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응?
뭘 멋대로 시작하는 거예요? 이거 끝난 거 아니였어요...?
우리 나름대로 무대의 뒷부분에서 뭔가 진행했다고! 우리도 잊혀지지 않았어!
[잊혀지다]가 아니라 그냥 [잊히다]라고 하면 되는데요...
...왜 갑자기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려고 해요...? 원래 그런건 ㅈ도 신경 안 쓰고 제 갈 길 잘만 갔잖아요?
하아... 그러면 그렇다 치고... 저희 어디까지 했었죠...?
...
음... 그러니까... 어떤 도움도 없이 소녀 둘이서 대사해를 뚫고 스프리건즈에 합류해라...
이거 완전 정신나간 사람들밖에 없잖아? (아하하... 잘 알았어요...)
그... 그래도 힘들어 보이는 건 맞는거같아요...! 난이도가 너무 높다고요!
[난이도가 높다.]가 아니라 [난도가 높다]가 옳은 표현이에요.
[난이도]는 [難](어려울 난)과 [易](쉬울 이)의 두 어근이 합쳐져서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라는 뜻을 가지는 명사에요..
즉 [고난이도] 및 [난이도가 높다] 등의 표현은 '어려운 정도와 쉬운 정도가 높다'라는 모순된 표현이 되어버려요.
잘 와닿지 않는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난이도가 높다.'는 단어는 '득실이 크다.', '높낮이가 높다.'와 같은 단어로 말하는 것과 같다는 거예요.
여기서는 [난이도]가 아니라 적절한 표현으로 [난도(難度)]를 사용해야 해요.
'어렵고 쉬운 정도'를 뜻하여 어느쪽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려운 [난이도]와는 달리 [난도]는 '어려움의 정도'라는 명확한 기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높다', '낮다'와 같은 단어를 붙여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죠.
굳이 [난이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다면 [어떠한 난이도], [난이도가 어때]와 같은 어렵고 쉬운 정도가 정해지지 않은 문장에서 사용해야 해요.
간단하게 정리해서 , '답변이 예 / 아니요의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 판정 의문문'에는 [난도]만 사용할 수 있으며 '답변에서 설명을 요구하는 설명 의문문'에서는 [난이도]와 [난도] 둘 다 사용할 수 있어요.
...그게 무슨소리야?
ex)
1. [난도]가 높아? (O)
2. [난이도]가 높아?(X)
[높다]는 표현은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를 요구하는 '판정 의문문'에 사용되는 말이에요. 그러므로 [난이도]가 아닌 [난도]가 옳은 표현인 거죠.
ex)
1. [난도]가 어때? (O)
2. [난이도]가 어때? (O)
이와는 반대로 답변이 여러 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는 설명 의문문에서는 [난도], [난이도]중 어떤 표현을 사용해도 이상하지 않아요.
다만 이때 주의할 점으로 해당 설명문도 [난이도]의 근본적인 뜻을 바꾸는 것은 아니기에 답변으로 [높다], [낮다] 등의 표현은 사용할 수 없으며 반드시 '[수준] 높다'처럼 기준을 잡아주는 말을 앞에 덧붙혀야 해요.
사실 잘 모르겠으면 그냥 [난도]로 통일해서 사용해도 문제는 없어요.
또는 [난이도가 높다.] 등의 표현은 단순하게 [어렵다.] 좀 더 있어 보이는 표현을 쓰고 싶다면 [까다롭다.], [난해하다.]로, [난이도가 낮다.]등의 표현은 [쉽다] 혹은 [시시하다.] 등의 단어로 풀어쓰는 것도 굉장히 좋은 방법이에요.
여기서 [난이도]라는 표현이 [난도]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사용되는 이유로는 사람들이 [난이도]의 유래가 되는 한자 조어에 대한 지식이 옅어지고 단순히 [난이도]라는 단어가 구어처럼 되어버린 것이 영향을 끼쳤을 거예요.
...헤에
하아... 이제 진짜 떠나야 할...
툭툭
...! 역시 그냥 보낼 리가 없어요! 무언가 도움이 될 거를...!
시이팔 이게 뭐야 (아하하... 감사합니다...)
그런데 말이야
네?
[난이도]와 [난도]는 단순히 한자의 개념이 옅어져서 생긴 문제라고 했잖아?
으음...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어요.
왜? 네가 한자식 조어의 인식이 옅어져서 구어화 되었다고 했잖아.
단순하게 생각해서 [난이도]가 사람들에게 구어처럼 받아들여지게 된 것도 있지만 이건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간단하게 한자 문화권인 일본의 사례를 보자면 일본 또한 [難易度](난이도)와 [難度](난도)를 구분해서 사용해요. 그런데 당장 다음의 스크린샷을 보자면
대놓고 한자를 사용하는 문화권에서조차 [難易度が高い 難度が高い](난이도가 높다 난도가 높다)가 검색어에 들어가 있을 정도로 일본 내에서도 해당 문제가 심각하다는 소리니까 단순히 한자식 조어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어요.
그러면 뭐가 문제인데?
아우우... 글쎄요? 그거까지는 잘...
그건 간단해!
우왓!
'어렵고 쉬운 정도'를 뜻하는 [난이도]와 '어려운 정도'를 뜻하는 [난도]의 두 가지 단어를 말했잖아?
에? 어... 그렇죠...?
하지만 '쉬운 정도'를 뜻하는 [이도]라는 단어를 듣거나 써본 적이 있어?
...아뇨? 저기 근ㄷ
그런 거야! 기본적으로 대치되는 두 개념에서는 보통 앞에 오는 단어, 즉 높은 쪽을 기준으로 하고 그 반대되는 개념은 의미를 잃고 탈락하는 현상이 있어!
...네?
간단하게 생각해서 [난도]와 비슷한 단어로 [온도](온/냉), 높이(높/낮), [고도](고/저), [심도](심/천), [습도](습/건) 등의 단어를 보면 어느 한쪽의 단위를 기준으로 잡은 후에 '온도가 [낮다]', '고도가 [높다]' 등 [높다], [낮다]를 붙여서 높고 낮음의 기준이 생기는 거야!
그러므로 주로 사용하는 단어와 반대되는 개념은 쉽게 의미를 잃고 결국 사라지기도 해!
여기서 [난도]와 [난이도]가 혼용이 되면서 헷갈리게 되는 거지!
...라는 것도 중요한 개념이지만...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어
[난이도]라는 말이 한자식 조어는 맞지만, 사실 [난이도]라는 말은 중국어에는 없어!
중국어에서는 [难度]라는 단어가 [난이도]와 [난도] 두 가지 의미를 전부 지칭해!
즉 [난이도]라는 말은 기존에 중국에서 사용하던 [난도]에 해당하는 표현이 일본,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분화되어 생긴 단어라는 거야!
그러니 서로 뜻과 활용에서 공유하는 부분이 많아 혼용하기 쉬워지는 거지!
아.. 아우우... 그렇군요...
이 개념에서 중요한게...
... 역시 미친놈들밖에 없어
8. 사이버 '엔젤' -벤텐- / '드래곤' 메이드 라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