올 쿠키 한 조각씩 빼먹던 소녀는 '특히나' 긴장한 듯 빳빳하게 굳어버렸다.


"수고하셨습니다~ 메이드장님."


'마지막 인사'. 가장 마지막까지 호텔의 구석구석을 점검한 뒤 돌아오는 메이드장, 하스키에게 건네는 인사를 끝으로 손님이 없는 호텔의 일과가 끝이 난다.


"슬슬 티타임이지요?"

"아, 그게~ 파루라가 말이죠~"


보올에 거품기를 휘저으며 앞치마를 곂쳐입은 붉은 머리의 주방장 메이드, 티루루가 입꼬리를 올렸다.


"또 한입거리 하셨나요?"

"간! 간 본거라니까요~! 제발 시계탑만은...!"


뭉툭한 트윈테일을 한 메이드, 파루라라는 이름의 메이드가 도게자라도 할 마음이 만땅인듯 엉거주춤한 자세로 필사적인 항변을 한다.


"후후,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던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오늘은 모처럼의 휴일이니까 느긋하게 있어도 괜찮겠지요."

"그러네요. 일주일 내내 손님이 온 적은 꽤나 오랜만이니까요."


너서리라고 불렸던, 아까 라도리를 보냈던 간호사 메이드가 대꾸하곤 대식당과 연결된 문을 열었다. 보통은 손님들의 식탁이지만 휴일만큼은 그녀들의 식탁이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메이드장이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오늘 호텔 밖에 나가셨던 분 계신가요? 아니면 외부인이라던가 보신 분?"

"....?"


유명하긴 해도 산속 깊은 곳에 있는 호텔이다. 손님이 아닌 외부인은 접근하기 힘든 곳으로도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뭔가 문제가 있나요, 대장?"

"...파루라, 대장이란 말은 삼가 주세요. 뭐... 아까 점검 중에 후문에 문이 열린 흔적이 발견 되어서..."

"아, 혹시..."


아까의 일이 떠오른 너서리가 말을 던졌다.


"체임씨 아니었을까요?"

"체임?"

"사실.... 오늘 하루종일 체임씨를 보질 못했어요."

"체임이? '새벽의 파수꾼 체임'이 별 일이네에~"

"체임에겐 그딴 별명 같은거 없거든..!"


투닥거리는 둘을 배제하고 메이드장이 너서리를 쳐다본다.


"그래도 일단 라도리가 찾으러 갔으니 금방 돌아올거예요. 라도리는 활동량이 굉장하니까 온 호텔을 다 뒤지다보면 나오지 않을까요?"

"후후, 그건 그렇겠지요."


파팟.


"엣, 뭐, 뭐야? 정전?"


누구랄 것도 없이 모든 이가 즉각적으로 천장을 올려다본다. 갑자기 부엌의 모든 샹들리에가 불빛을 잃고 꺼져버린 것이다.

아니, 부엌 뿐만이 아니었다.

부엌.

대식당.

복도.

이에 동조라도 하듯 바깥의 하늘도 어두컴컴한 비구름이 몰려들었다.

온세상이 정전이라도 된 것처럼 사방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우....우왓... 우리 저녁 먹을 시간이 됐던가?"

"넌 이 상황에서도 밥 얘기가 나오냐?!"

"다들 조용. 일단 정전이 끝날 때까진 티타임은 미루도록 하죠. 산속이니까 일시적인 정전일 수도 있으니 우선 지켜보도록 합시다."


우왕좌왕할 때면 역시나 메이드장이 빠르게 사태를 진정시킨다. 빠른 결단과 이유 있는 강단이 그녀가 각양각색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메이드들을 하나로 휘어잡는 위치에 서있을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자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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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3pm


"라도리 늦네에- 이러다 체임쨩, 할머니가 되어버린다구?"

"농담도 참... 너 답다, 너 다워."


아무리 신장이 작은 라도리라고 할지라도 벌써 호텔 5바퀴는 돌았을 시간이 지났을 것이다.


"저, 라도리가 돌아오지 않는데 어떡하죠?"


너서리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굳은 표정의 메이드장이 뜸을 들였다. 굉장히 드문 반응에 농담따먹기나 하던 파루라, 티루루도 입을 다물었다.


"안되겠군요. 찾으러 갑시다."


메이드장이 몸을 일으켰다.


"다만 파루라와 너서리는 여기 있어주세요. 저와 티루루가 찾으러 가겠습니다."

"우리는 왜 남으라는 건데요? 찢어져서 찾으면 좋지 않을까요?"

"라도리는 주방에서 출발했죠? 주방을 떠난 라도리가 체임을 찾았던 못 찾았던 결국엔 결과를 보고하러 다시 돌아오겠죠. 아무도 없다면, 라도리의 성격이라면 다시 우리를 찾으러 돌아다닐테니까요."


그제서야 파루라도 수긍했다.


"티루루, 가시죠."

"네, 메이드장님. 너희, 특히 파루라 너 사고치지 마라."

"내가 라도리냐!"

"아하하... 걱정말고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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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7pm


"아아~~ 뭐냐고, 정마알~~ 기분 좋게 맞이해야할 내 티타임이~"


얌전히 다소곳 앉아 대기 중인 너서리와는 다르게 가벼운 분위기를 시종일관 보여주고 있는 파루라. 메이드장이 봤다면 바로 들어서 제 삼 필살기 '어리석은 매장'을 당했을 테지만 일단 없으니까 기다란 식탁에 걸터앉아 그네처럼 다리를 흔들어댔다.


"파루라, 너무 시끄럽게 떠드는건 메이드로서 좋지 않아요."

"괜찮아, 괜찮아~ 지금은 비상사태고 우린 일단 대식당에 있는 거잖아? 라도리는 주방에서 나온거니까 혹시라도 주방에 우리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니까 우리가 이렇게 시끄럽게 떠들어주고 있으면 착각할 리가 없지. 안그래?"


나날이 변명의 스킬이 늘어가고 있음에 뿌듯함을 느끼며 달변을 늘여뜨리고 있을 때였다.


또각

또각

또각


".....?"


구둣발 소리가 울려퍼졌다. 복도에서. 시끄러운건 파루라의 목소리 밖에 없으므로 귓속에 때려넣는 것처럼 잘 들렸다.


또각

또각또각

또각또각또각


발소리가 크게 열어놓은 대식당 문 앞까지 걸어왔다. 그리고


"체임?"


그림자가 문 앞을 지나쳤다. 왼쪽, 그러니까 메이드장이 떠난 방향이었다. 어두웠던 탓에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듬직한 꼬리와 뿔. 그녀들은 메이드였지만 동시에 인간이 아닌 드래곤. 그녀들끼리 서로를 구분할 수 있는 부위가 얼굴 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그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노출된 신체부위 없이도 윤곽이 확연히 드러나는 쭉빵한 몸매는 일단 짜리몽땅한 라도리의 것이 아니었다.


"체임! 어디 가!"

"체임씨!"


파루라와 너서리가 뒤늦게 나왔을 땐 체임으로 추정되는 그림자는 이미 어둠 속으로 사라져있었다.


"뭐야?"

"뭔가 찾고 있는 걸까요?"

"글쎄~ 아무래도 비밀이 많은 여자니까 물어보지 않고는 모르지."


이상함을 느낀 너서리였지만 파루라는 신경쓰지 않았다.


"앗, 파루라, 어디 가는 거예요?"

"당연히 체임을 붙잡아와야지. 라도리는 체임을 찾으러 간거잖아?"

"그치만 메이드장님은 기다리고 있으라고...."

"대장 왔을때 체임이 지나갔지만 대장이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서 기다렸어요, 라고 해?"

"그, 그건..."

"너서리, 걱정말고 넌 여기 있어. 내가 후딱 가서 데려올게!"


답답한 소리라는걸 알지만 너서리는 메이드로서의 원칙, 즉, '명령'을 중요시했던 메이드였고 이에 충실했기에 파루라는 대신 독박을 쓰기로 했다. 늘 있는 일이니 자비로운 메이드장님은 '조금' 혼나는 것으로 넘어가 줄 것이다.


"어이~ 체임! 기다려!"


그녀도 또한 어둠에 삼켜졌다. 정말 끔찍히도 어두운 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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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8 pm


"......."

"......."


소리라고는 두 쌍의 구둣발 소리뿐인 복도. 우연처럼 동시다발적으로 퍼진 어둠에 그다지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란걸 알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그녀들을 감싸고 돌았다.


"비가 올 것 같네요, 메이드장님."

"네, 오늘 일기예보도 비가 올 확률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지요."

"일기예보가 예측하는 날씨는 자주 틀리던데 메이드장님은 꽤나 신뢰하고 계시네요."

"나름 공식 정보니까요. '주인님'께 정보를 전해드릴 때 공식 정보라는 인증마크는 신뢰성을 높여준답니다."

".....공식 정보라도 틀린 정보라면 아무 상관이 없지....않나...?"

"후후, 꼭 그런 이유만이 아니더라도 여러모로 쓰임새가 있답니다, 티루루."

"아..... 예.. 그런가요..."


긴장감을 살며시 밀어내던 그녀들의 잡담이 일순 멈춰버렸다.


"왜 그러신가요, 메이드장님?"

"문이... 열려 있군요?"

"창고?"

"미리 말해두지만 저는 분명 여기도 점검했습니다. 제가 주방에 있던 시간 동안 누군가 왔던 것 같군요."

"그렇다면...!"


메이드장과 눈이 마주친 티루루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드래곤으로 변신한 상태로도 드나들 수 있도록 유독 크게 만들어진 창고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웃...! 이게 무슨 냄새야?!"


새로운 공기가 들어오자 창고 안에 고여 있던 공기가 한꺼번에 빠져나왔다. 허나 창고라고 해도 메이드들이 매일 점검하는 곳인 만큼 상시 청결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풍겨오는 냄새와는 다른 이취가 티루루와 메이드장의 관자놀이를 짓눌렀다.


"물러나세요, 티루루. 익숙한 냄새가 나는군요. 제가 확인해보겠습니다."


메이드장이 티루루를 옆으로 밀어내고 들어섰다. 불이 꺼진 창고. 온갖 비품이 광대한 창고를 꽉꽉 들이차 미로를 만든 곳. 청소나 정리정돈을 하지 않는 경우엔 누구도 들어서지 않는 곳에 어둡고 이상한 냄새까지 나니 잊고 있었던 긴장감이 두세 배는 더 커져 올라온다.


"안에 누구 있습니까? 라도리? 체임?"


뚜벅뚜벅 걷던 그녀를 밖에서 인상을 찌푸린 티루루가 불렀다.


"메이드장님! 저기 좀 보세요!"

"응?"


티루루는 불쾌한 냄새를 참으며 창고 한쪽을 가리켰다.


"이건.....!"


그녀가 가리킨 곳으로 이동한 메이드장의 눈살이 더욱 일그러졌다.

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것은 기분 나쁜 얼굴이 조각된 항아리였다.


"냄새의 원인은 이 것...."


그리고 항아리 안에 손을 집어넣어 꺼낸 작은 카드 한 장.


"과 이 것이 섞인 탓이군요."

"마법 봉인의 방향제랑 스킬 드레인! 어째서 그런 물건들이 여기에 있는 거죠?"


작은 보라색 카드에서 나오는 오라가 메이드장의 손을 휘감아 기운을 빼앗는 것처럼 느껴진다.


"으으으....."

"음?!"


근처에서 들리는 신음에 돌아본 메이드장은 놀랄 새도 없이 달려갔다.


"라도리! 세상에. 괜찮나요? 티루루! 어서 이 쪽으로 와주세요!"

"메, 메이드...장님... 쿨럭!"


널브러져 있던 것은 체임을 찾으러 간 라도리였다. 외상은 없어보였지만 어째선지 흠뻑 젖은데다 기침할 때마다 물을 쏟아내고 있어 상태가 그닥 좋지 않아보였다.


"라도리! 괜찮니?"

"티루루, 우선 라도리를 너서리에게 데려가 치료를 받도록 하세요. 저는 이 길로 정전의 원인을 찾으러 가봐야겠습니다. 급한 상황이니 이건 나중에 깃털 빗자루로 치우도록 하고 놔두죠."

"넷, 맡겨주세요!"


티루루는 신속하게 라도리를 업고 뛰쳐나갔다. 메이드장도 티루루가 달려가는 뒷모습을 지켜본 뒤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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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5 pm


또각또각또각또각


"체임! 체~임! 안들리는 척 하지말라구! 여기서 소리는 내 목소리 밖에 없잖아."


파루라의 시점. 무시와 무시, 계속되는 무시에도 앞선 그림자는 멈추지 않고 오히려 도망치려는 듯이 달렸다.


"뭐야, 정말~ 농땡이 부리고 있다는 얘기 들었을 땐 그 체임이 설마, 라고 생각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한걸?"


또각또각또각또각


"라도리 봤어? 아까 체임 찾으러 나갔는데 라도리는 어디다 둔 거야?"


또각또각또각또각


"....장난 그만하고 슬슬 돌아가자, 응? 다들 체임만 찾고 있다니깐? 알고 있어? 오늘 하루 종일 안보였잖아."


또각또각또각


"....야!!! 후, 아니, 체임 언니!"


"진짜 이러기야? 나 화낼거야?"


"......."


"뭐 잘못 먹었어? 체임! 체임!"


"뭔가 문제가 있다면 얘기를 해, 우리 사이에 이러기야?"


화도 내보고 달래도 보았지만 어떤 말에도 상대방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기럭지 차이 덕분에 부지런히 움직이는데도 걷는 것만으로는 서로의 거리가 도무지 좁혀지지가 않았다.


"정말, 나, 난 몰라!"


질려버린 파루라. 한마디도 돌아온 대꾸가 없음에 지친 나머지 그녀도 다리를 멈췄다.


호텔을 운영하는 것은 메이드.

호텔을 운영하는 것은 드래곤.


그녀들은 드래곤 메이드. 필요하다면 용으로도 변할 수 있다.

좀처럼 따라잡히지 않는 거리를 단숨에 좁히기 위해 날 수 밖에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마침 저공비행이라면 문제 없는 복도렷다, 파루라는 연둣빛 감도는 날개를 폈다.

펄럭, 하는 소리와 함께 세찬 바람이 분위기상 무거워진 공기를 찣고 신선한 공기를 복도에 불어넣는다.


"재미없는 술래잡기는 끝이야, 체임!"


가뜩이나 거대해진 덩치에 원래부터도 따라잡힐 듯 따라잡히지 않는 애매한 거리였기에 눈 깜짝할 새도 없이 체임을 앞질렀다.

이제는 체임을 뒤가 아닌 앞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멈춰!"


한 번의 날갯짓에 바깥을 비추는 유리창이 파르르 떨린다. 깨지지 않는 것은 애초에 이런 상황을 상정하고 만든 스펙이었기 때문이다.


".........."


처음으로, 오늘 처음으로 체임이 그녀의 말을 들어줬다. 파루라, 최소한 기존의 10배 이상은 몸집이 커진 용 모습인 파루라 앞에 마주한 체임은 초점을 맞춰야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하아~ 정말 이러기야? 왜 이 지경이 되도록....."


깊은 한숨, 그것도 바람의 힘을 지닌 용의 한숨이라 그런지 바닥이 파르르 떨린다..............


"......?"


위화감이 목을 타고 올라와 등줄기를 타고 내려갔다.


찰박.


사뿐히 내려앉은 그녀의 발은 쿵, 하는 둔탁한 소리 대신 해수면을 밟은 것 같은 소리를 냈다.


"물? 잠깐, 여긴 분명 청소한 곳인데? 아니, 이 정도로 물이 들어왔을 정도면 진작에 난리가 났을..."

"아."


오늘 처음으로 체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이었다.


"안내녕일하일세과요는오일늘어날나씨기가양좋치아질요세아수까와어아제침오식늘사주후먹기밥지이개맛를있펴었야죠해일요기"

"어, 뭐라는... 체임? 체임?!"


후두두두둑


무어라 말할 새도 없이 체임의 얼굴이 녹아내렸다. 말그대로 진흙처럼. 햇볕에 둔 아이스크림처럼 얼굴이 녹아내렸다. 화장을 진하게 하지 않아도 돋보이는 얼굴도,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검은 뿔도


"기예보는그륵그륵"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베이지 감도는 흰머리털도 스르르 녹아들었다. 머리어깨무릎발은 물론, 흑색 꼬리마저 처음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바닥에 흥건한 물과 하나가 되었다.


"........어? 어?! 체임! 이게 무슨, 무슨 일이야?!"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에 말도 안나오던 파루라에게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자, 잠깐. 그것보다 이 느낌은....!"


날갯죽지를 파닥이던 파루라의 얼굴이 굳었다.


"인간 폼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 힘이 들어가질 않아. 어떻게 된거지?"


낯이 익지만 기분 나쁜 공기가 이 복도를 떠돌고 있다는걸 뒤늦게야 눈치챈 그녀는 그 정체가 뭐였는지 두 눈을 질끈 감고 생각해냈다.


"뭐야? 왜지? 어째서야? 어째서 인간 폼으로....."


.........


"아!"


머릿 속으로 번개가 스쳐나갔다.


"스킬 드레인! 어째서 이런 곳에 스킬 드레인 카드가 있는 거지?"


몇 달 전 방문했었던 '황금경'이라는 닉네임의 손님이 들고 다니던걸 본 적이 있었다. 물론 그녀에겐 익숙치 않은 물건이니 한두번 봤다고 바로 떠올리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긴 하다.


"읏....!"


이변에 당황하기 시작하자 난데없이 시야가 뿌옇게 변해간다. 기분상으론 갑작스런 일이었지만 '갑자기'가 아니었다. 천천히, 아주 서서히 허옇게 주변 환경이, 벽이, 창문과 천장과 바닥이, 공기가 뿌옇게 흐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잇, 끈적거려. 이거, 물이.... 아니잖아!"


그녀가 밟고 있던 것. 액체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어두웠던 탓에 생각없이 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이제서야 눈을 돌리니 허여멀겋고 미끄러운 액체가 되어있었다.

아니, 그것은 회색이었다.


"흐읍, 켈록켈록...!"


숨을 들이마시니 목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기침이 나온다. 그래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라는걸 인지하고 있으니 파루라는 커다란 날개를 크게 한번 부채질하고 남은 빈 공간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대자아아아아아아아앙!!!! 티루루! 너서리! 라도리!!! 도와줘어어엇!!!"


이 것 뿐이다. 소리지르는 것 외엔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벽인줄 알았던, 천장인줄 알았던, 바닥인줄 알았던 것이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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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3pm


"이런.... 누가 이런 장난을..."


아연실색한 채로 배전반 앞에 선 우리의 대장. 만약을 대비해 전기공학에 대해서도 약간 정도는 공부했던 그녀로서도 이건 답이 없었다. 그야 손조차 대지 못하도록 물에 흠뻑 젖어있었기 때문. 고칠 수 있다, 없다 여부를 떠나 물에 젖은 전기 부품을 만지는 짓은 어떤 전문가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 오늘은 전기 없이 버티고 내일 전문가를 부르는게 낫겠어. 그것보다..."


메이드장이 주먹을 턱에 기댔다.


"아니, 이건 장난 수준이 아니야. 계획적으로 침입한 침입자라고 밖엔..."


오늘 있었던 일들을 순차적으로 떠올렸다.

얼굴을 한번도 비추지 않은 체임, 체임을 찾으러 주방을 벗어난 라도리, 갑자기 찾아온 정전, 창고 안에서 발견된 스킬 드레인 카드와 마법 봉인의 방향제, 그리고 쓰러진 라도리, 물에 적셔진 배전반.


"헉, 헉... 메이드장님!"

"음? 티루루, 벌써 다녀오신 건가요?"


어떻게 된 일일까 나름대로의 추리를 하고 있던 메이드장에게 달려온 인물은 라도리를 치료하기 위해 보냈던 주방의 메이드, 티루루였다.


"헛... 아니, 사실은 도중에 파루라를 만났거든요."

"파루라를? 도중이라 함은 대식당에서 만났다는 뜻이 아니군요?"

"앗....."


동료가 메이드장의 당부를 어겼다는 사실을 이실직고한 셈이니 티루루는 멈칫했지만 지금 메이드장에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도중에 마주친 파루라에게 라도리를 맡기고 여기로 오셨단 얘기군요."

"아, 네. 낌새가 이상한데 대식당엔 파루라와 너서리가 있으니 혼자 남을 메이드장님이 걱정돼서...."

"후후후, 티루루에게는 제가 티루루가 걱정할 만큼 약해보였었나 보네요."

"엣, 아니아뇨! 제가, 제가 그런 생각을 했을 리가.... 제 말은 그러니까..."


당황스러움이 묻어나오는 허둥댐에 메이드장은 나지막히 웃었다.


"농담이에요. 긴장하고 계셨을까봐 해본 간단한 조크였어요, 조크."

"메이드장님은 농담으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까진 모르시나보네요.... 하하..."


온화스러운 모습을 보여도 종종 보여주는 무서운 모습이 늘 오버랩 되어보이는 탓인지 메이드장에게는 풀어진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티루루였다.


"하지만 티루루도 헛걸음을 했네요."

"네?"

"실은 저도 돌아가려던 참이랍니다. 보시다시피...."


메이드장은 질척하게 젖어버린 배전반을 가리켰다.


"아앗! 이건 누구 짓이죠? 이 정도로 젖었으면 아예 고장이 났겠는데요."

"예, 그런고로 저희가 전기를 고칠 방도가 없기에 오늘은 전기 없이 지내려고 해요."

"그런....가요."

"그것보단 침입자가 있다는게 걱정이군요."


메이드장을 만날 침입자의 안위가 더 걱정이라고 티루루는 생각했지만 굳이 겉으로 말을 꺼내진 않았다.

그녀는 강하다. 개성과 무력이 차곡차곡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손님이 수없이 방문하는 이 호텔에 진상 손님이 한 번도 없었던 유력한 이유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인정과는 다르게 메이드장은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도둑 따위의 잡스러운 침입자 수준을 아닐 거라고 봐요. 티루루도 긴장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네?"

"스킬 드레인과 방향제를 침입자가 놓은게 맞다면 악의를 갖고 이 호텔에 침입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어요. 이런 카드들은 우리가 갖고 있어서 나쁘면 나빴지, 좋을 일이 없으니까요. 그렇죠?"

"그...렇죠."

"그런데 우리는 그 침입자가 누군지 모르니... 티루루는 '정보의 불균형'이라는 말을 알고 계시나요?"

"정보의 불균형?"

"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이라는 말이 있듯이, 반대로 상대가 나를 알지 못해 발생하는 전력차를 뜻하는 말이죠."

"그렇다는 말은..."

"상대는 우리에 대해 최소한의 정보는 있지만 우리는 상대를 모르기 때문에 상대하기 쉽지 않겠다는 뜻이겠죠."

"........"


현명하니까, 메이드장이 하는 말에 수긍하는 티루루였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가 봐오던 어떤 드래곤보다도 강력한 메이드장이 손님 외에 긴장할 대상이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쿵!


"?!"


바닥을 울릴 정도로 큰 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왔다. 소리가 천장과 벽에 부딪혀 약간의 메아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소리의 진원지는 복도인 것으로 보였다.


"확인해 보죠!"

"넵! 따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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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5 pm


"이런!"


복도에 있던 것은 푸른 수정의 비늘로 뒤덮힌 피부를 가진 용이었다.


"용이라고? 오늘 손님은 한 명도 받지 않았는데?!"

"저건 드라가이트예요! 옵니다!"


뭘 설명할 겨를도 없이 드라가이트라는 이름으로 불린 용은 고개를 빳빳히 치켜들었다.


띵! 띵! 띵! 띵! 띵!


경고음 같은 소리가 수정용의 목 부근에서 들려온다.


"뭘....!"


울걱울걱


투콱!


비정상적으로 목이 부풀어오른다 싶더니 드라가이트의 주둥이에서 티루루를 향해 거대한 돌덩이가 날아왔다.


그리고 이를 막아선 것은 또하나의 거대한 드래곤, 그녀의 메이드장이었다.


"애널라이저 씨가 통제하지 않는 야생 드라가이트군요. 대화로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으니 우선 티루루는 돌아가서 다른 분들과 함께 천구의 성각인을 준비해 가져오도록 하세요! 이쪽은 강하니 제가 상대하고 있겠습니다."


듬직한 거구의 흑룡. 메이드장의 변신폼은 호텔에서 싸움이 일어날 때면 늘상 중재자로서의 역할로 자주 보는 편이지만 이번만큼은 그녀의 역할이 '피니셔'가 아니라고 메이드장이 풍기는 아우라가 말해주는 듯 했다.


"읏...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티루루가 명령에 따라 재빠르게 움직였다. 메이드장의 바람대로 티루루가 드라가이트의 시야에서 이탈했다. 이제 메이드장도 주변을 보살피며 싸울 필요가 없어졌다.


"다음 오실 주인님을 위해 불청객은 빠르게 퇴거 조치 하도록 하겠습니다!"


날씨 때문에 이제는 거의 앞이 안보이기 직전인 복도가 눈부시게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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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0pm


탕!


"너서리!"


대식당에 돌아온 티루루. 등을 보이고 서있는 너서리는 식탁에 눕혀진 채 버둥거리는 라도리를 제압하고 있었다.


"너서리? 어... 라도리는 괜찮은 거야? 아니, 아니지. 파루라가 있었구나. 파루라! 같이 성각인 좀 옮기자. 침입자가 나타났다구!"


너서리의 뒤에 있는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너서리를 보고 있는 파루라에게 다가갔다.


"지금 한가롭게 앉아있을 때가 아니거든? 급하다구, 빨리...."


파루라의 어깨를 붙잡은 티루루의 등골로 소름이 지나간다.


"앗, 차거.... 뭐, 야....?"


서서히 손을 뗀다.


주르륵... 하고 반투명 액체가 들러붙어 있던 티루루의 손을 벗어나 파루라의 어깨로 흘러내린다.


"............어?"


시선.


반투명 회색의 윤기나는 액체에 얼굴이 반쯤 덮혀 도움을 구하듯 라도리의 울먹이는 푸른 눈이 티루루를 바라본다.


시선.


파루라의 검고 큰 눈이 티루루를 올려다본다.


시선시선.


어느새 고개를 돌린, 얼굴이 녹아내린 너서리의 검고 큰 눈이 티루루를 바라본다.


시선시선시선시선시선시선시선시선시선시선시선.


대식당 곳곳에 잠식한 검고 큰 눈들이 티루루를 바라본다.


"어서오세요어서오세요끄르르르륶어서오세요주인님"


파루라가, 파루라 였던 것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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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7pm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부서지면 직사광선을 받은 얼음처럼 녹아내렸고 남아있던 회색의 액체가 그녀가 다가가면 도망치듯 흩어졌다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싶으면 또 다시 드라가이트로 나타났다. 쓰러뜨려도 암석족 특유의 부서졌다, 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야말로 칼로 물베기였다. 반복되는 격퇴와 후퇴에도 상대는 지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드라가이트는 결코 작은 크기가 아니다. 사람의 몇십배는 커다란 거구의 수정용이 어떤 소란도 없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리고 파괴된다면 알 형태의 수정으로 돌아가야할 드라가이트가 다시 나타난다? 그것도 얼음이 아닌데 물의 형태로 돌아갔다가 다시 합쳐져서?


정리하면 결론은 단 하나로 귀결된다. 지금 그녀가 상대하고 있는 몬스터는 드라가이트가 아니다.


그럼 대체 뭔데?


"꺄아아아아아악!!!!"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생각이 갑작스런 비명에 셧다운 되어버렸다.


"티루루?!"


명백히 동료의 비명소리였다. 비명소리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티루루는 호들갑에 인색한 캐릭터였으니 지금의 건은 예삿일이 아니라고 단번에 판단한 그녀에겐 뭔지도 모를 상대를 상대할 이유가 없었다.


텁.


"읏!"


그러나 상대는, 드라가이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는 메이드장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돌아선 그녀의 날개를 잡아챈 상대가 그 것을 잡아당긴다.


생각보다 강한 힘에 용쓸 필요 없었던 메이드장은 인간폼으로 퍼미션을.....


"........?"


인간폼으로 되돌아가지 못했다. 돌발상황이지만 예상이 됐다.


"아뿔싸...!"


아니나다를까 벽 한 쪽에 아까도 봤던 스킬 드레인 카드가 붙여져 있었다. 싸우고 파괴되고 도망치고, 이 일련의 루틴을 반복한 끝에 그녀는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하지만 다행인 점은 아직 그녀가 드라가이트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지체할 시간이 없으므로 브레스를 머금고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그녀의 커다란 날개를 물고 놓아주지 않는 뱀의 모습이었다.


투쾅!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섬광이 드라가이트를 꿰뚫었다.


내일부터 당분간은 대공사로 호텔이 임시 휴업을 해야할 정도로 복도가 2등분이 되어버렸다.


아니.


불현듯 생각이 든다.


그녀에게 내일이 올까?


상반신이 소멸한 드라가이트지만 여전히 메이드장의 날개를 붙잡고 있었다. 역시나 그것은 드라가이트가 아니었다. 푸른색이었던 몸체는 어느샌가 모든 빛을 흡수하는 검은색이 되어있었다.


아니, 정정. 처음부터 검은색은 아니었을 것이다. 왜냐면 애초에 그것은 모든 빛이 흡수되기 쉬운 흰색, 아니, 회색이었으니까. 바닥에 떨어져있던 푸른색이었어야 했던 금색 날개가 회색빛 물이 되어 바닥에 흡수되었다. 앞서 그녀를 붙잡고 있던 분홍색 뱀만이 힘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게 뭔데? 라는 의문을 갖기도 전에 어느새 드라가이트라는 몬스터의 특징조차 잃어버린 매끄러운 몸체가 폭발했다. 메이드로서의 체면 따윈 안중에도 없던 풀파워 브레스라면 누구라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한지 5초. 고기 파편이 아닌 점성질의 회색 액체가 벽, 바닥, 그리고 가장 근접해 있던 메이드장의 검은 몸체에 늘러붙었다.


터벅터벅


"앗, 티, 티루루. 마침 잘 왔습니다."


어둠 속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리니 싸움이 시작되기 전 보낸 부하가 걸어오고 있었다.


"천구의 성각인을 가져오셨나요? 아쉽다고 해야할지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성각인을 사용할 필요는 없게 되었네요. 다만... 조금 조급해져서 저도 모르게 힘을 좀 써버렸네요. 후후, 내일은 하루 종일 중노동을 해야...."

"메이드장...님..."

"응? 티루루?"


고개를 든 티루루가 메이드장을 올려다본다.

아까 전에 들었던 비명 소리의 주인이 누구였었는지 잊고 있었


"저희와함께주인님을맞이하도록해요함께함께함께함께함께함께"


검고 큰 눈이 메이드장의 눈을 응시한다.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또다른 검고 큰 눈이 메이드장의 눈을 응시한다.

그옆에서도

그옆에서도

그옆에서도검고큰눈이메이드장의눈을응시한다.


"함께

한몸이

되어

주인님

맞이"


기력이 다한 메이드장이 고개를 떨군다.


아직 떼어내지 않은 회색 액체 파편에서 몽글몽글 피어난 검고 큰 눈이 메이드장의 눈을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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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어느 외딴 산속의 호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극상의 서비스로 입에서 입으로 알음알음 전해지는 곳.


6명, 혹은 5명, 혹은 4명, 혹은 3명, 혹은 2명 혹은 1명의 관리인이 대접하는 호텔.


이따금씩 시선이 느껴지는, 이따금씩 방에 물이 새는 호텔이지만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호텔은 오늘도 손님을 맞이한다.


더이상 손님이 찾아오지 않을 때까지 극상의 서비스는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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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다쎴네 드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