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1줄 요약: 소문난 잔치에 개회사가 지나치게 길다




사쿠모유에서 그려내는 참선 마을의 분위기는 정말 따뜻해서 좋았다


봄이 오면 추운 겨울을 밀어내듯 피어나는 벚꽃들이 마을을 가득 채우고


그에 맞춰서 모든 일들이 기적같이 이루어질 것 같은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하지만 행복은 그게 다였다


이 작품은 불행 포르노라고 느껴질 만큼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을 못살게 군다


정확히는 밤의 세계의 규칙이 지나칠 정도로 잔혹했다


누군가 어떤 마법을 쓰기 위해 대가를 지불하면, 결국 마법으로 이룬 것보다 대가가 더 커서


그 주변 사람이 다시 또 그 대가를 지불한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마법을 쓰고 싶어 하고,


그럼 또 마법을 썼으니 대가를 지불하고, 다시 또 그 대가를 짊어지기 위해 다른 사람이 또 마법을 쓰고 싶어하고


이쯤 되면 참선 마을이 아니라 폰지 마을인 수준



그리고 작가 글 쓰는 스타일이 일단 불행하게 만들고 불행의 밑바닥 까지 끌어내린 다음 행복해질 것 같은 느낌을 주다가


또 불행하게 만듬 그리고 나서 행복하게 만드는데


이게 사람에 따라서는 마지막 행복한 파트의 고점이 높아보이게 만들 순 있겠지만


나는 굉장히 길고 입맛에 안맞았음


그 정도면 됐잖아! 이제 애들 좀 행복하게 해달란 말이야!


라고 생각을 해도 작가는 어림없다는 듯이 한 번 더 등장인물들을 불행에 빠뜨림


전체적인 느낌은 이렇고 루트 별로 세세하게 적어보면



내가 사쿠모유 루트를 탄 순서는 히오리 - 치와 - 하루 - 쿠로 루트 순이었는데


처음 히오리 루트에선 토오야의 이야기를 보고 정말 펑펑 울었음





이 어린 아이가 이렇게 고생을 하는 게 너무 안쓰럽고 가여워서


이 아이가 작은 소원 하나를 이루는 게 그렇게도 힘든 일인 건지 가혹하기까지 해서 미안해서 울었음


그래서 역시 소문대로의 명작인가 사람 눈물을 이렇게 빼놓는구나 하며 다른 루트와 후반부가 정말 기다려졌음



물론 히오리 루트인데 히오리 비중이 엄청 크지 않고...


작중 서술 트릭 혹은 나의 이해력 부족으로 인해 히오리를 못된 아이로 착각해버리는 사소한 찐빠가 있었지만


토오야 이야기의 고점이 높아서인지 좋은 루트였다고 생각했음



그리고 나서 치와 루트로 들어감




누구나 여기서 한 번씩은 쌍욕을 내뱉었을거라고 생각함


실제로 난 여기서 하차 개 씨게 마려웠음


아무리 사람의 상식이 부족해도 이런 발언이 나오기는 진짜 쉽지 않은데...


그렇게 치와 루트를 진행하다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보고 울음이 터져버렸음



밤의 생명체인 나하트가 평생을 바쳐 치와랑 타이가를 지켜봐주는 이 이야기는 정말 부성애의 끝판왕이었다


그런데 루트 중간중간에 아쉬웠던 점이랄까


개별 루트에서는 그 히로인에게 집중해야 된다고 보는 편인데





자꾸 이런식으로 떡밥을 뿌리는 것처럼 치와 루트라고? 그래봤자 진 히로인은 쿠로다 ㅋㅋ 하고 넌지시 던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음


진히로인이 아니네? 자 쓰레기죠 하는 느낌


진히로인의 존재는 작품의 고점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지만


이런식으로 다른 히로인을 진히로인의 제물로 쓰는 진행방식은 별로 맘에 들어하지 않아서 상당히 아쉬웠음




아무튼 그렇게 치와랑 행복하게 끝내고


다음은 하루 루트 였는데


하루 루트에서 꽤나 많은 떡밥들이 회수되면서 하루도 정말 불쌍하다 느꼈음



타이가의 귀여운 여장 모습도 볼 수 있었고 참 좋았다


하루 루트는 본격적으로 이 작품이 과거와 미래의 이야기가 이어지며 진행이 되는데


뭐랄까... 하루 루트에서는 토오야나 나하트처럼 눈물 쏙 빼놓는 그런 조연이 없네...싶


다가 토모히토의 사랑이야기가 나오면서 또 흥미진진해짐




재능이 없는 토모히토가 자신의 사랑과 용기를 전하기 위해 노래를 만드는 과정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음


이걸 스스로 만들어서 이겨냈다는 이야기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결국 누군가 마법을 써서 만들 수 있게 된 건 아쉬운 부분


근데 이걸 모르는 쿠로 루트의 타이가는 아 역시 아빠야 아빠 대단해 아빠 짱 히어로야 대박쓰 이러고 있는 게 조금 웃김


결과적으로 노래가 먼 미래까지 남아서 사랑과 용기를 전해주는 노래가 되어서 그랬겠지만...


그리고 하루 루트에서도 마찬가지로

 

하루를 불행의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는 작업을 한 후 한 번 더 불행을 겪게 한 다음


그제서야 하루를 행복하게 해줌


마찬가지로 어 그래도 진히로인은 쿠로야 ㅋㅋ 하는 어필도 잊지 않고 나와주시고



그리고 하루 루트가 개인적으로 하루 본인 내면을 정말 많이 보여주는데


본인의 행복을 포기할지 말지 고민하는 묘사가 많은 게 정말 좋았음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정말 상냥한 아이인 게 한눈에 봐도 느껴지니까






그리고 업어주는 인물이 타이가에서 엄마로 바뀌는 연출도 좋았다고 생각함


CG 재탕이라 생각하면 좀 짜치긴 하는데 ㅋㅋ







그래도 데카 유방으로 게임을 할 원동력을 심어주신 하루신 고맙습니다



그리고 나서 대망의 쿠로 루트...


게임 끝나고 다시 NEW 게임 시작을 누르면 진 히로인 루트가 나오는 건 거의 국룰이죠


근데...........................




이게 작가의 욕심인가 싶을정도로


마시로에 대한 떡밥이 항상 잠깐 나오는 회상 말고는 전무했기 때문에


철저하게 쿠로 루트 초반은 마시로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나갈 수 밖에 없는데


마시로의 이야기도 좋았고 여기서 토모히토와 아즈사가 한 번 더 나오는 전개도 좋았고


다 좋았는데



쿠로가 소년(타이가)한테 전화해서 풀어주는 이 이야기가 일단 지침


작중에서는 진짜 통화로 몇시간 안했겠지만


플레이하는 나는 그 배의 시간이 지나서 너무 지치는 거임



심지어 이렇게 말해 놓고 사람 놀리나 싶을 정도로 안 끝남 ㅋㅋ


그러다 마시로의 이야기가 끝나고 이제 기나긴 인생을 카나데 타이가로써 살아온 소년의 이야기가 끝나고


소년에게 구원받은 마시로와 찐타이가가 다시 한 번 이 소년을 구하기 위해 마법을 쓰고


또!!!!!!!!!!!!!!!!!!!!!!!! 소년은 새 생명을 받아서 쿠로와 행복해지기 위해 또!!!!!!!!!!!!!!!!!!!!!마법을 쓰고


그 마법을 쓰고 나서? 그제서야 쿠로와 소년은 진짜진짜찐찐짜라찐찐찐찐 새 인생 시작해서


누나로는 아사히씨가 있고 동생으로는 토오야가 있고


마시로와 카나데 타이가가 엄마 아빠로 있고 소꿉친구로 쿠로와 만나는 모두가 상처받지 않는 세계가


드드드드드드드드디디디ㅣ디디디ㅣ디디어 완성됨


그렇게 쿠로 루트는 끝이 남


쿠로 루트에서는 진짜 즙 단 한 번도 안짠듯


그냥 작가가 불행 포르노를 즐기나 싶을 정도로


뭐랄까... 아... 그냥 좀 애들 이제 좀 놔줘라 하는 식으로 스크립트 넘기면서


애들이 아무리 불행하고 슬퍼져도 그 슬픔에 더 이상 공감이 잘 되지 않더라


쿠로랑 소년은 서로를 정말 아끼는구나 하는 담담한 감정만이 계속 지속되는 상태였음




총평: 고점이 정말 높은 작품.

단, 그 고점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끊김 없이 쭉 플레이 해야 하는데

빌드업이 너무나 길어서 지쳐 나가떨어지는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어떻게든 엔딩을 볼 거라고 마음을 먹어도 중간에 지친다는 생각이 들면 이미 작품을 온전하게 즐길 수 없는 상태임. 

작가의 욕심이 과했다고 생각함.