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파 선배는 같은 과 2년 선배다


워킹홀리데이로 1년 휴학해서 학년은 하나 밖에 차이나지 않지만 학교를 2년이나 먼저 들어온 건 사실이기 때문에 나한텐 까마득한 어른처럼 느꼈다


갓 스무살이 되어 대학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무렵의 내겐 그저 먼 절벽 위에 핀 육화성 티어드롭과도 같던 마르파 선배와는 학술토론 소모임에서 만나 점점 가까워졌다


선배는 의외로 털털하고 시원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담배타임을 가질 때마다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며 처음 선배에게 느꼈던 벽은 점점 허물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선배가 담배를 비벼끄며 내게 말했다


"티붕아, 내 자취방에 퓨어리 키우는데 보러올래?"


내가 퓨어리 애호가라는 걸 듣고 한 말이였다


최근 퓨어리가 티어권에 올라선 이후 뒤늦게 퓨어리를 키우는 이들이 늘어났다


원조 퓨어리 애호가지만 룸메이트가 털에 민감해 자취방에서 퓨어리를 키우지 못해 아쉬웠다는 말을 듣고 선배는 나를 초대한 것이다


그 날은 퓨어리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소모임에서 뭘 했는지 기억도 할 수 없었다


가짜들, 후발주자들이 키우는 건 릴리 내지는 기껏 정성을 들여봐야 누아르 정도다


하지만 선배는 릴리도 아닌 그냥 퓨어리를, 에퓨어리도 아니고 무려 엑스퓨어리 행복니스까지 키워냈다고 말했다


"우리 퓨어리 되게 똑똑하다? 아제우스도 할 수 있어"


퓨어리 아제우스 메모리를 딱튜브도 아니고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어느새 자취방에 도착하자 선배는 갑작스럽게 손님을 데려왔으니 잠시 방을 치울 시간을 달라 했고, 나는 밖에서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꽤나 요란한 소리가 몇 번 들리고나서 다시 고요해지길 수 차례, 긴 정적이 지나고나서야 선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 곳에 보이는 건 없었다


선배는 방에 없었고


이상할 정도로 추운 방, 블라인드를 다 쳐놓은 건지 빛은 한 줄기도 들어오지 않았고 느껴지는 건 알 수 없는 시큼한 냄새 뿐이였다


방에 들어선 순간 무언가가 발에 채였다


더듬어가며 집어낸 무언가에 핸드폰 불빛을 비추어 보았다


'초박형... 어트랙터?'


포장도 채 뜯지 않은 어트랙터 한 갑


오싹한 느낌이 들어 나가려는 찰나 무언가가 느껴졌다


선배는 내 바로 곁에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실 한오라기 걸치지 않았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뭔지 모를 시큼한 냄새의 정체를 어렴풋이 눈치챈 그 순간, 선배는 그 특유의 허스키하면서도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내 귓가에 짧게 울었다



"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