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오리카가 나오며, 듀터 2부의 카드군들이 스토리의 주축입니다.

*노벨피아에서 동시 연재 중이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거리의 뒷골목.

"안 돼! 내 덱을 돌려줘!"

"시시하네. 고작 이 정도야?"

그렇게 말하며 자신을 차가운 시선으로 노려보는 밤색 머리카락의 소년. 그 앞에 선 아야토의 시선은 겁에 질려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팔에 듀얼 디스크를 차고 있었지만, 아야토의 듀얼 디스크는 마치 듀얼을 통해 물리적인 피해를 입기라도 한 듯 곳곳이 파손되어 있는 데 반해 소년의 듀얼 디스크는 중간중간에 검붉은 부분도색이 되어 있는 것만 제외하면 새것과 다를 바 없는 상태였다. 

아야토는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소년에게 억울함이 느껴지면서도 겁에 질린 목소리로 항의했다.

"제발 내 덱을 돌려줘! 대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아까는 불량 듀얼리스트들로부터 날 구해 줘 놓고는...! 그리고 난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어째서 이렇게 무자비하게...!"

하지만 소년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했다. 그의 눈동자는 복수심과 증오에 사로잡혀 있었다. 소년은 검은 후드를 눌러쓴 채로 차갑게, 차분차분 비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착각하지 마. 내가 널 그 사람들로부터 구해 준 건 단지 사냥감을 빼앗기기 싫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빛 속성 몬스터가 가득한 네 덱을 보면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른단 말이지. 그래, 이 감정은 어쩌면 복수심이라 해야겠군."

그렇게 말하고는, 소년은 아야토에게서 빼앗은 덱을 꺼내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그는 덱에 있는 빛 속성 몬스터들을 전부 오른손에 쥔 후 나머지 카드들은 관심도 없다는 듯 건성으로 바닥에 던져 버렸다. 

그리고, 소년이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라이터였다. 소년이 자신의 카드들을 불태울 거라는 걸 눈치챈 아야토는 소년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아까 듀얼에서 입은 물리적 피해 때문에 몸이 고통스러워서 움직이는 게 불가능했다.

"제발 그만해! 다른 건 몰라도 아빠한테 받은 천구의 성각인만은 절대 안 돼!!"

하지만, 소년은 그런 아야토를 마치 능욕하기라도 하듯, 말없이 천구의 성각인을 그에게 보여주더니 보란 듯이 그 카드에 제일 먼저 불을 붙였다. 그리고, 아야토의 덱에 있던 나머지 빛 속성 몬스터 카드들도 하나씩 불이 붙었고, 소년은 그 카드가 모두 재로 변해 버리는 걸 기어이 보고 난 후에야 절규하는 아야토를 뒤로 하고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다.
***

다음 날 아침. 카게로우 고등학교 2학년 B반은 어제 보도된 뉴스 때문에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가장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이시다 안야였다.

"야, 너네 그 소식 들었어? 듣자하니 라이트 킬러가 또 모습을 드러냈다던데."

그 말을 듣자 히다카 카린 역시 한숨을 내쉬먀 말했다.

"어, 나도 뉴스 봤어. 그 새끼 덕분에 우리 이미지가 실시간으로 나빠지는 중이잖아. 왜 하필 하고많은 덱 중에서 우리 듀얼부에서 기본으로 지급하는 덱인 인벨즈를 쓰는 거냐고."

그 말을 조용히 듣던 소노하나 아오이는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라이트 킬러라면, 분명 특정 장소에 있는 빛 속성 덱을 쓰는 듀얼리스트들을 향한 '복수'를 한다고 인터넷상에 예고 영상을 올린 뒤, 정해진 시간이 되면 그곳에 실제로 모습을 드러내 그 장소에 있던 빛 속성 듀얼리스트들을 듀얼로 쓰러뜨리고 덱을 빼앗은 후 덱에 있는 빛 속성 몬스터 카드를 전부 불태우는 그 소년이었지? 그 애는 대체 뭐 때문에 복수심에 사로잡힌 걸까..."

하지만 카린은 동정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딱 잘라 말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지금 그 새끼 때문에 이번 학기에 우리 학교 듀얼부 신입이 엄청 줄었단 거야."

아오이는 착잡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휴대폰이 울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녀는 뮨자를 확인하더니 기뻐하며 말했다. 

"아, 유에이한테서 연락이 왔어! 이따 학교 끝나고 단둘이서 만나자고 하네?"

"헤에, 데이트냐? 힘내, 아오이."

아오이는 얼굴이 발그레해졌지만, 한편으로는 유에이가 걱정되기도 했다. 며칠 전부터 그가 학교를 나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말할 수 없는 다른 이유가 더 컸다.

***

오후의 코모쿠 시가지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여기에 있는 백화점의 옥상에 위치한 테마파크인 코모쿠 스카이 랜드에서 잿빛 자켓을 입고 있는 밤색 머리카락의 소년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악속시간까지 앞으로 5분 남았나..."

바로 그때, 소년의 눈에 저 멀리에서 붉은 니트 가디건을 걸친 연분홍색 머리카락과 벚꽃빛 눈동자를 지닌 한 소녀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아, 왔구나. 아오이."

소녀는 그를 보자마자 조용히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 유에이. 으응. 늦지 않게 오긴 했지만... 그래도 많이 기다렸지?"

"딱히. 나야말로 네가 와 줘서 기쁘달까."

그렇게 밀하고 유에이는 아오이의 손을 잡았드. 아오이도 얼굴이 다시금 발그레해지면서도 싫지 않다는 듯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파크 곳곳을 돌아다니던 두 사람은 파크의 제일 높은 층에 설치된 모노레일에 단 둘이 타게 되었다. 

잠시 동안 감돌던 어색한 적막을 깬 것은 아오이였다.

"저기, 유에이. 복수는 잘 되어 가고 있어?"

타인이 걸핏 들으면 놀랄 만한 이야기였지만, 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유에이 역시도 그 말에 조용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나쁘진 않아. 하지만... 여전히 내가 복수하고자 하는 이유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달까. 이유라도 안다면... 이 복수의 종착점을 찾을 수 있을 텐데 말야."

아오이는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유에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 으응. 그랬구나... 나는 유에이가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괜찮으니까, 다치진 말아 줘. 유에이는 내 소꿉친구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있어서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니까."

그 말을 듣자 유에이 억시도 조용히 웃을 뿐이었다.

***

같은 시각, 코모쿠 시의 빛 속성 듀얼리스트를 후원하고 있는 거대기업 라파위라 코퍼레이션의 본사 빌딩에 위치한 사장실. 

이곳에서는 해군 군복과 비슷하게 생긴 새하얀 외투를 걸친 한 백발적안의 소녀가 누군가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흐음, 과연. 라이트 킬러의 정체로 추정되는 것은 이 소년이라는 이야기인 거네?"

"맞습니다. 분명 그 소년은 그 사건의 생존자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최근 저희는 이 소년에게 협력중인 소녀, 소노하나 아오이의 신원을 특정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상으로 보고를 마칩니다."

옆에서 가만히 보고를 받던 소녀에게 옆에 있던 비서가 말했다. 

"어떡할까요? 지금 라이트 킬러를 무작정 공격했다간 우리 사의 이미지만 더 안 좋아질 겁니다."

"알아. 3년 전 그 비밀결사와의 협력 관계가 들통난 이후로 듀얼 몬스터즈 업계 내에서도 우리 회사가 밀어주는 빛 속성에 대한 이미지가 심하게 악화되었으니까. 하지만, 이대로 그가 활개치게 둘 수는 없잖아? 그렇다면 방법은 딱 하나네."

"그 방법이란 게 뭔가요?"

소녀는 의기양양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닭 잡는데 굳이 소 잡는 칼을 쓸 이유는 없지. 그러니까, 다른 속성을 후원하는 스폰서들에게 그 녀석을 쓰러뜨리라고 의뢰하면 되지 않을까?"

"역시 마이히메님이시군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한번 의뢰를 넣어보도록 하죠."

그리고 비서가 지시사항을 전달하러 나가자, 마이히메는 조용히 모니터 속 사진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쥐새끼처럼 잘도 도망다녔구나, 라이트 킬러. 하지만 말야, 꼬리가 길면 결국 잡히는 법이지. 언젠가 만나서 겨뤄 볼 날을 마음 속 깊이 기대하고 있을게. 그러니까 너무 시시하게 잡히진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소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사진 속 소년에게 이야기하듯 말했다.

"자, 그럼 빛과 어둠 중에서 누가 세계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일까. 그건 오직 신만이 알고 있겠지. 하지만...기억하는 게 좋아. 네가 이길 확률은... 단 1%에 불과하다는 걸 말야. 어디... 네가 그 99%의 패배 확률을 뒤집을 수 있는 존재인지 볼까?"
***

유에이가 아오이의 손을 잡고 모노레일에서 내렸을 때 누군가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어이, 네가 그 소문의 라이트 킬러 맞지? 인벨즈 같은 구려터진 덱으로 성각을 이기다니 실력만큼은 참 대단하다니까. 옆에 그 애는 여자친구야?"

갑작스럽게 유에이의 정체를 눈치챈 듯 그를 라이트 킬러라고 지칭하며 다가오는 하얀 양복 자켓을 걸친 한 남성을 보고 아오이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유에이는 그 모습을 보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침착하게 남자에게 되물을 뿐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넌 누구지?"

남자 역시 보통내기는 아니었는지, 그의 말을 듣고도 능글맞게 받아쳤다.

"그걸 알려준다 한들 내게 무슨 이득이 되지? 뭐... 일단 말해두지. 들어본 적 없겠지만, 뒷세계에서 현상금 사냥꾼 일을 하고 있는 J라고 한다. 라파위라 코퍼레이션으로부터 널 쓰러뜨려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거든. 그래서 널 이렇게 상대하러 온 거야."

아오이도 그 말을 듣자 어딘가 들어본 적이 있다는 듯 유에이에게 말했다.

"라파위라 코퍼레이션이라면 분명 코모쿠의 빛 속성 듀얼리스트를 후원하는..."

유에이 역시 남자를 특유의 그 싸늘한 눈으로 노려보며 침착하지만 분노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3년 전, 빛 속성을 사용하는 듀얼리스트를 대량으로 양성해 그들의 힘으로 세계를 리셋하려는 어떤 비밀결사가 일으킨 대량 납치 및 아동학대 사건인 트와일라이트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지."

"아, 나도 그 뉴스 봤어. 그리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라파위라는 엄청난 악질 기업이란 거잖아."

유에이의 말을 듣고 아오이가 내뱉은 이 한마디에는 뼈가 들어 있었지만, 남자는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았는지 뻔뻔하게 이야기했다.

"테러리스트 여친 주제에 기세등등하네. 라파위라 놈들이 블랙기업이든 화이트기업이든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야. 난 단지 이 일이 이득이 될 것 같아서 의뢰를 수락한 것 뿐이지, 그놈들이 뭘 하든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뭐, 아무튼 너를 여기서 끝장내 버리면... 정부 측에 내 전과 기록을 싸그리 말소하도록 압력을 넣어 주겠다고 제안하더군. 그러니까, 좌우간 상대를 해 줘야겠어."

아오이는 도망갈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지만, 아무리 봐도 도망칠 타이밍은 커녕 상황을 벗어날 묘수조차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가 설상가상으로 유에이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책가방에서 듀얼 디스크를 꺼내 착용하고 전개하며 말했다.

"너 따위랑 노닥거링 마음은 없어. 하지만... 네 녀석이 라파위라의 하수인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지금까지 다른 빛 속성 사용자들처럼, 사냥할 뿐이다."

그 말을 들은 J 역시 그를 비웃으며 듀얼 디스크를 전개했다.

"너에게 어른의 무서움을 가르쳐주도록 하지."

"듀얼!"
***
두 사람은 5장씩 패를 드로우했다. J는 자신의 패를 보자 꽤나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법 좋은 패가 나왔군. 미래융합-퓨처 퓨전이 첫 패에서부터 잡히다니. 이러면 선공을 넘겨 줘도 탈이 없겠는데?'

그렇게 생각한 J는 말했다. 

"이봐, 라이트 킬러 씨. 먼저 해 보시지 그래?"

그 제안은 사실 유에이에게도 나쁠 게 없는 제안 같아 보였다. 사실 인벨즈는 어드밴스 소환을 주축으로 하는 덱이기 때문에, 다른 덱과 마찬가지로 선공을 잡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좋아. 그렇다면 선공은 내가 가져가지. 패에서 인벨즈 만능태를 일반 소환한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뭔가로 변이하려는 듯 끊임없이 꿈틀대는 검고 작은 몬스터, 인벨즈 만능태. 공격력도 별 볼일 없는 1000에 불과했지만, 이 몬스터의 진가는 이 녀석이 인벨즈 한정으로 더블 코스트 몬스터가 되는 데에 있었다.

"턴 엔드."

여기까지만 해도 유에이는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듀얼이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듀얼을 시작할 때 차지한 선공권이 독이 든 성배라는 걸 알아차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 차례군, 드로우. 나는 패에서 미래융합, 퓨처 퓨전을 발동한다."

그 말을 듣자 듀얼을 관전하던 아오이는 물론, 유에이도 티는 내지 않았지만 크게 당황했다.

"퓨처 퓨전이라고...?! 그 카드는 분명...!"

그가 당황하는 것을 눈치챈 J는 그에게 더더욱 쐐기를 박기 위해 일부러 그를 도발하며 말했다.

"그래. 이 카드의 발동 후 1번째의 자신 스탠바이 페이즈에, 자신의 엑스트라 덱의 융합 몬스터 1장을 서로 확인하고, 그 몬스터에 기재된 융합 소재 몬스터를 자신의 덱에서 묘지로 보내는 카드지. 자, 과연 내가 소환할 카드는 어떤 카드일까나?"

하지만 이내 유에이는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에게는 나름대로 전략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저 카드의 1번 효과가 발동한 뒤, 몬스터를 불러오려면 저 카드가 1턴 동안 필드 위에 남아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2턴 뒤 그레즈를 어드밴스 소환한 후, 효과로 필드를 클린하면 되겠어.'

그러는 사이 J는 더 이상 할게 없다는 듯 카드릉 1장 세트해 놓고 턴을 종료했다.

"내 차례다. 드로우!"

그리고 유에이는 망설임 없이 몬스터 카드를 세트했다. 하지만 그 이외에는 딱히 뾰족한 수가 없었기에, 그대로 그는 턴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J는 턴을 시작하고 스탠바이 페이즈가 되자마자, 자신이 이겼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어이쿠, 퓨처 퓨전을 막을 카드가 없었던 모양이네? 안됐지만, 네게 그레즈를 소환할 기회는 찾아오지 않아. 내가 융합 소환할 카드는, 웜 제로! 웜 제로는 소환에 2장 이상의 웜 몬스터를 필요로 하지. 나는 덱에서, 10종류의 웜 몬스터를 각각 1장씩 묘지로 보낸다!"

"뭐, 뭐라고?!"

듀얼을 관전하던 아오이는 상황을 보고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웜 제로라면, 융합 소재로 사용한 웜 몬스터의 종류의 수×500 만큼 공격력이 올라가는 카드잖아! 이대로라면 유에이가 지고 말 텐데...!"

아오이는 유에이를 어떻게든 돕고 싶었지만 듀얼에 난입 시 4000 라이프 페널티를 받고 시작하기 때문에 자신은 별 도움이 안 될 게 뻔했다. 거기다가 자신이 쓰는 덱 역시 별로 좋은 덱이 아니었으니, 난입해 봤자 방해만 될 터였다.

"자, 이제 어떻게 할지 기대되는걸, 라이트 킬러 씨. 그럼, 카드를 1장 세트하고 턴 엔드다."

유에이는 불안한 마음을 얘써 억누르며 카드를 드로우했다. 나온 것은 종언의 화염. 패의 그레즈를 어드밴스 소환 후, 세트해 둔 뒤 상대 엔드 페이즈에 발동하면 어떻게든 이길 활로가 열릴 것이었다.

"인벨즈 만능태와 세트해 둔 인벨즈의 문지기를 소재로, 인벨즈 그레즈를 어드밴스 소환!!"

그러자 인벨즈 만능태와 모습을 드러낸 인벨즈의 문지기가 끔틀대더니 바닥에서 심연의 문이 열렸고, 이어서 거대한 검은 갑옷과 4개의 팔을 가진 악마, 인벨즈 그레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서 인벨즈 그레즈의 효과를 발동한다! LP를 절반 지불하고, 이 카드 이외의 필드의 카드를 전부 파괴하겠어!"

그러자 유에이의 라이프가 순식산에 4000까지 떨어짐과 동시에 인벨즈 그레즈가 손에서 검은 어둠의 구체릉 생성하더니 하늘을 항해 쏘아올릴 준지를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J가 기다렸다는 듯 세트해 둔 함정 카드를 오픈했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고! 뒤집어 놓은 카드 오픈! 함정 카드, 건망증을 발동한다! 이 카드의 효과로, 인벨즈 그레즈의 효과는 무효가 되고, 그 자신은 앞면 수비 표시가 되지!"

"뭐라고?!"

크게 당황하는 유에이. 그레즈 역시 자신이 하려던 일을 잊어버린 듯 효과 사용을 중단하고 그대로 수비 태세로 전환하고 말았다.

여기까지 상황이 몰리자, 유에이도 크게 당황한 듯 보였다. 이대로라면 공격력 5000의 웜 제로가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은 빠르면 2턴 뒤에 패배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크윽... 카드를 1장을 세트하고 턴 엔드."

그러자, 천지가 진동하더니 불길한 느낌을 주는 섬광이 허공에 모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안 돼...! 이대로라면 분명 유에이의 패배야...!!"

"드디어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셨군!! 이게 바로 행성을 포식하는 여행자, 웜 제로다!!"

그러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회색의 액체 같기도 하고 고체 갇기도 한 구체. 뒤이어 웜 제로에서 흘러내린 액체가 서서히 상대 필드를 뒤덮기 시작했다.

"웜 제로의 효과 발동! 이 카드는 융합 소재가 6종류 이상일 때 1턴에 1번, 덱에서 카드를 1장 드로우할 수 있게 해 주지! 그럼 카드를 한 장 드로우하고, 배틀이다! 웜 제로로, 인벨즈 그레즈를 공격! 침식의 프레데테이션!!"

그러자, 웜 제로에서 입이 달린 거대한 촉수 하나가 전개되더니, 그대로 그레즈를 향해 달려들어 그레즈를 한입에 삼켜 버렸다.

"자, 그럼 드로우한 카드를 세트하고 턴 엔드."

"지금이다! 세트해 둔 카드를 오픈! 속공 마법, 종언의 화염!! 필드에 흑염 토큰 2체릉 특수 소환한다!"

"호오, 제법이네. 뭐, 대처할 카드가 없으니 이대로 턴을 엔드해 주지."

유에이가 지금 처한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어떻게든 이 위기를 타개하지 못하면, 그는 다음턴에 패배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이대로 복수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내 복수가 끝나게 둘 수는 없어...!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에게는 분명 쓰러뜨려야 하는 적이 있으니까!!'

"인벨즈...제발 내게 힘을 넘겨다오! 드로우!!"

그런데, 그가 카드를 드로우하는 순간, 그는 크게 당황했다. 자신의 덱에 존재하지 않는 카드가 드로우된 것이다.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 난 이런 카드를 덱에 넣은 적이 없는데...!'

바로 그때, 갑자기 엄청난 두통이 그를 사로잡았다.

"으아악!! 으...으윽...!!"

그리고, 서서히 두통이 약해짐과 동시에 그의 주위를 검은 안개가 뒤덮었다.

"유에이?! 유에이!!!"

"뭐, 뭐야 저 녀석...! 대체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야?!"
***
두통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유에이는 정신을 차렸다.

주위의 풍경은, 이미 검은 안개에 둘러싸여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아까 드로우한 카드에 그려져 있던, 마치 잠자리형 인벨즈와 드래곤을 섞은 듯한 형태의, 4쌍의 날개를 지닌 거대한 검은 드래곤이었다. 그 드래곤은 분명 인벨즈에 속하는 존재. 하지만 그는 이전에 그 존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음에도 그를 알고 있다는 느낌이 희미하게 들었다.

"나는... 나는 이 드래곤을 알고 있어... 하지만 어째서?"

"후후. 역시 그때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거로군. 하긴, 그 놈들이 벌인 수작 때문에 동기조차 기억 못하고 복수를 하고 있는 신세이니... 허나, 그련 것도 싫지 않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유에이에게 드래곤은 이야기했다. 

"네 녀석은 아까 내가 깃든 카드를 드로우했지. 그것은 네가 인벨즈의 사도로 선택받았다는 의미이다."

"인벨즈의 사도?"

"그래. 네가 요구한 대로, 나는 네게 힘이 되어줄 생각이다. 허나... 나도 너에게 요구를 한가지 하지. 이 세계가 빛의 범람에 의해 멸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빛 속셩 사용자를 쓰러뜨려 줬으면 해."

"빛의 범람? 세계의 멸망이라고? 대체 무슨 소리지?"

하지만 드래곤은 더 이상 자세하 설명할 생각이 없다는 듯 반문했다. 

"싫은 건가? 싫다면 계약은 없던 일로 하지."

하지만 유에이가 한 바로 다음 대답은 뜻밖이었다.

"천만에. 모든 빛 속성 사용자를 쓰러뜨리는 건 내가 바라던 바이기도 해. 그리고, 방금까지 듀얼을 하면서 느낀거지만... 복수에는 강한 힘이 필요하지. 그리고 악마의 힘... 어둠의 힘... 굳이 이런 걸 가려가면서 받아들일 이유는 없잖아?"

그렇게 말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유에이를 본 드래곤의 이 밀과 동시에, 안개가 걷히고 드래곤의 모습은 사라졌다. 

"크크크, 좋은 대답이로다. 그렇다면 어디 한번 나를 소환해 보도록. 나의 이름은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 다른 세계에서 온 창성룡의 일원일지니. 지금, 너는 나의 사도가 되어 어둠을 수호하는 존재가 되었다!"
***
안개가 걷히고 드러난 유에이의 모습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단지, 표정에 회심의 미소를 띠고 있단 점만 제외하면. 

"자, 그럼 가보실까...! 나는 필드의 흑염 토큰 2체릉 릴리스하고, 몬스터를 어드밴스 소환한다!!"

그러자, 다시 한 번 바닥에 심연의 문이 열리더니 어둠과 함께 아까 유에이와 대화했던 인벨즈의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강철보다 단단한 송곳니를 지닌 악마의 용이여! 나의 심복이 되어, 세상을 침략하라! 어드밴스 소환! 혼돈으로부터 솟아올라라,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

갑작스럽게 나타난 처음 보는 드래곤의 모습에, 아오이와 서서히 모이기 시작한 관중들은 물론이고 J 역시 평정심을 잃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뭐...뭐야?! 인벨즈에 저런 카드가 있었다고?!"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의 효과 발동, 인페스테이션 미스트!! 1턴에 1번, LP를 1000 지불하고 발동할 수 있다. 상대 필드의 몬스터를 1장 고르고, 그 몬스터를 파괴한다! 내가 파괴할 카드는 웜 제로!"

"뒤집어 놓은 카드 오픈, 천벌! 패를 한 장 버리는 것으로,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의 효과를 무효로 하고 파괴한다!!"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듀얼 필드의 천벌 카드를 검은 안개가 감싸더니 순식간에 카드가 묘지로 보내져 버렸다.

"뭐; 뭐야?! 분명 이거 카운터 함정...!!"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의 효과의 발동에 대하여 상대는 효과를 발동할 수 없다. 따라서 천벌의 효과는 불발!"

그 말과 동시에, 웜 제로 역시 검은 안개가 스며들어가진 후 서서히 몸이 부풀어오르더니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이어서, 배틀이다!!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으로 다이렉트 어택!! 침략의 검은 폭풍, 인페스테이션 블랙 스톰!!"

그와 함께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이 검은 어둠의 에너지탄을 내뱉어, J에게 2500의 데미지를 주었다.

"카드를 1장 덮어놓고, 턴 엔드!"

J는 카드를 드로우하고 자신의 패를 확인했지만, 패 상황이 영 좋지 못했다. 게다가 몬스터 효과를 무효화할 수 있는 수단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융합도 잡히지 않았기에 또 다른 웜 제로를 소환할 수조차 없었다.

"제길... 몬스터 카드를 세트하고 턴 엔드다!"

"내 차례다, 드로우. 나는 인벨즈의 첨예를 일반 소환한다."

"젠장할...! 점점 상황이 불리해지는구만!"

"배틀이다! 인벨즈의 첨예로 세트해 둔 카드를 공격!"

J가 세트해 둔 카드는 웜 링크스. 이미 덱에 있는 4레벨 웜의 대부분을 소모한 뒤였기에 그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이런 것밖에 없었다.

"이어서,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으로 다이렉트 어택! 이어서 턴 엔드다."

현재 J의 LP는 3000까지 떨어진 상황. 하지만, 그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패에 있는 건 웜 몬스터 4종류와 이번 턴에 드로우한 융합 카드 1장뿐이었기 때문.

"하는 류 없지... 최후의 수단이다. 마법 카드, 융합을 발동! 웜 제로를 하나 더 융합 소환한다. 이어서 배틀이다, 웜 제로로 인벨즈의 첨예를 공격한다!"

"그렇게 나왔나... 하지만 소용없어.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의 1번 효과 발동! 이 카드가 필드 위에 앞면 표시로 존재하는 한, 상대는 다른 자신의 "인벨즈" 몬스터를 상대 카드의 효과의 대상으로 할 수 없고, 공격 대상으로도 할 수 없지!"

"뭐...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J는 자신에게 승산이 남아 있지 않음을 직감했다.

"할 수 있는 게 없잖아...턴 엔드."

그리고 그는 유에이에게 덱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태도를 바꿔 저자세로 나오기 시작했다.

"저기, 이 듀얼, 무...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내가 이기고 있는데 내가 왜? 드로우. 나는 흑염 토큰 2체를 릴리스해, 인벨즈 기리파를 어드밴스 소환한다. 잇어서 배틀이다... 인벨즈 기라파로, 공격력 2000의 웜 제로를 공격!!"

그리고, 웜 제로가 파괴되자, 결국 J는 모든 희망을 버렸다. 자신이 조금만 더 치밀했으면 이길 수 있었을까. 이젠 그것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이어서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으로 다이렉트 어택!!! 어둠으로 돌아가라!!"

"크아아아아아악—!!"

***
다음 날, 카게로우 고등학교 2학년 B반은 그날따라 떠들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에이가 학교에 다시 나온 것도 모자라 어제 유원지에서 있었던 일을 그가 스스로 밝힌 것 때문에 그가 라이트 킬러라는 걸 같은 반 학생 대부분이 알게 되반 때문이다.

"유에이, 어제 얘기 들었어. 라파위라의 졸개를 멋지게 쓰러뜨렸다면서?"

자신이 라이트 킬러인 걸 스스로 반 아이들에게 밝힌 이후부터 자신을 존경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아이들. 유에이는 그런 변화에 무관심한 듯 말했다.

"전혀.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이 갑자기 덱에서 튀어나오는 일이 없었다면 난 분명 졌을 거야."

분명 그건 사실이었다. 덱에서 갑작스럽게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이 튀어나왔고, 그렇게 튀어나온 섀도우가 강한 효과를 가졌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은 분명 패했을 것이다. 따라서 그 듀얼은 단순히 운이 좋아서 이긴 것이지, 자신의 실력으로 이긴 것이라고 볼 수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말했다. 

"좋아, 사야겠어."

"사다니 뭘?"

"뭐긴 뭐야, 카드 팩이지. 지금 내 덱 상태로는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에 극단적으로 의존하게 될 거라고. 혹시 벨즈와 인벨즈 카드가 들어 있는 카드 팩 이름이 뭐더라?"

"순수하며 사악한 영혼이었던가... 아마 그 팩, 우리 학교 매점에서 팔지도 몰라."
***
"이건 마법 카드 이중소환이군. 통상 소환을 2번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은 꽤나 유용하겠는걸."

그렇게 중얼거리며 팩을 뜯어 나온 카드들을 확인하던 유에이는 곧 처음 보는 카드를 발견했다. 그 카드를 옆에서 보던 아오이가 감탄하며 말했다. 

"우아, 이건 인벨즈의 필드 마법 침략의 차원문이잖아? 이번에 나온다던 인벨즈 신규 지원 카드야!"

"이중소환과 비슷한 효과를 지니고 있군. 다만 통상 소환 외에도 1턴에 1번만 더 인벨즈 몬스터를 일반 소환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어. 즉, 대놓고 이중소환과 같이 쓰라고 만든 카드인 셈이지. 꽤 좋은 카드 같아 보이니, 일단 한번 덱에 넣어야—"

바로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들려온 차갑고도 아름다운 소녀의 목소리.

"실례. 쿠로바 유에이 군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소리가 난 쪽에 서 있는 것은 카게로우의 교복을 입은, 작은 키와 차가운 미인상의 얼굴을 지닌, 마치 구체관절인형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은발벽안의 차가워 보이는 소녀. 그녀를 본 아오이는 크게 놀랐다.

"레, 레이 선배?!"

"뭐야, 아는 사람이야? ...아, 맞다. 우리 학교 듀얼부의 여신인가 뭔가 하는 그 선배구나. 거기다가 카게로우 사천왕이라 불리는 카게로우 최강의 듀얼리스트 4인 중의 한 사람, 인형사 레이라 불리는 야아츠리 레이 선배, 맞지?"


레이는 그 말을 듣고도 자랑스러워하지도, 그렇다고 겸손하게 굴지도 않았다. 그녀는 단지 차갑고 흔들림 없는 눈으로 유에이를 바라보며, 감정 표현도 표정 변화도 거의 없이 말을 이어나갈 뿐이었다.


"그러는 넌 빛 속성 사용자들의 덱을 마구잡이로 불태우는 라이트 킬러로 악명높은 쿠로바 유에이지."


뭔가 분위기가 영 좋지 못함을 눈치챈 아오이는 둘 사이를 중재하려고 말을 꺼내려 했지만, 유에이에 의해 가로막혔다.


"일단 나에게 있다는 그 용건이 뭔지나 한번 들어보도록 하겠어."


레이는 그 말을 듣자 다짜고짜 뭔가를 요구하듯 손을 내밀며 말했다.


"어제 네가 소환했던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이란 카드, 이리 내놔. 그건 너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아냐."


갑작스런 상황 전개에 놀란 아오이. 하지만 유에이 역시 밀리지 않고 강하게 나왔다.

"내 덱에서 나온 카드를 내가 왜?"



"말했잖아, 너 따위가 그걸 썼다간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거라고."

"입 다물어. 이 카드는 내 복수에 꼭 필요한 힘이야. 선배 같이 아무런 동기도 없이 그저 강해지는 것만 목적으로 삼은 어중이떠중이에게 넘겨줄 수는 없지."


상당히 모욕적인 말을 들었음에도, 레이의 표정이나 목소리에는 일말의 변화조차 없었다.


"그렇다는 건, 우리 카게로우 사천왕 전원에게 선전포고하겠다는 말로 받아들일게.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우리 네 명을 전부 이긴다면, 그 카드의 소유권을 인정해 주겠어. 하지만, 만약 네가 진다면, 군말 없이 그 카드를 우리에게 넘기도록 해. 어때?"

"이봐, 아무리 나라도 4명을 혼자서 상대하는 건 무리야. 거기다가 알잖아? 인벨즈는 별로 좋은 성능을 가진 덱이 아니란 거. 이건 뭐, 나더러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을 하란 거야?"

잠시 고민하던 아오이가 둘의 대화에 끼어든 것은 그때였다.

"유에이 혼자라면 분명 무리일 거야. 하지만, 나랑 같이 듀얼을 한다면 좀 더 쉬울지도 몰라."

그 말을 들은 유에이는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아오이는 유에이가 만류할 새도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나 역시도 듀얼은 잘 못해. 하지만 하나보다는 둘이 더 나은 법이잖아. 뭐, 둘보다는 셋이, 셋보다는 넷이 더 나은 법이잖아?"

"그럼 이렇게 하자고. 너희 둘을 제외하고, 우리 학교 내에서 두 명의 듀얼리스트들을 더 모아서 내일 방과 후에 학교의 듀얼 링으로 오도록 해. 거기서 4대4로 듀얼을 해 보자."

그렇게 말하고 레이는 선택의 여지를 더 이상 주지 않겠다는 듯 돌아서서 걸어가다가 다시 뒤를 돌아보며 이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긴 뒤 완전히 걸어가 버렸다.

"우리 전부를 이길 각오는 되어 있으려나?"
***
그날 부활동 시간. 유에이와 아오이의 말을 들은 듀얼부 부원들은 말 그대로 패닉에 빠졌다.


"사천왕에게 선전포고를?! 너 제정신이야?!"

"아무리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이 세다지만, 사천왕은 인벨즈 따위로는 이길 수 없는 궁극의 어둠 속성 사용자라고! 진짜 미친 거 아냐?!"

유에이도 한숨을 내쉴 뿐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확실히 자신이라도 사천왕의 듀얼 실력을 뛰어넘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은 서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와 아오이가 느끼던 막막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글쎄, 난 이 듀얼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뺀 음침하고도 어딘가 독불장군 같아 보이기도 한 인상을 주는 소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주사위를 굴려보기 전까진 어떤 눈이 나올지 결과를 알 수 없는 법이야. 듀얼도 마찬가지지. 상대에 대한 대책을 잘 세운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 녀석들 편에 한 번 서 보고 싶거든."


그 말을 들은 카린은 소년에게 시선을 주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라, 독불장군 후카미야가 웬일이래? 협력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들어 있지도 않은 네가 남을 다 돕겠다고 나서다니, 해가 서쪽에서 뜨겠는걸."


하지만 후카미야는 그 말을 무시하고 아오이에게 다가가 조용히 미소지으며 말했다.


"뭐, 아무쪼록 잘 부탁한다, 소노하나 아오이, 그리고 쿠로바 유에이. 내 이름은 후카미야 슌이치. 이번 학기에 들어온 신입이다. 바렐과 바렛을 섞은 덱을 사용하지."


아오이 역시 그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응, 잘 부탁해, 후카미야 군!"


유에이는 그런 둘을 보며 조용히 미소지은 뒤 말했다.


"동감이다. 나에 대해선... 뭐, 네 쪽에서 라이트 킬러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는 게 내가 직접 설명하는 거보다 빠를 거야."
***
같은 시각, 어떤 비행기가 코모쿠 시가 위치한 도쿄의 국제공항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비행기 안에는 한 포니테일로 묶은 초록색 머리카락을 지닌 녹안의 소녀와, 그런 소녀와 친밀한 관계로 보이는 금발적안의 소년. 이렇게 단 둘만이 타고 있었다.


소년이 소녀에게 말을 건넸다.

"그나저나 웬디, 이번에 네가 일본에 오는 건 태어나서 처음 아냐?"

"맞아. 날 낳아 주신 어머니의 나라이기도 하고, 일본식으로 소요카제 미도리라는 이름 역시 지니고 있지만... 그래도 실제로 와 보는 건 처음이다, 그치?"


그렇게 말하고 웬디는 카드 한 장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가스타와 교감할 수 있는 힘을 물려받은 자로써... 난 반드시 모든 창성룡을 봉인하지 않으면 안 돼."

그리고 잠시 말이 없던 그녀는 자신이 들고 있는 카드를 보며 말했다.

"물론 이 카드... 바람의 창성룡 다이가스타 윈드 드래곤을 포함해서 말이야."

잠시 동안 비행기 안에서는 정적이 감돌았다. 그러다가 승무원 중 하나이기도 한 웬디의 비서가 그녀에게 통신을 보냈다.


"아가씨, 6번쨰 창성룡이자 어둠의 창성룡이 있는 학교인 카게로우 고교의 편입 수속이 완료되었습니다. 편입 날짜는 오늘로부터 2주 뒤이니, 그떄까진 관광객 행세를 해 주시면서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에 대한 정보를 모아 주시기면 될 거 같습니다."

웬디의 옆에 있던 소년이 들뜬 듯 말했다.

"좋아! 그렇다면 이제 슬슬 어디어디 놀러 갈지부터 결정해 보자고!"

"요슈아, 우린 여기 관광 온 게 아니잖아. 우리의 본분을 잊으면 안 돼."

그렇게 말하고 웬디는 조용히 중얼겨렸다.

'일본에서 나타난 어둠의 창성룡. 그 창성룡은 인벨즈의 창성룡이었어. 그리고 그 창성룡에게 선택받은 소년... 분명 라이트 킬러라고 했지? 빛을 너무나도 증오하는... 복수심에 사로잡힌 소년. 설마, 트와일라이트 사건과 관계가 있는 아이인 걸까?'


부록.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

레벨 7/어둠 속성

[악마족/효과]

이 카드의 효과의 발동에 대하여 상대는 효과를 발동할 수 없다.

①: 이 카드가 필드 위에 앞면 표시로 존재하는 한, 상대는 다른 자신의 "인벨즈" 몬스터를 상대 카드의 효과의 대상으로 할 수 없고, 공격 대상으로도 할 수 없다. 

②: 1턴에 1번, LP를 1000 지불하고 발동할 수 있다. 상대 필드의 몬스터를 전부 파괴한다.

③: "인벨즈 섀도우 드래곤"은 필드 위에 앞면 표시로 1장밖에 존재할 수 없다.


ATK 2500/DEF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