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신만의 금제 주장-어떻게?

 새로운 금제가 발표될 때마다 이런저런 말이 많다. 이런 금제는 옳았네 저런 금제는 틀렸네 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커뮤니티에 올리며 이야기하는 광경은 그다지 드문 광경이 아니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 중 근거 없이, 혹은 '테라포밍 어감이 좋은데 무제 가도 될 거 같은데?' 따위의 빈약한 근거를 가지고 금제를 주장하는 이는 극도로 보기 드물다. 이런 사람들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덱 좀 살려주세요' 나 '~~덱 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식의 특정 테마 저격이다. 특정 테마 저격은 다수의 의견을 취합하기 용이하고 같은 테마를 사용하거나 상대하는 아군을 끌어모으기도 쉽기에 금제 이야기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과연 이런 특정 테마의 저격이 올바른가 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생각을 해보아야만 한다.


2-1. 범용 카드의 제한

 필자는 특정 테마를 저격한 금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정 테마에 대한 저격은 특정 덱의 강력함을 제한할 수는 있어도 그 이외의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물론 금제로 인한 영향이 적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다른 덱의 생태계를 크게 공격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초뇌룡이 무제한으로 풀린다고 한들 번개족 테마인 스프라이트가 강해지진 않을 것처럼 말이다. 특정 테마에 대한 저격이 가지고 있는 진짜 문제는 금제 강화는 보통 범용 카드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코나미는 결코 바보가 아니다. 특정 테마를 출시하기 전에 내부적인 테스트나 지금까지 카드를 만들어온 경험을 통해 특정 수준의 파워를 가지도록 조정한다. 예를 들어 코나미는 이시즈티아라의 강함을 예측하지 못하고 강력하게 출시한 것이 아니라 출시 전부터 강하게 만들었으며, 강한 덱이되 어느 정도의 강함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 금제를 발표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순수 티아라멘츠가 저평가 받았듯, 보통 테마 내에서의 파워가 예상을 오버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다른 카드와의 시너지를 통해 갑자기 괴물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제제 또한 테마의 힘을 빼기보다는 과도한 파워를 보이는 특정 카드와의 시너지, 혹은 그 카드 자체를 제제하게 된다. 문제는 이런 범용성 높은 카드나 다른 덱에서도 많이 이용하는 카드가 제제를 받을 경우 그 카드에 의존하는 약소 덱들은 그대로 힘을 잃는다는 것이다. 이런 카드의 대표적인 예시는 소위 모든 딕들의 희망이라고 불리던 하리파이버가 있고, 힘을 잃은 테마로는 떡깨구리를 잃은 버제스토마가 있다. 이런 금제는 소위 티어덱 구간이라고 부르는 0티어~2티어 구간에서는 효과적이겠지만 3티어 이하의 약소 테마들은 도전조차 못하게 힘을 빼앗아버린다.


2-2. 상대와 나의 차이를 유지시킬순 있지만, 더욱 벌어져서는 안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금제의 방향성은 일방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격차 벌리기 싸움을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 턴이란 말이야앗!'으로 대변되는 티어덱의 일방적인 상호작용은 약소 덱들과의 격차를 증가시키고 상대의 불쾌감을 유발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후완과 데스피아도 상대 턴에 내가 움직이면서 동시에 상대의 아드를 가져오는 움직임이 가능했다. 상대 턴에 내 +아드와 상대의 -아드를 동시에 유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상대와 나의 격차를 극도로 늘리고, 이러한 움직임에는 선행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선후공 밸런스를 망치는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금제가 가져야 할 방향성, 그리고 금제가 환경에 주어야 할 영향은 서로 간의 파워 격차를 늘리는 움직임을 틀어막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3-1. 고위병 아기도

 첫번째 금제의 대상은 고위병 아기도이다. 아기도는 이미 제한 상태인 카드이기도 한데, 필자는 이 카드가 완전히 금제를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번째로 아기도의 효과는 다른 이시즈 몹에 비해서도 쌍방의 격차를 벌리는데 특화되어 있다. 내 추가 아드를 가져오기 굉장히 유용하면서 동시에 상대의 덱을 갈아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저지한다. 격차를 유지하되 벌려서는 안된다는 필자의 주장에 위배된다. 두번째로 특정 테마군 카드이다. 한때 버밀리온 디클레어러가 천사족 코스트로 애용했고 티아라멘츠가 덤핑 효과를 유용하게 쓰고 있는데 왜 테마군 카드라고 주장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봐라. 이시즈 시리즈는 다른 카드의 효과의 대상이 되기 쉽지만 이시즈 카드들이 지정하는 천사족/땅속성/4레벨 카드는 이시즈 테마군을 포함하여 단 23장 뿐이다. 다른 카드와의 상호작용이 빈약한 자체 기믹 테마라는 것이다. 하위권 덱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제제가 아니면서 동시에 이시즈티아라에 영향을 주는 제제이다.


3-2. 졸부와 겸허의 항아리

 졸부와 겸허의 항아리는 풀어줘도 될 카드라고 생각한다. 먼저 특정 테마가 유용하게 사용할지언정 상대 턴에 움직임을 취하여 상대의 -아드를 동시에 발생시키는 카드가 아니다. 오로지 효율적으로 +아드를 가져오는 카드이다. 다음 이유는 이 카드 대신 금제를 먹어야 할 카드들은 이 카드를 통해 가져올 수 있는 강력한 핵심 카드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문의 지도가 있는데 상대를 불쾌하게 하는 카드는 졸겸이 아니라 의문의 지도이며, 졸겸 제제를 말하던 사람들의 주장도 졸겸이 가져올 아드의 잠재력을 문제로 꼽는다. 그러나 순수하게 큰 파워를 발휘하는 파워 카드는 그 파워가 환경을 박살내지 않는다면, 사라질 이유가 없다. 차라리 졸겸을 통해 핵심 카드 한두장에 의존하는 약소 덱들의 파워를 보강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3-3. 디멘션 어트랙터

 디멘션 어트랙터는 언뜻보면 앞선 주장들에 완전히 위배되는 카드로 보인다. 발동만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막고, 후완다리즈나 썬더 드래곤은 자신의 아드를 벌어온다는 점에서 격차를 벌리는 카드라고 생각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디멘션 어트랙터는 상대턴에 제외 효과를 사용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카드가 아니라 턴을 받아오기 위한 카드이며, 바로 자신의 +아드를 발생시키는 것이 가능한 뇌전룡 같은 경우도 있지만 디멘션 어트랙터가 금지나 제한이 아닌 준제한이라는 점에서 썬더 드래곤의 해당 플레이가 디멘션 어트랙터의 무제한과 동시에 폭발적으로 기동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디멘션 어트랙터도 한턴을 받아오는 강력한 파워 카드일 뿐 불쾌감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3-4. 크샤트리라 펜리르

 펜리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최근 유챈에서 논란이 된 '파라디온 날먹덱' 을 얘기해야 한다. 파라디온이 패트랩을 완전히 배제하는 이유는 패트랩을 밟고 전개할 수 없기 때문에 모 아니면 도 마인드로 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펜리르도 비슷하다. 강력한 후공 돌파 카드이면서, 마치 니비루를 의식하는 것과 같은 펜리르 의식을 요구한다. 그러나 파괴 효과와 달리 제외 효과는 의식해서 막기 어려우며 상당히 강력한 효과이기에 약한 덱들의 케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반면 이 카드는 환경에서 가장 큰 쓰임새가 단독으로도 강력한 후공 돌파 수단으로 약소 덱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약소 덱들이 우라라를 맞을 수밖에 없으면서 동시에 우라라 없이 티어덱을 상대할 방법이 없는 것처럼 펜리르도 약소 덱들의 한가지 수단으로 이용 될 수 있다. 세장일때 굉장히 쉽게 잡히고 케어하기도 어려운 강력한 카드는 맞다. 그러나 한장이 되면 약소덱들이 사용할 강력한 무기를 손에 잡기 어려워진다는 점, 그리고 이 카드가 제한이나 금지를 당한다면 강력한 범용이어서가 아니라 크샤트리라 테마에 대한 제제 수단이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을 고려한다면 펜리르를 준제한으로 보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3-5. 말살의 지명자

 말살의 지명자와 프레임기어 감마 중에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내 턴에 내 아드를 확실하게 보장해주는 카드라는 점에서 강력한 범용 파워 카드이며, 선공이 사용했을때 굉장히 강력한 모습을 보이는 카드이다. 감마 대신 말살의 지명자가 선택된 이유는 감마는 상대 턴에 발동하는 패트랩의 기능도 하며, 후공이 손에서 발동할 수 있고, 자신 턴에 사용시 리턴이 과하게 크며, 불순물 한장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덱 스페이스가 넓지 못한 덱에게는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음과 동시에 덱 스페이스가 넓은 덱에게는 훌륭한 소잿거리가 되는 등 일종의 빈부격차 문제에 있어 말살의 지명자보다 더 심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준제한 말살의 지명자는 말명자 지정-말명자 도 가능해지며 필자가 주장하는 친 범용 카드 주의에 약간의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것이 가능하다.


4. 모두가 범용을 사용하는 환경

 하리파이버와 유니온캐리어라는 걸출한 범용 카드들이 풀리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그런 카드들은 테마의 기믹을 더욱 잘 굴러가게 해주는 카드라기 보다는 테마에 +@를 끼워파는 카드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강력한 범용 파워 카드들이 해야할 역할은 그 테마만이 할수 있는 역할을 강화해주는 것이다. 누구나 바로네스 세우고 진룡황 세우고 드래곤 버스터 블레이드를 세우는 식으로 범용 카드들이 강해져야 하는것이 아니라 엘렉트럼과 같이 그 테마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카드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5장의 카드로는 환경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불쾌감을 주는 격차 벌리기 카드들을 줄이고 테마의 힘을 살려서 특정 테마의 힘이 너무 강해졌을 때 오로지 그 테마에게만 영향이 가는 효과적인 제제를 가능하게 할 마인드 변화이다. 제제 마인드가 변화하고 더 오랜 기간 제제를 진행한다면 환경에 더 다양한 종류의 덱이 튀어 나올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